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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 하나코 육아일기 - 비가 주룩주룩 내렸어요

Kikerog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8.04 21:48:04
조회 1171 추천 31 댓글 10
														

- 쏴아아...


어느 여름날. 지금까지의 무더위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창 밖에선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우웅... 언제까지 내리려나."


[퓨우...]


그리고 창가에 앉아 먹구름을 걱정스레 올려다보는 이가 있었으니, 선생과 하나코의 딸인 소녀였다.


"우리 딸? 아까부터 창밖만 보고 있는데, 무슨 일 있어요?"


"아, 엄마! 그런 건 아니고, 셋쨩이랑 산책을 못 가서..."


[퓨잇, 퓨...]


소녀는 시무룩해져 고개를 숙인 셋쨩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주인과 같이 산책을 나가는 게 일과였던 로봇 강아지 셋쨩에게, 비는 좌절 그 자체였다.


"으음, 어쩌면 좋죠? 역시 비가 너무 내려서 나가기는 어렵겠고..."


거센 빗방울을 보며, 하나코는 고민에 빠졌다. 이럴 때 그이라면 뭐라고 말했을까. 언제나 긍정적인 그라면, 분명 해답을 찾았을텐데.


"흠... 아, 맞다! 그럼 엄마랑 만들기 놀이할래요?"


"응? 만들기?"


[퓨우?]


하나코의 제안은, 소녀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D.U.의 어느 아파트 거실에서는, 공작 시간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하는 거 맞나?"


"네, 그렇게 뭉치면 돼요."


티슈 2장을 뽑아 데굴데굴 굴려 뭉친 소녀는, 그 티슈 뭉치를 다른 티슈 위에 올려놓았다.


"이제 어떻게 하면 돼?"


"간단해요, 그대로 깔아둔 티슈로 감싸면 된답니다?"


[피퓨!]


셋쨩의 응원과 함께, 소녀는 조심스레 티슈를 감쌌다. 찢어질까봐 조심스러웠지만, 다행히 우려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 됐다!"


"잘했어요, 이제 이걸 실로 묶은 다음에..."


실로 티슈를 묶은 하나코는, 실을 투명 테이프로 고정한 다음 분홍 리본을 달아주었다. 그리고 싸인펜으로 웃는 얼굴을 그려주니...


"짠~, 완성! 어때요, 귀엽죠?"


"어? 테루테루보즈다!"


[퓨이!]


동글동글한 인상의 귀여운 테루테루보즈가 완성되자, 소녀는 눈을 반짝이며 그것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이걸 매달아두면, 분명 비도 금방 그칠 거예요. 몇 개 더 만들면 효과가 좋으려나요?"


"응! 그럼 더 만들어서 가족으로 만들어주자! 셋쨩도 그렇게 생각하지?"


[퓨퓨~!]


신이 난 소녀는, 티슈를 몇 장 더 뽑아 열심히 굴리기 시작했다. 하나코는 그런 소녀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후우~! 다 됐다!"


창가에 매달린 세 개의 테루테루보즈를 보며, 소녀는 이마의 땀을 훔쳤다. 엄마와 함께 만든 작품이, 소녀에겐 무척이나 뿌듯했다.


"어때, 셋쨩? 잘 만들었지? 넥타이가 있는 건 아빠고, 리본이 달린 건 엄마고, 크기가 작은 건 나야!"


[퓨잇!]


어깨를 으쓱대며 작품을 소개하는 소녀와, 그것을 흥미롭게 듣는 셋쨩. 소녀는 그것에 더욱 신나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이다가...


"이따가 아빠도 오면 자랑할 거야! 분명 좋아하시겠... 근데 잠깐."


[퓨?]


소녀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앗! 그러면 셋쨩은 없잖아! 어쩌면 좋지? 셋쨩처럼 생긴 테루테루보즈는 만들기 어려울텐데..."


[퓨잇! 퓨우...]


둘은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셋쨩을 완전히 잊고 있었단 사실에, 소녀는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셋쨩을 닮은 테루테루보즈라..."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나코는, 잠시 생각하다가 곧 무언가를 꺼내왔다.


"우리 딸? 여기 볼까요?"


"훌쩍... 어? 그거 성냥 아냐?"


