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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념글에 있는 옛날에 써놨던 거 보구가 글 보고서 써봤어

ㅇㅇ(1.219) 2020.11.15 18:56:57
조회 478 추천 16 댓글 8
														

과제하려다가 잠깐 념글 봤는데 감성에 젖어서 써봤어


기억이란 무엇일까. 


아린은 쌀쌀해져버린 시골 밤거리를 거닐며 숨을 내쉬었다. 드물게도 하얗게 피어난 숨결은 조용히 세상 속으로 숨어들었다. 단 하나의 빛조차 없는 깜깜한 밤거리는 희미해져버린 그믐달만이 은은히 비출 뿐이었다.


저 멀리 펼쳐진 지평선들은 하나 같이 제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었다. 추운 한기와 사무치는 외로움 속에서도 몸을 한 없이 웅크려 그저 버텨내고 있었다. 강렬한 빛이 쬐어도, 차가운 어둠이 덮어도 이겨내 아린의 발판이 되어주었다.


격렬히도 사랑하고 사모하는 사람들을 태양이라고, 아니면 여름이라고 했던가. 아린은 그 말의 전말을 몸소 알게 되었다. 


아린이 서있는 넓고 넓은 평야는 그저 차가웠고, 어두웠고, 혼돈만 있었을 뿐이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광경은 다른 세상으로 변하여 사무치는 외로움을 선사해주었다. 빛 하나 없을 뿐인데.


단지 그 차이일 뿐이었다. 너 하나 없을 뿐으로. 미간이 살짝 찌푸려질 정도로 밝은 하늘은 저 먼 지평선부터 짙은 장막에 덮쳐졌다. 장막은 어둠을 끌처럼 이끌고 다니며 하늘을 덧칠했다. 아른거리며 웃어주었던 작은 그늘은 이내 발자취를 숨겨버렸고, 맑고 푸르렀던 물결들은 회색빛을 띄며 조용히 차가워질 뿐이었다. 청량하고 시원했던 나무들은 이젠 짙은 잿더미를 덮고서 어둡고 짙은 장막을 안아주고 있었다.


늘 옆에 있던 것들이 변해버리고 사라져버리니 그들의 유무가 따끔거리는 살얼음이 되어 아린의 살갗에 문대 끝없는 오한을 만들어냈다. 너 하나 없을 뿐으로 은근했던 따스함은 사무치는 한기로, 끊기지 않을 것 같았던 빛의 향연은 가늠할 수 없는 칠흑으로, 소쩍새가 지저귀고 참새들이 춤을 추던 하늘은 침묵으로 뒤덮였다. 


지희의 존재를 의식하니 그 거대했던 자리는 그대로 아린의 마음을 그대로 도려낸 후 사라져버렸다. 너 하나 없을 뿐으로, 태양 하나 없을 뿐으로.


지희는 물건에 기억을 새기는 것을 좋아했다. 아린의 손목시계에 입을 맞추며 시계를 보노라면 지금 자신을 떠올리라 말했고, 옷을 선물할 때 아린이 비싸다고 거절하자 아린의 소중한 기억 한 칸을 값으로 받겠다고 했다. 지희는 거울을 앞에 두고 아린의 머리칼을 어루만져 쓰다듬어주면서도 거울을 본다면 지금이 떠오를 것이라고 귓가에 작은 말로 속삭였다. 붉어진 귀는 감출 수 없었다.


그 행동들은 정확하게 아린의 가슴을 조심히 긁어내 기억을 문신처럼 새겼다. 시계를 볼 때도 떠올랐고, 다른 옷을 보아도 떠올랐으며, 얼굴을 보아도 지희의 손길과 얼굴이 떠올랐다. 심지어 침대에 누워있어도 침대가 조곤조곤 아린에게 속삭였다. 지희랑 여기서 누워 있었잖아. 아린은 이 문신 같은 각인들을 몸을 떨 정도로 좋아했고 동시에 원망했다. 고마워서 눈물이 새벽의 이슬처럼 흘렀고, 미워서 눈물이 해일이 덮치듯이 흘렀고, 행복해서 눈물이 여름날의 장맛비처럼 흘러 내렸다.


가을날 때 낙엽이 자신의 생명을 한껏 태워 붉어지는 것처럼, 태양 빛이 생명이 다 되어 으스러져 숨 막히는 황혼을 만들어 낼 때. 아린은 스치듯이 지나간 하나의 광명이 떠올랐다. 


