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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히나 씨의 성격이 변했어?! #5

ㅇㅇ(211.200) 2019.11.17 1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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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을 조정하는 술법?’”


나는 자세를 고쳐 앉고 눈을 가까이했다.


이전이라면 또 라노베 설정 같은 이야기라고 웃어넘겼을 것이다.


대뇌피질에 전기 자극을 가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오컬트 술법으로 사람의 인격을 건드릴 수 있을 리가.


그래, 일반적인 상식으론 그렇다.


하지만 나는 상식에서 한참 떨어진 일을 목격한 적이 있다.


염원하는 것만으로 날씨를 움직이는 소녀.


“왜 그래? 뭔가 수확이 있나?”


“저기, 스가 씨.”


나는 인쇄물을 내려놓고 스가 씨에게 부탁했다.


“혹시 2024년 8월자 잡지를 볼 수 있을까요? 참고할 부분이 있어요.”


“어디 보자, 꽤 최근 발행된 거라 찾기 어렵지는 않을 텐데. 아, 여기 있군.”


스가 씨는 자칭 역사와 권위 넘치는 잡지들이 수두룩하게 진열된 책장에서 한 권을 골라서 집어주었다.


나는 그 잡지를 받아들자마자 표지에 큼지막하게 적힌 토픽들의 제목부터 확인했다.


있다.



사람의 인격을 조정하는 술법!

마음만 먹으면 사납고 까다로운 그녀가 온순한 양으로?



뭔가 사춘기 소년들의 마음에 불을 지를 만한 멘트가 알록달록하게 인쇄되어 있었다.


아직 신뢰하긴 이르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는 수밖에.


“스가 씨, 이거 잠깐 읽어봐도 되죠?”


“안 돼.”


“엑?”


이제 와서 말 바꾸기?


“4년 전의 일 기억 안 나냐? 너희들이 벌인 사고 때문에 내가 얼마나 생고생을 했는지, 원.”


스가 씨는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고는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흔들었다.


“이제 너희들이랑 오컬트 쪽에 휘말리진 않으련다.”


“스가 씨, 가져가진 말고 확인만 하라면서요?”


“확인만 하랬지, 읽어보라고 한 건 아닌데?”


“잠깐이면 돼요.”


“내 고생이 잠깐으로 끝날 거 같진 않아서 말이지. 그 형사 양반이랑 또 마찰 일으키긴 싫거든.”


스가 씨의 태도는 완강했다.


내심 원망스럽지만 무작정 꽉 막혔다고 질책할 순 없었다.


스가 씨는 형사들로부터 나를 감싸주다가 친딸의 양육권을 포기해야만 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접견할 권리를 얻었지만, 그걸로 충분할 리가.


“……알겠습니다. 저도 스가 씨한테 더는 신세 지기 싫으니까요.”


“꽤 성숙했군, 청년. 아직 철 안 들었다는 말, 취소해야겠어.”


스가 씨는 흐뭇하게 웃으면서 잡지를 돌려받았다.


그리고는 간만에 사뭇 진지한 말투로 내게 조언해주었다.


“호다카. 사람의 성격이란 말이다, 혈액형이나 별자리처럼 A타입 B타입 이렇게 딱딱 나누어지는 게 아니야.”


“네?”


“아까 나한테 친절 버전 히나, 난폭 버전 히나 뭐 이렇게 설명을 했지만, 잘 생각해 봐. 예전의 걔는 너한테 단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었나?”


“네, 한 번도……!”


나는 살짝 오기가 들어 반박을 하려다가, 기억의 파편 하나가 뇌리를 스치자 멈칫했다.



“그런 걸 사람한테 겨누다니, 죽였을 수도 있잖아! 믿을 수 없어! 기분 나빠! 최악!”



“……있어요.”


나는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리면서 쓴 입맛을 다셨다.


그때 히나 씨의 일갈은 지금과 별반 다른 어조가 아니었다.


비록 남을 걱정해서 한 말이라곤 해도, 눈매를 사납게 세우고 목청을 높이며 나를 몰아세우던 모습.


히나 씨가 직접 말했다.


성격이 바뀐 것이 아니라, 생각과 충동을 절제하는 능력이 사라졌다고.


