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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심신가학역뎐앱에서 작성

현시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30 05:34:46
조회 777 추천 14 댓글 4
														

어줍잖은 동정심이었는지도 모른다, 데이지가 그녀에게 시선이 갔던 건. 그렇더라도, 혼자 펍 구석진 자리에서 애써 로브자락으로 상처를 가리는 것은 애처롭게만 보였다. 술김에였을까, 그도 아니면 정말 인간으로서 외면할 수 없어서였을까. 부러 데이지는 빈 자리를 두고 상처투성이의 그녀 앞에 합석했다.

"혼자 있기 적적해서 그런데, 앞에 앉아도 괜찮을까요?"

"그러세요."

가냘픈 대답이 희미하게 돌아왔다. 어디서 다쳤길래 저리 움츠라들어 있는 걸까. 데이지는 어딘가 불편한 듯 조심스레 팔을 놀려 숟가락질을 하는 여자에게 걱정스레 물었다.

"많이 다치셨어요? 소독약이라도 좀 드릴까요?"

"괜찮아요. 신경쓰지 마세요."

명백하게 선을 긋는 태도에 호의를 베풀려던 데이지는 조금 섭섭했다. 그래도 뭐, 초면에 베푸는 호의를 곧이곧대로 받는 것도 너무 순진한 일이니까. 언뜻 보기엔 몰랐지만 가까이서 보니 움츠러든 몸짓이나, 그 가냘프던 목소리가 아무래도 너무 어리게 느껴졌다. 혹시 집이라도 나온 소녀일까. 명색이 보안관인데 그런 소녀를 못 본 척 보내버릴 순 없었는지 데이지는 식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점원에게 1인분의 몫을 추가했다.

먼저나온 음식을 앞의 소녀에게 내밀자 푹 숙이고 있던 소녀의 고개가 들리며 이게 무엇이냐는 듯한 눈빛이 드러낫다. 앳된 얼굴에 짐작이 맞았다며 속으로 생각한 데이지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자리값이에요. 보아하니 미성년자인 것 같은데, 술 대신해서."

"......절 동정하는 거에요?"

경계심이 잔뜩 서린 물음에 데이지는 어깨만 으쓱였다.

"자리값이라니까요. 술을 사는 게 관례긴 하지만, 미성년자에게 술을 사줄 정도로 직업윤리가 희미하진 않아서."

그러면서 보안관 뱃지를 톡톡 두드리는 모습에, 그제야 소녀는 관심을 보였다.

"보안관이면 나쁜 사람들을 잡아가주는 거에요?"

"그런 일도 하죠."

뭔가 있구나. 데이지는 소녀에게서 망설임을 읽었다. 제 앞에 놓인 식사에 손도 대지 않던 소녀는 몇 번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닫았다. 안좋은 일이 있는 아이구나. 데이지는 쉽게 자신의 사정을 털어놓지 않는 소녀에게 서운함을 느끼며 제 몫의 식사가 나올 때가 돼서야 모자를 벗었다. 틀어올려 묶었던 회갈색 곱슬머리가 흘러내리고, 소녀는 그것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우리 엄마도 그런 머리였어요."

"흔한 색깔이긴 하죠. 얼른 드세요. 식겠어요."

여전히 머뭇거리다가 데이지가 숟가락을 들고서야 따라서 식사를 시작한 소녀의 옷소매가 조금 걷어지고, 데이지는 그제야 소녀의 살에 들어있는 멍을 발견했다. 팔 뿐만 아니라 언뜻 보이는 목덜미, 이마에도. 누군가에게 맞았나. 걱정에 숟가락질을 멈춘 데이지를 눈치챈 소녀는 황급히 옷매무새를 가다듬어 맨살을 가렸지만, 이미 흉을 봐버린 데이지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있었다.

"누가 때린 거에요?"

"제가 잘못한 거에요....... 그냥 못 본 척 해주세요."

"어떻게 미성년자를 이렇게. 누가 그랬어요?"

데이지가 화가 난 기색이 되자마자 소녀는 겁에 질렸는지 더욱 움츠라들었다. 소녀는 벌벌 떨며 데이지에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아빠가요."

자신에게도 겁을 먹는 소녀에게 데이지는 착잡한 마음으로 의자에 몸을 기댔다. 입맛도 없어져서 숟가락을 들 기분도 나지 않았다. 소녀의 아버지에게 화가 나는 것은 술김에서일까, 아니면 인간이라면 응당 그래야 하는 것일까? 당장이라도 소녀의 집을 찾아가 그녀의 아버지의 멱살을 잡고 끌어내려는 충동에, 데이지는 스스로를 억누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머니께서는 뭐라고 안하시나요?"

