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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체인지업!-41화앱에서 작성

커틀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2.04 19:47:46
조회 320 추천 12 댓글 3
														

일요일. 일요일답게 모두가 각자의 일요일을 보내고 있었다.

[적은 혼노지에 있다!]

“이 장면은 진짜 언제 봐도...”

연습 투구를 금지당해 소파 위에서 쿠션을 안고 있는 아이나라던가.

“이, ‘읽음’ 표시가 안 떠...!”

그저 잡담이 하고 싶어서 그녀한테 문자를 보낸 카나라던가.

그리고.

“아야나미...”

세이호 기숙사 202호의 티비를 점거한 사나다 유키라던가.

크기, 디자인, 실용성 중 어느 하나 뒤지지 않는 침대가 3개 있는 것과 달리 몸체가 큰 구식. 거기서 나오는 것은 지금 방송사에서 내보내는 것이 아니었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류오와 시라사키의 시합을 정찰한 매니저에게서 받아온 영상. 아이나의 등판 시점에서 정지시켜둔 뒤 저녁 식사와 목욕을 마치고 온 유키였다.

“사나다 선배, 또 인가요?”

그렇다. 후유카의 말대로 벌써 4번째 말이다.

지적이라 할 건 아니지만 유키는 대답하지 않고 화면에만 집중할 뿐. 아웃카운트의 반 가까이를 만들어내는 하이 패스트볼에 눈이 커진다.

“거칠게 날뛰고 있어.”

마치 히어로 특촬물을 보는 반바지 소년처럼.

“전체 43구 중 체인지업 7구에 거의 전부가 직구. 쉬어가는 공도 거의 없이 철저하게 공격적인 리드. 포수한테 신뢰받네요. 존의 입체성과 타자의 정보, 심리상태 등을 전부 이용해먹는 훌륭한 리드지만 투수의 집중력이 없었더라면 위태로웠을 거라고 봐요.”

“......”

“직접 보지 않았는데도 위력이 느껴지는 구위지만...실제 구속은 120대 초반에서 형성되니까 우리 팀 타력이라면 충분히 두들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쪽과 달리 분석할 시간도 있고.”

크게 관심이 없어 냉담하게 평가하는 후유카와.

“뭐, 그런 게 정이 두터운 배터리가 아닐까?”

자연스럽게 끼어들며 옆에 앉아 그녀의 허벅지에 손을 얹는 레이.

“잠, 카이즈카 선배! 갑자기 그러지 마세요!”

“왜, 느껴?”

“차갑다고요!”

1학년 후유카, 2학년 유키, 3학년 레이. 202호의 구성원은 이러하다. 서로 절차탁마하고 각 학년의 학생끼리 돕고 의지하라는 의미에서 운동부든 뭐든 기숙사는 전부 3인 1실제. 들리는 소문으로는 2인 1실 시절에 학생에게 다소 적합하지 않은 ‘교내 문화’가 생겼던 탓에 바뀌었다고.

“히이라기 씨한테 후배 성희롱한다고 일러바칠 수도 있어요?”

“아니, 그건 정말 그만둬. 안 그래도 대학부가 되서 잘 못 만나는데 화나게 하고 싶진 않아.”

“예쁘니까요?”

“물론. 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얼굴만 보는 건 아니거든? 그, 린짱이 내 취향인 건 맞는데 예전 처럼 장난스럽게 사귀는 게 아니고-”

레이가 말을 이으려는 찰나 틈을 비집는 무미건조한 목소리.

“아키노.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사람 오늘도 실내 불펜에서 1학년 포수한테 추파를 던졌던 것 같은데. 너무 열심히 하려 하는게 귀엽다느니 내킬때마다 받아주니까 의지하게 된다느니 하면서 자연스럽게 스킨십도 하고.”

“......”

“어제는 좌완 한명을 ‘같이 웨이트 하자’면서 허리를 끌어안은 채로 어디론가 갔고. 저번주에는 도서위원이랑 도서관 안쪽 창고에 들어가는 것도 봤고.”

