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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건전)그 때 나는 그 아이에게앱에서 작성

니카이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30 13:10:23
조회 508 추천 23 댓글 6
														

벌써 몇년은 지난 중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원래부터 지병때문에 학교생활이 여의치 않았지만 이 무렵 급격히 악화되어 입원이 불가피했다.

공교롭게도 중1 첫 시험기간이었을 때였다.

곧바로 집 근교 병원에 퇴원 시기는 불투명한 채로 입원하게 됐다.

“너 입원한다며?”

“응?”

멍청하게 되물어 본다.그제서야 아까까지 담임 선생님과 입원에 대한 문제로 짧은 상담을 하던게 떠오른다.

“응, 아토피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안됐다, 빨리 나았으면 좋겠네.”

“응”

전형적으로 진행되는 대화다.자연히 그 뒤로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나는 사교성이 전혀 없어서 어떻게 말을 하면 좋을지 망설이는 차에—————

“그럼 내가 시험 공부 도와줄까?”

“앗, 응, 괜찮은데.”

예상치 못한 일이라 말을 더듬는다.
본인 시험 공부도 벅찬데 굳이?이런 건 담임 선생님한테 떠맡다시피 해서 적당히 도와주는 일 아닌가?저 아이에게 민폐를 끼칠텐데...

가뭄 수준의 사교성이 흉하게 갈라지는 땅처럼 여과없는 본능적 당혹스러움을 여과없이 드러나게 한다.
얼핏봐도 활발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사회생활에 제격인 그 아이, 그녀도 웃고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 너네 친했던가? 그럼 너가 얘 시험공부 도와줄래?”

구세주인지 난봉꾼일지 모를 담임 선생님의 등장이다.
예리한 사람은 금방 눈치챘을 지도 모르지만 선생님은 중간고사가 다가오도록 본인 반 애들 이름도 다 못 외웠다.

“네, 당연하죠!”

“역시 믿음직하구만! 너도 얘가 애써주는데 열심히 공부하고.”

내가 아까 생각했던 바와 같이 구도가 형성됐다.진짜 이래도 괜찮은건지 더 머릿속이 당혹스러워진다.

“————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 입원하고 있을땐 쌤이 시험 문제 힌트준거 보내줄게,너 내 번호 없지? 여기.”

“으,으응. 고마워. 잘 부탁할게.”

그 아이와 인상이 비슷한, 손에 쥐여준 귀여운 메모지.
중학교 들어와서 처음 받은 같은 반 아이의 전화번호였다.

나는 그 날 밤 바로 입원 수속을 밟았다.
엄마 차를 타고 가며 창밖을 지그시 내다보는데 내가 다니는 학교인 공립 여중이 보인다.
왠지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우리 아가, 시험기간에 딱하기도 하지.”

“엄마도 참, 1인실로 잡지 않으셔도 된다 하셨잖아요...”

엄마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솔직히 돈 문제는 없지만 조금은 절약해도 될 부분에도 제일 비싼 옵션을 택했다.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는 착한 친구에 하나밖에 없는 딸을 죽도록 애지중지하는 엄마.
이래선 시험을 잘 보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난 수학밖에 잘하는 과목이 없었기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었다.

국어는 문학이 너무 재미없었고, 사회나 과학은 아예 관심밖이었다. 체육은 한 번 할때마다 꼭 한번 이상은 넘어졌고,영어는 흰 건 종이요 검은건 글씨 수준이었다.

오늘은 입원 첫날이라 수학 문제집이나 조금 풀다가
엄마가 협탁에 가지런히 정리해둔 책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잠이 들었다.

다음 날부터 치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메카닉이 들어갈 법한 거대한 치료장비에 들어가 자외선을 쐬거나, 온몸에 뭔지 모를 약을 묻힌 거즈를 잔뜩 붙이고 꼼짝없이 몇분 동안 누워있거나,밤에는 비트를 잔뜩 넣고 삶은듯한 물에 들어갔다가 나오기도 핬다.
이제 보니까 몸에 색소 자국이 그대로 남았다.아마 지워지려면 생각보다 오래 걸릴거 같다.

“우리 딸~요양 중에 공부하느라 고생많지? 이거 먹고해.”

“요양이라고 할 만큼 골골대는 것도 아닌데...”

엄마가 1층 빵집에서 간식을 잔뜩 사왔다.

엄마는 평소처럼 다정했지만 지금으로선 몹시 부담스러웠다.엄마가 틈틈히 수학 외의 공부를 봐주기도 하지만 노베이스로 척척 잘해내긴 무리다.

기껏 같은 반 애한테 부탁을 해뒀지만 막상 시험공부에 관해서 물어보는 건 드물었다.

우선 그 아이도 바쁠텐데 민폐라고 생각이 든다.
엄마도 마찬가지인데 내 뒷바라지에 공부까지 봐주려면 엄청 피곤할 것이다.
...결국 도긴개긴이다.

그 아이도 성심성의껏 도와주는 건 같다

하루 한번,선생님이 중요하다고 체크한 부분에 귀여운 글씨체로 필기한 메모지를 붙여 사진으로 보내줬다.