"돌아가셨어요."

소녀의 대답에 데이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흔한 일이다. 배우자가 죽은 것에서 오는 슬픔이나 좌절감, 분노 등을 자녀에게 풀어버리는 일은.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소녀는 어쩐 일로 펍에 오게 된 것일까. 가출일까, 아니면 내쫓긴 것일까. 그도 아니면 아버지의 분노를 피해 잠시 피신한 것일지도 모른다. 주인장이 이곳에 소녀가 있는 것을 묵인하는 걸 보면 얼추 사정을 아는 듯한 눈치기도 했고.

"우리 집에 올래요?"

충동적으로 불쑥 소녀에게 제안한 데이지는 그제서야 자신이 사람 한 명을 더 부양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보안관이라는 직책 자체가 사실 공식적으로 인정된 직업이라기보단 명예직이라, 주된 수입원은 사냥꾼들과 마찬가지였고 부가적으로 마을의 크고작은 일을 해결하는 것이었기에. 젊은 날의 정의감과 약간의 연금만으로 살아가기엔 세상은 녹록치 않았다.

그래도 제 한 몸 건사하기엔 충분한 벌이는 됐고, 거기에 소녀 한 명 낀다고 지장은 없을 것 같았다. 그에 데이지는 괜찮은 제안이었다고 스스로 칭찬했다. 조금 두려움에 빠진 소녀의 눈빛을 보기 전까진.

"지... 지금요?"

"뭐, 식사 다 하면 가죠. 곧 해도 떨어지고 하면 추운데 펍에서 잘 순 없는 거잖아요."

처음 보는 사람을 믿을 순 없는 거겠지. 그렇지만 데이지는 때리는 아버지보다야 낯선 사람이 나을 거라며, 소녀를 위로했다.

"전 막 사람을 때리고 그러지는 않거든요.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자요. 당신 아버지하곤 내일 얘기를 해보자구요. 혹시 허락을 받아야 할까요?"

"그 인간은 제가 집에 없는지도 모를 거에요. 술에 취해서......."

데이지도 취하긴 마찬가지였지만, 때리지 않는다는 말에 안심했을까. 소녀는 그제야 마음을 놓고 그릇을 비웠다.
배가 고프긴 했는지 빠르게 그릇을 비운 소녀는 값을 치루고 기다리는 데이지를 조금 덜 경계하며 따라나섰다.

성치 않은 것은 팔과 목뿐만이 아닌지, 소녀는 걸으면서도 조금 절뚝거렸다. 심하진 않았지만, 사람의 상태를 살피는 데에 이골이 난 데이지는 그것을 눈치채고 이를 갈았다. 딸을 저렇게 되도록 때리는 아버지가 어디있단 말인가.

그렇게 집에 데려온 소녀가 보이는 행동은 데이지에겐 퍽 당황스러웠다. 주춤대며 집에 들어오는 것을 망설이던 소녀는, 데이지가 먼저 씻고 나와 침대에서 다트를 던지고 다시 뽑아오는 동안 빠르게 씻고는 그 앙상한 몸으로 어색하게 데이지에게 몸을 섞으려 들었다. 온몸에 멍이 든 소녀를 보고 기겁한 데이지는 소녀를 진정시켰다.

"아니, 제가 이러려고 데려온 게 아니에요! 그냥 집에 보내면 더 다칠까봐 데려온 거라구요. 이런거 하지 말고 그냥 쉬어요."

"정말 그래도 돼요......?"

맹세컨데 데이지는 동성애자가 아니었다. 평범하게 잘생기거나 호리호리한 남자를 보고 흐뭇해하고, 일하다가 은연중에 드러나는 복근이나 팔근육을 보고 침을 꼴깍 삼키는 그런 취향이었다.
그렇지만 소녀의 애절한 눈빛을 본 순간 데이지는 이성을 잃고 소녀를 곧바로 침대로 밀어눕히며 입술을 탐했다. 소녀는 울상을 지으면서도, 그런 데이지를 밀어내지 않았다. 데이지의 손길이 피멍이 든 부분을 스칠 때도 움찔거리기만 할 뿐, 말없이 데이지의 욕망을 받아들였다. 두려움과 실망스러운 마음과 달리 점점 달아오르는 몸이 전해오는 쾌락에 진절머리치던 소녀는 어느덧 데이지가 헐떡거리며 혼란스러워하는 것을 발견했다.

