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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한 쪽이 진짜 아무 생각 없는 거 보고 싶다3

legaldru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22 01:44:34
조회 358 추천 16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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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644853


=======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부터 확인했다. 이번엔 연아 언니에게 술김에 톡을 보내진 않은 걸 깨닫고 안심했다.


 "하아......"


 4일 전에 같이 술 마시고 집에 돌아와서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언니 나 아까 못 한 말이 있는데'까지 쳐서 톡을 보냈다. 다행히 전송을 누르자마자 정신이 들어 바로 읽기 전에 삭제했지만.


 '고백해서 어쩌자고......'


 그날 술자리에서 나눴던 대화를 생각하면 고백해도 연아 언니는 남친한테 차이고 제정신이 아니라서 그런다고 생각할 게 뻔했다. 차라리 내 마음을 좀 더 일찍 인정했다면 쉬웠을까? 전남친 그 자식의 고백을 거절했더라면, 하다못해 2년간 질질 끌지 않고 내가 먼저 찼더라면, 언니는 진심이라고 믿어줬을까?


 '아니, 진심이라고 믿는다 해도.....'


 - 뭐, 친구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 없고, 앞으로도 친구로 지냈으면 좋겠다?


 어제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그래, 정확히 이런 대답을 들었겠지. 그리고 연아 언니가 예전에 고백받았던 사람한테 했던 것처럼 딱히 피하지도, 특별히 신경 쓰지도 않고 친한 후배로만 계속 대하겠지. 인간관계에 신경 쓰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주의니까.


 언제 고백했든 거절당했을 거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겉돌기만 했던 시간을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여자라서 그 자식이 나랑 언니가 만나는 건 싫어하면서도 막진 않았다는 것 정도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누워있는데 폰이 울렸다.


 [내일 약속 말인데 5시까지 가면 돼?]


 언니로부터 온 톡이었다.


 '약속? 어제 술 마시면서 그런 얘기를 했었나?'


 필름이 아예 끊겼던 건 아니지만 무슨 얘기를 했는지 다 기억나는 건 아니었다.


 [무슨 약속?]


 [?]


 [미안 나 어제 무슨 약속 했는지 기억 안 나는데...]


 [나는연애멍청이입니다를 외치며 학교 운동장 돌기로 했었음]


 '무슨 약속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만큼은 알겠다.....'


 쿡쿡 웃으며 장난치지 말고 알려달라고 답장을 보냈다. 이전에도 가끔 내 자취방에서 같이 요리해 먹었는데 이제 남친도 없으니 오랜만에 같이 저녁해 먹기로 약속했다는 답장을 보고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아, 진짜 어제 무슨 근자감이었던 거야.....'


