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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돈 안 갚는 거로 회로 돌렸던 거(2)

00(125.138) 2020.11.23 14: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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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편: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650358&_rk=urT&page=1


 내가 그렇게 고민하는 동안 너에 대한 안 좋은 소문들이 퍼지기 시작했다는 걸 알았다. 오늘 학교에 갔더니, 온통 너에 대한 수근거림으로 학교가 시끄러웠다. 너는 더 이상 예전과 같이 웃지 않았다. 수업 시간엔 늘 졸았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도 않았다. 지금도 힘없이 가방을 싸고 있는 네가 눈에 들어오자, 너 만큼은 아니겠지만 나도 속이 타들어갔다.

 “너 저번에 걔한테 욕하던데, 너도 걔한테 돈 빌려줌? 쟤 요새 소문 안 좋더라. 집 망해가지고 맨날 빛쟁이들 집에 온다는 말도 있고. 저번에 휴일에 어떤 아저씨랑...”

, 눈이 마주쳤다. 네가 후다닥 교실을 나간다. 들었으려나. 이대로는 또 오해가 쌓여버릴 텐데.

 “, 닥쳐. 근거 없는 소문 퍼뜨리지 말고.”

 “아니, 내가 퍼뜨린 것도 아닌..., !”

 더 들어 볼 것도 없다. 근거 없는 헛소문들. 바로 교실을 튀어나가 널 뒤쫓았다. 내가 달려오는 걸 발견한 너도 화들짝 놀라 뛰기 시작했다. 그런 비틀거리는 몸으론 금방 나에게 따라 잡혔지만.

 “...”

 “, 미안! 나 아직 알바비가 안 들어와서. 다음 주에 돈 들어 올 때, .. 한 번에 다는 못 갚지만 계속 조금씩 해서 꼭 갚을게. 다른 애들한테도 조금씩 갚아야 돼서..진짜, 진짜 미안해...”

 붙잡은 팔이 덜덜 떨린다. 내가 사과하려고 잡은 거였는데, 사과 받아버렸다. 너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가 그런 말을 했는데, 너는 나한테 화도 안 나는 걸까. 너를 다그치려는 말이 목까지 차오르는 걸 누르고 다른 말을 했다.

 “...밥은 먹고 다니냐?”

 “..?”

 이제 너는 눈에 띌 정도로 말라 있었다. 내가 조금만 더 힘을 쥐면 붙잡은 팔이 부러 질 것 같았다. 굶고 다니기라도 하는 걸까. 설마 나한테 마지막 남은 생활비까지 다 준 게 아닐까.

 “됐고. 오늘 우리 집 와.”

 “나 오늘 알바 면접이 있어서..”

 “괜찮으니까 와. 내가 알바 구해줄게.”

 너는 나를 순순히 따라왔다. 내가 뱉은 말이지만 솔직히 좀 막무가내라고 생각했는데, 너는 내 말을 믿어주는 눈치였다. 내가 너한테 그렇게 심한 말을 했는데도 넌 나를 믿어주는구나. 토할 것 같은 자기혐오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우리 집 식당해.”

 네가 놀란 눈으로 날 쳐다본다. 그야 아무한테도 말한 적 없으니까. 너 아니면 말하고 싶은 사람도 없고. 너의 시선을 피하며 문을 열었더니, 엄마가 저녁 오픈을 준비하고 있었다.

 “엄마, 우리 집 알바 구한댔지? 얘로 해. 얘 일 잘해.”

 “? 갑자기? 아니, 상관은 없긴 한데, 너 걔 억지로 데려 온 거 아니야?”

 “, 뭐래. 아니야.”

 “너 친구 없잖아.”

 “...있거든.”

 푸하 하고 뒤에서 들리는 웃는 소리. 뒤를 돌아보니 네가 웃고 있었다. 이 대화의 어디가 웃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너의 웃는 얼굴이 너무 오랜만이라 반가웠다. 내가 조용히 응시하고 있다는 걸 알았는지, 다시 흠칫 놀라는 널 가게 안 쪽 방으로 데려 갔다.