"뭐, 뭐야....... 지금 내가......."

데이지는 시선을 돌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소녀를 보고 죄책감에 휩싸였다. 아무리 봐도 그녀를 올라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은 소녀를 덮친 행색이었다. 기억이 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 불타올라서 몸을 섞던 장면이 눈에 선명했다.

밥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했는지 앙상한, 물론 얼굴이야 이쁘긴 하지만 이런 가여운 미성년자에게 이성을 잃었다니 말이 되는 일인가? 애당초 나는 여자를 성적으로 좋아한 적도 없는데? 데이지는 이마를 짚으며 소녀의 위에서 내려왔다. 아무리 부정하려 해봐도,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이, 이건......."

"보안관님의 의지가 아닐 거에요."

"미, 미안해요! 정말 갑자기 이성을 잃고......."

소녀의 몸에 상처가 늘었다. 멍만 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아로새겼을지도 모르는 할퀸 자국과 깨문 자국들이. 아픈 사람에게 순간적인 격정을 참지 못할 정도로 자신은 구역질나는 인간이었던가. 그런 주제에 정의를 숭상하겠다고 보안관을 하고 있던 걸까.

스스로의 추악함에, 눈앞의 피해자에게 어쩔 줄을 몰라하던 데이지에게 소녀가 처연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우리 엄마도 제가 17살 때부터 가끔 기운을 주체를 못하면 이렇게 덮치고 했어요. 아빠는 그런 제가 악마라고 하면서 때렸구요. 보안관님은 우리 엄마아빠처럼 저를 탓하지 않았잖아요.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데이지는 고개를 떨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결연한 표정으로 얼굴을 들었다.

"제가 책임질게요. 같이 살아요."

"네?"

이번엔 소녀가 놀랄 차례였다. 진심이냐 묻는 듯한 눈동자에, 데이지는 결심을 굳혔다.

"저도 방금 주체를 못 했지만....... 그래도 미성년자를 함부로 대하는 부모가 있다는 건 그냥 두고 볼 순 없을 것 같아요. 그러니 여기서 지내세요. 저도 잘 참아볼게요."

"제가 괴담 속에 나오는 서큐버스처럼 보안관님을 홀리더라도요?"

약간의 연민, 슬픔이 섞인 웃음에 데이지는 다시 충동을 참지 못했다. 소녀는 데이지를 밀어내지 않았고, 데이지는 소녀의 몸을 탐했다. 몸 곳곳에 깨물고 할퀸 자국들이 늘어가고, 씻은지 얼마 되지 않았던 소녀의 몸에 붉은 자국들이 늘어갔다. 데이지는 잠시 후에야 자신이 저지른 일을 망연자실하게 내려다보았다.

"보안관님이 지금같은 마음을 잃지 않아주신다면, 전 좋아요. 절 이렇게 거칠게 다뤄주셔도 괜찮아요. 그만큼 보안관님은 저를 애틋하게 여겨주실 테니까요. 보안관님은 이런 걸 받아들일 수 있으시겠어요?"

소녀의 말에 데이지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그녀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앞으로도 자신은 소녀에게 홀려 상처를 남기리라. 소녀는 괜찮다며 자신을 다독일 수도 있겠고, 혹은 자신을 원망할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이 추운 계절에 그녀를 도로 내보낸다는 것은 잔혹한 일이었다. 또 그런다고 저지른 일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아니, 그 모든게 사실 변명이 아닐까.

데이지는 소녀의 손을 잡고 무릎꿇었다.

"이미 전 당신한테 홀린 것 같아요."

책임, 속죄, 무슨 말이든 핑계가 되겠지. 데이지는 결국 스스로가 소녀에게 빠졌음을 인정했다.
그녀에게 상처를 내더라도 곁에 두고 싶었다. 그에 죄책감을 느끼더라도 소녀가 가까이 있었으면 좋겠다. 저 몸에 난 흔적들이 내가 낸 것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욕망들이 섞인 눈동자에 소녀는 그제서야 달콤하게 웃었다.

ㅡㅡㅡ

친구가 몸과 마음이 반대로 가학, 피학이라면 어떻겠느냐는 말을 해서 써봤어요
근데 꽤나 어려운 주제더라구요
모자란 글이나마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틈새영업을 좀 하자면 조아라에 투영을 연재하고 있어요

좋은 하루 보내시고 코로나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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