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맞아 차갑게 식었던 하나코의 몸에서, 손바닥을 통해 천천히 열기가 전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우라와 하나코. 트리니티 3학년으로 진급한 그녀는, 홀로 창밖을 보는 일이 잦아졌다.
"후우..."
한숨을 길게 내쉰 하나코는, 그대로 책상에 엎어졌다. 보충수업부와 함께하는 작년이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 쓸쓸하네요, 분명 익숙해졌을텐데."
근 1년간 트리니티는 많은 것이 바뀌었고, 이는 하나코의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히후미 쨩, 호스트 일은 익숙해졌으려나요? 분명 괴로워할텐데..."
아지타니 히후미. 평범함의 상징같던 그녀는 전임 티파티의 강력한 추천으로 하루아침에 호스트가 되어버렸고, 아즈사의 보좌와 함께 트리니티와 아리우스 간 평화를 위해 일하는 중이었다.
"코하루 쨩은... 연락하면 민폐겠네요."
어리숙하던 코하루도 지금은 정의실현부의 멤버로서, 부장 이치카와 함께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들었다. 하나코는, 진정으로 혼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 아니, 사실은 혼자가 아니다.
"그러면... 어쩔 수 없겠네요?"
하나코는 모모톡을 켜서 누군가에게 연락했다. 익숙한 손놀림에서, 한두 번 있던 일은 아니었음을 쉬이 알 수 있었다.
[선, 생, 님?]
[오늘은 어디서 볼까요?]
- 모모톡!
1분도 안 되어 답장이 왔다. 그가 언제나 하나코의 연락을 기다리기 때문이리라.
[보충부실로 올래? 요샌 쓰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
"... 음흉하셔라."
하나코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그와의 밀회를 기다렸다.
"하아, 하아... 하나코, 이대로 안에...!"
"네, 전부... 받아들일 테니까... 으읏!"
보충부실의 교탁 위에서, 두 사람은 뒤엉켜 있었다. 여운에 잠겨 한참 동안 서로를 안고 놓지 않던 둘은, 해가 뉘엿뉘엿 지는 걸 확인하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우... 후후, 오늘도 잔~뜩 쌌네요?"
축 늘어진 콘돔을 집어든 하나코는, 끝을 대충 묶어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어차피 보충부실을 관리하는 것은 그녀였기에, 청소부가 오기 전에 내용물을 비워놓으면 그만이었다.
"저... 하나코."
그렇게 여운에 잠겨있던 하나코를, 선생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불렀다. 흠칫 놀란 하나코는, 죄책감이 담긴 그의 눈을 마주보았다.
"그... 항상 어울려줘서 미안해. 졸업하기 전까진 손대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하나코를 떠올리면 역시 참을 수 없게 돼서..."
"정말~, 또 그 얘기인가요? 매번 그런 재미없는 소리를..."
장난스럽게 말하긴 했지만, 하나코는 선생의 태도에 조금 화가 났다. 그녀가 원치 않았다면, 애초에 몸을 허락해주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 오히려, 조금 더 거친 편이 좋은데."
"어? 뭐라고 했어?"
"아무것도요~? 그것보다 슬슬 샬레로 돌아가셔야 하지 않나요? 분명 혼날 거라고요, 나나가미 대행한테."
"어, 그러고보니... 아차,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핸드폰을 켜 시간을 확인한 선생은, 허둥지둥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방금까지 자기 위에 올라탄 남자라고 믿기 힘든 귀여운 모습에, 하나코는 살짝 웃음이 났다.
"그... 오늘도 고마웠어. 그만 가볼게. 그리고... 사랑해."
쪽.
"어...?"
"아, 이거 열차 시간이 맞으려나?"
하나코의 상기된 볼에 입맞춤한 후, 선생은 황급히 자리를 떴다. 하나코는 이것이 꿈인지 알 수 없어, 그저 자기 뺨을 어루만졌다.
그렇게 해가 지지 않는 학원에도 밤은 찾아오고... 하나코는 자기 방에 누워 낮에 있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 진짜 바보같아요."
선생과 몸을 섞으면서 그에게 익숙해졌다고, 하나코는 생각했는데. 어째서 그와의 정사보다 입맞춤 한 번이 더 부끄러운가.
하지만 하나코는, 자신에 대한 원망을 괜히 선생에게 돌리고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 항상 다정한 모습만 보여주시는 거죠? 제게는 전부, 보여줘도 상관없는데..."
