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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마녀의 여행 팬픽] 할로윈 밤에 올리는 일레이나x빗자루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31 20:51:45
조회 1342 추천 27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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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짤)







일레이나 님은 지금 한창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있는 나라에 머물고 있습니다. 호박 속을 파내고 기괴한 모양으로 조각한 등불을 거리 전체에 장식하고, 사람들은 마물이나 동화 속에서 나오는 괴물들의 모습으로 분장을 하고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듣기로는 괴물로 분장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집 문을 두드리고, 집에서 나온 사람에게 ‘트릭 오어 트릿’이라고 하면 달콤한 과자나 사탕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대체 여기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요? 아마 뭔가 심오한 의미와 전통을 가지고 있던 의식과 의례가 시간이 흘러 사람들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도중에 이리 비틀리고 저리 비틀려서 본래의 의미는 사라져 버리고만 것이겠지요.

사실 그러한 것은 어찌되든 상관없지만요. 중요한 것은 일레이나 님께서 이 축제에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분장을 해야 합니다. 일레이나 님께서는 혼자서 분장하여 축제를 즐기는 것이 다소 부끄럽다고 생각하신 모양인지 빗자루인 저를 사람의 모습으로 바꿔주신 후 같이 축제를 즐기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주셨습니다. 물론 일레이나 님께서는 여행자이기 때문에 달리 주변에 지인이 없어서 저에게 제안하신 것이겠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함께 축제를 즐기자고 제안해주신 것은 무척이나 기쁜 일이었습니다. 일레이나 님의 상냥한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있을까요?

적어도 거리에 있는 축제 의상 대여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싫습니다.”


“에이, 그런 말 하지마시고.”


“싫습니다.”


이런 평행선과 같은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은 검은 망토를 두르고 흡혈귀 분장을 한 일레이나 님과 분장을 한사코 거부하고 있는 저입니다.


“그렇지만 분장을 하지 않으면 축제에 참여할 수 없는데요?”


“싫습니다.”


“빗자루 씨는 정말 제멋대로네요.”


“이런이런”하며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 나의 주인을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봤습니다.


“일레이나 님, 외람된 말씀이지만 자신의 손에 들고 있는 의상을 객관적으로 봐주지 않으시겠습니까?”


“이게 어때서요?”


일레이나 님은 저에게 입히려고 들고 있던 옷, 이라고 해야 할지, 천 조각을 들어보였습니다. 어떤 동물의 가죽을 그대로 떼어내어 조각을 내놓은 것처럼 생긴 그것은 아마 여성용 늑대인간 복장이었습니다. 옷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그것은 털 달린 비키니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천의 면적이 적었습니다. 요컨대 도저히 입을 수 있을만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어때서라니요……. 문제투성이지 않습니까.”


“그런가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를 닮아서 예쁘고 귀여우면서 스타일 좋은 당신이라면 분명 어울릴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분명 자화자찬이었겠지만 그래도 저를 칭찬하는 말에 멈칫하고 말았습니다. 무심코 입꼬리가 올라갈 뻔한 것을 간신히 참고 말했습니다.


“어울리고 어울리지 않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보세요, 일레이나 님. 가슴하고 아래쪽을 간신히 가릴 정도의 천 조각이라고요?”


“맞춤 장갑이랑 신발도 대여할 수 있습니다만?”


확실히 일레이나 님의 발치에는 늑대의 발을 본뜬 모양의 장갑과 신발이 놓여있었습니다. 무척이나 폭신폭신 해보입니다. 저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일레이나 님이 이렇게까지 완고하게 권유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거겠죠?”


“아하하”하고 멋쩍게 웃은 일레이나 님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일레이나 님께서 이토록 완고하게 주장을 관철하려고 할 때에는 반드시 무언가 중요한 일이나 성가신 일에 휘말렸다는 뜻이겠지요.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히 위험한 임무를 떠맡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레이나 님과 함께 여러 난관을 극복해온 저라면 그것이 어떤 것이든 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그 임무가 비록 저런 천 쪼가리를 입고 거리를 돌아다녀야 하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해도 일레이나 님과 저울질할만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늑대인간의 복장을 가장한 천 조각에 한 번 눈길을 주고 각오를 굳힌 뒤, 일레이나 님을 똑바로 바라보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일레이나 님은 저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를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은 비장하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꼴깍 침을 삼켰습니다. 과연 그 일이란 무엇일까요.