“유키...나 뭐 잘못했어?”

“...딱히 1학년 때 작업 걸던 걸 신경쓰는 건 아니고요.”

어째서 듣고 있는 후유카는 말줌임표조차 없는가 하면, 그녀는 숨소리도 내지 않은 채 그저 레이를 보고 있었으니까.

“그 경멸하는 시선 그만둬.”

“선배는 진짜...”

“쓰레기지. 평범히.”

“목표는 천명인가요?”

“솔직히 이미 반은 채웠을 것 같아.”

“아니야!”

“연락처에...찾았다. 히이라기 씨 번호.”

그렇게 유키의 등 뒤에서 통화하려는 후유카와 저지하려는 레이의 미니 추격전이 시작.

“감정이 살아있는 피칭이야.”

계속 화면만을 지켜보고 있던 유키는 그저 중얼거렸다.

“부러워.”

높게 떠오르는 영상 속 미츠키의 타구를 잡으려는 듯 손을 뻗는다.

클로즈업 되어 그녀의 시야를 가득 매우는 아이나.

“정말, 눈부셔.”

미츠키에게 기대감을 심어준 건 단순히 그 상황을 모면하기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우러나왔을지는 모르겠지만 진심이 첨가되어 있던 것.

“제대로 위에 가서 기다릴 테니까.”

그러기 위해서. 전원을 끈 티비에 비추는 사람을 억지로 마주하는 유키였다.











월요일. 즉 1학기의 끝이 가깝지만 일단 등교해야하는 날. 시라사키 여자 야구부 일동은 평소와는 다른 학교와 마주할 수 있었다.

“저기, 아야나미 양. 이거 봤어?”

“네?”

가방을 내려놓고 착석을 마친 아이나를 둘러싼 반 학생들. 그 중 활달한 B반 학급위원이 보여준 스마트폰 화면에는 교내 게시판의 자유게시판 글이 있었다.

상세하게는 거기에 또 링크가 적혀 있었고, 연결된 곳은 스포츠 신문의 사이트였다.

“[명문 류오의 초전 탈락. 부활의 신호탄을 쏘는 시라사키 고교]?”

내용은 그저 제목을 몇 문장으로 늘린 것 뿐. 당연히 조회수도 댓글 수도 그저 그렇다.

중요한 건 기사를 퍼온 게시물. 시합의 0부터 100까지 이미 입력된 키보드 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열심히 적어놨다. 꽤나 시라사키에 편파적으로.

시작 전에 하사미 감독이 얼마나 과대평가된 인물이며 전술적으로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질렀는가에 대해서 몇십줄. 출전 멤버들과 그녀들의 데이터 설명으로 또 비슷한 분량. 본격적인 시합 전개, 그리고 중간중간 류오 측 팬들에 대한 분노가 가득 담긴 것이 약 100줄.

마지막으로 성적 정리. 어째서인지 등번호 1번인 아이나가 제일 밑에, 두 배 정도 사이즈의 글자로.

[아야나미 아이나-5이닝 3피안타 8탈삼진 1실점 투구수 43구(승리투수(구원승))]

스스로 보니 터무니없음을 자각하게 되는 기록에 아이나는 그저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원래 반에서 인기인인 만큼 수많은 관심에 둘러싸인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게시물의 글쓴이 이름.

“어라?”

그리고 아이나의 책상에서 흘러나오는 한 통의 편지.

거기에 적힌 이름은 글쓴이와 동일했다.

“타카하시 양은 잘 안 보이는 곳에서 활약했구나!”

“뭐, 그렇게까지는...”

D반.

“스즈키 양, 사인 미리 받아도 될까?”

“그럼 난 팬클럽 1호 회원!”

“놀리지 마.”

C반.

“오오토리 양 엄청 잘생기게 나와서 반해버릴 뻔 했지 뭐야~.”

“너 그쪽이었어?”

“사실은 나도~.”

“미안.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진짜? 이쪽이 더 대형 사건 아니야?”

A반.

대충 이런 식으로 1회전 돌파이건만 금의환양을 받는 1학년조였다.

