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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유키란] 오랜만에 하나 써본 것앱에서 작성

비교적정상적이라고생각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10 12:11:41
조회 455 추천 23 댓글 6
														

- …하아?



짜증과 당혹스러움이 섞인 반항적인 한마디. 아침부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하니, 내 머리 위, 등 뒤에서의 위화감이 느껴져 의심 반 진심 반, 아니 의심 가득한 심정으로 화장실로 가보았고, 그 결과 믿을 수 없는 ㅡ 믿으라고 해도 그대로 흘려보낼 법한 ㅡ 것을 보게 된 것이다.



---------



나의 이름은 미타케 란. Afterglow의 기타 겸 보컬을 맡고 있다. 나를 제외하면 4명의 소꿉친구들이랑 '언제나 평소처럼' 을 노래하는, 다 같이 있을 시간을 만들기 위해 결성된 밴드다. 그리고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연습을 하고 있겠는데...



- 아니, 이런 상태면 연습이고 나발이고 갈 수가 없잖아...



방에 혼자 틀어박혀 현실부정을 하고 있었다. 해결할 방법을 - 그리고 내가 이런 상황인 것을 - 알 지 못하는 친구들에게도 이 사실을 전해주었더니, 역시 처음에는 다들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속상해진 나는 '그럼 직접 와서 보라고!!' 라고 말했고, 1시간 정도 지나서 다같이 확인한 뒤로는, 나보다 친구들이 더 당황할 정도였다.



이상하게도, 히마리는 당황하기는 커녕, 보자마자 휴대전화로 사진을 몇 번 찍어갔다. 그런 히마리에게 - 삭제하라고 강요하기는 좀 너무하다 싶어서 - 혼자만 보라고 이야기하니, '알았어~' 라고 대답하며 웃었다. ...불안한데.



뭐, 결과적으로 보면 일단 방법을 찾아 보겠다고 했으니, 조금 마음이 놓이는 듯 했다.



일단 오늘의 연습은 다른 날로 메꾸기로 하고, 모두 돌아갔다. 그런데도 아직 히마리가 사진을 찍어갔다는 사실은 여전히 어딘가 불안했다. 정말 어딘가에 올려버리는 건 아니겠지.



여전히 멈추지 않는 한숨을 뒤로한 채, 다시 화장실로 가서 내 모습을 다시 보면, 머리 양쪽에 솟아있는 삼각형 모양의 귀. 그리고 아직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등 뒤에서는 뭔가 꼬리같은 것이 살랑살랑거리고 있었다.



그런 나는 귀를 만지작거리며, '이거... 말할 것도 없이 고양이잖아...' 라고, 혼자서 중얼거렸다.



---------



한편, CiRCLE에서 방금 막 연습을 끝내고 휴식을 가지는 로젤리아. 각자의 자리에서 막 연습을 마친 뒤에 먹는 쿠키는 왠지 모르게 달다.



- 수고했어, 모두. 사요는 전보다 더 괜찮아졌네.

- 아, 감사합니다. 집에서 연습을 한 보람이 있네요. 그래도 더 연습하지 않으면...

- 린린~! 오늘도 키보드 소리 좋은걸!

- 후후... 고마워... 아코...



그런 대화를 리사는 웃으면서 보고 있다. 분명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하고, 때로는 지적하는 이런 시간이 있기에, 각자 모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거겠지, 라고 생각했다.



휴대전화를 켠 리사는, 문자 하나가 와 있음을 확인하고 그 내용을 확인해보려 했다. '모카' 라고 되어있는 것으로 보아 에프터글로우의 그 모카인 것은 확실했다.



내용은 꽤나 길었지만, 요약만 하자면 '오늘 란이 꽤 큰일이 있어서, 오늘 연습은 아무래도 무리~ 그쪽이 시간 더 쓰셔도 될 것 같아요~' 였다.



아, 그랬지. 지금이 오후 2시. 아침부터 연습을 시작했으니, 3시부터는 모카네라 우리 다음으로 연습할 터였다. 그런 문자를 확인한 리사는 그 문자를 유키나에게 보여주었다.



- ...미타케 씨가? 갑자기? 아프기라도 한 건가.

- 글쎄... 평소에 그런 티를 보여주지는 않았잖아? 어제까지만 해도 서로 말싸움 했다고 하지 않았어?

- 어제도 말했지만 그건 미타케 씨가 먼저...



