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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네온 스모그가 눈을 가린다 -2

삼일월야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27 15:16:47
조회 221 추천 12 댓글 3
														

사람의 도리가 사라진 세계는 약자에게 가혹한 운명을 강요한다.


“그렇게 주치의로 일하다가 우리 아버지를 죽이는거야, 당신 손으로.”


“의사로 있다가 당신의 아버지를 죽인다고.”


“바로 그거야.”


여자는 명쾌하게 대답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나는 마음 속에서 자라나는 의문을 참아낼 수가 없었다. 살인 청부를 할 거라면 다른 사람을 고용하는 편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매음굴을 통제하고 있다면 그런 커넥션을 하나 둘 가지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일개 의사인 나한테 너무도 큰 일을 맡기는 것이 아닌가? 실패할 확률이 높은데도.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는 생각하지 않는건가? 그리고 다른 것보다도…


“애초에 왜...아버지를 죽이려고 하는 거지.”

마음 속의 말이 밖으로 새어나왔다. 황급히 입을 다물었지만 쏟아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었다.


“저기 그…”


“아, 괜찮아. 그런 거 궁금할 수도 있으니까.”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여자는 의외로 내 질문을 받았다.


“어떻게 말하려면 좋으려나.”


그렇게 여자는 턱을 괴고 짐짓 고민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는 손을 튕긴다.


“유산 문제야.”


그러면서 여자는 말을 이어나갔다.


“아버지의 모든 재산은 전부 내가 가지고 싶으니까. 그래서 아버지는 멋대로 죽어서도 안 돼, 그리고 멋대로 살아있어도 안 돼. 준비가 모두 끝났을 때, 가장 완벽한 타이밍에 돌아가셔야 한다고.”

거창한 이유가 아니었다. 대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여자는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나는 납득할 수 있었다. 어떻게 거리에서 관리하는 사람의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것인지. 이 여자는 다른 누구보다도 욕심이 많다. 그리고 자신의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그릇을 끊임없이 채우려고 하는 행동력 또한 있다. 남의 것을 뺏어서라도, 다른 누군가를 착취해서라도. 망설이지 않고 빼앗고 채우고 자신의 만족을 추구한다. 자신의 친구를 해쳐서라도, 아버지를 죽여서라도.


“그래서 의사가 필요한거야. 당신같이 의사면서도 조금 하자가 있는 사람이면 더 좋아. 뭐 쓸데없는 직업 의식이 있다면 아버지를 죽일 때 망설이지 않겠어?”


정말로 이 네온에 감싸인 도시에 어울리는 여자.


“뭐, 이걸로 궁금증은 해결됐을까?”


나는 조금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긍정을 표했다. 그런 여자니까, 이런 일을 벌인다고 납득할 수 있었으니.


“그러면 일은 해준다 그랬으니까, 그에 따른 준비를 해야겠네.”

그렇게 여자는 내게 천천히 다가와 나를 묶고 있는 구속을 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밧줄은 전부 끊어졌지만 그러고도 나는 한동안 꼼짝도 하지 못했다. 오랫동안 묶여있었던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데에는 꽤 시간이 걸렸으니.


“뭐, 이야기는 대충 끝났으니까 이제 가 볼게. 내일 아침, 마리아의 방으로 와.”


가까스로 일어설 수 있었을 때, 여자는 이미 방을 나가고 없었다. 따라 나간 문 밖은 어느 골목의 어귀. 먹구름이 낀 하늘에서는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옷깃을 여민 채 걷는 길에 있는 것은 약에 취해 잠을 청하는 부랑자와 물을 쏟아내는 하수도. 방금 전까지의 모든 일은 전부 거짓이지 않을까. 마리아의 죽음도, 내가 살인 청부를 받은 것도, 그리고 아버지를 죽이려는 여자가 있는 것도 모두. 하지만 그런 내 희망을 비웃듯이, 내 어깨를 타고 흐르는 빗물은 유달리 차갑게만 느껴졌다.