셋쨩에게 진심으로 미안했는지 눈물이 그렁그렁하던 소녀는, 하나코가 손에 든 성냥갑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비록 테루테루보즈같은 인형은 아니지만... 이 성냥갑에, 성냥을 붙여주고."


하나코는 몇 개 남지 않은 성냥을 테이프로 성냥갑에 붙였다. 그 후, 앞쪽에 셋쨩의 디스플레이를 연상시키는 간단한 그림을 그려넣으니...


"짜잔! 어때요, 셋쨩이랑 닮았죠?"


그것은 곧, 셋쨩 모양 테루테루보즈가 되어 창가에 장식되었다.


"우와! 이거 잘 만들었다!"


[퓨퓨이!]


"후후후..."


둘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하나코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나 테루테루보즈를 만들고 잠시 후, 셋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근데... 이제 뭐하지?"


[퓨...]


한창 인형을 만들다가 아무것도 안 하려니, 너무나 심심하다는 것이 그 문제였다.


"둘이 같이 비디오 게임이라도 하고 있지 그래요? 아빠는 조금 이따 오실 것 같으니까..."


"안돼! 셋쨩, 게임 너무 잘한단 말야!"


[퓨?]


"아... 그래요?"


화를 내는 소녀와, 자긴 처음 듣는 얘기라는듯 소녀를 바라보는 셋쨩. 그 모습에, 하나코는 왠지 어이가 없었다.


"그럼 어떡할까요, 셋쨩이랑 공평하게 승부를 볼 수 있는 게... 아!"


하나코는 거실 TV 밑 서랍을 열었다. 거기에서 꺼낸 것은, 다름아닌 트럼프 카드였다.


"그럼 우리 딸, 오랜만에 도둑잡기할래요? 셋쨩도, 규칙 알죠?"


"도둑잡기? 음... 좋아! 내가 이길 거라고, 셋쨩!"


[퓨우, 퓨피!]


승부욕을 불태우는 둘은 잠시 놔두고, 하나코는 거실 테이블에 게임할 준비를 마쳤다.





"으음..."


[퓨우?]


"으으음...!"


[퓨피!]


게임이 거의 막바지로 나아가는 때, 소녀는 일생일대의 고민 중이었다. 셋쨩의 카드에 어떤 것이 조커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셋쨩, 이거 조커야?"


[퓨우...]


"그럼, 이게 조커구나?"


[퓨피!]


셋쨩의 남은 카드는 단 두 장. 이 중에 어떤 것이 조커인지, 아니 조커가 있긴 한 건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에에잇,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


결국 셋쨩 앞에 놓인 카드 중 아무거나 집은 소녀는, 실눈을 떠 그 카드를 확인했다.


"... 아."


그 틈으로 보이는 것은 틀림없는 적흑의 광대. 도둑은 소녀를 찾아왔다.


[퓨! 퓨피!]


"와아! 잘했어요, 셋쨩!"


한편 셋쨩은 꼬리에서 나온 집게로 하나코의 카드를 집어든 뒤, 자신의 카드와 그림이 같음을 확인시키며 가장 먼저 게임을 끝냈다.


"그럼, 이제 엄마 차례죠? 과연 뭐가 나올까나~?"


"아, 그, 그러니까!"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자기 카드를 내민 소녀는, 바짝 긴장한 채 엄마의 눈치를 살폈다. 하나코는 그런 딸이 귀여워 조금 장난을 치기로 했다.


"여긴가?"


"아!"


"아니면... 여기?"


"으으..."


전혀 표정 관리가 안 되는 소녀의 얼굴 때문에, 하나코는 속으로 쿡쿡 웃었다. 충분히 즐긴 하나코는, 장난은 이쯤에서 그만두기로 했다.


"자, 그럼... 어머나~, 이건 조커네요?"


"아, 됐다! 해냈다, 셋쨩!"


[퓨퓨!]


하나코가 조커를 뽑으면서 사실상 게임이 끝나자, 소녀는 신이 나 셋쨩을 부둥켜안았다. 셋쨩도 그것이 싫지 않았는지, 기분좋은 기계음을 내었다.


"히히, 어때? 엄마가 졌으니까, 벌칙이야!"


"꺄앙~, 너무 심한 벌칙은 안돼요?♡"


그날, 하나코는 벌칙으로 소녀에게 30분간 무릎베개를 해주어야 했다.





