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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엘.컴플렉스15

우드포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04 17:31:44
조회 276 추천 18 댓글 5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는 말이 맞았다. 키스하면서 레이가 아주 작게 내던 신음소리가 아직도 유신의 귓가에 맴돌았다. 키스를 다 하고 나서도 레이는 눈을 뜨지 못 하고 아주 작게 한숨을 쉬었다. 

키스했다고 붙같이 화내면서 베개를 던지던 그 때와 전혀 달랐다. 유신은 너무 흐뭇해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지금쯤 집에 도착했을까? 전화해 볼까?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데.' 


그 때 전화가 걸려 왔다. 모르는 번호였다.


"나야. 이제 받네." 

수민이 목소리다. 

"갑자기 차단시키면 연락을 어떻게 해? 돌아 버리는 줄 알았잖아. 왜 이렇게 힘들게 해?" 

"지금 한국에 없는 거 아냐?"

"돌아왔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더 이상 너 만날 일 없어. 끊을게."

"잠깐만. 차단이라도 풀어. 그렇지 않으면 집이든 회사든 찾아 갈 거야."

"그 사람이 너 이러는 거 알아? 너 이러는 거 아기에게도 좋지 않아."

"그러니까 차단 풀어."

"사귀는 사람 생겼어. 그러니까 더 이상 너와 연락 못 해. 싫어할 거야."

"벌써? 역시 그 사람이니? 식장에 같이 왔을 때부터 의심스럽더니. " 

"그땐 아니었어. 사귄 건 오늘부터야." 

"그동안 둘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는데 갑자기 오늘부터 사귄다고?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고?" 

"믿지 않아도 상관없어.  너 나한테 이럴 자격 없어."

"항상 이런 식이야. 며칠 전까지 날 사랑한다고 했잖아. 당장 돌아와 달라고 애원하더니 벌써 다른 사람으로 갈아탔니?"

"네 얘기 듣다보면 나만 나쁜 사람인 거 같아."

"진짜 사랑하기는 해? 나 때문에 화나서 이러는 거면 그만둬." 

"사랑하는 거 맞아. 내가 그런 것도 모르는 바보처럼 보여?" 

"어떻게 이렇게 빨리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가 있어? 원나잇까지는 참아 줄 수 있어. 그런데 뭐? 사랑한다고? 이건 너무하잖아." 

"넌 결혼했잖아." 


 수민은 어렸을 때부터 질투심과 소유욕이 보통사람보다 지나치게 강했다. 유신과 사귀기 전 친구 사이였을 때도 누군가 유신에게 관심을 가지면 과하게 경계했다. 

편지나 선물이 유신의 책상 위에 있으면 눈에 띄는 족족 없애 버렸다. 유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을 유신에게 얘기했다. 

그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 유신은 확인하지 않았다. 확인할 만큼 관심있는 것도 아니었고 수민이 하는 말에 의심을 품을 이유가 없었다.


"유신아, 어제 너 불러내서 선물 준 애 말야. 걔 좀 앙큼하더라."

"왜?"

"너한테만 준 게 아니래. 반마다 돌아다니며 괜찮은 애들한테 다 줬대. 보통이 아냐. 어장관리하나봐."

"그래? 상관없어. 누군지도 잘 모르는데 뭐." 

"걔한테 마음 있는 거 아니지?"

유신이 부정하면 그제서야 안심했다. 


친구 상태에서 애인관계에서의 소유욕을 보여 줬다. 유신이 다른 사람과 얘기만 해도 질투했다. 학년이 올라가고 반이 바뀐 걸 알자 펑펑 울었다. 매일 점심시간에 찾아와  유신과 밥을 먹었다. 

수민이 유신에게 주는 선물은 정성이 가득했다. 유신의 핸드폰을 달라고 하더니 기존의 것을 버리고 십자수로 직접 만든 고리를 걸어 줬다. 동식물 모양의 종이접기 수백 개를 만들어 한 병 가득 넣어 유신의 생일에 책상 위에 올려 놨다. 

반 친구들이 신기해 하며 병 속을 들여다 보고 있을 때 유신이 교실로 들어왔다. 