뜬 눈으로 지샌 밤을 보내고 맞이하는 아침, 거리는 어느 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있었다. 귀를 부수는 소음 사이에서 주린 배를 채우는 짐승들의 소굴. 나는 다시 네온 스모그가 눈을 가리는 길로 들어선다. 허름한 스트립 바 옆에 있는 투박한 철문. 비밀번호는 Maria. 하지만 더 이상 마리아는 없다. 문을 연 그 방 안에 있는 것은.


“왔구나.”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려는 여자, 그리고 그 여자가 같이 대동한 것 같은 덩치 큰 남성 네명이 있었다.


“도망치거나 하지는 않았네? 시간은 충분히 있었을텐데.”


내가 나를 납치한 여자의 말을 따라 마리아의 방에 온 이유.


“안 왔다면 분명 강제로라도 끌려갔을 테니까.”

“정답, 상황판단은 되네.”


이 여자는 내 집에서 나를 끌고 나왔다. 그 말은 곧 언제라도 다시 나를 마음대로 끌고 나올 수 있다는 것. 옆에 있는 덩치들이 내 가설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저 체격이라면 가벼운 여자 한 명을 들고다니는 건 일도 아닐테니.


“그런 거친 짓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았는데 다행이야, 다행.”


그러면서 입꼬리는 치켜 올라가져 있었다. 조소, 그것은 언젠가 본 기억이 있는 얼굴. 브로커에게 심장을 넘겨주었을 때, 브로커는 말했다. ‘이 사람한테 받을 빚은 더 있었는데 말이죠.’ 라고. 그러면서도 입꼬리는 올라가 있는 채로.


“당신도 그렇지 않아? 억지로 끌려오는 것보다 낫잖아.”


“맞아.”


그 때의 브로커와 똑같다. 즐거움은 보지 못했지만 어떻게든 일은 완수되었다고, 그래서 별 상관 없다고.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볼까.”


내가 어떤 생각을 하건, 어떤 마음을 먹고 있건 상관없다는 듯이 여자는 옆에 있는 남자들에게 무어라 손짓했다. 이내 그들이 가져온 것은 수술대. 한 쪽 끝에는 언젠가 본 적이 있는 기계장치가 있었다.


“성형 기계잖아.”

“오, 괜히 의사는 아닌가봐? 그래, 맞아. 이게 당신의 얼굴을 바꿀 거야.”


그런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여자는 한 여자의 사진을 내밀었다. 앨리스, 라는 명찰을 달고 해맑게 웃고 있는 의사의 사진.


“원래 아버지의 주치의로 이 여자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손가락을 움직여 화면을 움직인다. 그러자 디스플레이에 나타나는 것은 약에 쩔어 망가져버린 앨리스의 얼굴. 수없이 많이 봤던 부랑자 중의 한 명.


“이야기가 안 통하더라고.”

“...”


“그래서 ‘설득’을 조금 했는데 결과가 안 좋게 끝나서 슬펐지. 그래, 뭐 그래도 어때. 지금은 당신이 있는데.”


여자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린다.


“그렇지? 앨리스?”

저항해봐야 소용은 없다고,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가학적인 기계장치를 얼굴에 쓴 채 수술대에 눕는다. 눈 앞에 있는 것은, 나를 앨리스로 만들 차가운 금속들.


“자, 그러면 시작이야.”


만약 잠을 잔다면 이 악몽을 깰 수 있을까. 그건 덧없는 기대겠지. 귀를 울리는 굉음 속에서, 어쩐지 내 볼을 타고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눈을 떴을 때, 천장에는 보라색의 광원이 있었다. 익숙한, 하지만 이제는 사라진 마리아의 방. 일어난 내게 여자는 거울을 건네준다. 거울에 비춰진 얼굴에는 내가 없었다. 거울 속에 있는 것은 이제는 약에 절어버린 망가진 의사, 앨리스.


“수술은 무사히 끝난 것 같네. 다행이야, 다행. ...말로만 듣다가 이렇게 직접 만나 뵈는 건 처음이네요.”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여자는 내게 오른손을 내민다.


“제 이름은 트리쉬에요, 당신은?”


내 대답은 이미 정해져있었다.


“저는 앨리스. 트리쉬, 당신 부친의 주치의로 고용되었어요.”


덧대어진 얼굴 아래로 눈물은 이미 메말라 있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


욕망대회

너무 기대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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