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짓기 귀찮았던게 보이죠? 념글 백일장보고 심심해서 써봄. 어차피 유동개똥글에 고닉도 없어서 참여안할거라 그냥올림

대충 불사신하고 걍 인간사귀는거 보고싶었음

학교물인데 프롤로그만 좀 시니컬함

-프롤로그-

신영원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가끔 악몽을 꾼다. 지독한, 끝없는, 텁텁한 어둠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꿈이다. 한참을 끙끙대다가 눈을 뜨니 어느새 해는 떴고 옆의 베개에서는 그녀의 체취가 살짝 났다. 거실에서 조용히 물소리가 들려오며 그녀가 있다는 걸 떠올린다. 덕분에 조금 안심이 되었지만, 오랜만의 악몽 때문에 가만있을 수 없었던 영원은 평소와 다르게 바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소파에 앉아 티비를 키고는 보지도 않은 씻고 있는 그녀가 있는 화장실 문을 가만히 바라만 보았다. 5분쯤 지났을까, 물소리가 꺼지고 그녀가 나올 거 같자 영원은 황급히 눈을 티비로 돌렸다. 약속이라도 한 듯 화장실 문이 열리고 영원이 좋아하는 그녀의 샴푸 냄새가 밀려온다.

“영원~ 또 아침부터 티비봐? 많이 보면 눈 나빠진다니깐”

“난 괜찮아...”

평소처럼 영원에게 잔소리를 하며 막 씻고 나온 방유일은 침실의 화장대로가 머리를 말린다. 영원은 불안한 강아지 마냥 그녀를 따라 침실로 들어간다. 유일은 머리를 말리며 침대에 걸터앉아만 있는 영원에게 묻는다.

“그나저나 오늘은 웬일로 혼자 일어났데? 약속 있어?”

영원은 조용히 고개만 젓는다. 영원은 그저 한 공간에 있고 싶을 뿐인지 따라와 놓고는 유일을 보지도 않고 유일과 자신 사이의 애꿎은 방바닥만 쳐다본다. 마치 유일을 바라보는 순간 사라져 버리기라도 하는 듯, 영원의 동공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할 뿐이다.

“...또 그 악몽이야?”

유일은 머리를 말리다 말고 영원의 곁에 앉아 살며시 물어본다.

“응...”

대답은 했지만, 여전히 자신을 제대로 못 보는 영원을 보며 유일은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영원을 안으며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영원은 놀란 고양이 마냥 어벙한 표정으로 자신을 꽉 끌어안은 유일을 보았다.

“봐봐, 어디 안 가지?”

유일은 아직도 놀란 표정인 영원을 보며 조용히 속삭인다. 그러고는 영원의 코에 자신의 코를 맞대고 더욱 조용히 그리고 더욱 영롱히 속삭인다.

“영원, 난 여기 있고 너도 여기 있어. 우리는 여기 있고 그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

영원은 유일의 숨소리와 속삭임을 들으며 눈을 감으며 대답한다.

“맞아, 너와 여기, 여기서 너와....”

유일은 안심한듯한 영원을 보며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자! 이제 씻어야지! 오늘은 그날이잖아?”

“그날?”

영원은 최대한 뭔가를 떠올리려 하지만 영 생각이 나지 않는다. 결혼기념일만이 아닌 것 확실한데 알 수가 없다. 영원이 기억력이 안 좋은 것도 있지만 유일이 워낙 기념일을 많이 챙기는 것도 한몫한다. 애초에 기념일 등을 잘 챙기지 않는 영원은 유일에 관해 몇 없는 이해 안 되는 부분이다.

“또 까먹은 거야?!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이잖아!”

“아아~ 맞다, 기억하고 있었어.”

“방금 맞다 라고 하지 않았어?”

“아냐, 아직도 알람을 안 맞춘 너에게 감사하고 있어.”

영원은 뒤에서 투덜거리는 유일의 투정에 적당히 대꾸하며 아침밥을 만들 준비한다. 적당히 말했지만 이미 머릿속은 유일과 만난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영원, 자신을 구원해준 유일을 만난 그날을.

‘오늘이 유일을 만날 날이었구나.’

영원은 숫자, 요일은 기억 못 하지만 잊을 수 없는 그 날을 떠올리며 냉장고 문을 연다.

유일은 적당히 대꾸하며 냉장고 문을 여는 영원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영원은 너무나 많고 긴 과거 때문에 아직도 악몽을 꾸곤 한다. 유일은 영원의 과거를 어찌할 순 없지만, 앞날만은 하루하루 특별하고 행복하게 만들고자 중요한 날을 포함해 의미 없거나 어째도 좋은 가벼운 기념일도 꾸준히 챙겼다.

‘...어쩌면 이날이 제일 중요할지도.’

유일은 수많은 추억들의 시작인 그날을 떠올리며 머리를 마저 말리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