 “미안해.”

 좀 더 바로 사과했어야하는데. 이 한마디를 그렇게 오래 고민한 내가 너무 싫었다. 너한테 제멋대로 서운함을 느낀 나한테 화가 난걸 너한테 쏘아붙여서 미안하다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너에게 그런 말을 해버려서 정말 잘못했다고. 고개를 잔뜩 숙이고 있는데, 또 네가 우는 소리에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항상 웃고 있는 모습만 봐왔어서, 네가 이렇게 눈물이 많은지 몰랐다. 허둥지둥 대다가 너를 끌어안는다. 살짝 몸을 움츠리더니, 고개를 파묻고 우는 네 목소리가 내 마음을 찔러댔다.

 이것저것 돈이 모자라 장례식이 끝나면 갚을 생각으로 애들한테 돈을 빌렸는데, 부조금은 친척들이 엄마에게 빌려줬던 돈이라며 다 가져가버렸고, 친척들은 다 너를 거부해 엄마와 둘이 살던 너는 혼자 집에 남게 되었다고 했다. 아마 계속 이런 저런 알바를 하며 친구들에게 빌린 돈과 생활비를 충당하려 했겠지. 그것도 모르고 난..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다른 애들한테는 얼마정도 빌렸는데?”

 이제와서 내가 뱉은 말을 후회해봤자 늦었다.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도와야지. 너는 조금 망설이더니 수첩을 보여줬다.

 “x..?”

 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못 갚을 돈을 아니지만 이런저런 생활비를 혼자 벌면서 한 번에 갚기엔 힘들 것 같은 금액.

 “잠깐 여기 있어봐.”

 의아해 하는 너를 뒤로하고 근처 은행에서 돈을 뽑아왔다. 그 동안 모아뒀던 용돈. 원래는 올해 말에 혼자 여행이나 다녀오려고 했던 돈이지만, 이젠 아무래도 좋다.

 “수첩 다시 줘.”

 “, , 잠깐..!”

 찌이익. 수첩에 적힌 명단들을 찢어 냈다. 돈 봉투에 명단을 담아 너에게 건네준다. 네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 이제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수첩에 내 이름 세 글자와 금액을 적는다.

 “, 이젠 나한테만 갚으면 돼.”

 수첩을 다시 전해주며 기간은 상관없으니까 천천히 갚으라는 말도 덧붙인다.

 “...왜 나한테 그렇게까지 해주는데?”

 “네 사정도 제대로 모르고 그런 말한 게 미안해서.”

 ‘너도 나한테 그렇게 했잖아.’라는 말은 삼킨다. 역시 그건 좀 부끄럽지. 그리고 조금, 아주 조금은 네가 웃는 얼굴을 다시 보고 싶기도 하고. 아니, 물론, 정말 아주 조금뿐이다.

 “...나 이자 같은 것도 못주는데.”

 “내가 사채업자냐고... 안 받아.”

 “그럼 내가 너무 미안한데.”

 답답해서 나도 모르게 험한 말이 나올뻔한 걸 꾹 참는다. 앞으로는 진짜 욕 좀 줄여야지. 너는 일주일에 한 번씩 나에게 조금씩 돈을 갚기로 했다. 내가 그럴 필요 없다고 했는데도 너를 이길 수가 없어서 포기했다. 이상한 부분에서 완고하네. 옆 반 반장한테도 저런 식으로 우겨서 소지품 검사를 하게 했을까. 지금처럼 잔뜩 우겨서 옆 반 애들을 곤란하게 했을 너를 생각하니까 조금 웃음이 나왔다.

 같이 저녁을 먹으며 조정한 알바 스케쥴은 평일 저녁 타임. 앞으로 학교가 끝나고 가게로 오면 너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조금 들떴다.

 

 “왜 나한테 너희 어머니일 말 안 해줬어?”

