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치 여고생 A가 담배 피다 사레 걸려서 편도선 부은 것 때문에 양호실 갔다가 세상 차갑게 생긴 양호선생 B랑 만나는 백합 보고 싶다

담배냄새 대놓고 풍기면서 양호실 들어갔는데 아무 지적도 안 하고 말도 안 걸고 그냥 조용히 알약 두 개 쥐어주며 돌려보내는 B에게 A가 강한 호기심을 느끼는 백합 보고 싶다

수업시간 쉬는시간 점심시간 내내 B의 날카로운 인상에 얇디 얇은 몸선을 생각하던 A가 결국 수업 끝나고 혼자 양호실에 괜히 내려가보는 백합 보고 싶다

별 생각 없이 들어간 양호실 안에서 혼자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고 있는 B의 모습을 A가 보게 되는 백합 보고 싶다

당황한 A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B는 양호실 문을 안에서 잠그곤 A의 입에 담배를 물리고 불까지 붙여주며 "너도 이제 공범이니까 서로 입 다무는 거다?"라며 싱긋 웃는 백합 보고 싶다

하얀 얼굴에 서리처럼 피어난 B의 아름다운 미소와 선생같같지 않은 요상한 행동을 보며 호기심에 불이 붙은 A가 "입 다물면 여기 맨날 와도 돼요?"라고 물어보는 백합 보고 싶다

이후 매일같이 양호실에선 비밀스런 만남이 이어지고 A와 B가 천천히 마음을 열어가는 백합 보고 싶다

그러던 어느날 체육시간에 A가 무릎을 다쳐 양호실로 오게 되고 장난기가 발동한 B가 A의 종아리, 허벅지를 야릇하게 주무르며 무릎의 상처에 뜨거운 입김을 부는 백합 보고 싶다

장난삼아 한 행동에 혼자 실실대며 A의 얼굴을 올려다보자 목부터 귀까지 붉게 물들인 A가 시선을 피한 채 소리를 참으려는 듯 입을 막고 있는 모습이 B의 시야에 차오르는 백합 보고 싶다

그 모습을 보곤 가슴 속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불어닥치는 것을 느낀 B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A의 턱을 살며시 잡고 시선을 자기 쪽으로 돌리는 백합 보고 싶다

선홍빛으로 두근대는 심장과 함께 떨리는 두 쌍의 눈동자가 일직선상에 놓인 순간 5교시 시작을 알리는 종이 치고 이내 A가 B의 손길을 뿌리치며 말 없이 교실로 달려가는 백합 보고 싶다

이후 며칠 간 A는 양호실을 찾지 않으면서도 무릎의 상처를 만지작대며 B를 떠올리고 B 또한 A의 다리를 만졌던 자신의 손을 빤히 바라보며 A를 떠올리는 백합 보고 싶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양호실 창문 앞을 지나가던 A가 차갑고 쓸쓸한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있는 B의 모습을 보고는 이미 새살이 돋은 무릎에 아릿한 통증이 스쳐감을 느끼는 백합 보고 싶다

B의 얼굴, 목소리, 향기, 손길, 따스한 입김이 담긴 자신의 기억에 머릿속을 점령당한 A가 점심시간에 밥도 거르고 몰래 양호실로 들어가는 백합 보고 싶다

양호실 침대에 누워 잠든 B의 눈이 붉게 충혈된 것을 본 A가 자신의 감정이 더는 호기심이 아닌 사랑임을 확신하며 B의 백옥같은 이마 위의 검은 앞머리를 살며시 쓸어넘기는 백합 보고 싶다

애정이 담긴 따스한 손길에 잠에서 깬 B가 눈 앞에 아른거리는 A의 뺨을 자신도 모르게 어루만지더니"무릎은 괜찮아?" 라며 안개꽃처럼 미소짓는 백합 보고 싶다

자신의 얼굴 위에 올라온  B의 손을 A가 두 손으로 포근하게 감싸쥐며 "이제 울지 마요"라는 말과 함께 아직 붉은 기가 남아있는 B의 눈 위에 입맞추는 백합 보고 싶다

그 때 데자뷰처럼 학교를 울리는 5교시 시작종을 들으며 A와 B가 이마를 맞대고 작게 웃으며 서로의 숨결을 느끼는 백합 보고 싶다

그렇게 그 날 학교에서 모든 수업이 끝나 종이 울릴 일 없는 시간까지 양호실 문은 안 쪽에서 굳게 잠겨 열리지 않았다는 백합 보고 싶다

그런 백합 보고 싶다

ㄹㅇ 누가 연재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