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각 타각. 단단한 도마에 칼날이 부딪혔다. 신선한 양파의 매운 향기에 작은 여자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작은 여자는 자연스럽게 안쪽 소매로 눈가를 쓱 닦아내고, 도마를 우묵한 팬에 털어 넣었다. 뜨겁게 달구어져 팬에선 치익 하는 소리가 차올랐다.

  키가 작아 불편할 만 한데도 작은 여자는 익숙하게 발판도 없이 주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단 향기가 나는 팬엔 고기와 간장, 그리고 각종 양념이 뒤섞여 요란한 소리를 내었고, 냄비에선 치가 부글거렸다. 데친 시금치는 알맞게 숨이 죽어, 가는 손가락에 꼭 짜였다.

  소금 한 스푼, 참깨 한 스푼, 그리고 다진 마늘 약간. 따듯한 나물이 꽃무늬 위에 소복이 놓였다. 멸치가 건져지고 체에 된장이 풀어졌다. 팬 테두리에서 타는 간장은 짭짤하면서 달큰했다. 열심히 김을 뿜던 밥솥도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라며 알람을 울렸다.

  삐빅 삐빅, 바깥에서 버튼 누르는 소리가 났다. 작은 여자는 그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달려가 문을 열고 키 큰 여자에게 안겨들었다.

“왔어요? 막 다 준비됐는데!”

  손이 아닌, 안쪽 팔로 안은 모습에 키 큰 여자는 짧게 웃었다.

“응. 우리 유라 보고 싶어서 얼른 왔지.”

  유라는 이마에 입술이 닿자 호들갑스럽게 놀라며 웃었다.

“얼른, 얼른 와서 먹어요. 따듯할 때.”

“그러게, 냄새 좋다. 뭐 해 놓은 거야?”

“고기랑 찌개랑 나물이랑 해놨죠. 아무리 일이 바빠도 우리 언니 밥은 따듯하게 챙겨줘야 되니까.”

  유라는 자랑스럽게 가슴을 내밀었다. 늘씬한 여자는 제대로 입술에 입술을 맞춰주고는 방으로 들어가 짐을 풀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 사이 유라는 밥을 뒤섞고, 퍼내고, 반찬을 담느라 분주했다.

  여자가 방에 들어갔다 나온 그 짧은 시간에 식탁은 준비가 끝나 있었다. 푸른 빛이 살아있는 소박한 나물, 뜨겁게 끓여져 두부가 떠 있는 된장찌개, 알맞게 익은 불고기, 거기에 따듯하고 고슬고슬한 쌀밥까지. 여자는 다시 유라에게 입 맞추었다.

“늘 고마워. 마감도 바쁠 텐데.”

  유라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머리 쥐어짜다 쉬는 거예요.”

 유라는 고기를 한 젓가락, 여자의 입에 가져다 대었다. 입은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오물거렸다.

“응, 맛있어. 간 되게 잘 됐다.”

“그쵸?”

  여자의 칭찬에 유라는 얼굴을 붉혔다.

“응, 무지. 같이 살기를 잘했네.”

  유라는 계속 반찬을, 밥을 집어 여자의 입에 가져갔다.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네가 해놓고. 너도 먹어야지.”

  얼마 되지 않았던 밥그릇은 순식간에 비워졌다. 접시에 담긴 반찬도 흔적뿐이었다. 두 사람은 그릇들을 싱크대에 담그고 방으로 향했다.

  두 사람의 무게에 침대는 스프링을 삐걱댔다. TV도 없는 작은 방 안에는 두 사람의 소리만 들렸다. 간단한, 그날의 일과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어떻게 밥을 먹고, 일을 했고,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탁. 불이 꺼지고 고요한 방 가운데서 두 사람은 마주 보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