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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여동생에게 EBS 폴더를 털린 사연 2부 -13-

LL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3.04 21:16:44
조회 449 추천 24 댓글 4
														

 "그, 그렇게 된 거구나."


 내 언니와 유리 언니 앞에 무릎을 꿇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낱낱이 고하자, 공기가 묘하게 무거워져 있었다. 수련이의 필사적인 만류로 일단 부모님에겐 비밀로 하자며 타협을 한 것은 이정도가 한계였다.


 동생이 이런 싸이코로 자라서 굉장히 복잡한 마음이겠지만… 나 역시 지금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자제심을 잃기만 하면 바로 질러버리는 습관은 내가 생각해도 최악이었다.


 "그래서 어쩌려고? 수련이와는 떨어져 살고 싶으니까… 여기서 살고 싶다고?"


 "응."


 옆에서 듣기만 하는 유리 언니의 시선이 엄청나게 따끔따끔하게 닿고 있었다. 무, 물론 두 사람의 귀중한 휴일을 망쳐버린 결과지만… 관계를 방해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미안하지만… 셋이나 살아도 좋을 정도로 넓진 않아서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요. 제가 유리언니와 살고, 저희 언니가 수련이를…."


 사태가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언니와 단 둘이살고, 유리 언니에게 수련이를 맡길 정도로 뻔뻔하진 않았다. 애초에 그 조합은 엄청나게 어색하기도 할 테고. 당연히 내가 유리 언니와 살고, 수련이를 언니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내가 불편해지기야 하겠지만 감내해야 하는 일이니까.


 "안 돼. 그 아이는 자기를 사랑하지 않아서 널 사랑한다고 했다면서?"


 "네."


 아무리 생각해도 피곤한 녀석이었다. 마음을 안 받아들이면 이어질 때까지 달라붙어올 테고, 받아들이면 그걸로 끝일 수도 있으니까. 아마 저 녀석은 평생 연애하긴 글렀어.


 "그럼 아리와 산다면 걔가 아리를 노리게 되는 거 아냐?"


 "응? 나 수련이 좋아하는데? 걱정하지 않아도 돼."


 "자, 잠깐! 뭐라고 했어? 그건 그것대로 걱정되는데?"


 언니의 방금 발언으로 유리 언니의 집은 살짝 아수라장이 될 뻔했다. 물론 언니가 좋아한다는 발언은 그런 의미가 아니겠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수련이를 연인의 의미로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분명 수두룩할 텐데 왜 하필 나였던 것일까? 아리 언니와 같은 의미로라도 좋아하는 거라면 범위 밖인 걸까? 그렇게 치면 최근 나는 수련이를 언니가 말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좋아하는데?


 결국 내 머릿속은 더욱 미궁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수련이를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 말은 거짓말이었던 것일까? 근데 그 분위기에서 거짓을?


 "아, 아무튼 그런 이유로 잠시만 부탁드릴게요."


 "나는 수련이면 괜찮긴 한데… 유리는 괜찮아?"


 "무, 물론이야. 괘, 괜찮으니까 잘 해결했으면 좋겠네."


 말과 달리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들고 있는 커피 잔이 눈에 띌 정도로 달달달 떨리고 있으니까. 커피 한입을 머금은 것도 바로 턱 아래로 주르륵 흘리고 있어! 정말 엄청나게 동요하고 있구나.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소중한 시누이를 범죄자로 만들 수는 없으니까."


 시, 시누이…. 어쩐지 웃으면서 말하지만 견제가 느껴지는 명칭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태클 걸고 싶었지만 철저하게 을이 된 입장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언니와 맺어져도 수련이에게 했던 짓을 하지 말란 법이 없었다. 옛날에도 했었듯이. 분하지만 지금 언니와 어울리는 쪽은 유리 언니 쪽이었다.


 "근데 떨어지는 건 그렇다 쳐도, 어떻게 할 거야? 계획은 있어?"


 "아직은 없어요."


 아직 미소를 잃고 있진 않지만, 어째선지 쏘아보는 느낌이었다. 계획은… 물론 없었다.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런 짓을 두 번이나 해놓고도 붙어 살 수는 없으니까 생각할 시간을 얻기 위해선 필요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아무 대책 없이 예전처럼 살 수는 없으니까요."