나름 소란이 진정된 점심시간. 늘 그렇듯 모여있는 1학년조.

“뭔가 야구부...”

“응. 모아놓으면 그림이 되지...”

“아~. 나도 저 사이에 끼고 싶다아~.”

굳이 먼 복도 너머에서 찾아온 남학생 한 명이 어디론가 끌려갔다. 입에는 청색 테이프가 붙고 안대가 씌워지며 코로는 수면제를 흡입하는 중. 일단 오늘 안에 귀가는 무리인 듯 하다. 귀가가 문제일지는 둘째 치고 말이다.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을 줄은 몰랐네요.”

“응. 간단히 질 수가 없게 됐어.”

“그렇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면 돼. 특히 아이나랑 카나는 원래 유명인이니까 신경쓸 것 없잖아.”

유명인. 료가 아무렇지 않게 쏘아올린 단어가 신호탄이 되었다.

‘응? 아이나가 지금보다 더 인기있어지는 거야?’

학교도 있고, 여자야구의 팬도 있다. 굳이 찾아서 검색하지 않는 한 찾을 수도 없을 정도지만 신문 기사도 있다. 아야나미 아이나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이미 생각보다 많을 터.

‘아이나가 얼마나 아름답고 얼굴 천재이고 섹시하고 상냥하고 마음씨 곱고 (중략) 야한지 사람들이 알게 된다는 거?’

어느샌가 진지하게 밥알의 개수를 새는 것이 아닌가 싶은 표정이 되는 카나.

“카나?”

목소리에 이끌려 그 표정 그대로 아이나를 본다.

“넘겨줄 수 없어.”

“네?”

무심코 마음 속 소리가 새어나오고서야 정신을 차린다.

“이러다가 아이나한테 나쁜 맘 먹는 사람이 생기면 어쩌지~ 해서.”

이 여자, 정신을 차리자마자 상황을 이용하는 고성능 두뇌를 가지고 있다.

“스토커 같은 벌레라도 꼬이면 안되잖아, 에이스인데.”

표식을 남기듯 뺨을 아이나의 팔에 기대어 부비적거리는 카나. 의자가 가까워지면서 몸도 비슷한 거리, 즉 제로거리를 향해서 이동.

“괜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괜한게 아니야. 아이나는 우주 제일 미인이니까. 불안해서 매일 저녁마다 바래다주고 싶을 정도라고.”

이제는 완전히 접촉. 뺨의 위치도 어느새 아이나의 뺨으로. 그대로 고개만 돌리면 입이 닿을 거리다. 말 그대로의 코앞. 머리카락도 서로 다른 색의 실처럼 겹쳐져있다.

“저 둘이 진짜...”

“금은조합...고귀해...”

왠지 이름이 없을 것 같은 여학생들의 목소리에 젓가락이 멈추는 리에.

‘뭔가 부부 같은 식으로 취급받는단 말이지, 저 둘.’

기상. 돌려놓은 책상 2개의 반대편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간다.

“선천적 왼손잡이의 왼팔에 매달리면 식사를 못하지 않을...까!”

반쯤 융합된 아이나와 카나를 힘으로 강제분리. 혀를 차는 카나의 얼굴을 눈으로 쫒는다.

“일일히 리액션이 과해.”

“그쪽의 액션이 과하니까.”

같이 있고싶다는 마음은 예전부터 있었다. 친구 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 관계를 유지하려는 욕구도 있다.

“아이나가 괜찮다고 해서 다 괜찮은게 아니니까.”

최근에는...그렇다. 누군가가 아이나를 취하려는 게 보기 싫다. 카나가 아이나에게 다가올 불특정 다수를 경계하듯이 리에는 카나를 포함한 사람들을 경계하게 되는 상황인 것.

리에는 일단 현재 자신의 마음을 그렇게 규정했다. 근본적인 이유를 찾지 못한 상태로.

성가셔하던 건 다른 인격이라는 양 흥미롭다는 눈으로 처다보는 카나. 그게 어쩐지 도발처럼 느껴져서 찡그리게 되는 리에다.

