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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하나메르 - 연성도우미 단편 2

검은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10.10 01:49:13
조회 1558 추천 34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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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메르하나 의 연성 문장.
끝이 어찌 됐든 간에 마음을 내어준 상대였으니까, 문득문득이나마 생각나는 거겠죠.
https://kr.shindanmaker.com/679163




'피우지 않을거면 담배 좀 꺼줄래?'
'그러죠.'

하나는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기다란 머리를 높게 묶어 올린 여성은 하나의 옆자리에 앉아 마티니를 주문하고서 나른한 시선을 보내왔다.

'혼자?'
'네. 그쪽도요?'
'글쎄. 어떨까.'
'…혹시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사람을 기다리거나 하는 거예요?'
'네 이야기니?'
'아니요.'
'네 이야기 같은데.'
'아니에요.'

하나는 고집스레 말하고서 마가리타를 홀짝였다.
쭉 뻗은 다리를 꼬고 앉은 옆자리 여성은 어림잡아 30대 초반으로 보였다. 어쩌면 그보다 더 나이를 먹었을 수도 있었다. 평소라면 모르는 사람에는 잘 대화를 하지 않는 하나였지만, 몇 잔의 칵테일을 마셔서 취기가 오른터라 생각도 하기 전에 입이 열렸다.

'혹시 애인 있어요?'
'비슷한 건 있지.'
'몇 살 차이에요?'
'7살.'
'연하?'
'그래. 넌?'
'지금은 솔로고, 한때 사귀던 사람이 18살 연상이었어요.'
'흐음, 꽤 차이나네.'
'그래도 얼굴이 완전 동안이라 겉보기엔 저랑 별 차이 안 났어요. …나이 물어봐도 돼요?'

여성은 피식 웃고는 손가락 네개를 펴 보았다. 네 살은 아닐 테니 그렇다면 마흔이라는 뜻이었다. 이쪽도 심상치 않은 동안이네. 머릿속에 자연스레 떠오르는 얼굴을 곱씹으며 술잔을 비워냈다. 다시 마가리타를 주문하는데 여성이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이 담배를 피웠나보지?'
'어떻게 알았어요?'
'아련한 눈으로 피우지도 않는 담배를 계속 들고만 있었잖니.'
'아련까지야……. 그냥 생각하고 있었어요. 나한텐 몸에 나쁘다면서 담배 못 피우게 했으면서 정작 본인은 종종 피우곤 했거든요.'

다정한 눈빛으로 염려의 말을 입에 담을 때면 하나는 속절없이 그 말을 따르게 됐다. 그 말을 들은 뒤로 7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술은 마실지언정 담배는 단 한번도 입에 댄 적이 없었다. 버림받은 주제에 말 한번 잘 듣는다고 자조하며 술잔을 비웠다.

'꽤나 좋아했던 모양이네.'
'네, 뭐. 첫사랑이었으니까요.'
'뭐든 간에 처음이란 건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법이지.'
'그렇죠. 처음으로 거절도 당해보고, 바람도 맞아보고. 연속 세 번 바람 맞았을 땐 헤어질까 심각하게 고민도 했었어요.'
'시간 관념이 없는 상대였나봐?'
'아뇨, 그건 아니에요. 단지 그 사람이 유능한 의사여서 많이 바빴거든요. 데이트 약속을 잡을 때마다 번번이 긴급콜이 울려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거예요. 어릴 땐 그걸 이해 못해서 화도 내고 그랬었는데… 후회가 되네요.'

그렇게 말하며 휴대폰 시계를 확인했다. 11시 2분. 10시가 되기 전에는 그렇게도 느리게 가던 시간이, 10시가 넘어서자마자 화살처럼 빠르게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하나는 지포라이터를 꺼내 왼손으로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여성이 물었다.

