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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욕망] 나의 천사님

지나가던어류학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28 23:59:03
조회 1154 추천 25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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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계신 천사님들. 들리시나요?


제 이름은 '로라 차메이'라고 해요.


저희 엄마가 항상 말하셨어요.


착한 일을 많이 하고, 나쁜 짓을 숨기지 않고 반성하면 천사님이 절 천국으로 데려다 줄 거라고.


그러면 더 이상 저한테 안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고...


그래서 엄마 말대로 마을 식구들을 위해 착한 일을 하루에 몇 번씩 꼬박꼬박 실천했어요.


착한 일을 할 때마다 항상 들고 다니는 쪽지에 리스트도 만들었어요. 보세요! 오늘 적은 착한 일 리스트에요!


아침에 저희 아빠보다 일찍 일어나서 이불을 전부 개고 차곡차곡 쌓아놨어요. 이불이 살짝이라도 삐져나오면 보기 안 좋다 해서 꼼꼼히 확인도 했어요!


그리고 아빠를 위해 아침 식사로 빵과 수프도 준비했어요. 아빠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식탁을 탁 치더라고요!


그리고 아빠가 누구랑 만나러 간 사이에 집 밖으로 나와서 잠시 놀았는데, 지나가던 할머니께서 마을이 어딘지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할머니께서 길을 잃지 않게 제가 직접 마을까지 안내해줬어요. 할머니가 엄청 고마워하면서 저에게 백합 모양의 머리띠도 선물해줬어요! 정말 잘 했죠?


그리고 매일 저녁에는 아빠와 같이 '소꿉놀이'도 하는데, 저는 항상 엄마 역할을 해요. 그러면 아빠가 매우 좋아하시더라고요. 이것도 착한 일이죠? 그쵸?


만약 천사님이 절 데리러 오신다면 제가 적은 착한 일 리스트를 보여드릴게요! 분명 천사님도 좋아하실 거에요!


그러니깐 천사님... 한 번이라도 와주실 수 없을까요?


혹시, 제가 밤중에 기도를 해서 잠이 깨서 화가 나신 건가요? 그러면 제가 나쁜 짓을 한 건가요...?


아니면... 오늘 소꿉놀이 때 아빠의 표정이 언짢아 보였는데, 제가 아빠한테 나쁜 짓을 한 건가요...?



(......)



천사님...... 엄마가 보고 싶어요...... 엄마가 며칠 째 안 보여요......


제발...... 천국에 가지 않아도 저희 엄마는 꼭 보고 싶어요......


아파요...... 흐윽......



------------------------------------------------------



로라 차메이입니다.


오늘도 아빠가 누구랑 만나러 점심에 집을 나왔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아빠가 집안을 꼼꼼히 청소하라고 해서, 밖에서 노는 건 잠시 미뤄야겠네요.


빗자루로 먼지를 쓸어내고, 걸레로 때를 닦아내는 일이에요.


만약 아빠가 청소 상태를 보고 화를 내지 않으신다면 이 일도 착한 일 리스트에 넣을 거에요. 그래도 되죠?


(......)


앗, 아빠가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오늘은 아빠 목소리가 매우 밝아 보여요! 크게 웃으시는 걸 보니 기분 좋은 일이 있나봐요!


아빠가 기분 좋은 날이면 저도 기분이 좋아져요! 다행이에요! 다행이야...


그런데 오늘은 색다른 목소리도 들리는 거 같습니다. 자세히 들어보니깐... 여자 목소리네요. 아빠가 여자를 데려온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하, 내 사랑 하엘! 여기가 우리 집이야! 조금은 조촐하지만 언젠간 크게 바뀔 거라고!"

"어머 차메이 씨~ 그래도 생각했던 거보다 괜찮은 걸요?"


저 아줌마, 보석 같은 장식이 엄청 달려 있네요. 반짝반짝거리고, 화려해요. 성함이 '하엘'이라 했던가요? 


그런데 아빠...... 예전에 아빠가 사랑하는 사람은 엄마 뿐이라면서요?


"앗, 차메이 씨. 저 꼬마 아이는..."