하나코는 선생의 모든 것을 원했다. 친구들이 각자의 이유로 자신을 떠난 지금, 선생이야말로 자신의 전부였으므로. 그녀는 선생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
"저만 치부를 보여주는 건... 불공평하잖아요..."
선생이 자신에게 폭력적인 일면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녀의 치부를 약점으로 잡고, 그녀의 몸과 마음을 유린하며 겁탈해줬으면 좋겠다. 조금 비틀린 그녀에게는, 그것이 사랑이었다.
"분명... 이렇게..."
그런 망상을 하며 하나코는 손가락을 자기 안에 넣었다. 최대한 깊은 곳까지 찔러 마구 휘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으읏... 역시 닿지 않아요... 손가락만으로는..."
샬레의 선생, 오직 그만이 하나코를 채워줄 수 있었다. 스스로를 위로하던 하나코는, 결국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다음 당번... 언제였죠..."
침대에서 일어나 달력을 확인한 하나코는, 이틀 뒤 당번 업무가 예정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선생과의 비밀연애를 시작하면서, 당번으로 불리는 횟수가 부쩍 늘어난 탓이었다.
"이틀 뒤군요, 그럼 그때 날씨는..."
하나코는 검색 포탈에서 날씨를 검색했다. 그리고 그 결과, 꽤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했다.
[이틀 뒤, 소나기 예정. 우산이나 우비를 챙기도록 합시다!]
"우비, 라... 우후후, 이거 재밌겠네요?♡"
하나코에겐, 한 가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 쏴아아...
"이야, 비 많이 오네... 당번을 괜히 불렀나?"
샬레 사무실에서 남은 서류를 정리하던 선생은,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방울들을 보았다. 보아하니 짧게 지나갈 소나기는 아닌 듯했다.
"하나코한테 연락해둘까, 서류 얼마 안 남았으니 굳이 안 와도 된다고..."
모모톡을 켠 선생은, 글자를 하나씩 타이핑했다.
"하나코, 혹시 힘들면, 오늘 당번은..."
[선생님?]
[어머나~, 바로 읽으셨네요? 그렇게나 제 연락을 기다리고 계셨나요?]
"어?"
그러나 하나코 쪽에서 먼저 모모톡이 와버렸기 때문에, 그는 메시지의 내용을 지우고 다시 써야만 했다.
[무슨 일 있니? 날씨가 안 좋으니까, 집에서 쉬어도 되는데.]
[그 반대랍니다? 혹시 괜찮으시면 수건 한 장만 준비해주시겠어요?]
"하나코, 설마 벌써 온 건가? 이 날씨에..."
선생은 소나기를 맞으며 자신을 찾아온 제자를 대견하게 생각하면서도, 그녀가 걱정되어 얼른 수건과 따뜻한 커피를 준비했다.
"급한대로 믹스 커피로 준비하긴 했는데, 좋아하려나..."
일단 자기 몫의 커피를 마시며 긴장을 푸는 선생은, 곧 사무실 문이 열리는 걸 보았다.
- 끼이익...
"아, 하나코! 미안, 이 날씨에 부르... 우와앗!"
"다녀왔습니다~! 우후후, 잔뜩 젖어버렸네요?♡"
사무실 문 너머에는, 비에 젖어 교복 너머가 비치는 하나코가 서 있었다.
"하나코! 이렇게 젖은 채로 오면 어떡해! 우산은?"
"일기예보를 못 봐서 놓고 왔지 뭐예요~?"
수건을 펼쳐 하나코의 머리를 닦아주는 선생과, 그런 선생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올려다보는 하나코.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흘렀다.
"갈아입을 옷은... 역시 없으려나. 내 여벌 옷이라도 갖고 올..."
"아,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웃으며 대답한 하나코는, 자신이 들고온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짜잔~! 이거면 완벽하죠?"
"... 잠깐, 하나코."
하나코가 꺼낸 것은, 안이 살짝 비쳐 보이는 연분홍빛 비닐 재질의 우비였다. 본인의 이미지 컬러와 어울리는 좋은 색깔이었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너, 우비가 있으면서 안 입고 온 거야?"
"글쎄요, 어땠으려나요~?"
하나코의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당했다는 듯, 선생은 이마를 짚었다.
"하아... 그래 뭐, 샤워실 비어있으니까 씻고 나와. 그거라도 있으니 다행..."
"어머?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하나코는 선생의 손목을 강하게 붙잡았다. 도망칠 수 없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는지, 선생은 조금 두려움을 띄는 눈빛으로 뒤돌아봤다.
"지금부터 선생님은, 저랑 '산책'을 가셔야 하는데요?"