'담배도 안 피우면서 웬 지포라이터?'
'헤어지기 며칠 전에 그 사람이 준 거예요. 금연해보겠다면서요.'
'낭만적이네. 과연 성공했을까?'
'글쎄요, 스트레스가 워낙 많은 직업이라. 7년 동안이나 금연하는 건 힘든 일 같아요.'
'7년 전에 헤어지면서 다시 만나기로 한 모양이지?'
'…네.'
'보기완 달리 순정파인가보네.'
'딱히 그런 건 아니에요. 그 사람만 보면서 시간을 보낸 건 아니거든요. 이런저런 사람들과 만나도 보고 사귀어도 보고… 뭐, 다들 얼마 못 갔지만요.'
'첫사랑 때문에?'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그 영향이 컸어요. 끝이 어찌 되든 간에 마음을 내어준 상대였으니까, 문득문득 생각이 나곤 했거든요.'
'차인 모양이네.'
'…네, 차였어요.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요.'

그 때의 기억이 떠올라서 가슴이 지끈거렸다. 다정하지만 슬픈 눈빛으로 제 뺨을 쓰다듬으며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만나자고 했던 그 얼굴이 지난 세월 동안 잊혀지지가 않았다. 차라리 그런 말을 하지 않았으면 잊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때는 핑계라고 생각했어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난 이미 성인이었거든요.'
'지금은?'
'지금은 어느 정도는 이해해요. 사회적인 지위가 있는 사람이었으니 여러모로 신경이 많이 쓰였겠죠. 하지만 나였다면 헤어지잔 말은 하지 않았을 거예요.'

한탄하듯 말하고 하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했으나 곧 그 벨소리가 제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가 아님을 알았다. 어깨에 힘이 절로 빠지는 동안, 여성은 짧은 통화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바텐더에게 마가리타를 한 잔 주문했다.

'말상대 해준 값이야.'
'축하해요. 애인이 온 거죠?'
'그래. 이런 날에 지각을 하다니, 배짱도 좋지.'
'그래도 오긴 왔잖아요. …메리 크리스마스. 좋은 연말 보내요.'
'메리 크리스마스. 너도 기다리는 사람이 오길 바라.'
'고마워요.'

아마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하나는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무료하게 술잔을 비워내는 동안 날짜가 바뀌었다. 하나는 길게 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7년이라는 몹시도 긴 시간 동안 제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약속이 물거품처럼 녹아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두툼한 스카프를 집어들고 계산을 치른 뒤 밖으로 나왔다. 하얀 눈송이가 휘날리는 거리에는 팔짱을 낀 연인들이 꼭 붙어서 오가고 있었다. 망연한 눈으로 그것을 지켜보던 하나는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발길을 옮겼다. 오늘따라 유난히 추운 것 같았다.

땅만 바라보고 걷던 하나는 몇 걸음 가지 못하고 멈춰서야했다. 제 앞을 막아선 구두 때문이었다. 길도 넓은데 왜 하필 제 앞에 멈춰선 건지. 뭔가 싶어 고개를 들다, 숨이 멎었다. 7년 동안 잊혀지지 않았던 다정한 파란 눈동자가 하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해요, 제가 너무 늦었죠? 갑자기 응급환자가 실려오는 바람에…….'

뛰어온 건지 가볍게 숨을 헐떡이고 있는 그녀는 제 기억속의 모습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은 채였다. 하나는 말없이 그 얼굴을 눈으로 더듬었다.

'빨리 오려고 했는데… 이런 중요한 날에… 면목이 없네요. 정말 미안해요.'
'…….'
'혹시 제가 너무 늦은 거라면…….'

하나는 고개를 저으며 제 목에 둘러진 두툼한 스카프를 풀어냈다. 그리고 코트만 달랑 입고 있는 박사의 휑한 목에 둘둘 감아주었다.

'늦었어요.'
'하나…….'
'하지만 너무 늦은 건 아니에요. 7년도 기다렸는데 그깟 몇 시간 더 못 기다릴까봐요. 박사님이 오시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와줘서 고마워요. 그걸로 됐어요.'

한걸음 다가서자 박사와의 거리가 단번에 좁혀졌다. 이 한 발자국을 좁히기 위해 기다린 시간을 생각하며 하나는 살며시 웃었다. 박사의 입가도 그런 하나를 따라서 서서히 휘어졌다.

'메리 크리스마스, 박사님.'
'하나 양도, 메리 크리스마스.'

7년만에 맞댄 연인의 입술이 뜨거웠다.




끝.



갈수록 날림인데다 끝이 너무 어설픈데 너무 졸려서 더이상 생각하기 싫어 그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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