"아~ 어제 얘기했던 거 기억나지?"

"후훗... 그렇구나~"


아빠... 그 여자분의 허리에 손은 왜 갖다대시나요? 엄마한테도 안 그랬으면서...


"로라, 나가서 이 돈으로 먹을 거나 사 먹어라."

"네......"

"칫, 오늘따라 썩은 표정이나 짓고 있고. 얼른 나가서 놀고 있으렴."

"어머, 얘! 로라라고 하니? 예쁜 머리띠를 하고 있구나. 후훗."

"아, 안녕하세요! 하엘 아주머니! 그러니깐... 음..."

"미안한데, 아줌마는 너희 아빠랑 얘기할 게 있단다. 나가서 아빠가 준 돈으로 맛있는 거라도 먹고 있으렴. 근처 동네에 크로와상을 잘 하는 가게가 있던데 거긴 어떠니?"

"앗... 어딘지는 잘 몰라서... 아무튼 나가 있을게요!"


집 밖으로 나왔습니다. 보통 이런 날이면 기분이 엄청 좋아질텐데... 어째서일까요...


아줌마는 대체 누구시고, 왜 아빠랑 친하게 지내시고, 왜 엄마보다 더 친근하게 구는지...


가슴이 조금 아픕니다... 오늘은 나가서 놀기 싫어졌어요.


"자~ 이걸 보라고!"

"와, 자기야! 이게 다 뭐야? 목걸이랑 반지랑, 보석..."


집 안에서 대화소리가 들립니다. 아빠랑 아줌마가 뭘 하는지 궁금해졌어요. 창문으로 집 안을 쳐다봤습니다.


(......)


아... 아빠. 그건... 엄마가 소중히 여기는 물건 아닌가요? 도대체 그걸로 뭘?



"'그 여자' 말이지. 원래는 귀족 출신 영애였더라고. 가문 내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후로 신분을 숨긴 채 도망을 나왔다더군. 그러는 사이 나랑 눈이 맞아서 이러쿵저러쿵하다가 '저 아이'까지 낳았고..."

"그럼 자기, 아직도 그 여자를 사랑하고 있어?"

"그 여자...? 솔직히 말해서 사는 데 있어서 별 도움도 안 됐지. 손에 때 안 묻은 귀족 아가씨 아니랄까봐 가사 능력도 엉망이었고, 무엇보다 사람 보는 눈도 없는 순진한 년이었다고. 그 년이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게 바로 그년이 가문에서 떼왔다던 이 귀중품들이지."

"흐음, 그럼 이걸로...?"

"보석 하나를 시험 삼아서 감정사한테 감정을 부탁했더니 무려 천만이 넘는다더군! 하엘 내 사랑. 이것들만 있다면 우리 인생에 꽃길이 피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 자, 이런 기회는 아무 때나 오는 게 아냐!"

"어머어머! 그러면 우리... 우리 백만장자가 되는 거야?!"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아빠, 그건 엄마가 소중히 간직하던 물건이라고요... 아빠도 아시잖아요? 그리고 아줌마, 아줌마는 뭔데 남의 사람 물건에 손을 대고 있나요?


아빠...... 엄마를 잊어버린 건가요? 기억이 나지 않으신가요?



"이 펜던트. 그 여자랑 아이 사진이 걸려 있네? 음... 그러면 자기야. 이 꼬마 아이는 어떻게 할 거야? 우리 둘이서 키울까? 아니면..."

"뭐? 키워? 지 애미를 닮아서 하등 쓸모도 없는 애새끼인데. 로라 그년은 노예 시장에서 똥개보다 못한 값에 팔릴 거야. 내가 좋은 주인 만나라고 기껏 연습도 많이 시켜놓고 '손도 좀' 댔는데 헛수고였다고. 오늘 아침에 끓여준 수프도 최악인 나머지 거기 넣은 버섯이 다시 살아나서 내 몸속을 갉아먹는 게 아닐까 싶었다!"

