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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무제-157

1234(39.113) 2020.11.21 19:11:15
조회 114 추천 10 댓글 1
														

도망치고 싶다.


그것은 누구라도 현실에 질식할 것 같다면 생각할 답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란은 여전히 등교했다.


아무리 싫은 현실이라도 끝은 오기 마련이다. 졸업하면 이제 모든 것은 끝.


어차피 며칠 남지도 않았다. 빌어먹을 선생들과 사람 같지 않은 동급생 얼굴 보는 것도 졸업하면 끝이니까.


그 다음에는 이 지옥같은 곳을 떠날 생각이었다.


란은 그렇기에 이를 악물며 교실로 들어갔다. 다행히 이제 교실에는 오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다.


하도 치고 박고 싸웠던지라 그녀에게 말을 거는 사람도 없었다. 실제로 사람을 패서 유급까지 받은 란에게 이제는 더 이상 장난 치는 사람도 없었다.


괜히 그녀에게 시비 걸었다가 크게 다친 아이도 있는데 그냥 없는 사람 취급하지 이제 더 이상 불편하게 하진 않았다.


란은 그렇기에 아무런 말도 없이 자신의 자리에 별 것 없는지 확인 후 앉았다.


고독.


학교에서 그녀는 완전히 누구도 건드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건드리지 않으면 물지도 않는다.


최소한의 말 이외에 어떤 것도 없다.


그렇기에 학교는 조용했다. 어차피 이제 곧 졸업이라 수업도 아니었다. 단지 일수는 채우고 졸업장은 받아야 하니 란은 조용히 있을 뿐이다.


남은 날은 이제 5일이다.


----------- 


수업이 끝나고 이제 집으로 가려고 했다. 란은 어차피 외톨이라 누구도 감히 다가오려 하지 않는다.


"저, 저기...."


이런 때에 란에게 말을 거는 건 둘 중 하나다. 인생이 심심하거나, 혹은 미쳤거나.


하지만 그 이외의 경우도 있었다. 바로 옆집에 사는 리카였다.


"아 리카짱?"


란은 그녀답지 않은 미소를 지었다. 옆집에 사는 리카는 그나마 학교에서 이야기를 하는 상대였다.


아니 정확히는 어쩌다 얼굴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해도 별 탈 없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란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괴롭힘을 당할 수도 있지만 리카의 부모는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들인지라 겁쟁이들은 괜한 짓은 하지 않았다.


따로 리카를 찾아가진 않지만 어쩌다 얼굴을 보면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관계란 매우 귀한 것이다.


"이제 들어가요?"


"응. 왜?"


평소에는 란도 이런 저런 이유로 리카에게 학교에서는 말을 걸지 말라고 했지만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는 듯 리카는 말을 건 모양이다.


"아.... 엄마가 부탁한게 있어서. 이거 좀...."


리카의 어머니는 란도 자주 신세를 지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란은 어떤 말도 없이 리카의 메모를 받았다.


"응 알았어. 나중에 보자."


"네!"


란은 그렇게 말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리카는 아직 일이 남아 바로 돌아올 수 없었기에 학교에 남았다.


그렇게 끝나면 다행일 터였다.


"리카!"


아무래도 집에 오지 않아 다시 학교로 돌아간 란은 리카가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무슨 일인지 짐작한 란은 리카가 말리지 않았다면 진작에 학교를 불태웠을 지도 모를 정도로 분노했다.


이제와서 이런 짓이라니 학교를 졸업한다고 자신이 가만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란은 저주를 감추지 않았다.


모든 것을 다 파괴하고 싶었다.


---------- 


졸업까지 4일.


하지만 학교의 분위기는 아주 싸했다. 란도 란이지만 리카의 부모가 직접 학교에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리카 본인이야 이렇게 되는 걸 별로 원하지 않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란은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누구든 걸리면 죽인다는 살의를 감추려고도 하지 않았다.


덕분에 졸업 며칠 남기고 학교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괜한 짓을 한 애들은 선생에게 털리는 것으로 모자라 같은 반 아이들의 원망까지 듣고 있었다.


란이 움직이지 않은게 정말 다행이라 할 정도였다.


허나 덕분에 리카는 더 이상 학교에 있을 수 없을 것이란 결론도 나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더 다닐 수 없을 터였기 때문이었다.


"미안 리카...."


란은 사과했다. 리카에게 몇번이고 사과했다.


자신에게 향한 폭력은 참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리카를 향해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리카는 그녀를 원망하지 않았다. 리카의 부모도 란을 원망하지 않았다.