 머리는 하나보다 셋이 나은 법이다. 당연히 나보다 인생경험이 풍부한 둘이라면 어떻게든 해줄 거란 기대도 있었다.


 "수련이가 기다릴 테니, 나는 빨리 가볼게."


 "자, 잠깐만! 아리야!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유리 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문은 냉담할 정도로 빠르게 닫혀버리고 말았다. 어, 엄청나게 불편해질 예감이야. 벌써 시선이 제법 따끔따끔했다. 언니가 나가자마자 나도 바로 나가고 싶어졌어.


 "그럼 본론인데."


 "네?"


 유리언니는 탁자 위에 손깍지를 끼고 턱을 가볍게 괴며 입을 열었다. 웃는데 웃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 박력이 무서웠다.


 "맨 입으로 도와줄 리가 없잖아? 안 그래? 시누이?"


 "워, 원하시는 게 뭔가요?"


 말이 떨어지자, 유리 언니는 왼 손을 살짝 앞으로 내밀어보였다. 아… 흰 보석이 박힌 가느다랗고 맵시 있는 반지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언니의 반지를 슬슬 빼도록 하라는 압박이구나.


 "그, 그건 나중에 잘 되면…. 그 때 의논을."


 "어머? 난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언니와 있을 때가 아니면 묘하게 능구렁이 같은 면이 있었다. 방심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런 사람과 단 둘이 보내는 극한 상황이라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좋은 생각이 떠오를지도.


 깨똑!

 깨똑!

 깨똑!


 "응? 뭐지?"


 나한테도 바로 연락이 온 거 보면 둘 모두에게 연락이 온 것일까?


 언니♡님이 당신을 방에 초대 했습니다.

 언니♡님이 유리님을 방에 초대 했습니다.


 언니♡ : 대책을 의논하려고 방을 팠거든. 성과나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여기 올리자

 유리 : 웅웅! 아리도 파이팅이야!

 언니♡ : 응! 힘낼게!


 차마 어떤 대답도 입력할 수 없었다. 사실… 문제는 나에게 있기 때문에 대책 방을 파려면 나보다 수련이를 초대하는 쪽이 좋았을 텐데.


 스마트폰 화면을 끄자, 유리 언니는 특유의 생글거리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직 할 말이 남은 눈치였다.


 "아까 하던 말의 연장선인데."


 "네?"


 유리 언니는 눈을 살짝 깔고, 옆머리를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돌돌 말면서 말을 이어갔다.


 "사실 난 너를 좋은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었어."


 의외의 발언이었다. 방해꾼으로 여기고 무조건 싫어할 줄 알았는데 라이벌?


 "네가 끼워준 반지를 미련할 만큼 벗지 않는 아리가 원망스러울 때도 많았지만… 덕분에 말이야. 아리에게 더 잘해줄 수 있었어. 아리를 노리는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늘 자각해서 말이야."


 반지를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주어서 다행이라고 느꼈다. 물론 내 의도는 그렇게 좋은 게 아니었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라도 내가 잠깐 자리를 비웠을 때라거나 아리에게 상처를 준다면… 그냥 넘어갈 수는 없거든. 그게 사랑하는 시누이라 해도 말이야."


 "네, 네에."


 나도 사실 먼 미래를 생각해서 이 행동을 고칠 필요를 느낀 것이었다. 기적적으로 유리언니에게서 언니를 되찾았다 해도, 이 손버릇을 못 고치면 그 다음엔 언니도 틀림없이 불행해지니까. 물론 당장은 수련이를 위한 게 더 큰 게 맞았다.


 "어쨌든 난 나를 위해서라도 널 도와줄 거니까… 너무 불편해하진 않았으면 좋겠어."


 "감사합니다."


 물론 특유의 따끔따끔한 시선이 불편한 거지만… 지적하면 아마 화내겠지?


 "대신 그만큼 부려먹을 거니까 각오해 둬야 한다?"


 "네."


 그렇게 굉장히 어색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애석한 점이 있다면 유리 언니는 나를 거의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혹시라도 옆집에 있는 언니를 보러 갈 까봐 견제하는 느낌이었다. 몸이 근질거리긴 했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는 법. 그 의사를 존중하여 잘 지내보았다.