"꺄하핫! 자기 재밌다~"

"어차피 저런 무능한 꼬마는 집에서 키워봤자 밥값만 축낼 게 뻔하지. 그럴 바엔 노예 시장에서 팔아서 헐값이라도 받는 게 더 이득일 거라고."



흑... 흐윽...... 흐윽...... 엄마...... 엄마...... 엄마아아......



"헤에~ 그러면 그 아이, 많이 슬퍼하겠네."

"혹시 또 모르지. 어디서 천사 같은 주인님이 나타나서 그 쓸모 없는 년을 잘 먹여주고 잘 재워줄 지 말야. 그리고 로라를 시장에 보내는 일은 아는 사람한테 손 좀 써달라고 부탁을 했으니깐 그년은 죽었다 깨어나도 내가 팔아넘겼다는 걸 절대 모를거야. 우린 잠자코 돈 좀 받아먹고 새로운 인생을 살면 된다고!"

"어머, 자기야~ 너무 매정한 거 아냐~?"

"하하! 착한 척은 그만 하자고~ 이 바닥에서 손이 더러워지는 건 필연적인 일이야. 솔직히 내 사랑 하엘도 그거 정도는 알고 있었잖아, 그치?"

"후후훗... 근데 자기야.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그래 얼마든지!"



"자기는 지금 내가 농담하는 것처럼 들려?"

"뭐...?"



(......)



집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요... 창문을 다시 바라봤습니다...


......아줌마?



"뭐, 뭐야! 하엘 내 사랑! 어떻게 된 거...... 케흑! 끄으으윽... 끄아아아악!!"

"하아~ 털 끝만큼의 양심 정도는 있을 줄 알았건만... 머리부터 발 끝까지 단순함의 극치라고, 자기야?"


믿을 수 없어요. 아줌마 몸에서... 검고 기다란 게 나와서 아빠를 쥐여잡고 있어요! 그리고 아줌마의 눈이 검게 변하고...... 뿔까지?


그 모습은 마치 악마와도 같았어요. 엄마가 읽어준 동화책에서 나온 그 모습과 비슷합니다... 엄마가 말했어요. 나쁜 짓을 하면 악마가 나타나서 지옥으로 끌고 간다고...


분명 제가 나쁜 짓을 해서 찾아온 걸 거에요... 제가 나쁜 짓을 해서...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흑흑...... 그래도...... 아픈 건 싫어요......



"아가야... 거기 있는 거 다 알고 있단다... 해치지 않을 테니 잠시만 들어올 수 있겠니?"

"히익?!"


악마 아줌마가 절 알아챘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여기서 거절하면 분명 악마께서 더 심한 벌을 내리실 거에요...



"드, 들어왔어요..."

"그래 잘했구나 아가야... 조금만 더 가까이 오렴... 너희 아빠한테 보여줄 게 있어서 말이지."

"로... 로라?! 네가 어째서??"


하엘 아줌마... 가까이서 보니깐 더 무서워요... 귀는 뾰족한데 엘프는 아닌 거 같고... 그렇다고 요정이라 하기엔 너무 커요... 아줌마는 분명 악마입니다... 무서워요... 제발 해치지 말아주세요...


"자, 로라. 네가 밖에서 들었던 얘기를 아빠한테 빠짐없이 이야기 해주렴."

"앗, 에... 그러니깐... 아빠가 엄마가 소중히 여기는 물건을 팔려 했고, 절... (훌쩍) 절 노예 시장에 팔아버린다고 했어요..."

"그걸 들은 소감은 어땠니 아가야?"

"아빠... 아빠는 엄마를 잊어버리신 건가요? 그리고... 제가 나쁜 짓을 해서 버릴려고 했던가요?"

"하... 하하... 다 들어버렸군... 바보 같긴. 밖에서 먹을 거나 사먹으랬더니 괜한 짓을... 끄아아아아아아악!!!!"

"멍청해도 이 정도로 멍청할 줄은 몰랐네 자기야.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돼?"


너무 무서워서 몸을 웅크렸습니다. 그런데 악마 아줌마의 촉수가 제 몸을 감싸고 있습니다.