란이 고생하는 것을 봐온 가족 같은 사람들이었기에 그런 것일지 몰랐다. 그렇지만 란은 미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


몇 번이고 사과했다.


몇 번이고 울었다.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감정 속에서 란은 그렇게 울면서 밤을 지냈다.


------------ 


졸업까지 3일.


란은 오늘도 등교했다. 대신 어떤 말도 없었다. 학생들도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없는 사람 취급하고 거기에 불만을 표하지도 않았다. 대신 살의는 감추지 않는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리카는 곧 전학을 갈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잘 지내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었다.


란은 조용히 바라만 볼 뿐이었다.


최소한 학교에서는 어떤 일도 없기만을 바라면서.


다행히 학교에서는 별 일 없었다. 그렇지만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란은 학교 근처에서 기다렸다.


그리고는 아무런 말 없이 리카가 돌아가는 것을 뒤에서 지켜보았다. 그렇게 하루는 또 지나갔다.


---------- 


남은 것은 2일.


하지만 란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몰랐으니까.


그렇기에 란은 한숨만 내쉬었다.


전학은 곧 이뤄질 것이다. 그 전까지는 언제 무슨 일이 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긴장을 풀 수 없었다.


그냥 자신에게 직접 칼을 휘두르던가 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리카를 건드리다니.


분노는 여전했다.


그렇지만 만에 하나 자신이 선을 넘기면 리카에게 문제가 생길까봐 란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언제까지 있을 수 있을까?


자신은 알지 못했다. 그래도 같이 식사하며 리카는 웃어줄 뿐이었다. 자신 때문에 전학까지 가게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리카는 란의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무슨 더러운 일이라도 하겠다고, 심지어 이 도시를 떠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고 란은 생각했다.


그것은 어떤 의미로 충성심과 다르지 않았다.


---------- 


졸업까지 남은 건 1일.


리카는 별 일 없이 학교 생활을 했다. 하지만 란은 좌불안석이었다. 만에 하나 누가 리카를 건드리면 어떻게 하는가 그것만을 생각하면서 그녀는 이를 악물고 있었다.


단지 조용히 있는 것은 자신 때문에 리카가 상처 입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란을 바라보며 리카는 미소 짓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몰랐다.


-----------


졸업식.


누구에게도 축복받지 못한 졸업식은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그리고 란은 조용히 집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허나 그렇게 학교에서 사고를 쳤는데도 불구하고 또 누군가가 리카를 건드렸다.


이번에는 남자도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란은 어떤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는 듯 달려갔다. 그리고는 싸웠다.


리카를 지키기 위해서.


그것 이외에 어떤 것도 자신에게 의미는 없었다. 자신은 오직 리카만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처럼 란은 날뛰었다.


"미안해.... 나 때문에.... 괜찮아?"


모든 게 끝나고 란은 리카를 끌어 안고 울었다. 그런 란을 리카는 부드럽게 쓰다듬어 줄 뿐이었다.


"고마워요. 란 언니.... 항상 날 지켜줘서...."


리카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지었다. 란은 볼 수 없는 미소였다.


---------- 


"란 언니. 부탁해요."


"응."


그날 이후 란은 리카의 보디가드를 자처했다. 그리고 리카의 부모는 당연하다는 듯 란을 받아들였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이상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란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죄책감, 그리고 애정. 두가지 속에서 란은 리카만 바라보니 말이다.


리카는 자신의 부탁을 항상 들어주는 란을 바라보며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마치 원하는 것을 겨우 손에 얻었다는 표정이었다.


"내꺼에요. 언니. 모든 건 다 내가 한 건데 모를거에요."


리카는 창가에서 그녀의 부탁으로 어딘가로 향하는 란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인생은 리카에 의해 엉망이 되었다는 걸 란은 모르겠지. 그렇지만 그렇기에 이렇게 자신에 가까워졌다.


어차피 자신은 아주 크게 무엇을 한 건 아니었다. 아주 조금의 거짓. 그것만으로 충분했으니까. 나머지는 바보들이 알아서 한 것이다.


자신을 덮친 것들은 정말 별 것 아닌 소문에 편승한 바보였다. 그녀의 부모가 무엇을 하는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이제 영원히 둘은 함께 일 것이다. 진실을 알더라도 말이다. 리카는 그렇게 생각하며 란의 뒷모습을 끈적한 시선으로 언제까지고 바라보았다.





---------


오늘은 좀 두서 없이 써진 기분... 뭔가 정리가 안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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