“이야, 실은 돈이 거의 다 떨어져서요.”


그렇군요. 역시 그런 일이, 응?


“돈이요?”


“네. 저번에 있던 나라에서 벌이가 안 좋았던 거랑 우리가 지금 있는 나라가 축제 중이라 묘하게 물가가 높아진 게 시너지 효과를 내고 말았네요.”


“……설마 싶지만, 그래서 저에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차림을 하고서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과자를 받아서 그걸로 끼니를 해결할 속셈은 아니겠지요?”


“역시 빗자루 씨! 저를 잘 알고 계시네요!”


일레이나 님은 엄지를 척 들어보였습니다. 저는 미소를 지으며 엄지가 올라와 있는 일레이나 님의 손을 다정하게 맞잡았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엄지를 꼭 잡고 일레이나 님 방향으로 확 꺾었습니다.


“에잇”


“끄악!”


저는 자신의 엄지를 감싸쥐고 웅크려 앉은 일레이나 님을 싸늘한 시선으로 내려다보았습니다. 도저히 주인에게 취할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전에 일레이나 님은 드물게 손쓸 방도 없는 바보로 추락하고 만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오늘이 하필 그런 날인가 봅니다. 짐작컨대 돈이 없어서 궁핍하다고 하는 상황과 축제로 들떠있는 거리의 분위기가 그녀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고 만 것입니다. 일레이나 님이 묘하게, 아니 상당히 바보처럼 들떠있는 모양새로 보아서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저는 다시 푹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입을 수밖에 없다면 타협을 해야 합니다.


“적어도 천의 면적이 더 많은 옷을 입으면 안 될까요? 이 옷이 아니더라도 분장하면 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아, 그게……”


일레이나 님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우물쭈물 거렸습니다.


“제가 지금 걸치고 있는 이 망토랑 그 늑대인간 복장이 가장 싸게 먹혀서요.”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돈이 없는 탓에 축제에 참가해서 과자를 받아 끼니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그것을 위한 필요 최저한의 조건으로 분장을 해야 하고, 주머니 사정상 흡혈귀 분장과 늑대인간 분장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겁니까?”


“맞아요. 바로 그겁니다.”


“그럼 제가 흡혈귀 분장을 하고 싶은데요.”


“네? 제가 저런 옷의 기능조차 하고 있지 못한 천 쪼가리를 입고 돌아다닐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끄악!”


일레이나 님은 말을 끝맺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원인은 제가 일레이나 님의 발을 지그시 밟아드린 탓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오른발을 부여잡고 다시 한 번 웅크린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저는 쭈그려 앉아 일레이나 님과 눈높이를 맞추었습니다.


“그러니까, 일레이나 님은 본인은 도저히 못 입을만한 걸 저에게 입히시겠다는 겁니까? 호오 그것 참.”


“히익, 잠깐만요. 빗자루 씨, 눈에 빛이 사라졌는데, 잠깐 제 말 좀 들어보세요.”


눈꼬리에 살짝 눈물이 맺힌채로 일레이나 님은 양손으로 손사래를 치며 덜덜 떨었습니다. 그 모습이 어쩐지 제 안의 가학심을 자극했습니다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닙니다.


“그, 그거에요. 빗자루 씨 저랑 비슷한 모습이기는 해도 저보다 더 성숙한 모습이고, 어째선지 저보다 스타일 더 좋으니까, 그 들어갈 데는 들어가고 나올 데는 나온 멋진 몸매라고나 할까. 아무튼 그래서 제가 흡혈귀 복장을 하고, 빗자루 씨가 늑대인간 복장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뿐이에요.”


