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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a4 한장으로 끝내는 백합 - 6

글쓰는병시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25 05:48:21
조회 356 추천 1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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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평선까지 라벤더밭이 펼쳐져 있었다, 코끝에 라벤더 향이 스친다. 마음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나는 네 쪽으로 고개를 돌려 너의 반응을 보았다. 너 역시 아득히 먼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쨍한 햇빛에 너의 흰 피부가 빛났다. 라벤더들 사이로 라벤더꽃을 따는 사람들이 보였다. 등에 진 바구니 한가득 라벤더꽃이 담겨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담배를 물었다. 라벤더밭을 담배 연기가 가렸다.

 "또 담배야? 오늘 몇 개피째지?“

 ", 너는 하루동안 먹은 쌀알 개수를 셀 수 있어?“

 "좀 끊어라.“

 "그게 되었으면 진작에 끊었지.“

 나는 담배를 깊게 빨았다가 내뱉었다. 시야가 흐려진다. 어딜 둘러봐도 지평선이다. 공포심마저 들 정도로 거대한 해방감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바람 소리와 차가 달리는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기묘한 해방감이 나에게 지금이 적기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한줄기 바람이 불었다. 너의 스커트가 바람에 펄럭인다. 너는 정신없이 라벤더밭을 바라보다가 스커트를 매만졌다. 그런 사소한 행동마저 내 마음을 들쑤셔놓는다. 다시 한번 담배를 한모금 빨았다. 하지만 한번 들썩이기 시작한 마음은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아득히 먼 지평선과 네가 겹쳐보여 시야가 아찔해졌다.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라왔다. 그 순간 손가락이 뜨거워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담배가 끝까지 다 타 있었다. 나는 휴대용 재떨이에 담배꽁초를 비벼끄고 집어넣었다.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힐에 붙은 흙을 톡톡 털어내며 우리는 길가로 나왔다. 운동화를 신을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지금 와서 갈아신기도 모양새가 조금 그랬다.

 "다시 출발할까?“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지며 나는 너에게 물었다.

 "아직 세시간 정도 더 가야 하는거지?“

 ", 그러니깐 좀 자둬.“

 우리는 길가에 세워둔 차에 올라탔다. 너는 창문을 열었다. 라벤더밭에서 꽤나 거리가 있는데도 차 안까지 라벤더 향이 희미하게 느껴졌다. 나는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켰다. 라벤더밭이 점점 멀어진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아주 푸르렀다.

 "우리 도착하면 뭐하지? 졸업여행이라고 말은 근사하게 하긴 했는데 계획 짜둔거도 없잖아.“

 네가 창문 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말 그대로였다. 나는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은 채 무작정 너에게 졸업여행을 가자고 권유해서 데리고 왔다. 네가 따라와 주어야만 하는 여행이었기에 나는 이런저런 말들로 너를 구슬렸다. 너는 당황스러워 했지만 군말없이 나를 따라와 주었다.

 "일단 숙소 들어가면 아무것도 안하고 뒹굴거리는거 어때? 한동안 바빴잖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너는 한동안 생각을 하는 눈치였다. 나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직 나흘 더 남았으니깐, 여행.“

 "그럴까?"

 한마디 더 덧붙인 말이 결정타였나보다. 나는 차에 연결해둔 휴대전화를 조작해서 노래를 틀었다. 4비트의 신나는 펑크, 디스토션이 잔뜩 걸린 기타 사이로 허스키한 보컬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나는 비트에 맞춰 손가락으로 운전대를 두드렸다.

 "나는 왜 이런걸 듣는지 이해를 못하겠단 말이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노래 안 바꾸고 다 들어주잖아.“

 "찾아서 들을만 하다는게 아니라는 말이거든.“

 우리는 이런 시덥지 않은 말들을 하며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 위를 달렸다.

 푸른 하늘의 서편에 서서히 노을이 내려앉기 시작할 때 즈음, 우리는 여행 전에 예약해두었던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짐을 풀고 침대에 눕자 졸음이 몰려왔다.

 "졸려?“

 너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저녁 먹을 때 깨워주겠다는 너의 말을 끝으로 의식이 끊겼다.


 "야 일어나 밥먹으러 갈거야.“

 네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휴대전화 화면을 켜보니 7시였다. 기지개를 켜고 침대에서 나왔다. 너는 그 사이 식당을 찾아보았는지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에서 능숙하게 길을 찾아 걸어갔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니 내가 이미 식당하고 식사 뒤의 산책코스도 다 생각해두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5분정도 걸어서 네가 앞장서 들어간 곳은 노란색 조명이 인상적인 낡은 가게였다.

 너는 번역 어플리케이션으로 메뉴판을 일일이 번역하며 무엇을 먹을지 결정했다. 같은 음식을 먹을것이냐는 너의 말에 나는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주문은 간단했다. 메뉴판의 철자를 그대로 어플리케이션에 입력하고 재생시킨 뒤 손가락 두 개를 펴보였다. '하나 주세요', '이거 주세요' '감사합니다' 같은 간단한 말들을 미리 외워왔지만 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하나도 말할 수가 없었다. 결국 모든 주문은 네가 다 했다.

 물을 한잔 마시고 나서야 나는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내 눈앞에는 강낭콩이 잔뜩 들어간 스튜가 놓여있었다.

 "이게 뭐야?“

 "깨술래? 캐슬레? 강낭콩이랑 소시지랑 오리고기 같은게 들어간 스튜래. 우리 아침에 기내식 먹고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 그래서 콩이랑 고기 들어간거로 골라봤어.“

그렇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한 숟갈 떠 먹어보았다. 돼지사골국물에 콩을 푹 끓인 맛이었다. 굉장히 기름진 맛이라 나는 이것을 다 먹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너를 바라보니 너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열심히 콩을 떠먹고 있었다. 나는 물 한모금을 마시고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8시가 조금 넘었다.

 "아까 먹은게 양이 좀 많아서 그런데, 잠깐 산책하고 가지 않을래?“

 너도 먹은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흔쾌히 좋다고 말했다. 내가 앞장서서 우리는 시가지를 지나 언덕으로 향했다. 언덕엔 자그마한 성당이 있었고, 성당을 등지니 조명들이 빛나는 시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까지는 내가 생각했던 것들과 조금 어긋났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가 생각했던 장소, 내가 생각했던 분위기였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너는 신기한 것을 보듯 시가지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나는 머릿속으로 수천번씩 연습했던 시나리오를 다시금 떠올리며 네게 말을 걸었다.

 "하민아.“

 "?"

 네가 나를 돌아본다. 가볍게 현기증이 났다. 머릿속으로 완벽히 외운 시나리오였지만 현기증 때문일까, 새하얗게 잊어버렸다. 빙빙 도는 시야를 간신히 너에게 고정하며 나는 말했다.

 "나랑 사귈래?“




졸업여행에서 고백하는 여자의 이야기

작중에서 둘이 먹었던 요리는 카술레 라고 하는 프랑스 옥시타니아 지방의 향토요리로 실제 발음은 깨슬레 에 가까움

안먹어본 요리라 맛은 다른 여행후기들 참고해서 썼음 이미 있는 커플 깨트리는건 참 쉬운데 왜 커플을 엮어주려 하는건 이렇게 힘이 드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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