 깨똑!

 깨똑!


 그리고 하루에 몇 번씩 언니의 정기 보고가 있었다. 수련이와 대화를 하면서 얻은 정보나 느낀 점에 관한 것이었다. 수련이가 사근사근 대하지만 묘하게 거리감을 느낀다거나, 오늘 무얼 먹었다거나하는 그런 내용이 주류였다.


 언니♡ : 수련이가 나리 보고 싶다고 우는데 어쩌지?

 유리 : 안된다고 생각해. 아직 나리의 스위치가 들어가는 조건도 모르는데

 > 미안하다고 전해 줘

 언니♡ : 으응


  수련이가 울고 있다는 말에 가슴이 살짝 콕콕 질리는 기분이었지만, 아직은 봐서는 안 되었다. 어쩌면 그 우는 모습만으로 가학심이 끓어오를 지도 모르니까.


 그런 불편한 주말을 거치고 나서야, 드디어 대학교로 갈 날이 찾아왔다. 수강 정정은 싱숭생숭한 분위기 때문에 거의 실패하고 말았지만, 이건 내가 뿌린 업보였다. 릴리와 마주치는 건 싫었지만… 내가 심각한 분위기인데도 덮치려 들진 않겠지.


 "어디 가니?"


 내가 나갈 기미가 보이자, 유리 언니는 평소와 같이 살짝 견제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수강을 빼먹을 수는 없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대학교요."


 "무슨 일이 있거나 도울 일 있으면 연락해."


 "네."


 어차피 교양과목만 남아서 그리 어렵진 않았지만… 수업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엔 울고 있다는 수련이로 가득 차 있었다. 가급적 많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언니가 못나서 그렇게 되는구나. 그렇게 멍 때리다 보니 수업 시간은 어느 새 끝나버리고 말았다.


 "나리 어디 아파요?"


 "으응."


 항상 몸을 섞자는 생각만 있어 보이는 릴리는 웬일로 걱정하는 눈빛을 보내왔다. 아마 내 정신이 아픈 거겠지만, 아픈 것은 아픈 거니까. 해결될 기약도 없어서 정말 큰 고민이었다.


 "어쩔 수 없네요. 다음에 봐요."


 "그래. 잘 들어가 봐."


 릴리가 나가자, 나도 안심하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릴리라… 변태인 것만 빼곤 좋은 아이였다. 그 때도 내 가학스위치가 켜졌을 때, 압도적인 피지컬로 제압했었지. 차라리 저런 사람과 사귀게 된다면 그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을 텐데. 잠깐. 그런 방법이!


 릴리에게 연락을 넣으려고 바로 스마트폰 화면을 열어보자, 몇 시간 전에 언니가 메시지를 보낸 흔적이 남아 있었다.


 언니♡ : 크, 큰일이야! 수련이가 몰래 집을 빠져나갔어!

 유리 : 지, 진정해 우선 계속 연락해보자

 

 도대체 무슨 일이지? 싶어 수련이가 내게 보낸 흔적이 있나 봤자만 그런 것은 없었다. 혹시… 내가 저지른 짓을 보고하려는 것일까? 차라리 그런 거라면 나를 막을 수 있을 테니 다행이겠지. 싶은 순간 바로 알림이 떴다.


 민지 : 나리선배. 혹시 잠깐 303호 강의실로 와 주실 수 있나요?


 이번엔 또 무슨 일이지? 이런 건 3학년이 알아서 하라고. 나 말고 소라도 있는데. 같은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그런 것도 모를 애들도 아니고, 나만이 할 수 있는 무슨 일이 있는 거겠지.


 > 바로 갈게


 조금 귀찮았지만 전공교수의 호출이라거나 그런 류의 급한 일이라고 어림짐작해 보았다. 그런 걸 굳이 물어보면서 시간 끄는 건 좋아하지 않으니까 바로 강의실로 바로 이동했다. 최대한 빠르게 도착하고 보니 그 안에는 어색하게 서 있는 민지와…


 "어, 언니. 보고 싶었어."


 집을 빠져나왔다던 수련이가 조금 초췌한 표정으로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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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건전한 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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