고마워. 라고 말하며 뒤도는 지희가 여름처럼 웃었다. 아린은 그런 지희를 보면서 가슴이 아렸다. 목구멍에서 걸려버린 말이 뜨겁게 달아올라 가슴까지 적셨고, 차갑게 온몸을 돌던 피들은 자괴감이 묻어 달아올랐다. 짙은 열기들은 얼굴로 올라와 빨갛게 눈시울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눈물을 살며시 훔치면서 고마워 라고 말하는 지희가 미우면서도 사무치도록 예뻤다. 아린은 이제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웃고 있는 지희가 그리웠다. 


일본어에서 코이(恋)라는 단어가 있다고 했던가. 뜻은 그립다, 사랑하다였었나. 그래. 네가 그리워. 사랑한다는 말조차 못하는 바보 같고 비겁한 나는 네가 그립고 그리워.


아린은 언젠가 지희에게 바보 같고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어차피 이 뇌라는 한 기관이 내리는 명령을 듣고 있을 뿐인데 의미가 있는 걸까?


무엇이 나에게 명령을 내렸고 내가 그것을 인지 못해도,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마음은 진실이야. 위선으로 점철되어버린 거짓된 세상이라도 너에게 갈게. 


아린은 바닷가의 둑이었다. 가끔씩 몰려오는 지희라는 망망한 바다에게 온몸이 찢길 정도로 부딪혔다. 떠나가도, 몰려와도 한 없이 그 자리에서 바다가 보내주는 파도만을 기약 없이 기다렸다. 비겁함과 두려움에 젖어 굳어버린 다리는 움직이지가 않았다. 한발자국 앞이 바다였는데도, 다가갈 수가 없었다. 바다는 짙고 무거운 갯벌을 한발 한발 힘들게 다가와 둑을 건드리고 다시 물러났다. 쌀쌀하고 외로운 밤일 때도, 찬란하고 따스한 낮일 때도 바다는 제 온기를 머금은 채 다가왔다. 하지만 바다도 지칠 때가 있었다.


무거운 둑은 망망한 바다를 잃어버리고, 작은 인간은 뜨거운 태양을 잃어버렸다. 


나에게 기억을 새긴 너, 태양, 바다, 자연 같은 나의 지희. 


지희는 레드 오렌지나 애쉬 브라운 위주로 염색을 했었다. 아린은 그런 옅게 붉은 물결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참으로 푸르다 였다. 사람들에게 푸른색을 물어보면 어떤 사람들은 봄날의 제 생명을 피워 흙을 박차 올라오는 새싹과도 같은 색을 떠올렸고, 어떤 사람들은 망망하고 넓어 끝이 안 보이는 바다 같은 색을 떠올렸다. 누구는 찬란하고 밝은 하늘을 떠올렸을지도 몰랐다. 푸른색은 자연의 색을 나타내는 맑고 선명한 색을 의미했다. 새싹도, 바다도, 하늘같은 색은 모두 맞았다. 사람의 심상을 나타내주는 몇 개 안되는 오묘하고 아름다운 단어였다.


아린은 황혼과도 같은 지희를 보면서 푸르다고 생각했다. 그 어느 것에 견주어도 맑고 선명했던 지희. 지금 당장 눈앞에서 그 붉은 색을 볼 수 없었지만 태양이었던 지희, 바다이었던 지희는 참으로 푸르렀다. 이 때 아니면 무엇에 쓰는 단어일까. 


너는 참 푸르러. 이 한 단어를 전하면 지희는 의미를 깨달을까. 


오래 머물러 주어서 고마워, 함께 했던 모든 날들이 좋았어. 


너만이 나의 기억이야.


네가 사무치도록 그립고 미치도록 사랑스러워, 넌 나의 태양이자 바다야.


너는 참 푸른 사람이야. 


이 말들이 뭐라고 그렇게 어려웠을까. 


당장 코트 주머니에 있는 작은 물건 하나를 몇 번 눌러 말만 하면 되는데. 


이게 뭐라고 그렇게 어려웠을까.  


태양 하나 없다고 어둠 속에서 벌벌 떠는 내가, 매일 밤 침대에서 너를 생각하며 우는 내가, 비겁해서 사랑한다고 말도 못하는 내가, 네가 바다처럼 와도 멍청하게 서있었던 내가, 푸른색을 말도 못하는 내가 다시 한 번 기회가 있다면. 


내가 너에게 자연이 되겠다고 맹세한다면 나를 받아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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