악마는 분명 저희를 벌하기 위해 찾아온 걸거에요... 아빠 다음에는 분명 저일 겁니다... 아빠한테 그랬던 것처럼 저를 고통스럽게 쥐어짜겠죠... 제가 나쁜 짓을 한 만큼 더욱...


(......)


하지만 이 느낌... 어째서... 아프지 않아요...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요... 보드랍고, 촉감이 좋아요.


그러다가 촉수 하나까 제 윗옷을 살며시 걷어냈습니다. 안 돼요... 거기는...



"...멍자국이랑 매 맞은 자국. 호오... 이게 아까 말했던 '손을 댄' 결과인가 봐 자기?"

"그건 그 아이를 좀 더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한 연습..."

"그걸 자신에게 남겨진 일말의 부성애라고 증명할 생각이라면 꿈 깨는 게 좋을 거야."

"그만... 그만... 끄으으으으윽...!!"

"자기야 더 괘씸한 건 뭔지 알아? 이 아이는 근처 마을에 새로 생긴 크로와상 가게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는 거야.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도 바로 나오는 데다가 맛도 엄청 좋아서 항상 아이와 부모님들이 북적이는 곳이라고. 그런 곳을 이 가여운 아이가 전혀 모르고 있다니, 많이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아? 자기는 그저 자신의 편의를 위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작고, 연약하고, 순수한 로라를 이용해먹을 생각밖에 없었던 거야."


악마가... 악마 아줌마가 화를 내고 있어요... 악마의 이런 모습은 동화책에서 본 적이 없는데...


"자, 그럼 자기야. 마지막 질문 하나만 할게. 솔직하게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자기가 한 때 사랑했던... 아! 아니려나? 아무튼 자기의 전 아내분, 로라의 어머니는 지금 어디에 있지? 제발, 예상했던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만..."

"큭 크윽... 그 여자는... 케흑... 그 여자는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야..."

"응~? 잘 안들린다고 자기~ 아! 내가 너무 꽉 조르고 있었구나. 잠시만...... 근데 좀 더 구체적인 과정도 얘기해줬으면 좋겠는데?"

"콜록 콜록! 크흑! 내가 딴 사람을 사주해서... 인적이 드문 숲속에서 조용히 보내버렸다. 그년이 가문에서 가져온 것들을 얻기 위해서..."



......아아......



"자, 됐지? 솔직하게 말했으니깐! 제발! 살려만 준다면 원하는 건 뭐든지 들어줄게! 제발...!"

"후후후... 하하하! 하하하핫! 자기야... 자기는 파고들수록 너무 재밌단 말이지. 그래도... 여태까지 로라가 그렇게 사정했을 때 들어나 줬으면 좋았을 텐데 말야."


아빠의 몸을 휘감고 있던 촉수가 풀렸다가 아빠의 팔과 다리, 그리고 머리를 힘껏 붙잡았습니다.


"으악! 아파! 아프다고!"

"로라도 마찬가지였어."


아줌마가 험상궂은 표정으로 아빠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자, 아가야. 이 아줌마가 아빠를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니? 선택은 로라 몫이란다."


아빠... 왜 괜한 짓을 해가지고... 이런 고생을 하시나요...


"끄윽... 로라! 로라! 내 사랑스러운 딸! 아빠가... 아빠가 조금 정신이 없었던 모양이로구나! 아빠가 잠시 악마한테 씌인 거 같구나! 아빠를 살려주면 다시는 널 버리지 않을께! 그러니깐..."

"아빠... 아빠!"

"그, 그래! 내 자랑스러운 딸! 아직도 아빠를 사랑하는 거구나, 그치?"



"아빠...... 다음 생애에는 좀 더 착한 아이로 태어나주세요."

"...... 지옥에나 떨어져라 이 망할 년들... 끄아아아아아아악!!!!!"



찰나의 순간, 아빠의 머리와 팔다리가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아빠의 몸뚱아리에서 피가 뿜어져 나옵니다. 제 앞에 한 때 아빠였던 고기 덩어리가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모든 게 끝났습니다. 이제 제 곁에는 엄마도, 아빠도 없습니다.