'...아냐. 확인차 병문안이라도 가볼까.' 하고 말 한 유키나를 보며, 리사는 '아무래도 같은 학교에 있는 후배기도 하고, 앞으로도 꽤 자주 보게 될 테니, 오늘 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네. 하지만 나는 이 뒤에 알바가 있는데...' 라는 생각을 했다.



---------



그대로 3시가 되어 연습을 마쳤고, 리사는 알바가 있다며 먼저 돌아갔다. 사요는 마중나온 히나랑 같이 돌아갔고, 아코는 린코랑 NFO... 맞나? 그런 이야기를 하며 돌아갔다. 남은 건 나 뿐인가...



- 뭐... 선배로서, 얼굴 정도는 보여주고 가도 괜찮겠지.



그런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곧바로 미타케 씨의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



동일 시각, 란의 집에선...



침대에 드러누우려고 침대에 다이빙... 하려 했으나, 허리 뒤쪽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감각에 손으로 만져보니,



- …?!



잠깐, 이거 꼬리? 엑? 귀 나온 것도 모자라서 꼬리까지? 설마 이거... 아침부터 있었던 거야? 참 대단한 고증이다...



이유 모를 허탈감에 눕는다는 계획을 조금만 바꿔서, 엎어졌다. 누울 수도 없게 된 자신의 상황이 어이없어서 쓴웃음만 나온다.



귀는 모자같은 걸로 숨길 수는 있겠지만... 꼬리는 어쩌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꼬리가 있다는 걸 알아챈 이상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안그래도 학교도 가야하는데... 지금도 옆으로 살랑살랑 거리고 있고... 눈치없네.



…나만큼.



- ♪~ ♬



방금까지 살랑거리는 꼬리에 대해 눈치없다고 생각하며침대가 꺼져라 한숨을 쉬던 도중, 들리는 초인종 소리. 친구들은 모두 돌아갔고, 웬만하면 올 사람은 없는데?



그런 생각으로 천천히 내려가서 문을 열려고 했을 때, 지금 내가 어떤 모습인지를 떠올렸다. 고양이였지.



당황해서 '잠깐만 기다리세요!!' 라고 소리치고, 방으로 달려가 모자를 아무거나 집어다 머리에 적당히 올려두고 문을 열면,



- 안녕. 미타케 씨.

- ?!



미나토 씨가 있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지... 일단 들여보내고 생각할까.



- …들어오세요. 

- 실례할게.



귀는 어떻게든 숨겼지만, 꼬리는 숨길 수가 없어서 - 가리기 전까지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 쓸데없는 꼬리가 감각마저 있는 것 같아서 뭔가로 가릴 수가 없었다. - 미나토 씨를 먼저 앞으로 보내고 뒤따라갔다. 



눈치채지 못하게 미나토 씨를 방으로 보내려 했지만, 왠지 모르게 걱정하는 듯한 눈빛으로 뒤를 힐끔힐끔 보고 있어서 차마 보낼 수가 없었다. 왜 자꾸 뒤를 보시는 거지... 그렇게 힐끔힐끔 보지 말아주시겠나요. 제가 뭐라도 잘못한 것 같잖아요.



물론 생각으로만 항의했기에 들릴리기 없는 게 당연해서, 직접 왜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시냐고 물어볼 속셈으로 미나토 씨를 불렀다.



- 미나토 씨.   - 미타케 씨.



아, 동시에 말해버렸다. 먼저 말하게 하는 편이 나으려나. 아니, 내가 먼저 말해버려? 속으로 내적갈등을 하던 도중.



- 먼저 말해도 괜찮을까.



그 대답에 아직까지 속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있을 터인 나는 '...그러세요.' 라는 말만을 하고, 미나토 씨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귀를 기울였다. 태도는 그대로지만.



- 물어보고 싶은 건 이것저것 많은데... 아프다는 거 아니었어?

- 하아?



이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내가 언제 아프다고 보냈었나...? 그런 기억은 없는데.



- 아오바 씨가 리사에게 보낸 문자를 봤어. 미타케 씨가 꽤 큰일이 있어서 오늘 연습을 못 나온다고 하길래. 무슨 일 있나 싶어서 온 거야.

- …그랬군요.



모카... 너였구나. 그걸 굳이 큰일로 포장해서 보낼 필요는 없었잖아. 아니, 큰일은 맞는데, 조금은 둘러대라고. 하지만 이걸로 내가 물어볼 것은 사라졌으니 상관없나. 그대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 역시 아픈 것 같은...