"... 뭐?"
"하아~, 빗방울이 몸을 두드리는 감각은 최고네요...♡"
"잠깐만 돌다 들어갈 거야, 날씨도 안 좋으니까."
소나기가 조금 약해진 때, 선생과 하나코는 D.U. 외곽을 함께 걷고 있었다. 빗소리 울리는 거리에 함께 걷는 남녀, 낭만적이라면 낭만적인 경치였다.
선생은 혼자 쓰기엔 커다란 우산을 하나코에게 받쳐주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찰박찰박 소리를 내며 길가를 뛰어다녔다. 그 모습이 순진한 아이같기도 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 진짜 우비 한 벌이면 되는 거야?"
"그럼요, 방수 기능이 얼마나 확실한데..."
"그게 아니라!"
선생은 조금 언성을 높였다. 이번 장난은, 아무리 선생이어도 그냥 넘어가기엔 조금 지나쳤기 때문이다.
"우비 '한 벌'만으로 괜찮냐고, 지금 묻고 있잖아."
"... 네, 그럼요.♡"
우비 한 벌. 그랬다. 지금 하나코는, 비에 젖은 옷을 모두 샬레 세탁기에 던져넣고 우비 '한 벌'만을 입고 있었다.
"그래, 뭐. 그럼 적어도 우산 안으로 들어와. 그러다 감기 걸린다?"
"어머나~, 걱정해주시는 건가요? 제가 그렇고 그런 짓을 당할까 봐..."
하나코가 교태섞인 목소리로 말을 마치기 전, 선생은 하나코의 어깨를 잡았다.
"어엇!?"
하나코는 그대로, 선생의 품에 안기는 꼴이 되었다.
"어, 그런 걱정하는 거 맞아. 그러니까 떨어지지 마."
"네, 네..."
두 사람은 그렇게, 우산 아래에 꼭 붙어 길가를 걸어다녔다. 당연하게도 하나코는, 선생과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두 사람은 인적이 드문 작은 공원에 도착했다.
"흐음~? D.U.에는 이런 공원이 있었군요?"
"번화가랑은 반대쪽에 있는 곳이니까, 아마 아는 사람을 만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조심하는 편이 좋아."
"후훗, 걱정도 많으셔라."
하나코는 걸어다니는 것에 지쳤는지 곧바로 공원 벤치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 똑. 똑. 똑.
"어, 어? 잠깐, 하나코!"
"후아, 시원해라~... 역시 우비는 땀이 차서 별로네요~."
우비의 단추를 하나씩 풀어버린 하나코는, 그대로 자신의 속살을 드러냈다. 커다랗게 솟아오른 두 둔덕과 그 위에 튀어나온 분홍빛 꼭지, 백자처럼 매끈한 배와 허벅지는 선생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 하나코? 이건 얘기에 없었..."
"서로 알 건 다 아는 사이 아닌가요? 이 정도는..."
여유롭게 웃으며 선생에게 다가가는 하나코, 그러나...
"저... 키리노? 역시 이런 날씨까지 순찰을 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건 안일한 생각이라고요, 후부키! 누군가는 빗속에 숨어 일을 벌이고 있을지도 몰라요!"
"에... 어라?"
공원 앞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하나코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달리 숨을 곳도 없었기에, 들키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지금도 보세요! 저기 공원에 누군가 있... 선생님?"
"어라, 선생님! 오랜만이네~. 근데 그쪽은?"
"아! 키리노, 후부키. 둘 다 순찰 중이었구나."
선생은 두 사람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물론, 우산을 든 반대쪽 손으로는 하나코를 감싸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이런 날씨에 산책, 인가요? 근데 거기 계신 분은..."
"휘유~! 선생님 여친이야? 부끄러움이 많은가 봐?"
생활안전의 두 사람을 등지고 선 하나코를 보며, 후부키는 휘파람을 불었다. 그럴수록 하나코의 심장은 더 빠르게 뛰었다.
"네엣!? 지, 진짜 연인인가요? 물론 키보토스에서 사제 관계의 연애는 불법이 아닙니다만..."
"자자, 호들갑 좀 그만 떨고. 우린 순찰이 바빠서 먼저 가볼게, 선생님."
"아, 그래. 이런 날씨에도 고생이 많네, 다른 학생들한테도 안부 전해주고."
겨우 학생들이 떠나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선생은 품에 안은 하나코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홍당무처럼 빨개진 그 얼굴은, 자주 보기 힘든 것이었다.
"... 슬슬 들어갈까?"
"싫어요."