"후우... 그래도 고통 없이 보내주려고 했건만. 너무 괘씸한 거 있지?"


이제 제 곁에는 하엘 아줌마가 있습니다.


"아주머니... 하엘 아주머니."

"응?"

"다음은 제 차례인가요. 저도 나쁜 짓을 했잖아요... 아빠 말도 안 따르고... 아빠를 죽게 만들었고... 그리고......"

"아가야..."


무언가가 제 몸을 감쌌습니다. 그것은 시꺼먼 촉수가 아닌... 하엘 아줌마의 양팔이었습니다. 아줌마가 절 끌어앉았습니다.


그리고 아줌마... 왜 눈물을 흘리고 있나요?


"아가야. 넌 지옥에 가지 않을 거란다. 이미 지옥을 경험했잖니. 그것도 불합리하게. 로라는 충분히 버텨냈단다."

"아... 아주머니는 악마가 아니신가요...?"

"이 아줌마는 악마도 아니고 천사도 아니란다. 그렇지만, 로라 네가 착한 아이란 사실 하나만큼은 확신할 수 있겠더라고. 혹시 어제 일 기억나니?"

"어제라면... 아아 그건?!"


아줌마의 손에 백합 모양의 머리띠가 놓여져 있습니다. 그것도 제가 어제 할머니께 받은 것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마을까지 길을 안내해줘서 고마워, 로라. 넌 착한 아이야."

"아주머니...... 절... 절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흐윽... 하엘 아주머니. 엄마가, 엄마가.... 흐으으윽...  흐아아아앙!"

"아가야, 미안하단다... 조금만 더 일찍 와줬어야 했는데..."

"흐으으윽... 흐으윽... 엄마... 엄마..."

"아가야... 내가 이제... 네 엄마가 되어줄게. 널 혼자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고 약속할게. 이제 이 세상에 널 슬프게 만들 모든 걸 전부 없앨거란다. 이제 안심하렴..."


하엘 아주머니... 아니 이제는 새로운 엄마가 된 그분께서 절 꼭 안았습니다. 방금 전 촉수에 안겼을 때보다도 무척이나 편안했습니다. 마치... 엄마의 품 안에 안긴 것만 같아요... 


"자, 아가야. 기분도 풀 겸 아까 아줌마가 말해준 크로와상 가게에 같이 가보지 않을렴?"

"네, 엄마!"

"후훗, 적응력이 빠른 아이구나. 아! 그전에 로라가 여기 집에서 가장 아끼는 걸 먼저 챙기렴. 이제 이 흉가에 볼 일은 없을 테니깐."

"아, 네! 엄마!"


제가 가장 아끼는 것... 저는 하늘나라로 가신 엄마의 유품을 챙기고 새엄마와 함께 집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새엄마께서 손가락을 튕기자 집에 있는 모든 것이 불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벽돌과 나무가 타오르고 재가 되고 있지만, 그 열기는 매우 따뜻했습니다.


마치 엄마의 품처럼......




------------------------------------------------------




로라입니다.


어느덧 세월이 지나 저도 어엿한 어른이 되었습니다. 지금 전 절 낳아주셨던 어머니의 묘비 앞에 추모를 하고 있습니다.


고귀하지만 찻잔 속의 태풍과도 같은 인생에서 불행한 삶을 살았던 어머니... 그녀의 시신은 제가 어릴 적, 원래 살고 있었던 집에서 멀지 않은 으슥한 숲속에서 발견되었으며, 땅에 파묻힌 상태에 몸 이곳저곳에 난도질을 당한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그 사건을 주도한 제 아버지와 살인마 녀석들은 결국 화를 면치 못하였습니다. 


세상을 떠난 전(前) 어머니는 지금, 자신이 소중히 지켜왔던 유품과 함께 바로 이 자리에 묻혔습니다.


고난 속에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한 그녀에게, 저에 대한 사랑이 덧없었던 그녀에게 이 흰백합을 선물하는 걸로 추모를 마무리했습니다.


