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떤 일을 계기로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별다른 고민 없이 다니던 회사를 관뒀어.

모아 놓은 돈은 꽤 있었지만 다른 일을 안 하면서 작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기엔 한 달, 한 달 나가는 돈이 어마어마하겠더라.

고민 끝에 원룸텔 총무를 하니까 일단 월세 나갈 일이 없고, 밥이나 김치, 라면을 제공을 하니까 반찬 정도만 사서 먹으면 되거든.

돈이 많이 절약됨.

그런데 가장 큰 장점은 따로 있음.

할 일이 거의 없어서 대부분의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야.

몇 가지 일만 처리하고 나면 하루종일 글을 쓸 수 있어.

(그 당시엔 작가가 되려면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글은 안 쓰고 소설책이나 작법책만 읽었지만;;)

회사원이거나 다른 알바를 한다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지.

몇 가지 팁을 주자면,

시설이 노후한 고시원 총무는 하지 마.

시설 좋은 원룸텔로 가는 게 좋음.

그래야 하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수준 이하의 원생을 만날 가능성이 적다는 것임.

참 신기하게 입실료가 20만원대인 곳이랑 40-50만원인 곳이랑 원생 수준이 엄청 차이 남.

40만원대 원룸텔은 진상이 거의 없는데 20만원대인 고시원은 별의별 밑바닥 인생이 다 모여있다고 생각하면 됨.

그리고 청소는 총무가 하지 않고 청소 아줌마가 하는 곳을 가는 게 좋음.

여기다 더 좋은 조건은, 사무실에서 대기하는 게 아니라 자기 방에 있으면서 방 보러 오는 사람이 있을 때만 응대하는 곳이면 더할 나위 없음.

말이 사무실이지, 입구가 훤히 보이는 유리로 되어 있어서 사람들 돌아다닐 때마다 신경 쓰이고 집중하기가 힘듦.

난 처음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곳에 있다가 나중에 다른 곳으로 옮겼는데, 거긴 운 좋게 자기 방에서 대기하는 시스템이라 마음이 편하고 집중하기도 좋았음.

근무 시간은 주간, 야간, 종일이 있는데 종일이 페이가 가장 많긴 하지만 사람이 할 짓이 못 됨.

아무리 방에서 있는다고 해도 철창 없는 감옥 생활이나 마찬가지임.

주간이나 야간을 하면 외출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추천함.

마지막으로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일 수도 있는데, 원장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생활이 하늘과 땅 차이임.

조금 있어 보고 아니다 싶으면 빠르게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좋음.

다른 알바에 비해 페이가 적긴 하지만 망생이가 겸업하기엔 이보다 좋은 일이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