어쩌면 내 생각보다 히나 씨에게 일어난 변화는 아주 작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때였다.


“실례합니다!”


나츠미 씨가 경쾌한 말투와 표정, 발걸음의 하모니를 선보이며 사무실의 문을 열어젖혔다.


직원들은 밝은 미소로 맞아주었지만 스가 씨만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또 뭔 일이냐? 여기 오기 전에는 전화하랬잖아.”


“별로 상관없잖아, 집 같은 곳인데. 응?”


나츠미 씨는 내 존재를 눈치 채자 양손바닥을 부딪히며 눈을 반짝였다.


“어머, 호다카 군! 마침 잘 됐다! 직접 후기 들어보고 싶었어!”


“후, 후기요?”


“잠깐 따라와 봐!”


나츠미 씨는 다짜고짜 내 손목을 끌고 사무실 밖으로 향했다. 힘이 장난이 아니다.


“잘 됐다, 호다카. 걔랑 세 시간쯤 어울려 줘라. 더 길면 좋고.”


“에에에엑?!”


방해꾼을 쳐내고 후련한 듯한 표정이다. 저렇게 상쾌해하는 스가 씨는 처음 본다.


스가 씨, 세 시간씩이나 할 이야기 없다고요!





“진짜?!”


건물 1층의 자판기 옆 의자에서 나랑 나츠미 씨는 캔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말이 대화지, 흥분한 나츠미 씨의 재촉에 못 이겨 그때의 부끄러운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뿐이지만.


“아, 안에 했다고?!”


“……네.”


나는 얼굴을 붉히고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무리 누나 같은 분이라지만 그래도 여자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될 줄이야.


“멋져~!”


“멋지다고요? 이게?”


“히나 짱을 평생 책임지겠다는 거 아냐? 그 어린 나이에 대단한 결단이야!”


“…….”


“아, 나도 이렇게 터프하고 저돌적으로 여심을 저격하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앙~ 난 남자 복이 너무 없어.”


이분은 역시 안 되겠다. 함께 오래 있다간 나까지 물들 거 같다.


아니, 스가 씨가 말한 대로 이미 조금은 물들었을지도.


“그런데 케이 짱의 회사에는 웬일이니?”


“스가 씨의 회사가 기고하는 글 중에서 뭔가 단서가 있지 않을까 하고 왔어요.”


“단서? 히나 짱이 변한 것에 대해서?”


“네.”


“웃겨!”


나츠미 씨가 킥킥대며 박장대소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창피해서 딱히 발끈하진 않는다.


“이제 호다카 군도 나랑 공통분모가 엄청 많아졌는걸. 이런 도시전설에도 매달리고.”


“저, 혹시 나츠미 씨.”


나는 타깃을 바꾸었다.


“나츠미 씨는 이런 이야기 많이 알죠? 혹시 오컬트 쪽으로는 짚이는 점 없으세요?”


“음……. 케이 짱이 기사를 기고하는 잡지에서 비슷한 내용을 본 것 같기도 해.”


“그, 그거 작년 기사죠?”


“맞아, 어떻게 아니?”


“혹시 갖고 있으신가요?”


“집에 있을 걸. 보여줄까?”


“부탁드립니다!”


내가 몸을 벌떡 일으켜 허리를 90도로 숙이자, 나츠미 씨 음흉하고 불길한 웃음소리를 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거든?”


“네?”



결국 나는 주점에서 나츠미 씨에게 과실주와 디저트 5300엔 어치를 쏴야만 했다.


어른이 애를 등쳐먹다니, 도쿄는 역시 무서워.


아니, 이제 나는 애가 아니지만.



“여기가 나츠미 씨의 숙소로군요.”


나는 낡은 계단을 걸어 내려가서 반 지하에 위치한 단칸방에 도착했다.


여자 집에 방문하는 건 4년 전 히나 씨의 집 이후로 처음이다. 인상은 사뭇 다르지만.


“미안, 조금 누추하지?”


“아니요, 아니요! 아담하고 예뻐요.”


“호다카 군도 참 입에 발린 말은 잘한다니까.”


비록 좁은 방이지만 나름대로 정리는 잘 돼있었다.


나츠미 씨의 이미지라면 여기저기 맥주 캔과 속옷들이 널브러져있을 줄 알았는데.