"그렇게까지 딱 잘라 말한다고?!"
이런 상황을 겪었음에도 고집을 부리는 모습이 선생 눈에는 답답했지만, 하나코는 물러설 수 없었다. 이런 짖궂은 장난을 쳤을 때, 당신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알고 싶었으니까.
"조금만, 조금만 더 있다가 가죠... 이제 시작이라는 건, 선생님도 아시잖아요?"
가슴이 조금 진정되고 나니, 하나코는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껏 눈치채지 못했던 위화감을 눈치챘다.
"어라? 배 쪽에 왜 딱딱한 게... 흐으음~?"
"그... 나도 일단 남자니까."
선생은 부끄러운듯 입을 가렸다. 방금 전까지 믿음직한 모습은 어디 가고, 이런 수줍음 많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하나코에겐 귀엽게 느껴졌다.
그리고, 하나코가 분위기를 리드할 수 있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다행히도 여기 숲이 있었네요..."
"여기라면 비도 덜 들이치니까, 훨 나을 거야."
공원 안쪽의 숲속으로 들어온 두 사람은, 얼굴에 묻은 빗방울을 대충 훑어냈다. 그리고...
"하나코... 역시 이제는..."
"후후... 네, 괜찮아요."
하나코의 손은 조심스레 선생의 바지로 향했다. 곧 지퍼가 그 끝에 닿자, 하나코는 천천히 지퍼를 내렸다.
"봐요, 이렇게나 미끌거려요... 계속 틱틱댔지만, 사실은 선생님도 기대한 거죠?"
"하나코, 조금만 천천히..."
팬티 너머로 느껴지는 선생의 물건을, 하나코는 조금 거칠게 쓰다듬었다. 부들대는 것이, 금방이라도 정을 토해낼듯 위태로웠다.
"안돼요~, 지금 싸버리면..."
하나코는 자세를 낮춰 시선을 선생의 허리춤에 맞췄다. 그리고 과감히 팬티를 내린 후... 익숙하게 선생의 물건을 가슴에 끼웠다.
- 찰박, 찰박.
"츄릇, 츕, 응츄우..."
"으읏! 하나코..."
가슴으로 감싼 선생의 물건을 정성스레 빨면서, 하나코는 왕복 운동을 반복했다.
"하나코, 이제 더는..."
"으읍, 읍, 하아... 견디기 힘드시죠? 괜찮아요, 이대로 싸버려도."
잠시 빠는 걸 멈추고 가슴을 비비며 선생의 애를 태우던 하나코는, 다시 그것을 입에 넣고 속도를 높였다.
"하나코, 하나코...!"
"츕, 츄룹, 츕... 우웁!? 컥, 컥!"
울컥, 울컥. 결국 선생은 하나코의 입 안에 정을 전부 토해내고 말았다. 갑작스레 액체가 목을 타고 넘어오자, 하나코는 괴로운듯 컥컥 소리를 내며 신음했다.
"푸후... 하아, 하아..."
"미안해, 하나코. 입이, 너무 기분 좋아서..."
죄책감에 눈을 내리까는 선생과 달리, 하나코는 아직 입에 남은 정을 우물거리며 선생을 지그시 올려다봤다.
"우움, 음... 꿀꺽, 베에..."
몇 차례 우물거리다 그대로 정을 전부 삼킨 하나코는, 혀를 길게 내뻗고 자신의 입 안을 선생에게 확인시켰다. 그 모습이, 선생에겐 큰 자극으로 다가왔던 것일까.
"어라? 선생님, 벌써 건강해졌네요?"
"응... 역시, 그런 모습을 보면 참을 수 없으니까."
"후후후... 그럼, 슬슬 '본방'으로 넘어갈까요?"
자신의 입술을 훔치며, 하나코는 입고 있던 우비를 벗어던졌다.
"하지만, 오늘은 콘돔 없는데? 역시 돌아가는 게..."
"이제 와서 빼시게요? 괜찮아요, 피임약은 제대로 챙겨먹었으니까요..."
선생의 목덜미에 팔을 두르며, 하나코는 살짝 그의 귀를 깨물었다. 아무리 어른의 자제심이라도, 그 정도의 유혹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 쏴아아...
"하아, 하아... 하나코!"
"아앙, 그렇게 세게 하시면 부서져 버리는데...!"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두 남녀의 신음소리가 빗소리와 섞여 화음을 이루었다. 빗방울은 점점 거세져 수풀을 뚫고 들어왔지만, 두 사람은 개의치 않았다.