 너를 데려다 주는 길, 문득 너에 대한 서운함이 생각나 물었다.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 궁금했다.

 “...미안해서. 너한테 돈도 빌리고 갑자기 엄마가 그렇게 됐는데, 계속 돈 갚으려고 알바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가버려서.. 또 이상한 소문도 도는데 네가 나한테 실망할까봐 무섭기도 하고.. , 역시 이자도 갚을래.”

 너한테 부담을 주고 싶었던 게 아닌데. 인터넷을 켜 금리를 검색해 보고 있는 널 보니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그럼 이자 말고 소원이나 들어줘. 매주 하나씩 이자 대신 돈 갚을 때 들어주면 되겠네.”

 소원은 무슨, 어처구니가 없네. 하지만 그대로 뒀다간 매주 금리 계산기를 들이미는 널 보게 될 것 같아서 무서웠다. 잠깐 생각하더니 알겠다고 대답하는 너. 그게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할 말인가 싶지만, 너답다면 너답다.

 “그럼 이번주 소원은?”

 “.”

 그러고 보니 이번 주에 돈 갚았구나. 날 빤히 바라보는 너의 시선이 느껴진다. 왜 네가 기대하는 눈으로 보는 건데. 적당히 내 소원 같고, 어렵지 않으면서도 네가 납득할 만한 게...

 “앞으로 나한테 돈 갚을 때 미안하다는 말 말고 고맙다는 말로 하기.”

 그게 뭐냐고 말하는 듯한 눈. 이건 좀 무리수였나. 허둥지둥 말을 덧붙인다.

 “그냥 친구끼리 도와주는 거니까 미안해하지 말라고. 딱히 네 잘못으로 일어난 일도 아니잖아.”

 갑자기 네가 걸음을 멈추고 섰다. 눈물이 소리 없이 뺨을 타고 흐른다.

 “, 어어 또 왜 우는데..!”

 “미안...”

 또 사과. 넌 나에게 뭐가 그렇게 미안한 걸까. 그냥 편하게 생각했음 좋겠는데. 아까처럼 널 안아줬지만, 이번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저녁이라 좀 쌀쌀했는데, 내 품안에 안긴 네가 너무 따듯해서 놓아주고 싶지 않아졌다. 네가 그렇게 서럽게 우는 데 이런 생각이나 하는 내가 너무 못된 걸까.

 고개를 살짝 숙이고 머리를 넘겨 정리해줬다. 그리곤 눈을 감고 여전히 훌쩍이는 너의 입에 입 맞췄다. 잠깐이었지만 부드럽고 조금 짠 맛이 났다. 네가 빨개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올려다본다.

 “이제 안 우네.”

 갈 곳을 잃은 네 손을 내려주고, 내 소매를 들어 남은 눈물 자국을 닦아내줬다. 창피한지 뺨도 조금 붉히고 당황하는 네가 귀엽게 느껴져서, 하마터면 한 번 더 같은 짓을 할 뻔했다. 장난으로 얼버무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지.

 “, 뭐냐.. 깜짝 놀라게 하면 그칠까 해서. ,어때 성공적이었지?”

 내가 급하게 수습하며 어설프게 웃자, ‘그게 뭐야하고 안심하며 따라 웃는 너. 보고 싶었던 얼굴이지만 가슴 한 편이 욱신거린다. 너를 배웅해주고 돌아오는 길, 제멋대로 뛰는 심장소리가 당황스러웠다. 내가 왜? 너를? 언제부터? 그런 짓을 하다니, 나답지 않아.

 내 스스로의 행동에 너만큼이나 나도 깜짝 놀랐다. 답지 않은 감성적인 말부터 시작해서 오늘의 난 정말 이상했다. 네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또 네가 떠오른다. 고개를 휘젓고 달리기 시작했다. 차가운 바람이 스치며 품안에서의 따듯함을 되새기게 된다. 빠르게, 더 빠르게, 두근거림이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3)쓰고 있는데 (4)로 끝내는 게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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