- 삐비빅!


"다녀왔습니다~... 여보, 나 수건 좀~!"


퇴근 후 집에 들어온 선생은, 젖은 양말을 벗어던졌다. 상비용 우산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신발과 바지는 비에 꽤 젖은 상태였다.


"어서 와요~! 셋쨩, 대신 부탁할게요?"


[피퓨우!]


"아, 고마워."


화장실에서 수건을 꺼내 등에 얹은 셋쨩은, 바로 현관으로 달려가 선생에게 그것을 건네주었다.


"아빠~!"


"어이구, 우리 딸! 잘 있었어?"


다리의 물기를 닦아내던 선생은, 총총 뛰어온 소녀를 번쩍 들어올려 뺨에 뽀뽀해주었다.


"응! 있지, 나 엄마랑 테루테루보즈 만들었다? 엄마, 아빠, 나, 심지어 셋쨩 것도 있어?"


"오, 셋쨩 것도? 그럼 어서 보러 갈까?"


선생은 소녀를 품에 안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도 키보토스의 퍼스트 패밀리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 쏴아아...


"비... 아직도 내리네요."


"그러게, 벌써 이런 시간인데."


아이를 먼저 재운 밤늦은 시간. 소나기는 여전히 그칠 줄을 몰랐다.


"애가 실망하면 어쩌죠? '테루테루보즈, 쓸모 없었어~!' 같은 이야기를 하면, 조금 상처될지도... 후후."


"뭐, 그럴 애는 아니니까. 그것보다도..."


선생은 하나코의 어깨를 감싸며 창밖을 보았다. 그 눈에는, 트리니티의 어느 공원이 비치는 듯도 했다.


"당신 기억나? 그때도 이렇게 소나기가 내렸는데. 트리니티는 답답하다고, 뭐 그렇게 얘기했었잖아."


"아... 그랬죠, 그랬었네요."


"당신이랑 있었던 일들은 전부 기억나거든. 문득 그때 일이 떠올랐네."


선생은 하나코와 있었던 일들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일탈을 즐기는 엉뚱한 소녀였지만, 언제나 자기자신에 대해 고민하던 그녀의 모든 것을.


"그땐 힘들어하던 당신이 지금은 많이 웃어줘서... 난 정말 다행이야. 덜컥 애가 생겼을 땐 나도 꽤나 걱정했거든."


"그러게요... 그땐 막막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든 될 것 같아요. 조금 무책임한 걸까요?"


"그럴 리가. 가족이란 그런 거잖아? 같이 있기만 해도 힘이 되는."


"후후... 그렇네요. 괜한 소릴 했어요."


두 사람은 서로를 꼭 안았다. 떨어지고 싶지 않은 것처럼, 또는 처음부터 한 몸이었던 것처럼.


"아, 근데 당신. 아까 뭐라고요?"


"어? 가족은 서로 힘이 된다고..."


"그거 말고, 그 전에요."


하나코는 게슴츠레 뜬 눈으로 선생에게 물었다. 그게 짖궂은 장난의 싸인인 걸 아는 선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저랑 있었던 일은 전부 기억난다고, 그렇게 말했죠?"


"어? 어, 그렇긴 한데..."


"그럼 그것도 기억나나요? 저랑 같이 '산책'했던 날..."


"음, 피곤하네. 슬슬 잘까?"


선생은 애써 귀를 막으며 안방으로 향했다. 그러나 목 뒤로 감겨오는 하나코의 팔은,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듯 힘이 실려 있었다.


"그날도 비가 많이 내려서, 우비를 입고 나갔는데... 정확히는 우비'만' 말이죠?"


"하나코?"


"그땐 평소보다 더 빳빳한 게 뱃속으로 느껴져서, 역시 버릇이 되어버렸을지도...♡"


"하, 하나코! 당신 정말!"


선생은 그저 얼굴만 붉히면서 부끄러워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선생의 순수한 모습은, 하나코에겐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

어젯밤에 비가 꽤 많이 내려서 생각난 내용을 써봤습니다.

소재가 바로바로 떠올라서 3일 연속으로 달렸는데, 당연히 앞으로는 이정도로 빨리 쓰진 못할 것 같습니다.

물론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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