나무에 등을 기댄 채 다리를 벌려 자신의 가랑이를 드러낸 하나코는, 선생이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커다란 가슴을 출렁거리며 교성을 흘렸다. 그럴 때마다 선생은, 더 힘껏 허리를 박았다.
"하나코, 이대로 한 번 더...!"
"네, 괜찮아요... 얼마든지 안에 해도 되니까...!"
하나코는 선생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비에 맞아 차가워진 그의 몸을 데워주기 위해서, 또는 그가 사정으로부터 도망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하아... 으읏, 나온다...!"
"저도 이대로... 하읏, 가요...!"
꿀럭, 꿀럭. 하나코의 뱃속에서 무언가가 채워지는 소리가 들렸고, 두 사람은 한동안 꼭 붙어 있었다. 서로의 심장 소리가, 귀 옆에서 들리는 것처럼 생생했다.
이대로 끝내는 것은 조금 아쉬워, 두 사람은 진하게 입맞춤을 나눈 후 서로 떨어졌다.
"... 비, 많이 오네."
"슬슬 돌아가지 않으면, 감기 걸리겠죠?"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우산을 펼친 선생은, 손바닥을 펼쳐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빗방울이 점점 거세지고 있어, 빨리 샬레로 돌아가야 했다.
"우비는 다 입었지?"
"네~, 준비 완료랍니다?"
"빠르네. 그럼 가자, 여기 손."
선생은 하나코에게 손을 내밀었다. 무심한듯, 그러나 다정하게.
"아..."
"싫어?"
"... 좋아요, 많이."
난 이번에도, 당신의 다정한 모습에 기대고 말았구나. 하나코는 계획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실감했다. 그리고 선생의 손바닥 위에, 자신의 가녀린 손을 겹쳤다.
소나기가 내리던 날, 선생은 그 손을 잡았다. 비를 맞아 차갑게 식었던 하나코의 몸에서, 손바닥을 통해 천천히 열기가 전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 일이 있고 다음 날, 생활안전국 사무실에서는 2학년생 네무가키 후부키가 도넛과 십자말풀이 책을 든 채 멍을 때리고 있었다.
"저... 후부키? 후부키?"
"어? 어, 왜 그래? 별 일 아니면 나 화낸다?"
옆에서 자신의 친구가 부르는 것도 제대로 못 들을 정도로.
"어라? 아직 소식 못 들으셨나요? 원래는 오늘, 선생님과 총학생회가 발키리의 시찰을 돌러 오신댔잖아요."
"아, 맞다. 그럼 책상 좀 정리해놔야..."
키리노의 말에 후부키는 갑자기 기억이 난듯, 허둥지둥 도넛 박스를 치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키리노의 말은, 후부키에게 꽤 충격이었다.
"아뇨아뇨! 그게 아니라... 반대예요. 일정이 취소됐다는데요?"
"엥? 취소? 그 귀신같은 총학생회가?"
어이가 없다는듯 쳐다보는 후부키에게, 키리노는 설명했다.
"원래는 선생님이 경찰학교 학생들이 보고 싶대서 진행한 거였는데, 선생님이 그... 어제 비 맞고 감기에 걸리셨대요."
"아, 그랬지 참."
후부키는 순찰 때 본 선생과 어느 여인을 떠올렸다. 사실 그 광경이 후부키의 컨디션을 망쳐놓은 원인이지만, 키리노는 눈치채지 못한듯 했다.
"어떡하죠? 오랜만에 선생님이 오신대서, 본관의 사격 실력을 갈고 닦았는데... 헛수고였네요~."
"아, 그거야 뭐... 실제 현장에서 쓸 기회가 있겠지."
울상이 된 키리노를 대충 달래서 자리로 돌려보낸 후, 후부키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 분명 안에 아무것도 안 입었었지. 키리노는 눈치 못 챈 것 같지만."
하나코가 입었던 우비는, 안이 살짝 비쳐 보이는 연분홍빛 비닐 재질. 그리고 후부키는, 보기와 달리 감이 굉장히 좋은 학생이었다.
"이야~, 다들 청춘이구만. 뜨겁게 즐기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후부키는 모자를 눌러쓰며, 짐짓 자는 척을 했다.
*****
https://gall.dcinside.com/m/projectmx/15916456
이때 쓴 소설에서 누가 작중에서 암시된 내용을 써달라고 하길래, 처음으로 야설을 썼습니다.
여러분들은 어지간하면 야설은 읽기만 하십쇼, 이거 ㅈㄴ 현타와요.
자넘좋 오현석 선생의 고충을 통감하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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