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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흔들리는 꽃 - 애증의 폭풍 속에서 - 13화

1234(39.113) 2021.02.12 21:44:06
조회 133 추천 10 댓글 3
														

어느 누구라도 사유리의 공격을 무사히 받아낼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터였다.


하지만 치즈루는 너무나 간단히 그것을 튕겨내었다. 그것도 단 한번의 휘두르기로.


그저 단순한 경험의 차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 차이는 압도적인 힘의 차이. 치즈루는 사유리의 무시무시한 힘을 간단히 제압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아직 상황은 몰랐다.


처음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다고 사유리는 자신의 전투 의사를 전혀 물리지 않았다.


오히려 강력한 적의 등장 앞에 그녀는 한층 더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자신이 짊어진 힘에 휘둘리는 사유리의 모습은 마치 짐승과도 같은 광폭함으로 가득 했다.


아마 어지간한 환상종은 이런 상황에서 절대 싸우려 하지 않겠지.


지금의 상황은 객관적으로 결코 좋지 않았다. 사유리의 몸에 흐르는 힘은 환상종이라면 누구나 두려워 할 파마의 힘.


비록 환상종이 부정한 존재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마로 규정한 그 근원은 저 앞에서 소멸될 뿐이었다.


그러나 치즈루는 그런 것에 겁먹지 않았다. 오히려 오랜만에 느끼는 살떨리는 흥분을 기쁘게 맛보고 있었다.


"재밌네...."


사랑스런 제자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잠시 잊어버리고 치즈루는 현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평화로운 시대, 보람차지만 한편으로 너무나 심심한 교사라는 직업으로 살아가는 그녀에게 있어 이런 상황은 사랑스러운 이벤트이자 가끔씩 찾아오는 보너스와 같았다.


그렇지만 그저 긴장감을 즐기기만 하면 안되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사유리를 진정시키는 것. 그리고 저 뒤에 겁먹은 두 아이를 지키는 것이었다.


다행한 것은 사유리가 왜 폭주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제압을 하면 되는지 치즈루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오랜 기간 숙적이었고 한편으로는 가장 사랑했던 사람의 자손을 돌봐주는 건 그것대로 보람이 있는 일이다. 비록 천년 가까운 시간을 그렇게 하다보면 이미 가버린 사람을 불평을 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치즈루는 오랜만에 자신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9개의 꼬리를 지닌 요사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여우. 사람들이 구미호라고 부르는 천년의 세월을 짊어진 존재가 은빛의 털을 자랑스럽게 두르고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


사유리는 순간 당황하는 듯 움직임을 멈췄다. 오랜 시간 가문의 피를 통해 타고 내려온 환상종에 대한 적의는 변함이 없다.


그렇지만 그 이상으로, 오랜 시간 계속해서 그녀의 선조들을 밟아버린 압도적인 힘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피를 이어가며 쌓은 원한.


그만큼이나 쌓인 두려움.


두 가지의 모순된 감정 속에 사유리는 몸을 덜덜 떨었다. 그걸 보며 아름다운 구미호는 웃고 있었다.


"아직 어리니까 예민하구나. 그래도 어차피 한번 타오를 듯한 몸이 쉽게 가라 앉겠느냐? 어서 덤비거라."


구미호는 치즈루의 모습일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고혹적이면서도 절대 거절할 수 없는 목소리.


후미나와 아야메는 그 모습을 보며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그건 사유리 또한 마찬가지.


그 말에 거부할 수 없다는 듯 사유리는 몸의 모든 기운을 자신의 손에 집중했다.


그것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한 기운으로 가득 했다. 굳이 환상종이 아니더라도 그 모습을 본다면 겁에 질려 도망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구미호는 그것을 그저 아이들의 장난으로 보는 듯 여유가 가득했다.


"자 어서 오거라!"


재촉하는 구미호의 목소리에는 힘이 담겨 있었다. 그 소리에 사유리는 반응하듯 달려들었다.


한발 내딛을 때마다 넘쳐 흐르는 힘은 주변을 파괴했다. 하지만 잔기술은 없었다.


그저 정직한 정면 승부.


달린다.


그리고 눈 앞의 적을 향해 모인 힘을 그대로 찌른다. 어떤 속임수도 없는 일격 필살의 공격.


사유리의 속도는 앞으로 갈 수록 빨라졌고 사람을 벗어난 움직임에 그녀의 몸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치즈루였던 구미호는 전혀 흔들림 없이 미소짓고 있었다. 대신 사유리의 움직임을 인간을 뛰어넘은 집중력으로 살펴볼 뿐이었다.


후미나와 아야메는 그 모습을 보며 움직일 수 없었다. 그들의 기운에 압도되어서만이 아니었다.


그 이상으로 그들의 싸움은 인상깊게 그녀들의 영혼에 새겨졌기 때문이었다.


구미호를 향해 달려가는 사유리의 모습은 순수한 적의로 가득 차 있었다. 모순되는 말일지 모르지만 사유리는 그렇기에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유리 앞에 고고하게 서있는 구미호의 모습은 그 이상으로 빛나고 있었다.


서로의 거리는 점점 줄어든다.


아마 승부는 일격에 끝나겠지.


싸움에 대해 잘 모르는 두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 수 있었다. 결과는 아주 짧은 시간에 끝날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생각대로 싸움은 끝났다.


눈 앞의 구미호를 향해 뻗은 날카로운 일격을 아주 간단히 흘리면서 그대로 사유리를 뒷목을 노린 단 한번의 공격으로 제압했다.


"후우...."


다시 치즈루의 모습으로 돌아온 구미호는 미소지었다. 여유를 부렸지만 역시 이런 일에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는지 그녀의 이마는 땀이 가득했다.


그렇지만 그 이상으로 치즈루는 즐거운 모습이었다. 오랜만에 날뛴 덕에 몸이 풀린 듯한 모습이다.


"너희들은 얼른 집으로 돌아가렴. 내가 사유리를 데리고 갈거니."


치즈루의 말에 후미나와 아야메는 고개를 저었다.


"저희도 관계자라면 관계자에요."


후미나는 감히 치즈루 앞에서 주장했다. 그리고 아야메도 거기에 말을 보탰다.


"어찌되던 친구라면 친구입니다. 마지막까지 볼 권리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들의 당돌한 말에 치즈루는 웃었다. 어이가 없다기 보다는 귀여웠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힘을 본 환상종은 물론이요 인간들도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렇지만 두 아이는 서로의 손을 꽉 잡고 자신에게 말을 꺼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친구.


한때 자신도 그런 관계를 맺었고 그 이상을 생각했지만, 치즈루는 실패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다를지도 몰랐다.


실패할 수도 있지만 천년의 변덕이다. 손녀같은 아이들에게 딱딱하게 굴 필요는 없었다.


"그래. 그럼 따라오렴. 저기 스즈메양? 부탁할게요."


치즈루는 저 멀리서 이 싸움을 바라보던 스즈메에게 말을 걸었다. 스즈메는 군말 없이 치즈루의 말을 따라 사유리를 수습했다.


두 사람은 조용히 치즈루를 따라 사유리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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