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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이세계 소환용사지만 마왕군에게 점령된 후였습니다

ㅇㅇ(112.150) 2021.01.22 23:59:11
조회 490 추천 17 댓글 0
														

살려주세요!


블랙기업을 전전하던 어느날 퇴근길에 이 세계를 도와달라는 외침을 들었습니다.


그런 건 됐고 내 인생이나 도와달라고 하고 싶네요.


며칠 전 출근 길에도 도와달라는 말을 들은 것 같긴 한데요.


기상천외 1호선이잖아요?


예수천국 불신지옥 팻말을 든 아줌마가 스님 머리를 쓰다듬고 러시아 처자가 한국말로 말리려는데 휠체어 밀고 오던 아저씨가 발 밟혔다고 일어나서 성내는 곳이요.


이세계도 한번쯤 나올때 됐어요.


방금 전에 그 외침도 내 몸이 과로로 죽겠다는 비명소리를 잘못 들었겠죠.


그러니 곱게 씻고 자면 좋겠지만 저문 밤 차디찬 자취방으로 돌아가는 길이 서러워 편의점에서 맥주를 샀습니다.


1만원에 4캔이라니 이건 못 참죠.


지친 팔을 바구니 삼아 맥주를 쌓고 계산대를 향하는데 그만, 핫바를 보고 말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통새우가 들어간 어묵바는 전자레인지에 돌아가는 30초가 3년처럼 느껴지는 맛이죠.


안주라고는 만만한 프레첼이 전부였지만 오늘은 고생한 내게 이 정도 선물은 해야겠습니다.


만오천원은 잘만 써놓고 20원이 아까워서 클러치백에 미어터지게 담고 잠기지 않은 지퍼를 겨드랑이에 바짝 당겨 안았습니다.


밤중이라 보는 눈도 없으니 내 맘입니다.


그렇게 룰루랄라 발걸음도 가볍게 돌아와 도어락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선 순간.


눈을 뜨세요 용사님!


누군가 외치는 소리에 눈이 오랫동안 감고 있었던 것처럼 뻑뻑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맥주를 마실 생각에 싱글벙글이었는데 선채로 잠이 들다니요. 심즈도 아니고 내 안락삶은 어떻게 된건가요.


"내 맥주!"


"용사님! 드디어 눈을 뜨셨군요!"


그렇게 눈을 뜬 곳은 웬 농가였습니다. 좁고 햇빛 한 점 없지만 아늑한 제 자취방이 아니라 허름해도 넓고 햇살은 제법 들어오는 가정집이요.


그런데 지붕도 좀 뾰족하고 층고가 좀 높네요. 난방비가 많이 들겠어요,


"용사님?"


자꾸 낯선 외국인 아가씨가 말을 걸어옵니다. 저는 영어도 약하고 낯을 가리는 편인데요. 한국말을 잘하시는 걸 보니 오래 거주하셨나봐요.


현실도피는 이만 하죠. 정신을 차려야겠어요.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미안해요. 아직은 무리였나봐요.


내 어색한 질문에 외국인 아가씨는 잠시 고민하는 눈치더니 검지로 자기 머리를 짚었습니다. 밝은 갈색이네요. 눈만 파란색이었다면 삐삐라고 해도 믿겠어요.


잠깐, 삐삐 눈이 초록색이 맞던가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잡생각을 끊어준 건 귀여운 외국인 아가씨였습니다.


"혹시 기억을 잃으신 건가요?"


"아니, 말 실수였어요. 여긴 어딘가요? 저는 분명히 집에 있었을텐데."


"용사님은 원래 살던 곳에서 이 세계, 칼데아로 소환되셨어요."


믿기지 않네요 제게 도움을 청했던 건 1호선의 망령이 아니었던 건가요?


내가 놀라고 있는 과정을 이해한 건지 외국인 아가씨는 한숨을 푹 쉬었습니다.


"말이 길어질 것 같으니 통성명부터 할게요. 저는 메데이아라고 해요. 바빌로니아의 마녀죠."


삐삐를 닮은 귀여운 외국인 아가씨. 그러니까 메데이아는 이 왕국의 마녀였습니다. 이 곳에서 마녀는 그렇게 박해받는 존재는 아니지만 추앙받지도 않는 괴짜취급인가봐요. 하여튼 그녀는 유년기를 보냈던 고향을 떠나 마녀의 밑으로 수행하던 중 북쪽의 화산에서 마족의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왕립 마법사협회에 이 사실을 보고했고 맞다 아니다로 1달을 다퉜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수색대가 돌아오자 용사파티를 보내자 방어를 준비하자로 2달, 용사파티의 전멸과 마왕군이 출몰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부족한 마법사와 성기사가 협력해야한다로 의견이 합쳐졌습니다. 그리고는 마왕군의 본진이 올라오자 전 병력을 시원하게 말아먹었죠. 마왕군은 밤낮없이 달려 칼데아의 국가들을 점령했습니다.


그때서야 성녀가 신탁을 받았답니다. 이세계에서 용사를 소환하라고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제들의 백일기도에 성녀의 메세지는 직통으로 꽃혔지만 결과는 이미 알고있죠.


대륙의 반이 넘도록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오는 마왕군에 국가나 종족에 관계없이 손을 잡았고 결국 괴짜취급받던 마녀들까지 참여해 저를 강제 소환했다는 말이었습니다. 메데이아의 집으로 소환진이 이어진 건 순전히 우연이고요.