 갑자기 달라붙는 티를 내고 싶지 않았는데 망한 건가 싶었지만 이제와서 술김에 그랬다고 무르는 게 더 이상했다. 잠시 뜸 들이다가 결국 내일 5시에 보자는 톡을 보내고 화면을 껐다. 그래도 이 정도면 제일 친한 선후배 사이로 보일 수 있는 안전권이라고 생각하다가 적반하장이지만 어차피 언니는 아무 생각 없을 건데 나만 이러고 있는 게 조금 화가 나서 다시 잠들지 못하고 일어났다. 안절부절 못했다가 화냈다가...... 정말 연애 멍청이가 맞는 것 같다.


~~~~~~~~


 "술은 왜 사온 거야?"


 "요리에 쓸 거지 너 먹이려고 가져온 거 아니거든, 이 술쟁아."


 약속한 걸 기억 못 하길래 싫은데 억지로 승낙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다행히 수진은 그런 기색은 없어 보였다. 솔직히 다시 생각해보니 어제 '남친도 없는데 잘됐네, 놀러 가도 되냐'는 식으로 물어본 것 같아서 조금 찜찜했는데 다행이었다.


 '아니, 내가 이걸 왜 신경 쓰는 거야. 그러게 누가 그런 이상한 애랑 사귀래.'


 "그래서 뭐 만들 거야?"


 "끈적하고 짜고 느으끼한 거."


 "......"


 "......치즈 퐁듀요."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보는 수진의 표정에 순순히 사실대로 대답했다. 잠을 잘 못 잤는지 눈가가 거뭇한데 저런 표정까지 지으니 더 이상했다.


 "요즘 잘 못 잤어?"


 "아, 조금......"


 "내가 만들 테니 넌 누워 있든가."


 "아니, 재료 다 사와줬는데 그러면....."


 "장소 제공해 줬잖아. 아, 설거지는 니가 해라."


 그럼 고맙다고 말하며 수진은 매트리스에 누웠다. 요리하는 동안 뒤쪽에서 가끔 시선이 느껴졌지만 사고 치진 않는지 걱정돼서 그런가보다 싶어서 별 말하지 않았다.


 "오, 맛있어."


 "다행이네."


 그렇게 말하며 요리하고 남은 술을 잔에 따랐다. 수진은 잔을 받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난 무시하고 잔에 따른 술을 마셨다.


 "아, 언니!"


 "너 먹이려고 가져온 거 아니라니까?"


 "그러면 언니 잔 내가 뺏어서 따라 마실 거야."


 "그럼 난 병나발 불 거다."


 "아, 진짜, 하하."


 결국 수진이도 술을 조금 마시며 즐겁게 식사했다.


 쿵.


 "어? 미안, 실수."


 조금 취기가 오르네라고 생각하던 차에 수진이 잔을 탁자에 세게 내려놓았다. 평소보다 그렇게 많이 마시지도 않았는데 왜 저러지 생각하다가 술 향 많이 나길 바라며 와인에 위스키까지 정량 생각 안 하고 때려 넣어 만들었던 게 떠올랐다.


 '아, 내가 약불로 계에속 끓일 것도 아닌데 너무 많이 넣었구나.'


 내 실수긴 한데 치즈 먹다가 취해서 저러는 걸 보니 솔직히.....


 "하하하, 진짜 폭력성을 감추질 못하네, 윽."


 웃겼다. 물론 바로 응징의 주먹이 한쪽 팔로 날아왔지만.


 "아, 피곤해서 그렇다고. 언니, 진짜 나 마음에 안 들죠?"


 "뭐래. 하하."


 "언니이."


 "왜."


 "언니는 나한테 궁금한 거 없어?"


 "있어야 해?"


 "헤헤. 아니, 전에 고백받은 적 있다고 얘기했을 때 괜히 얘기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됐어, 내 실수고 니가 어디 가서 떠벌릴 애도 아니고."


 "그래도 화 안 낼테니까 궁금한 거 하나 물어봐도 되는데."


 '무슨 뜬금없이 진실게임 분위기야. MT도 아니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수진을 쳐다봤지만 실실 웃기만 했다. 딱히 확인할 생각은 없었지만 화 안 낼거라고 했으니 지금 아니면 놀릴 수 없는 질문이나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너 전남친이랑 잔 적 있지?"


 "큽! 갑자기 그 얘기는 왜....."


 "그럴 줄 알았어."


 어깨를 으쓱하며 술을 한 잔 더 따랐다. 잔이 비어있으면 잔을 가져가서 내 머리를 내려칠까 봐.


 "어떻게 알았어?"


 "아, 쟤들은 왜 안 헤어지고 아직까지도 사귀고 있을까 싶으면 잔 적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성급한 일반화 아냐?"


 "성급한 일반화는 맞지만 적어도 니 케이스는 해당할 거라 생각했지."


 "그래서, 음란마귀라고 놀릴 거야?"


 "아니, 성인인데 야동을 보든 실습을 하든 내 알 바 아니지."


 "그럼?"


 "단지 그런 애랑 사귈 거면 차라리 자위를 하라고 말할....."


 "아, 언니!"


 "윽!"


 아, 자위라니 미쳤나. 나도 취했는지 뇌에서 필터링이 안 되네.


 그래도 얼굴이 빨개져서 씩씩거리는 모습도 귀여워서 맞은 팔을 문지르며 씨익 웃었다.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


 "응."


 "아, 놀리지만 말고 동아리 직속 후배면 좀 친절하게 대해 봐요, 다른 선배들처러엄."


 말이 늘어지기 시작하는 게 귀여워서 이걸 어떻게 더 놀리지 생각하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럼 귀여운 척해 봐."


 "어?"


 "귀여운 척해 봐, 그러면 치인절하게 대해줄 게."


 내 말을 들은 수진은 놀림당하는 게 싫었는지 얼굴이 아까보다 더 빨개졌다.


 "그만 놀려어."


 "아니, 귀여운 척 딱 한 번만 해보라니까, 그러면 좋게 봐준다고."


 "성희롱하지 좀 마요!"


 "아니, 같은 여자끼리 무슨 성희롱이야?"


 "아, 언니 존나 레즈 같아!"


 "뭐, 인마?"


 대체 어떻게 생각하면 후배한테 귀여운 척해 보라고 한 게 레즈비언 같다는 거로 이어지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자취방 밖으로 쫓겨나 있었다.


 "아, 내가 뭘 잘못했다고?"


 황당했지만 나보다 더 취한 애한테 따져봤자 뭐하겠냐는 생각이 들어 기숙사로 돌아왔다. 다음에 놀러갈 땐 술은 적당히 사가고, 술이 들어가는 요리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잠에 들었다.


=======


분별증류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혼합물의 끓는점 오름+완전히 날아가려면 시간이 걸림

여아쟝들은 술 넣고 요리할 때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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