절 거둬주신 하엘 아주머니... 아니 새로운 어머니는 사실 '마족'이라 부르는 신생 집단에서 정찰 부대의 선두를 담당했던 높은 분이었다고 합니다. 제 마을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변장을 하고 몇 번씩 잠입을 했다가 우연히 저랑 마주친 계기로 저와의 인연이 생기신 분입니다.


'그녀'들의 목표는 프루티 대륙을 마족의 지배하에 둬서 남자들은 척결하고 여자들은 정중히 에스코트하여 자신들의 구성원으로 만드는 것. 그렇다곤 하지만 저항 의지가 없는 남자나 악의가 없는 아이나 노인 등등은 여성에 대한 욕망을 '거세'하는 선에서 마무리하였으니, 세상은 이전보다 더욱 평화로워졌습니다.


이제 이 대륙에는 학대 받는 가여운 아이도 없으며, 일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는 노예도 없습니다.



"로라. 역시 여기에 있었구나."

"아, 어머니... 일은 전부 끝나셨나요?"

"끄윽... 저항군 녀석들도 참. 항복이라도 하면 목숨은 살려줬을 텐데 괜히 귀찮은 짓을 해가지고... 지금 온 몸이 뻐근하단다."

"후훗. 그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일말의 자존심을 '거세'당하기 싫어했던 거겠죠."


어머니께서 기지개를 크게 피시고는, 돌아가신 전 어머니의 묘비를 바라봤습니다.


"네 전 어머니도 살아계셨으면 좋았으려만... 아, 괜한 말을 해서 미안하단다."

"아니요, 괜찮아요. 전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분명 당신을 무척이나 좋아했을 거에요."

"이해해줘서 고맙구나..."


몇 초간 침묵이 이어지길래 제가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그렇데 있잖아요. 제가 꼬마였던 그 시절, 어째서 가족도 아닌 절 도와주신 거죠? 무엇보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초면이라 제 사정을 알기도 힘들었을 텐데."

"그 때 네 눈을 봤을 때 어렴풋이 느꼈거든. 로라의 활짝 웃은 표정과 다르게, 그 눈빛 속에 어둠이 보였으니깐. 솔직히 말해서 그것 뿐이었어."

"헤에... 그게 다에요?"

"감이란 게 있단다, 아가야. 후훗..."


저는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어머니가 괘씸해서 그녀의 품을 기습적으로 끌어 안았습니다.


"꺄앗?!"

"헤헷. 어머니의 그 당황스러운 표정. 몇 번이나 봐도 질리지 않단 말이에요."

"아가야... 정기는 이미 충분히 먹었는데, 몸이 간질간질하구나. 그래도......"

"그래도?"

"그때하고는 완전히 달라졌구나. 로라의 정기. 어둡고 탁했던 그때의 정기가 지금은 저 흰백합처럼 맑고 순해졌단다."

"어머니도 참..."


이윽고 어머니도 자신의 팔로 절 껴안았습니다. 그 느낌은 처음 그녀와 만났을 때랑 달라진 게 없습니다.


"어머니... 그때 어머니는 자기가 악마도 천사도 아니라고 했죠? 하지만, 저한테 있어서는 천사나 다름 없어요... 정말 고마워요..."

"나도. 로라가 살아있어줘서 고맙단다..."

"사랑해요, 엄마."

"나도 사랑한단다. 아가야..."


그렇게 서로를 껴안고선, 저와 어머니는 사랑의 증표로 간단한 입맞춤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주머니에 넣어뒀던 '착한 일 리스트' 쪽지를 꺼내 어머니께 보여드렸습니다.


어머니는 제 의도를 예상했다는 듯 그것을 손가락으로 간단히 불로 태워 남겨진 재를 하늘 위로 높이 날려보냈습니다.




착한 일 리스트는 이제 필요 없습니다. 제 곁에는 언제나 천사님이 있으니깐요.




-----------------------------------------



욕망 대회의 황혼기를 마무리할 작품 중 하나가 이런 똥쓰레기라니 죄송합니다.


특히 남녀간 대화가 너무 많다는 점에서 무라하치 중점


아무튼 앞으로 분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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