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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무제-136

1234(39.113) 2020.10.31 23:15:01
조회 98 추천 11 댓글 1
														

마리아는 조용히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이제 슬슬 낙엽이 지는 시기. 몸이 나쁜 사람들에게는 아주 조금 위험한 때였다.


물론 마리아는 그 정도까지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수술은 이미 잘 끝났고 회복을 기다리는 중이니까.


일상생활을 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움직이는데 큰 불편함은 없다. 뛰거나 하는 운동은 퇴원하고 나서도 한동안은 무리겠지만 체육시간만 조심하면 학교에서 생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래도 기분이 우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원래라면 넘치는 기운을 주체할 수 없는 나이다.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면 복도에서 마구 달리고도 모자라서 막 웃고 이것 저것 정신없이 먹어도 이상할게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어떤가?


회복 중이라고는 하지만 먹는 것도 가려 먹어야 하고 그 후로도 조심해야만 했다. 그것만으로도 한창때의 소녀는 우울해 질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같은 병실에는 자신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나쁜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 중 일부는 언제 퇴원할지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우울함이 자신에게도 전염되는 것 같아 마리아는 질색이었다. 뭔가 모르게 자신을 늪으로 빠트리는 듯한 그런 감각이 너무 싫었다.


마리아는 그래서 얼른 퇴원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다행히 날짜도 대충 정해졌고 나빠지지 않는다면 곧 괜찮아 질 터였다.


"후우...."


마리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른들은 한숨 쉬는 것을 매우 싫어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무거운 분위기가 싫지만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건 있는거니까.


마리아는 결국 견딜 수 없다는 듯 수액을 매단 이동식 행거를 끌고 병실 밖으로 나갔다. 허가된 시간은 그리 많지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나갔다가 들어오면 기분이 확 바뀌니까.


그녀가 입원한 병원은 꽤나 오래된 곳이다. 그래서인지 벽이나 바닥은 구식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그래도 평소 관리를 열심히 했기 때문인지 불결함은 없었다.


그저 조금 삭막한 기분이 드는 것이 조금 마리아의 취향에 맞지 않을 뿐이었다.


그렇게 많이 걷지는 못한다. 다시 곧 들어가야만 했다. 그 사실이 아쉽다는 듯 마리아는 몇 번이고 복도를 거닐었다. 의미 없는 발걸음이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마리아는 즐거웠다.


"저기...."


얼마나 걸었을까? 행거를 끌고 걷는 마리아에게 누군가 말을 건내었다. 고개를 돌렸을 때, 마리아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유리에...."


크게 싸우고 절교를 선언했던 친구가 병원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 


아이들은 언제든 쓸데없는 것으로 싸우는 법이다. 마리아와 유리에도 그렇게 싸웠다.


좋아하는 아이돌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말싸움이 되고 그게 발단이 되어 결국 절교까지 선언한 것.


하지만 세월이 지나며 감정은 사라지는 법이다. 게다가 문제가 되었던 아이돌들은 전부 문제를 일으키며 은퇴 아닌 은퇴를 하며 싸움의 이유가 어이없게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일까?


두 사람은 그때의 앙금을 잊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나쁘진 않은 관계를 다시 만들어갔다.


일단 병원의 심심한 입원 생활에서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법이다.


물론 자존심은 여전히 남아있고 그때의 앙금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런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아련함 또한 있었다.


쓸데없는 것으로 싸웠다는 허무함.


그리고 이제는 가족을 제외하면 이곳에서 믿을 사람이 없다는 것 또한 그녀들의 관계를 정상화 시켜갔다.


"병원 밥 맛없어."


마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푸념했다.


"동감. 진짜 맛없어."


유리에도 그 말에 동의했다. 무엇이든 맛있게 먹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나 맛없는 식사는 얼마나 싫은지 모른다.


그래도 다른 걸 시켜 먹을 수도 없는 상황.