- 아아 아니라고요! 어제도 멀쩡한 거 봤잖아요? 정말 별 일 아니니까!

- 그래? 그런데... 왜 집에서 모자를 쓰고 있어?



별 신경 안 쓰고, 아무 일 없이 넘어가나 싶었는데, 오산이었던 모양이다. 망했네. 이거 변명할 거리도 없는데.



- ㄴ, 네? 그걸 왜 미나토 씨가 신경 쓰는 건데요?! 아무 상관 없잖아요!

- 집에서까지 그러고 있으면 머리카락이 상해. 얼른 그거 벗어.



라고 말해면서 내 모자를 잡아채려고 했기에, 양 손으로 내 모자를 사수하기에 이르렀다. 이걸 분명 다른 사람이 본다면, 왜 저런 걸로 이 지경까지 갔냐고 궁금해하겠지.



어찌저찌 잘 사수하나 싶었는데, 모자 뒤에 고정하는 부분이 풀려버리는 바람에 돋아난 귀를 가려주던 것이 허망하게, 미나토 씨에게 빼앗김과 동시에.



- …?!!

- 우와ㅏ아아아아아!!



미나토 씨가 당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미 얼굴마저 약간 붉어진 것 같다. 아마 만화였다면, 이 상태로 주변에 물음표가 날아다녔겠지.



모자를 빼앗긴 순간, 아니 그 전부터려나... 난 이미 체념했으니 별다른 반응은 없었지만...



…거짓말이다. 미나토 씨보다 훨씬 당황했다. 제일 보여주기 싫은 사람에게 이런 추태를 보이다니, 완전 끝장이네 이거.



- 미, 미타케 씨?

- …네. 뭔가요.



평소와는 다르게 부르는 말투가 되게 연해졌다. 그 전에 그 얼굴부터 어떻게 해봐요. 방금보다 더 빨갛다구요. 보는 내가 다 부끄러워. 아, 이거 완전, 애완동물 다루듯이...



- …그런 취미였구나.

- 하? 아니거든요! 제가 이런 취미를 가질리가 없잖아요!!

- 존중할게... 사람마다 별난 취미는 있으니까.

- 아 진짜 아니라고요!!!



…방금 그 생각 취소. 내가 멋대로 착각을 한 모양이다. 고양이 취급이 아니라 완전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당장 저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다음에 날 보면 라이벌은 둘째치고 이상한 후배 1로 볼 것이 뻔하다.



아니, 근데 어떻게?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애초에 미나토 씨가 올 것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아서, 방문 당시부터 이미 내 머리는 과부하를 일으켜 생각을 거부하고 있었으니까. 



이렇게 된 이상 무작정 돌진 말고는 방법이 없는건가? 정말? 어서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모르겠다. 어차피 이미 최악의 상황인데, 저지르고 보자는 생각으로 나는 입을 열었다.



- 그러면 직접 만져보면 될 일이잖아요!!!

- …뭐?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그냥 방으로 갈까...



- …일단 방으로 가죠. 여기서는 좀 그러니까. 어떻게 된 건지 말해드릴테니 어서….

- …알겠어.



…현관 앞에서 지금까지 이러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닫아놓았기에 망정이지, 열어놓았다면 아마 집 앞에 구경꾼이 몰려들었으리라.



- 자 얼른, 방으로….



아직도 어딘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뒤를 힐끔 보는 미나토 씨를 한 손으로 뒤에서 밀면서, 나머지 한 손으로는 또 자기 마음대로 살랑거리는 꼬리를 가렸다. 얜 왜 계속 살랑거리는 거야. 영문을 모르겠어.



---------



미나토 씨를 데리고 내 방으로 온 뒤,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귀가 돋아난 것부터, 친구들이 와서 당황한 것, 해결 방법을 찾으러 갔다는 것까지... 그냥 전부 다네.



- …그래서, 그 귀가 진짜라는 거야?

- 그렇다니까요. 그런데 미나토 씨.

- 왜?

- 지금 뭐하시는 건가요….

- 사진 찍고 있어.

- 엑.



뭐야. 미나토 씨도 히마리랑 비슷한 타입이었던 건가? 그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의식이 혼미해진다. 저런 철벽같은 이미지에 그런 행동을 하다니,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어.



- 갑자기 사진은 왜요?