"용사님이 깨어나시는 데 한 달이 걸렸어요. 어디 잘못된 게 아니라 다행이에요."


메데이아는 안심한 눈치였습니다. 수습 딱지를 뗀 지 30년 밖에 안됐다네요. 숙련도가 누군가의 생애만큼인데요. 잘쳐줘야 치어리딩하는 여자애들이랑 시비붙어서 들이받을 고딩인데 대체 메데이아는 몇 살일까요.


"이봐, 용사가 깨어났나봐. 가만있어봐. 여자인가본데?"

"메데이아. 용사의 종족은? 나이는?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지?"

"설명은 됐고 빨리 보내줘. 이 아지트까지 들킨다면 난 도망칠데도 없단말이야!"

"이제와서 깨어난 게 무슨 소용이야. 내 고향은 잿더미가 됐는걸."


그러거나 말거나 메데이아의 옆에서 반짝이던 수정구들은 저마다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어딘가의 마녀들이라던데 누군가는 불만이 가득했고 누군가는 두려움에, 혹은 슬픔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메데이아처럼 바로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분위기는 알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마계로 통하는 톨게이트가 하이패스가 될때까지 키워놓고 내 핑계를 대고 있는 거네요 이 사람들. 자기들 편한대로 소환해놓고 용사가 어떤 사람인지 구해줄 능력은 있는지도 모르면서 책임이니 자격부터 따지는 거죠.


"차근차근 말씀하세요. 용사님은 이제 막 깨어나셨다고요."

"메데이아! 이것보다 급한 일이 뭐가 있니 네 할 일을 해."


메데이아의 쩔쩔매는 목소리와 마녀들의 싫은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굳은 몸을 이리저리 풀었습니다.


당신들 사정이야 괴롭겠지만 용사는 다시 구하셔야겠습니다.


아직 못 마신 맥주와 상해가는 통새우 어묵바가 있거든요.


"메데이아 잠깐이지만 고마웠어요."

"용사님 어디가세요?"

"제 살길 찾으러요!"


그렇게 문을 박차고 나왔는데 누군가와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아잇! 눈을 어떻게 뜨고 다니는 거에요."


"네년이 와서 부딪힌 거다만..."


보라색의 찰랑이는 직모로도 가려지지 않는 동그랗게 말린 뿔이 관자놀이에서 자라있네요. 그 질감은 대충 봐도 진짜 같아서 얇게 다듬어도 짙게 깔린 눈썹이나 대들보같은 콧대가 나중에 들어올 정도였습니다.


"아니면 내게 안기려던 건가?"

"난 저탄력 배게가 좋거든요!"

"저... 뭐?"


입술은 왜 검게 칠한 걸까요. 아무리 봐도 마족이고 복장을 보니 직책도 꽤나 높아보입니다. 잠시 도망치는 상황을 떠올렸지만 불길한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나는 그 뿔달리고 그럴싸한 군복 위로 검붉은 망토를 걸친 여자의 뒤에있던 말에 제 발로 올라탔습니다.


"이... 잇! 익!"


사실은 올라타려고 했습니다. 엄청 멋있게 휙하고 뛰어넘어서 착 하고 쩍벌한 채로요.


말은 자동차 정도 높이에 머리가 셋이었습니다. 그건 하나가 목을 꺾어 제가 앉을 자리에 턱을 얹고도 두번째가 제 냄새를 맡고 마지막은 침을 뱉고도 남는다는 소리죠.


내가 아니라 바닥에요.


"이봐요, 나 찾으러 온 거 아니에요?"

"네가 용사인가?"

"용...사라 그러면 그거는 아닌데 중요한 사람이에요."

"그걸 내가 어떻게 믿지?"

"그럼 빈 손으로 가시던가. 나도 손해볼 거 없어요."

"이 집에서 나온 이상 그냥 보낼 수는 없지."

"그럼 가요."


팔짱을 낀 채로 손가락을 톡톡 두드리는 뿔달린 마족은 오만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은근슬쩍 빠져나가려던 말은 씨알도 안 먹히네요. 메데이아의 집을 응시합니다. 이제 수습을 뗀지 30년 된 그녀가 이 마족을 이길 수 있을까요. 애써 태연한 척 콧방귀를 뀌고선 다시 말쪽으로 몸을 돌렸습니다.


"이잇! 하아하아..."


두어번 더 시도해도 말은 태워줄 마음이 없어 보입니다.


시끄러운지 귀만 팔락일뿐 더 이상 방해는 하지 않았지만 아무튼 내가 못 타는 건 아니니까요.


"뭐해요 안 태워주고?"


결국엔 짜증을 내고 말았습니다. 좁혀지는 눈가에 내가 담겨도 뭐 어쩌겠어요 성질나쁜 마족이라도 지금은 나를 못 죽일텐데요. 마주 노려보자 뿔달린 마족은 코웃음을 쳤습니다.


부츠를 휘적이며 걸어와 내 허리춤을 끌어안고선 말 위로 올리더니 자기도 올라탔습니다. 그리고선 말의 목덜미를 툭툭 치자 삼두마차는 굵은 다리로 땅을 박차며 달리기 시작했죠.


그래요. 이제부터 소환용사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


급 땡겨서 썼는데 다음편이 나올지는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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