일레이나 님은 “정말이에요진짜에요믿어주세요”라고 빠르게 애원하듯 덧붙였습니다. 일레이나 님의 속내는 둘째 치고, 그녀가 저를 칭찬해주고 있는 것을 듣자니 얼굴이 살짝 붉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렇게 쉬운 여자가 아니지만, 나의 주인이 이렇게까지 애원한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주인을 섬기는 빗자루 된 물건의 도리로 그녀의 제안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결코 일레이나 님의 칭찬에 넘어간 것이 아닙니다. 저는 눈꼬리가 살짝 누그러진 채로 일레이나 님에게 말했습니다.


“알겠습니다. 한 번 해보죠.”



─스륵, 스르륵

탈의실 너머에서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빗자루 씨가 마침내 결심하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빗자루 씨가 옷을 갈아입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약간 죄악감이 들긴 하지만, 저는 그녀에게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말하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이게 죄악감의 원인이겠지요. 그녀에게 늑대인간으로 분장하길 끈질기게 권한 것은 그런 차림의 그녀와 함께 다니면서 내심 부수적인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빗자루 씨에게 말했듯이, 저와 닮은 그녀이지만 어째선지 그녀는 저보다 더 성숙한 모습입니다. 여러모로 이곳저곳 저보다 성숙합니다. ……저도 미래에는 저렇게 될 수 있는 걸까요? 쓸데없는 감상은 집어치우고, 그렇습니다. 물론 저도 귀엽고 예쁘기 그지없습니다만, 그렇다고 색기가 넘치냐고 묻는다면 애매합니다. 하지만 빗자루 씨는 저와 닮은 외모이면서 성숙하기까지 합니다. 거기서 저는 떠올렸습니다. 그녀가 늑대인간 복장을 해준다면, 그녀의 미모에 감탄한 사람들이 더 많은 과자를 줄 것이라고. 이 계획은 틀림없이 성공할 겁니다. 그런 속셈을 숨기고 저는 빗자루 씨에게 늑대인간 복장을 강요한 것입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요. 그녀가 부끄러운 것도 한 순간이지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게 합리화를 하며 음흉한 웃음을 짓고 있는 와중에 탈의실의 커튼이 열렸습니다. 빗자루 씨의 얼굴만 보일 정도만큼만.


“왜 그러고 있나요? 의상에 뭔가 문제라도 있나요?”


사실 문제 뿐인 복장이긴 합니다만, 저는 일단 그렇게 물었습니다.


“그, 일단 다 입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너무……”


홍당무처럼 얼굴이 빨갛게 된 빗자루 씨는 탈의실에서 얼굴만 내민 채 꼼지락거리고 있습니다. 분명 커튼으로 가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묘하게 색기가 흘러나옵니다. 꼼지락거리는 빗자루 씨를 한참 바라보았지만 도저히 커튼을 열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저는 성큼성큼 다가가 커튼을 홱하고 잡아챘습니다. ‘앗’하고 단말마가 들려온 커튼 너머 탈의실에는 빗자루 씨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있었습니다.

그녀는 복숭앗빛 머리카락을 뒤로 모아서 묶어놓았습니다. 의상을 의식해서 좀 더 활동하기 쉽게 한 것일까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훤히 드러난 복부와 휑한 하반신을 어떻게든 감춰보고자 부들부들 떨리는 새하얀 팔로 몸을 감싸듯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알몸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헐벗은 모습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늑대인간 장갑을 낀 채로 자신의 하반신을 가리려고 할 셈이었겠지만, 그 장갑이 미묘한 크기라 도리어 아래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얼굴이 너무 새빨개져서 건드리면 터지지 않을까 싶은 빗자루 씨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이, 일레이나 님. 정말 이러고 나가야 되나요?”


치켜뜬 눈으로 옴질거리는 빗자루 씨.

이건, 확실히, 찡하고 옵니다. 이건 안 됩니다. 아니, 제가 특별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의 그녀는 언제나 저를 돕고, 어른스럽게 대응하는 빗자루 씨가 아닙니다. 기분 탓인지 그녀에게서 분홍빛 오라가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습니다. 이건 이제 서큐버스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그녀를 발견한다면 분명 그렇게 말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아니, 제가 특별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저는 전혀 자아를 잃지 않았습니다. 명경지수입니다. 평안합니다. 전혀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일레이나 님?”


“아, 그렇죠. 음, 역시 그 모습은 없던 걸로 하죠.”