- 왜긴, 이런 일은 굉장히 드물테니까. 미타케 씨가 고양이라는 사실이 말이야.

- 아니, 드문 일은 맞지만 그건 말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러고선 다시 사진 찍는데에 집중하시는 미나토 씨였다. 미나토 씨가 sns같은 건 하지는 않을테니, 저 사진이 따로 퍼지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시선을 피하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어느새 눈 앞에 미나토 씨가 다가와 있었다. 놀라서 펄쩍 뛰면서 뒤로 후퇴.



- 히익.

- 왜 그렇게 놀라?

- 누구나 그렇게 갑자기 다가오면 놀랄걸요….

- 난 여러번 불렀는데, 눈을 감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 …. 아무것도 아니니까 신경꺼요.



아무래도 히마리랑 비슷한 취향이 있으신가 보네요. 라고 물어보면 '그건 무슨 소리야.' 하면서 또 오해하실 게 분명했다. 그냥 대답을 말자.



- 근데 미타케 씨.

- 이번엔 또 뭔가요.

- 귀.

- ?

- 만져도 괜찮을까.

- 아. 조금이라면...

- …. 그래.



뒤로 물러난 나를 향해 다시 다가오는 미나토 씨를 더이상 볼 수 없어서 눈을 감았다. 잠시동안 있어도 머리에 그 어떤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아서 이상한 느낌에 눈을 살짝 떴고, 그 상태로 얼굴을 들어 위를 보면,



- …??!



강제로 모자를 빼앗고 돋아난 고양이 귀를 봤을 때보다 더 당황한 미나토 씨가 있었다. 갑자기 왜 저렇게 굳어버리신 거야. 나도 덩달아 당황해버려서, 어째서 미나토 씨가 멈춘건지 최대한 머리를 굴렸다. 



답은 하나밖에 나오지 않았다. 설마….



- 미타케 씨, 설마... 꼬리도... 생긴거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현관에서 숨기려고 노력했는데, 역시 만져보라고 하지 말걸 그랬다. 괜히 그런 말을 꺼낸 방금 전의 나를 죽도록 때리고 싶었다. 적어도 귀는 수치심은 느끼지 않았다.



얼굴이 확 붉어지는 것이 느껴져서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 이 얼굴로는 미나토 씨를 볼 자신이 없었고, 본다고 하더라도 분명 오래 보지 못할 걸 깨닫고 있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선을 아래로 고정시킨 후, 미나토 씨에게 재촉했다.



- 뭐하시는 거예요... 바보처럼 가만히 굳어계시고... 이거 엄청 부끄러우니까 그냥, 얼른 끝내버리고 싶은데...

- 아, 어어, 알겠어.



침 넘기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나도 미나토 씨도 서로 긴장을 했는지 - 혹은 부끄러움과 같은 소용돌이치는 감정의 폭풍인지 -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냥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모두 없었던 일로 했으면... 그렇게 생각했다.



곧이어, 미나토 씨의 손이 머리에 닿나 싶더니, 돋아난 귀로부터 전해져오는 감촉이 느껴졌다. 처음 닿았을 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별 느낌도 없는데.' 라고 생각한 순간, 갑자기 머릿속이 띵해지는 감각이 한번에 몰아쳐서 혼란스러워졌다. 이런 감각은 예상하지 못해서, 무심코 하찮은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 같다.



- 윽. 아아...

- 미타케 씨... 아팠던걸까. 미안.

- 아뇨, 아픈 게... 아니라. 그게,



내가 말하는 도중에도 귀를 만지작거리고 있어서, 굉장히 열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말을 이었다.



- 그, 아침에 제가 귀를 만졌을 때는... 별 느낌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미나토 씨가 만지니까 뭔가, 이상해요.

- …….



그 말의 해석을 미나토 씨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중간 요소를 다 빼고 말했으니까. 그럼에도 하나 확실한 것은, 적어도 지금의 미나토 씨가 귀를 만지는 건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렇게 한 10분 정도, 미나토 씨가 계속 만지고 있었을까. 이유모를 감각에 날아가버릴 정신을 붙드는 데에 힘쓰고 있던 나머지 체력이 너무 빨리 소진되어버려서, 솔직히 말하면 이 이상 견디기는 버거웠다. 지금쯤이면 멈춰도...



- ㅈ, 저기 미나토, 씨...

- 왜 그럴까.

- 이제, 그만... 힘들어요...

- …알겠어.