...근데 왜 자꾸 생각이 딴데로 새는지 모르겠다.

‘글씨가 참 예쁘구나’ 나 ‘저 아이는 저런 펜을 쓰는구나’ 라든가 관계없는 생각이 자꾸 든다.

원래 그 아이랑 일절 친하지도 않으면서.

그랬다. 나는 친구가 하나도 없었다.
쉬는시간에도 수학책을 풀거나 자는게 일과였다.같은 반 애와 말을 섞는건 뭔가를 물어볼 때 빼고 전무했다.

반면 그 아이는 정반대다.

항상 여러명의 친구들과 하하호호 즐겁게 얘기한다.나 같은 애한테도 친절했다.
시험공부를 도와주겠다고 했을때의 그 미소를 띄면서.

왜 이제야 관심을 갖게됐는지도 모르겠다.
시험을 못보면 그 아이에게나 엄마에게나 면목없기에  공부를 계속한다.

이제 소등 시간이다.

“띠링”

딱 맞춰 문자가 온다.

그 아이는 소등시간을 물어본 이후로 그때에 맞춰 안부 문자를 보내온다.

‘오늘 공부 잘됐니?’ ‘밥은 먹었어?’ ‘치료는 잘 받고 있어?’ 같은 내용들이었다.

솔직히 필요 이상으로 잘해줘서 부담스럽다...

배은망덕해 보이지만 본인 입장이 되어봐야 한다.

담임 선생님이 부탁한 거 이상으로 잘해주는 그 아이.항상 따뜻한 미소와 말로 대해주는 그 아이.

그게 나처럼 전혀 친하지 않은 애한테 흔쾌히 할 수 있는 일일까.
이게 그녀에게 있어서 무슨 이득이 되는 걸까.

어느 순간부터 그 아이에 대한 생각만이 늘어간다.내가 유일하게 자신만만해 하는 수학도 집중해서 푸는 것도 못하게 됐다.

그 아이를 봐서 시험을 잘 쳐야 되는데.

일본에서 회계사를 하는 아빠가 정말 오랜만에 왔다.
입원 선물이라고 추억의 마니 블루레이를 줬다.

그 아이랑 시험끝나고 같이 봐야지...또 쓸데없는 생각을 해버렸다.

오늘 아침엔 평소랑 달랐다.

“오늘 학교에서 친구가 병문안 온다던데, 고마워라~ 맛있는거 사와야겠네~”

“엄마,친구 부담스러워 하니까 적당히 해주셔야 돼요...”

사전에 담임 선생님한테서 연락을 받긴 했다.그 아이가 병문안을 올거라고.

이젠 부담감이나 고마움보다 미안함이 앞선다.그 아이는 너무 착한거 아닐까라고 까지 생각이 든다.

“오! 잘잤어? 피부도 괜찮아졌고 안색이 훨씬 밝아진거 같다.”

“으응,네가 많이 도와준 덕분이라고...생각해.”

나 무슨 말을 하는거야?

“정말? 다행이다~필기 내용이 너무 부실한 거 아닐까 생각했거든.”

“아니아니,도움 많이 됐어.오히려 너무 고맙지...”

“얘도 참! 그렇게 띄워주면 부담스럽잖아~”

어찌 잘 넘긴 거 같다.
그 아이의 미소는 예의 것과 다름없이 예뻤고 한결같이 친절하게 말해준다.

그 아이가 오늘 하루만이라도 같이 공부하자고 해서 저녁까지 같이 먹고 헤어졌다.

나는 괜찮으니 편하게 집에서 해도 된다고 했지만...대신 이걸로 될지 모르지만 수학을 열심히 가르쳐 줬다.
그 아이는 수학에 유독 약했다.마침 잘된 일 아닐까...?
요새 나 답지 않은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시간은 흘러 중간고사 날이 다가왔다.

시험을 다 치고 가채점해보니 평균 90점은 어떻게 넘길 거 같다.

시험이 끝나서 놀 생각으로 신난 애들이 하하호호 떠들며 하교하기 시작했다.

그 속에 그 아이도 어떤 애랑 즐겁게 대화하고 있었다.

나는 과감하게 대뜸 다가갔다.

나 무슨 말을 하려는거지.

“저기 미안한데...”

“응응! 말해!”

그 아이가 얘기하던 애랑 인사하고 난 다음 단 둘이 됐다.

“저기...”

‘앞으로도...계속 얘기하는 사이가 될 수 있을까?’

“이번 시험기간 동안 정말 고마웠어...나한테 수학 얼마든지 물어봐줘...”

“응!고마워! 시험 잘 쳤으면 좋겠다! 잘 가~”

“응...잘가.”

——-그 후 그 애와 같은 반이 되는 일은 없었고 고등학교도 각자 다른데를 갔다.
귀여운 메모지로 건네받은 전화번호도 쓰는 일이 없었다.

그때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을 했으면,뭔가 달랐을까?
쓸데없이 그런 생각이 든다.





우정 이상 사랑 미만을 표현하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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