그저 오늘도 맛없는 걸 억지로 먹을 뿐이다.


"진짜 언제 퇴원하나...."


유리에는 한숨을 내쉰다. 그녀는 치료가 아직 남아서 좀더 있어야 했다. 마리아보다는 훨씬 더 오래 있어야 했다.


마리아는 그 사실을 알기에 침묵했다. 함부로 말하다가 또 싸우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유리에는 마리아가 언제 퇴원하는지 대충 안다. 그러니 자랑 비슷하게 되어서 싸우면 얼마나 꼴 사나울지도 알았다.


그러니 남은 건 언제나의 푸념 뿐이다.


그런 둘을 보며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들은 농담 삼아 부부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그건 아니라고 둘은 입을 모아 부정했다.


그게 더 귀엽다는 말에는 절규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후우...."


유리에는 짜증난다는 듯 하늘만 바라보았다. 건강이 이렇게 무너질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도 못했으니까.


그건 마리아도 마찮가지였다.


갑자기 찾아온 병마 앞에 어떻게 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 그나마 큰 병이 아니라 다행이지만 자신도 유리에와 같이 더 고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갑갑해졌다.


그렇지만 그런 우울함도 잠시, 곧 다른 이야기를 나누며 둘은 우울함을 날려버렸다.


병원에 있는 동안 즐길 수 있는 몇 안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 


퇴원, 그리고 이어지는 보충 수업.


덕분에 마리아는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었다. 그래도 폰으로 계속 연락을 주고 받으며 어떻게든 유리에와의 인연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퇴원 후 첫주말을 맞이하여 마리아는 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면회는 거절되었다.


"아니 왜? 무슨 일 있어요?"


마리아는 간호사 선생님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간호사 선생님은 어두운 얼굴로 답했다.


"어제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서...."


마리아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주저앉았다. 사람들은 깜짝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마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걸 어찌 할 수 없었다.


---------- 


그후 더 이상 유리에와 연락은 되지 않았다. 병원을 찾아가도 어느 순간, 유리에는 다른 병원으로 갔다는 말만 하며 더 이상 무엇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가 죽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마리아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무사만을 빌 뿐.


하지만 연락없는 시간이 길어지면 사람은 서서히 풍화되는 기억 속에 잊어갈 뿐이다.


게다가 수험이 다가오자 더 이상 마리아는 유리에의 일을 신경 쓸 수가 없었다.


그래도 공부한 보람은 있어 그녀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도내의 대학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명문대 소리 듣는 곳이다.


거기서도 다시 1년.


마리아는 이제 완벽하게 대학 생활에 적응한 상태. 신입생들이 입학하는 시기가 되자 조금은 가슴이 뛰는 정도의 느낌은 있었다.


그렇지만 유리에는 어떨까?


마리아는 전혀 연락이 안되던 유리에를 생각하니 가슴이 무거워졌다. 차라리 죽었다면 그것대로 연락이 되면 좋을텐데 그렇지 않았다는게 더욱 슬펐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


그냥 현실로 받아들이려고 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마리아!"


"유리에?"


입학식이 끝나고 교내를 걷던 마리아는 전혀 예상 못한 목소리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사, 살아 있었어?"


놀라움에 덜덜 떨며 마리아는 유리에를 바라보았다. 전혀 변하지 않은 얼굴에 건강을 되찾은 유리에는 그녀의 반응을 재밌다는 듯 바라보았다.


"응. 갑자기 나빠져서 회복까지 시간 좀 걸렸지만. 이제 입학했어."


"유리에!"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며 마리아는 유리에의 이름을 불렀다. 그런 마리아를 안아주면서 유리에는 못내 괜찮은 척 했지만 그녀 또한 울기 시작했다.


흩날리며 떨어지는 꽃잎처럼 둘은 방울방울 눈물을 흘렸다. 기쁨, 반가움, 그리고 안도의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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