"유신아, 너 한수민하고 사귀는 거야?"

 반 친구가 물었다. 

"아니."

"그런데 왜 둘이서만 밥 먹어?"

"수민이가 그러자고 하니까."

"친구가 이런 선물 주면 부담스럽지 않아?"

"아니. 수민이는 생일 아니라도 이런 거 잘 주는데? 부담스러워 해야 하는 거야?"


그렇게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도 과는 다르지만 같은 곳으로 가서 시간표를 같이 짰다. 전공 아닌 건 모두 수민이가 선택해 주는 걸로 같이 들었다. 

학년이 높아지면서 수민에게 썸타는 사람이 생겼다. 그 와중에도 유신이를 먼저 챙겨 줬다. 그리고 썸타는 걸 그만 두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그러다가 정식으로 사귄다고 했을 때 유신이 수민에게 고백한 거였다. 


고등학교 시절 수민은 유신에게 조건없는 애정을 줬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돌봐 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지난 10년간 둘이 같이 만든 좋은 추억들이 너무 많았다. 헤어진다고 해서 그 추억들까지 쉽게 잊혀지는 건 아니었다. 

좀전까지 레이와의 첫데이트로 들떴던 기분이 수민과의 전화로 착 가라앉았다. 

=============


"사장님,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

"그래 보여?"

"자꾸 혼자 웃으시잖아요." 

"나중에 말해 줄게." 


어제 데이트는 다시 생각해도 좋았다. 유신의 말과 표정, 그리고 몸짓이 생생하게 머리 속에서 반복재생되었다. 신체 접촉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졌다. 유신과 한 첫키스는 너무 달콤했고, 손이 몸에 닿을 때마다 짜릿했다. 

그동안 마음 속에 응어리처럼 맺혀 있던 컴플렉스가 한 방에 해결되었다. 밀린 숙제를 한꺼번에 해치운 듯한 시원함이었다. 지금 레이는 유신이 문을 열고 들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문이 열릴 때마다 얼굴을 확인했다.


'평소보다 늦네...어제 밤샘한다면서 오늘도 일이 많은 건가?'


시계를 보니 8시가 넘었다. 목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혹시 많이 바쁠지도 모르니까 메시지를 보냈다.

"언제 와?"

10분쯤 지나서 답장이 들어 왔다. 

"오늘 못 가."

"많이 바빠?"

"응." 

"보고 싶어." 

"나도."

"일 끝나면 전화해 줘." 

"응." 


너무 짧은 길이의 텍스트였다. 많이 바빠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사귄지 겨우 하루지만 유신이 너무 보고 싶다. 

이런 관계까지 온 건 처음이라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확신이 없었다. 오늘 당연히 만날 거라고 기대하고 기다려서 그런지 못 온다고 하니 갑자기 기운이 빠져 버렸다. 


'벌써 내가 싫증난 건 아니겠지? 설마 나도 가벼운 상대였던 건가? 그런 거 같진 않았는데...'


전화해서 확인하고 싶은데 너무 매달리는 것 같아 보일까봐 꾹 참았다. 


'바쁘다고 하니 전화하지 말아야지.' 


사랑한다고 말해 주지 않아서 서운했다. 보통 이 단계에서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나? 너무 이른가?  자꾸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머리만 복잡해졌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여기 계속 앉아 있었는데 눈치도 못 채네."

앨리가 말을 걸었다. 

"어, 왔어? 언제 왔어?"

"5분쯤 됐나? 그런데 유신이는 안 보이네. 아직 안 왔어?"

"오늘 못 온대."

"아~ 그래서 그런 거구나. 보고 싶어? 어제 데이트했는데?"

"그렇지? 내가 이상한 거지? 하루밖에 안 됐는데."

"너 진짜 좋아하는구나." 

"너무 좋아서 겁이 나. 갑자기 사라질까봐 무서워."

"쓸데없는 걱정한다. 왜 그런 생각을 해?"

"모르겠어.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

"그렇게 좋아?"


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 


하루 한 편이나 두 편 정도 올릴 예정임


추운데 건강하소서...


추천 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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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m/lilyfever/69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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