“네? 그렇지만 따로 의상이 없지 않나요?”


“그건, 그렇지만.”


별 수 없습니다. 축제 기분은 덜하겠지만 지금의 그녀를 저 상태로 길거리에 내보낼 수는 없습니다. 저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걸치고 있던 망토를 벗어 빗자루 씨의 어깨를 감쌌습니다.


“일단 축제는 즐겨야 하니까요. 그 모습이면 아무래도 즐기기는 어렵겠죠.”


빗자루 씨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저를 바라봤습니다. 저는 제발 저려서 황급히 덧붙였습니다.


“아무리 제가 속이 시커멓다고 해도, 당신을 그렇게 막 부려먹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돌연 빗자루 씨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온화한 표정으로 빗자루 씨는 망토를 끌어당겨 앞섶을 여미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죠. 일레이나 님은 그런 분이니까요.”


“무슨 말이죠?”


“요컨대 일레이나 님은 악역을 자처하기에는 너무 무르다는 뜻이랍니다.”


빗자루 씨의 대답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기분이 나아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그 후의 일을 말씀드리자면, 일레이나 님과 저는 거리로 나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트릭 오어 트릿’을 했습니다. 이 문구가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집 문을 두드리고 나온 사람에게 이 말 한마디만 외치면 달콤한 과자를 받을 수 있다니. 마법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레이나 님이 저희의 복장이 축제에 어울리지 않아서 과자를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한 것과는 다르게, 다들 축제 분위기에 취해서 생각할 겨를이 없어진 것인지 흔쾌히 과자를 건네주었습니다. 심지어는 ‘트’까지만 말했는데도 대량의 과자를 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축제 만세입니다.

그렇게 해서 현재 저희는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축제 의상 대여점이 일찍 닫아서 옷을 갈아입지 못했다는 작은 해프닝이 있었습니다만, 바로 숙소로 들어가면 해결될 문제라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습니다. 어쩌면 저도 축제의 열기 탓에 감각이 마비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숙소로 돌아온 후, 저는 일레이나 님에게 인사를 하고 빗자루의 모습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러자 일레이나 님은 고개를 가로로 저었습니다.


“저희가 같이 얻은 과자니까 당신도 같이 먹어야 합니다.”


“일레이나 님. 그렇지만 저는 물건이라 식사할 필요가 없습니다.”


“필요가 없을 뿐이지, 지금 당신의 상태면 먹을 수는 있잖아요?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같이 얻은 거니까 나눠먹는 게 중요한 겁니다. 게다가 방에서 혼자 먹으면 좀 심심하기도 하고요. 자, 같이 앉아서 먹어요.”


정말 이 분은 저를 사람처럼 대하니까 곤란합니다. 그게 싫은 건 아니지만요. 일레이나 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신 덕분에 저는 방에 놓여 있는 테이블 의자에 앉았습니다. 일레이나 님은 제 맞은편에 앉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여기까지는 무심코 미소가 흘러나오고 마는 흐뭇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저희가 같이 과자를 즐기기 시작하여 얼마 가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과자를 먹고 있는 사이에 일레이나 님의 모습이 점점 이상하게 변해갔습니다. 저에게 말을 거는 목소리는 어딘가 달떴고, 혀는 꼬여서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알아듣기 어려웠습니다. 저무는 노을처럼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그녀는 의자에 앉아있는데도 불구하고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잔뜩 취한 사람처럼 말입니다.

무엇이 일레이나 님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깨달은 것은 제가 전혀 손대지 않던 초콜릿을 깨물었을 때였습니다. 입안에서 주륵하고 액체가 퍼져나가는 느낌과 함께 술 향이 확 퍼졌습니다. 술에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닌지라 무슨 술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초콜릿이 일레이나 님을 휘청거리게 만든 원인이라는 사실은 단박에 눈치 챌 수 있었습니다. 초콜릿을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갈색 포장지에 감싸여 있었습니다. 과연, 술통을 재현한 모습인가요. 그리고 일레이나 님 앞에는 상당한 숫자의 갈색 포장지가 흩어져 있었습니다.