“혹시 점심 먹었니?”


“아직인데요……. 아, 괜찮아요!”


“응, 안 줄 거야.”


“…….”


그래, 이게 차라리 마음 편하다.


“사실 나도 생활고 때문에 힘들어서. 사과는 좋아하니?”


“아, 감사합니다.”


나츠미 씨는 연녹색의 풋사과 두 개를 깎아서 비타민 음료와 함께 내왔다.


덤으로 내가 부탁했던 그 잡지까지.


“이건가요?”


“맞아. 작년 8월 호.”


아까 스가 씨가 보여준 잡지와 똑같은 본이다.


나츠미 씨는 친절하게 페이지를 넘겨 내가 원하는 기사를 펼쳐주었다.


아마추어가 그린 티가 팍팍 나는 일러스트와 음모론으로 가득 찬 글의 도입부가 날 맞아주었다.


나는 재빨리 눈을 굴려 쓸데없는 문단들을 필터링하다가,


“아!”


발견했다.


사람의 인격을 바꾸는 방법.


나는 자세를 바로하고 진중한 태도로 그 문단을 정독하기 시작했다.






“호다카 군.”


“제 잘못이었어요.”


나는 아려오는 가슴을 부여잡고 바닥에 엎어져 자책했다.


나츠미 씨 역시 조금 전의 활달한 태도는 온데간데없었다.


병석에 누운 남동생을 걱정하는 누나와 같은 눈빛이다.


“사람의 인격을 바꾸는 거, 원래는 치료법이었대요.”


“치료법?”


“저세상의 신이나 망자와 자주 접하는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 쉽다네요.”


히나 씨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에 목이 메고 눈물이 차오른다.


“맑음 소녀처럼?”


“네. 그런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스려주는 자가 따로 있었대요, 옛날부터.”


나는 잡지에 쓰인 내용을 나츠미 씨에게 그대로 말해주었다.


“하지만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서 옛날에도 흔하진 않았대요. 그 사람과 함께 손을 잡고 저세상에 다녀온 경험이 있어야 돼요.”


“그럼 설마…….”


“저예요.”


나는 그제야 상체를 일으키고 반쯤 오열하며 소리쳤다.


“제가 생각하는 대로 히나 씨의 성격이 변해버려요! 히나 씨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그럼 호다카 군, 괜찮지 않아?”


나츠미 씨가 상냥하게 위로해주었다.


“다시 호다카 군이 원하면 히나 짱의 성격이 돌아온다는 뜻이네. 괜히 어렵게 돌아갈 필요 없잖아.”


“원래 성격은 제 힘으로 되돌릴 수가 없어요.”


“뭐?”


“도화지 위에 제아무리 물감을 덧칠해도, 아예 맨 처음의 백지로는 되돌릴 수 없는 거랑 같대요.”


히나 씨는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내 철없고 충동적인 기도 하나 때문에.


죄책감 때문에 망연자실하게 눈물을 보이다가,


‘어?’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어젯밤, 히나 씨는 아주 잠깐이지만 원래의 성격으로 돌아와서 나랑 이야기를 나누었다.


쑥스럽게 알몸을 가린 와중에도 고간이 아프다고 뒹굴던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건 뭘까?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면서.



위이이잉―



갑자기 폰이 진동하며 수신 신호를 보냈다.


발신자 이름을 확인하자마자 나는 주저 없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히나 씨다.


“히나 씨! 드디어 알아냈어요!”


「호다카?」


“히나 씨의 변화에 대해서! 전부 제 잘못이었어요! 그러니까……!”


「잠깐 진정 좀 해봐! 내가 먼저 건 전화잖아! 확, 씨!」


“……네.”


폭주 버전 히나 씨는 역시 무섭다.


「오늘 역전 카페에서 데이트하기로 했잖아. 잊은 건 아니지?」


“네.”


「지금 어디 있어? 혼자?」


“아, 나츠미 씨랑 집에 둘이 있어요.”


「…….」


…….


………….


큰일 났다.




-----------------------------------------------------------


결말이랑 전체적인 스토리 정해지니까 빨리빨리 써지는듯.


이번 작은 충동적인 이상성욕 계속 넣을 예정.


항상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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