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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불건전] 새해맞이

ni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01 13:02:44
조회 185 추천 14 댓글 3
														

자취방 문을 여니 혜나가 방문 앞에 서있었다.
비닐 봉투 안에는 편의점에서 세일하는 수입 맥주가 네 캔.
나나 혜나나 술맛에는 관대하기 때문에 언제나 다른 브랜드를 사오지만 항상 같은 맛이 난다.

새해는 같이 보내자고 해서 불렀지만 정작 할 일은 술 마시는 것 밖에 없다.
시덥잖은 잡담을 하다 보니 어느새 서로 두번째 캔을 따고 있었다.
별안간 혜나는 뭔가 각오라도 하듯 맥주를 단숨에 들이키더니 말했다.

"그런데 너는 애인 같은 거 안 만들어?"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어이가 없다.
평소라면 안 할 말을 하는 것을 보니 혜나도 많이 취한 것 같았다.

"남친은 커녕 좋아하는 사람 한번 없었던 거 너도 알잖아. 사람 놀리냐?"

별로 말하고 싶은 주제는 아니기에 일부러 매몰차게 받아쳤다.
그런데도 혜나는 물러서지 않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니, 보통 누군가 생기게 되잖아. 선생님이나 그, 친구라던가."

"그 대머리독수리들을 누가 좋아한다고."

대충 웃어 넘겼지만 이제 보니 혜나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있다.
눈도 풀려있는 것이 금방이라도 쓰러져 잘 것 같다.
아직 캔을 쥘 힘은 남아있는지 입으로 가져가길래 가로채서 내 입에 털어넣었다.

"아, 아."

혜나의 입에서는 차마 말이 되지 못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정리는 내가 할테니까 너는 침대 가서 누워있어."

일어서서 쓰레기들을 대충 비닐봉투에 쑤셔넣었다.
방 밖에 놔두려고 걸어나가는데 혜나가 뒤에서 갑자기 껴안았다.
가까스로 균형을 잡고 보니 뒤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알았어, 알았어.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뚝해, 뚝."

쓰레기는 대충 바닥에 던져 놓았다. 일어나서 정리해도 되겠지.
혜나는 내 허리를 붙잡은 채 질질 끌려왔다.
우리 둘다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그대로 천천히 침대로 갔다.
어릴 때 기차놀이를 하는 것 같아 부끄러우면서도 누군가가 껴안고 있는 느낌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침대까지 와서도 나를 놓지 않았기에 결국 같이 누웠다.
원래 이렇게까지 술주정이 심한 애가 아닌데 오늘은 뭔가 이상하다.
그냥 연말이라 기분이 싱숭생숭한 건지 다른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좁은 침대 위에서 겨우겨우 몸을 돌려 혜나와 마주보았다.
자고있는 헤나의 헝클어진 머리를 조금 정리하고 눈물도 닦아 주었다.
나와 달리 혜나는 간단한 기초 화장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꾸미면..."

내 취향인데.
제정신이 아닌 소리를 하는 것보니 나도 취한 것 같았다.
옆에서 앵겨붙는 혜나를 무시하며 애써 잠을 청했다.

--------------------

술기운 때문인지 꿈에서도 가위를 눌렸다.
아니, 팔은 대충 움직여지는데 다리 쪽을 누가 누르고 있다.

고개를 드니 귀신 대신 혜나가 내 위에 올라타 있었다.
그리고는, 아니 윗옷을 왜 벗는데?
끄는 것을 잊어버린 형광등 아래 혜나의 흰 살결과 대비되는 검은색 란제리가 반짝였다.
평소 수수한 옷만 입는 혜나가 골랐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레이스가 화려했다.
게다가 올려다보니 혜나의 몸의 굴곡이 더 돋보였다.

다른 옷가지 위로 벗어던진 블라우스가 눈처럼 내려 앉았다.
내가 닦아준 게 무색하게 혜나의 얼굴은 또다시 눈물범벅이었다.
나는 억지로 웃으며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혜나는 내 어께를 짓누르며 내 위로 몸을 겹쳤다.

"겁쟁이."

나의 첫 키스는 겁쟁이다운 짠 알코올의 맛이 났다.
잠시 떨어져도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다시 입을 맞추었고,
그때마다 우리 둘 사이의 옷가지는 점점더 얇아졌다.
처음은 더 예쁜 속옷을 입고 싶었다는 미련은 내 짝짝이 속옷과 함께 방저편으로 날라갔다.

혜나의 심장도 나처럼 빠르게 뛰고 있을까.
그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 혜나는 맨가슴을 나에게 맞대었다.
갈 곳 잃은 두 손은 혜나의 몸 위를 헤매다 이윽고 그녀의 손에 이끌려
안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받았다.

내 작은 손짓이 혜나의 행복이 되었고 혜나의 숨결에 나는 움직였다.
버튼 하나를 누를 때마다 새로운 쾌락의 문이 열렸고
서로 살결이 닿는 곳마다 뜨겁게 불타올랐다.

끝내 둘다 지쳐 아무것도 못하게 되었을 때도 서로 껴안아 온기를 나누었다.

-------------------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이었다.
혜나는 먼저 일어나서 내게 팔배게를 해주고 있었다.
새해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혜나가 선수를 쳤다.

"그래도 다행이야. 기념일 기억하기는 편하겠네."

그러고는 순간 눈빛이 무섭게 바뀌었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루라도 안 챙기면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갑작스레 수갑이 채워진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 손을 기쁘게 마주잡았다.

"너와 함께라면 매일이 기념일이야."

대답에 만족한 듯 혜나는 눈을 돌렸다.

"자 잠꾸러기도 일어나야지. 방이 엉망이야."

그 말에 정신이 들어 둘러보니 역시나 어제 치우지 못한 쓰레기에 다가
밤새 벗어 던진 옷가지가 널부러져 있었다.

"그렇네. 이 꼴로는 배달음식도 못 시켜먹으니까."

혜나는 어제만큼이나 얼굴이 새빨게져서 내뱉었다.

"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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