이제 어쩐다, 하고 생각하고 있는 저에게 의문의 그림자가 덮쳐왔습니다. ‘꺅’하고 겉모습에 어울리지 않게 새된 소리를 내고만 저였습니다만, 제 모습을 객관적으로 살필 여유 따위는 없었기 때문에 저를 덮친 습격자의 양 팔을 잡고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일레이나 님?”


그 습격자는 다름 아닌 일레이나 님이었습니다.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눈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는, 매우 비정상적인 모습의 나의 주인이었습니다.

“우후후후. 빗자루 씨 짱 조아~” 같은 말을 뱉으며 일레이나 님은 저에게 안겨 들었습니다. 이 사람은 뭡니까. 대체 누굽니까. 제가 알고 있는 일레이나 님을 돌려주세요.

이상해진 일레이나 님과 엎치락뒤치락 하는 사이에 일레이나 님이 저를 침대에 쓰러뜨린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어느샌가 양팔도 그녀에게 꽉 붙잡혀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체격 차이를 고려하면 제가 그녀를 밀쳐낼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간 지금 상태의 그녀가 휘청거리다가 안 좋은 곳에 부딪혀서 크게 다칠 것만 같아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습니다.


“빗자루 씨~~”


“윽, 술 냄새……”


제 위로 몸을 겹쳐 쓰러진 일레이나 님은 자신의 볼을 저에게 갖다 대 비비다가 멈칫하더니 이내 제 목덜미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리고는 콱.


“아팟!”


날카로운 것이 목에 꽂히는 통증이 전신을 달렸습니다. 그러면서 일레이나 님이 흡혈귀 분장을 하면서 끼워둔 가짜 송곳니를 아직 빼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흡혈귀에게 흡혈당하는 기분이란 이런 걸까요. 하지만 이 통증이 일레이나 님이 저에게 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냥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오히려 통증과 함께 섬뜩하면서 가슴 한 편에 찡한 것이 내달렸습니다. 저는 물건이라 술에 취할 일은 없겠지만, 이 자리의 분위기에 취한 것만 같았습니다. 일레이나 님과 몸을 밀착시키고 있는 와중에 조금씩 제 숨이 가빠져 왔습니다. 여전히 제 목을 깨작깨작 깨물고 있는 일레이나 님이 제 얼굴을 더듬는 방식이 저를 이상야릇한 기분으로 만들었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일레이나 님의 엄지손가락이 이내 제 입안에 들어와서 휘젓고 있는 탓에 저는 신음소리를 내는 것 외에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일레이나 님은 저를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요? 저는 물건에 불과합니다. 그런 저에게 이런, 이런 짓을 해서 정을 나누어 주셔도 되는 걸까요? 하지만, 그 첫, 그런 게 이런 형태로, 일레이나 님이 술에 잔뜩 취한 형태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싫습니다. 이대로 괜찮은 겁니까?


“쿠울”


마구 폭주하는 생각을 멈춰준 것은 일레이나 님이 곤히 잠든 소리였습니다.

……저의 갈 곳 잃은 분노가 조용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으음.”


창밖에서 들어온 상쾌한 아침햇살을 받으며 눈을 떴습니다. 머리가 무겁고 몸이 뻐근합니다. 어째서인지 지난 밤, 과자를 먹은 이후로 기억이 없습니다. 저는 어젯밤에 무엇을 한 것일까요? 옆을 돌아보니 그곳엔 빗자루의 모습인 빗자루 씨가 덩그러니 놓여있었습니다. 그녀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는 것은 어젯밤은 큰일 없이 지나갔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리고 저의 그런 예상은 세수를 하러 욕실로 들어가서 거울을 확인했을 때, 산산히 부서졌습니다. 제 새하얀 목덜미에는 마치 붉은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핀 것 마냥 여기저기 키스마크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일단, 스카프부터 구해봐야겠습니다. 그리고서 빗자루 씨에게 자초지종을 들어보자고 굳게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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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할로윈


마녀의 여행 6권 읽음 + 할로윈 기념으로 썼읍니다


분하지만 6권 일레이나 정실은 빗자루다


하지만 일레사야 붐은 온다..


02


전에 쓴 거


일레이나x사야


일레이나x사야#2


일레이나x암네시아


일레이나x빗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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