어딘가 묘하게 아쉬워하는 말투였다. 10분이나 자기 마음대로 농락해놓고 아쉬워하다니. 대체 얼마나 하실 생각이었던 거냐고, 속으로 항의했다. 물론 이게 들릴 일은 없겠지만.



- …!



갑자기 미나토 씨가 뭔가 깨달았다는 표정을 짓더니, 자기 손가방으로 가서 뭔가를 뒤적거린다. 저런 모습을 처음 본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멀뚱멀뚱, 흥미롭게 그 모습을 관찰했다.



...물론 이 흥미로움은 미나토 씨가 손가방에서 뭔가를 꺼냄으로서 동요로 바뀌었지만.



- …?! 그거... 뭐예요?!!

- 아, 이건...



뭔가 되게 불안해져서, 또 뒤로 물러났다. '저걸 왜 미나토 씨가 가지고 있는거지? 어째서?' 와 같은 물음이 마구 쏟아져 나오지만, 입밖으로 나오는 것은 그저 '으, 아아...' 같은 허망한 외침이었다.



- 강아지풀이야.

- 그러니까 그게 왜 미나토 씨 가방에 있는 거냐고요!!!

- ...? 평소에 가방 구석에 넣어놓으니까.



틀렸다. 말이 통하지 않아. 내가 하려는 말도 뭔지 모르겠고, 머릿속이 온통 복잡해서 사고도 정지한 나머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쩌다가 이렇게 일이 꼬였는지 떠올리는 것 뿐이다. 이거, 마치 주마등을 보는 느낌.



미나토 씨가 우리 집에 왔을 때? 내가 귀를 만져도 좋다고 소리쳤을 때? 아니면... 아침에 일어났더니 귀가 돋아나있던, 그 때부터 잘못된 건가...? 이 의미없는 질문에 대답해줄 사람은, 애초에 없었다. 



- 오, 오지 마세요. 그 불길한 풀 당장 치우라고요!

- 가만히 있어. 귀도 있고 꼬리도 있겠다. 지금의 미타케 씨가 진짜 고양이인지 실험해 보는거야.

- …!!



계속해서 뒤로 물러났지만, 여기는 내 방 안, 언제까지 도망만 칠 수는 없었고, 등에 벽이 닿는 감각에 더는 틀렸다고 생각했다.



- 미타케 씨...



아무래도 나는,



- 얌전히 따라주는 게 좋을거야.



빠져나갈 수 없는 덫에 걸린 것 같다.



…완전히 공격적으로 태도를 바꾼 미나토 씨를 보며, 혼미해져 가는 의식을 붙잡을 이유마저 사라져서, 아마 그대로 기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때문에, 이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기억할 수가 없다.



확실한 건... 잊을 수 없는 최악의 기억이 생겼다는 것.



---------



눈을 떴다. 굉장히 기분나쁜 꿈을 꾼 것 같다. 갑자기 고양이 귀가 돋아난 것도 모자라, 미나토 씨에게... 아냐. 생각하지 말자. 잡념을 떨쳐 버리고자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면 아침 8시를 가리키고 있다. 



- …?



내가 똑바로 누워서 잤다는 사실을 깨닫고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갔다. 없다. 그 꿈같은 감각이 사실이 아닌것에 안도하며 '역시 기분 나쁜 꿈이었나.' 라고 생각하면서 방으로 돌아왔다.



머리맡에 놓아둔 휴대전화의 전원을 켜보니, 읽지 않은 문자가 2개. 잠금은 없으니 바로 내용을 볼 수...



미나토 씨(2)



…굉장히 불길한 느낌이 엄습했다. 왠지 이 문자를 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과, 설마... 하는 마음으로.



떨리는 손으로 확인한 내용은 사진 1장과 그 뒤에 이어진 말 한마디였고, 그것은 꿈이라고 생각했던 일을 현실로 각성시키는, 열어선 안 될 판도라의 문자였다.



'귀여웠어, 미타케 씨. 기절하는 바람에 확인은 못했지만, 확실히 고양이였던 것 같네.'



거짓말이 아니라는 듯이 찍혀있는 사진에 나는 그대로,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아아. 아무래도 이 일은, 잊고 싶어도 못 잊을 거야.



---


사실 쓴 지 며칠 지났는데, 여기다 올리는 걸 깜빡하는 바람에 이제서야 올림

그냥 뭐랄까, 재밌게 읽어주면 그걸로 만족함

다음에 다 쓰면 또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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