한편 묵묵히 젓가락을 계속 움직이던 료는.

“리에. 일단 가장 중요한 일을 잊고 있지는 않지?”

모두의 환영에 대해서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다. 혹시 자신의 정신이, 팀의 분위기가 헤이해지지는 않을까 하고.

자신을 가지는 건 좋지만 자만으로 이어져서는 안되며, 강적을 쓰러트렸다고 다음 적에 대한 방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시라사키가 가져야 할 백지의 마음이란 어디까지나 필요 이상으로 적을 경계하지 않고 위축되지 않는 것. 이기기 위한 준비는 언제나 필수다.

“일단 어제 하루종일 매달려서 외부에서 구할 수 있는 유라고교의 데이터는 다 뽑아놨어. 스노하라 씨...그러니까 류오의 전술 서포터 덕분에 현장 데이터도 제법 얻을 수 있었고.”

“그럼 오늘 연습 전에 미팅이 있겠네.”

“응. 2회전이 시작되었으니까 세이호의 시합 영상도 볼 수 있을 거야.”

“세이호인가.”

타격의 치요다, 투구의 사나다, 그리고 스타팅 멤버부터 벤치까지 평균적으로 장타율 0.500를 넘기는 초중타선의 황금세대라 평가받는 팀. 올해 봄 대회 출전 멤버에도 1학년이 들어가 있었고, 실력주의와 자유 야구를 내새우는 만큼 또 팀이 변화했을 가능성이 다분한 상황. 그녀들의 여름이 오늘 시작한다.

“저기, 그 회의 말인데요.”

가볍게 손을 들며 이야기를 꺼내는 아이나.

“아무래도 방과후에 잠시 시간을 내야 할 것 같아서...늦게 될 지도 모르겠어요. 미안해요.”

신호탄이란 것은 원래 한 발만 쏘는 게 아니다.














그가 현재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은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야구 오타쿠가 되었다는 거다. 초등학생이었다면 거리낌 없이 도전할 수 있었을 건데. 이미 그는 자신의 운동신경과 신체능력이 운동부에 비해 얼마나 부족한지 깨달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선수가 아니라 야구 오타쿠다. 기록지를 보며 스탯을 정리해서 데이터가 주는 만족감에 취하고, 실제로 좋아하는 선수의 활약을 보며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고, SNS 같은 곳에서 프로선수들과 감독을 욕 혹은 음해하며 웃는 나날을 보낸다는 뜻이다. 해외 축구가 사진 자료량이 압도적이라면 야구는 역시 선수에게 붙이는 별별 해괴망측한 별명과 비꼬기가 자랑이니까.

하지만 뭐든지 적당히 지켜야 할 선이 있는 법. 그는 그걸 넘어버려 SNS 계정을 정지당했다.

“여러모로 지쳐있던 상황에 당신을 알게 되었습니다.”

1학년 전체가 시끄러웠으니까. 기분 전환 삼아서 여자야구부의 시합을 보러 갔다.

상상 이상으로 높아진 시합 레벨에 감탄했다. 강호교를 상대로 사냥개 뺨치는 끈질김으로 물고 늘어지는 모습에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저는 그 날 운명을 믿게 되었어요!”

여기저기에 그녀들의 활약을 적으러 다니게 된 원동력이 된 시라사키의 에이스. 그 피칭에 완벽하게 매료되어 버렸다.

“그러니까...아, 아야나미 양. 좋아합니다! 사귀어 주세요!”

성별 따위 가볍게 무시하는 매력에 일생일대의 용기를 발휘하게 된 상황.

그러나 막상 말하고 나니 두려워져서 고개 숙인 체 몸을 떠는 그.

물론 가장 중요한 부분은.

“죄송해요.”

아이나는 이미 대답을 정해두고 나왔다는 것.

“저는 생각하시는 것 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니까요.”

싫어한다거나 불쾌해한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는 아이나.

“어?”

그리고 청소를 끝내고 부실로 뛰어가던 카나는 봤다.













*아 배구 볼려했는데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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