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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흔들리는 꽃 - 애증의 폭풍 속에서 - 14화

1234(39.113) 2021.02.15 21:51:07
조회 139 추천 12 댓글 3
														

절망감.


사유리의 아버지는 치즈루와 함께 온 사유리를 보고 매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치즈루 선생님, 설마?"


사유리의 아버지의 물음에 치즈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너랑은 다르더라."


치즈루는 이미 잘 아는 듯 그렇게 말하며 사유리를 데리고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후미나, 아야메. 둘다 따라오렴. 그리고 스즈메양도."


치즈루는 그렇게 말하며 문을 닫았다. 닫기 전에 그녀는 사유리의 아버지에게 무엇이라고 조용히 말했고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 녀석, 학창 시절에는 꽤 귀여웠는데 말이지. 이제 완전히 아저씨가 되어서 말이야."


치즈루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그런 이야기는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다.


"어찌되던 사유리는 약간 손이 많이 가는 옛 연인의 자손이라서 말이지...."


치즈루는 사유리를 침대에 눕힌 후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말에 다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모습이었다.


"아아.... 그런 이야기는 자주 있으니까. 후미나양도 그런 이야기 들어본 적 있을거야. 환상종과 퇴마사의 이뤄서는 안될 사랑."


후미나는 그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전에 봤던 책도 그렇지만 환상종과 인간 사이의 금지된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많았다.


"나는 하필이면 퇴마사 가문의 딸을 좋아하게 되었지."


치즈루의 말에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게 도대체 언제 이야기일까?"


"물론 그건 꽤 오래된 이야기지. 800년 전 정도려나?"


치즈루의 말에 다들 얼이 나간 얼굴이었다. 장생종, 혹은 불멸자라고 봐도 될 정도로 오랜 시간을 살 수 있는 환상종이라 하더라도 인간들과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시간 개념은 인간에 가까워졌다.


게다가 아직 20살도 안된 아이들에게 있어 몇 백년은 까마득한 이야기.


그런 아이들의 얼굴이 귀여워 죽겠다는 듯 평소와 달리 치즈루는 얼굴이 풀려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심각한 표정이었기에 그 대비는 더욱 컸다.


"저기, 치즈루 선생님? 저희는 지금 상황이 제대로 이해가 안되는데요...."


아야메는 뭔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그녀들에게 있어서 치즈루의 반응은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아아 예전 생각이 나서 그래."


그렇게 말하는 치즈루의 얼굴은 젊은 여성을 닮았지만 마치 할머니와 같은 푸근함이 느껴졌다.


"원래 퇴마사라는 존재는 우리들 환상종과 사이가 나쁘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에는 불과 같은 사랑을 즐기는 때도 있었단다."


마치 아련한 추억을 푸는 것처럼 치즈루는 옛 이야기를 시작했다. 성별을 떠나 사랑의 이야기는 저 나이 소녀들에게 있어 흥미로운 소재다.


심지어 스즈메도 치즈루의 말에 귀를 귀울이고 있었다. 오직 사유리만이 누워서 편안한 듯 숨을 내쉴 뿐이었다.


치즈루는 사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손길은 사유리를 한층 더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때 기준으로 이야기지만 사유리의 선조는 정말 고왔단다. 지금이랑 비교하면 화장도 그렇고 모든게 모자란 시절인데도 내 눈에 띌 정도였으니까."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치즈루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 모습에 소녀들은 점점 더 집중해서 치즈루를 바라보았다.


"사실 첫 만남은 정말 최악이었지. 사유리의 선조는 날 죽이려고 했고 난 그 때 한창 날뛰던 때였으니까."


"그럼 첫 만남도 싸움이었나요?"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는 치즈루에게 후미나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며 물어보았다. 아무래도 운명의 만남과 같은 것에 그녀들은 반응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지금 잠시 사유리의 일마저 잊고 자신의 옛 이야기에 수업시간에도 보이지 않는 집중력을 보이자 치즈루는 미소지었다.


언제나 그렇듯 이런 이야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그저 귀여울 뿐이다.


"그렇지. 서로의 목숨을 걸고 싸웠지. 그렇지만 서로의 실력이라는게 의외로 뻔해서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치즈루는 자신의 꼬리를 하나 꺼내 보여주었다.


"그때 실수해서 태워먹은거. 처음에는 치료하려고 했었는데 나중에는 그것도 추억이라 놔뒀어."


그녀의 꼬리는 완벽한 은빛이었지만 딱 한 곳이 눈에 띄었다. 물론 다른 털로 가리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으려면 찾을 수 있는 위치였다.


"아...."


아야메는 그것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뺨에 대었다. 뭔가 늑대인간의 입장에서는 말로 표현 못할 부분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뭐 서로가 서로를 못죽이고 치열하게 몇 년간 싸우다보니까 서로 정이 들더라고. 그게 제일 무서운 법이니까."


치즈루는 그리 말하며 사유리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남아있는 선조의 흔적을 찾으려는 듯 그 눈빛은 더 없이 깊어보였다.


"그렇게 싸우다가 어느 날, 우린 같이 낭떠러지에 떨어졌지. 서로에 대한 원한만큼이나 맨날 생각하다보니까 그런 상황에서 싸울 마음은 들지 않더라?"


그리 말하며 치즈루는 잠시 말을 끊었다. 과거를 떠올리는 것은 그만큼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모양이었다.


아름다운 구미호도 추억 속에서는 그 시절의 열정이 다시 떠오르는 듯 보였다.


"그래서 서로 어떻게 좋은 시간도 보내고 그랬지. 그렇지만 결국 이어질 수는 없었어. 그때는 지금 같은 시대가 아니니까."


치즈루는 그렇게 말하며 사유리의 손을 잡아주었다. 직전의 싸움으로 그녀의 손은 상처투성이였다. 그것을 자신의 힘으로 치유하며 치즈루는 당시의 일을 기억했다.


"그래도 구미호랑 퇴마사가 함께 하는 건 꽤나 화제였지. 물론 그녀가 결혼하는 걸 막진 못했지만 그때는 당연히 시집가는거라 생각했으니까. 나나 그녀나...."


시대의 한계.


그 말의 무게가 새삼스럽게 아이들에게 다가왔다. 그 때는 그랬다는 말이 너무나 아프다.


"그래도 그녀의 아이를 대대로 보는 것도 나쁘진 않더라고. 그리고 이제 이렇게까지 왔잖아? 마치 손자 손녀 보는 느낌이니까."


치즈루는 그렇게 말하며 사유리의 아버지가 과거 얼마나 사고 많이 치고 다녔는지도 이야기 해주었다.


그 말에 다들 웃으면 안되는 걸 알지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할머니의 입장에서 손자가 날뛰는 걸 이야기하는데 어찌나 재미나게 말을 하는지 잠시 모든 것을 잊고 깔깔 웃는 모습이 딱 그 나이의 아이들다웠다.


"그것까진 다 좋은데.... 당시 사유리의 선조가 되던 그 아이의 부모는 날 좋게 생각하지 않았지."


말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치즈루의 말에 이제까지의 웃음은 사라지고 다들 긴장한 분위기가 되었다.


"그들의 악의가 모여서 등에 새겨지고 이제까지 내려온게 아까 본 사유리의 폭주야."


그렇게 말하며 치즈루는 아야메에게 다가가더니 그대로 안아주었다.


"선생님?"


"많이 고생했다고 들었단다. 그런데도 사유리를 찾아와주다니.... 고맙구나."


치즈루의 말에 아야메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오랜 시간 쌓은 감정의 둑이 무너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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