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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엘.컴플렉스 29

우드포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18 22:19:26
조회 277 추천 15 댓글 6
														

"얘기가 길어."


유신이 한숨을 크게 쉬었다.


"엄마가 나를 처음부터 싫어했던 건 아냐. 어느 순간부터 때리기 시작했어. 옷장에 가두기도 했고. 키가 커지자 때리는 건 멈췄는데, 대신 나 없을 때 내 방에 들어와 이것저것 만지고 뒤지기 시작했어. 모르는 척했어.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는 사람이니까.

언니는...언제나 차가웠어. 날 없는 사람 취급했어. 엄마가 날 싫어하는 걸 알고부터는 대놓고 무시했어. 날 보면 얼굴부터 찡그리고 내가 웃으면 기분 나쁘다고 면박을 줬어.

레이 넌 생일이 되면 부모님 생각 많이 난다고 했지? 난 아냐. 가족 중 내 생일을 기억해 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 대체 왜 낳은 걸까? 낳아달라고 한 적 없는데.

내가 아빠를 많이 닮았다는 말을 많이 했어. 그건 칭찬이 아냐. 욕이지. 엄마는 아빠를 아주 미워했거든.

아빠 닮아서 바람기 많고 몸 함부로 굴릴 거라고 했어. 듣기 싫었지만 가만 있었어. 반응하면 더 괴롭히니까.

아빤 지금 다른 사람하고 살아. 자식도 있고. 아빠는 이혼을 원하는데 엄마가 안 해 줘.

대학 합격하고 아빠를 찾아갔어. 사정을 말하고 도와달라고 했더니 살 집을 마련해 줬어. 다시 찾아오지 말라는 말과 함께. 돈이라도 많은 아빠라서 그나마 다행이지. 관심 한 번 준 적 없지만 돈이라도 줬으니까.

이상한 건 집에서 나온 후에도 계속 불안했어. 불쑥불쑥 느껴지는 자살 충동을 견디기 힘들어서 친구한테 물어봤어. 넌 자살하고 싶은 생각 들면 어떻게 하냐고. 자살충동을 누구나 겪는 건 줄 알았거든. 그대로 붙잡혀서 상담받았고 내가 학대받았다는 걸 그제서야 알았어. 다른 애들도 다들 나처럼 사는 줄 알았거든."


유신은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담담하게 말한 후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지금도 죽고 싶을 때 있어?"

"아니. 지금은 그런 생각 안 해."

"내가 어떻게 해 줄까?"

"해 줄 건 없고...하지 말았으면 하는 건 있어."

"뭔데?"

"동정받는 거 싫어. 그리고 가족하고 잘 지내라는 말 같은 거 하지 마."

"그런 말 안 해. 오히려 탈출해서 다행이야. 네가 힘들었을 거 생각하면 가슴 아픈데... 동정하지 말라니까 그것도 안 할게."


유신이 쓸쓸한 표정을 짓자 레이가 유신에게 다가갔다.


"동정은 안 하지만 위로는 해 주고 싶어."


레이가 유신의 얼굴 여기저기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목에 키스하니 유신이 간지러워하며 웃었다.


"위로가 좀 돼?"


레이가 묻자 유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신아, 너도 그렇게 생각해?"

"뭘?"

"아빠 닮았다고 생각해?"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말이야. 고모도 내가 아빠 많이 닮았다며 예뻐했고. 웃는 것도 닮았대. 닮긴 했나 봐."

"외모 말고. 무슨 말인지 알잖아."

"바람기 많은 건 닮기 싫어. 한 사람하고만 사랑하고 싶긴 한데... 놀고 싶은 마음이 아예 없는 건 아냐."


마지막 말이 농담이라는 걸 레이도 알고 있었지만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바람피우면 가만 안 둬."

"알아. 저번에 말했잖아. 한눈팔면 헤어질 거라고."

"이젠 그 정도로 안 끝나. 네 몸도 마음도 이젠 다 내 거니까. 바람 피우면 죽여 버릴 거야."


레이가 농담 반 진담 반 섞어 말하자 유신은 절대 그럴 일 없을 거라고 말했다.


레이는 유신이 가족 때문에 아팠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수민 때문에 힘들어 하는 건 여러 번 봤지만 가족 얘기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별 것도 아닌 일에도 눈에 눈물이 고이는 유신인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수민 때문에 지난번 영화관에서 유신이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떠올랐다. 가족 문제로 혼자 많이 울었을 지도 모른다.


유신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니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자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레이도 같이 잠들었다.



시간이 흘러 계절이 바뀌었어도 유신과 레이의 관계는 여전히 좋았다. 같이 살진 않지만 함께 있지 않을 때도 서로를 믿었다.

유신은 예전처럼 레이에게 집착하지 않았다. 피곤한데도 억지로 플레저에 와서 레이에게 누가 작업거는지 감시하는 일은 없었다.

한눈팔지 않겠다는 유신의 약속 또한 잘 지켜졌다. 레이는 천성이 바람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그런 걸 약속할 필요도 없었다.


레이가 일을 마치고 유신의 집으로 가려는데 앨리가 붙잡아 앉혔다. 앨리가 레이에게 메이크업을 해 주겠다고 한다.


"너네처럼 오래된 커플은 살짝 지루해질 때쯤 잔잔한 자극을 줄 필요가 있어."

"아직 1년도 안 됐는데? 그리고 유신이 지금 자고 있을 지도 몰라."

"어쨌든 가만히 있어 봐. 목 어느 쪽에 해 줄까? 하는 김에 두 개 만들까?"

"화내면 어떡해?"

"그 땐 달래 줘야지."

"굳이 이런 걸 왜 해?"

"재밌잖아. 유신이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지 않아?"

"좀 궁금하긴 해. 내가 한눈팔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 생각하니까."


레이는 유신의 집으로 가는 길에 차 안 룸미러로 자신의 목을 확인했다. 앨리가 키스마크를 진짜처럼 잘 만들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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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밤 되소서.


이전 소설 링크


https://gall.dcinside.com/m/lilyfever/69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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