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번 위스키에 대한 팩트체크

블랑톤 · 2022.08.22 16: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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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버번 위스키의 수요가 급상승하는 느낌이다. 매대에 널려있던 위스키마저 점차 동이 나고, 핫한 버번들은 수강 신청하듯이 1초만에 품절이다. 그런데 버번 위스키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로 소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부정확한 정보마저 커뮤니티 등지로 퍼지고 있다. 그래서 흔히 오해하는 부분을 짚고 사실들을 알려주고자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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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버번 위스키는 도수가 곧 힘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최근들어 미국에서는 비행기 반입불가 도수 70%가 넘는 Hazmat 위스키가 성행하고 있다. 잭 다니엘의 스페셜 릴리즈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 도수 높은 것을 출시하고 있으니 당연히 도수가 버번의 전투력이 아닐까 착각하곤 한다.

이는 같은 증류소에서 생산되는 경우에는 맞는 말이다. 많은 증류소들은 배럴 프루프(캐스크 스트랭스)를 출시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증류소는 70%대를 육박하기도 하지만, 어떤 곳은 50%대로 상대적으로 낮다. 메이커스마크나 믹터스가 그 예시다.

이는 바로 통입 도수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격차다. 통입 도수란 숙성하기 위해서 오크통에 넣는 원주(white dog)의 도수이다. 즉 오크통에 몇 %의 원주를 넣느냐에 따라서 당연히 숙성할수록 올라가는 도수의 시작점이 달라진다.

통입 도수가 낮으면 경제적으로는 비효율적이다. 배럴 사용량이 많아지고 코어 라인업을 만들 때 희석량은 적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낮은 통입 도수를 고집하는 증류소는 맛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유지한다.

그래서 도수가 높은 배럴 프루프, 즉 희석되지 않은 맛을 추구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각각의 증류소 제품의 도수로 급 나누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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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버번 위스키는 싱글 배럴이 스몰 배치보다 맛있다?

이것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싱글 배럴은 하나의 오크통(배럴)에서 나온 위스키를 병입한 제품이다. 그리고 스몰 배치는 20~300개의 배럴들을 블렌딩해 출시한다. 블렌딩을 하게되면 그 배럴이 지닌 개성은 깎이지만, 배럴의 단점들이 여러 배럴과 섞이면서 줄어든다.

이 단점이 중요 포인트이다. 싱글 배럴 위스키는 그 배럴이 지닌 단점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그래서 싱글 배럴을 잘못 선택하게 될 경우 단점이 강렬하게 발현하는 버번을 마시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당연히 스몰 배치보다 싱글 배럴이 더 맛이 없다. 즉 싱글 배럴의 풍미은 복불복이다.

그렇기에 싱글 배럴 버번 한 병만 마시고 전체를 평가해서도 안된다. 여러 배럴을 블렌딩한 부커스나 ECBP도 배치마다 맛이 다른데 싱글 배럴은 오죽할까. 싱글 배럴 버번은 각기 다른 병입일 혹은 발매일의 제품을 마셔보고 평가하기를 추천한다. 바에서 마신 똥술이 집에서 뚜따하자 갓술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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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버번 위스키는 숙성연수가 높을수록 좋다?

아니다.

대체로 사람들은 오크통(배럴) 숙성을 위스키의 알파와 오메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견해는 스카치 위스키에는 통용되지만 버번 위스키는 아니다. 많은 증류소들은 8-90년대 일본 시장을 상대하기 위해서 높은 숙성연수의 버번 위스키들을 출시했었다. 버블 경제 때의 일본 사람들은 숙성연수가 높은 스카치 위스키를 소비하고 선호했기 때문이다.

이에 발 맞춰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숙성연수일 뿐, 마스터 디스틸러들의 생각은 달랐다. 부커스로 유명한 짐 빔의 Booker Noe는 6~8년 숙성을 적기로 보았다. 60년이 넘는 시간을 와일드 터키에서 보낸 Jimmy Russell도 고숙성에 부정적이다.

물론 이러한 생각은 증류소마다, 마스터 디스틸러마다 다르다. 하지만 12년을 넘기는 버번 위스키를 코어로 내세우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버번은 뉴오크(버진오크)에 숙성하기에 오크의 영향력이 강하다. 그래서 고숙성일수록 점차 원주의 개성은 오크의 힘에 의해 약해진다. 버번 위스키는 증류소별 원주의 개성을 무시할 수 없는 위스키지만, 고숙성일수록 개성은 약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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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버번 위스키의 하입(hyped)과 싯가는 맛에 따라 결정된다?

아니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버번 위스키의 하입은 다양한 외부 요소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지 절대로 맛과 정비례하지 않는다.

미국에는 싯가가 있다. 미국 텍사스는 법적으로 증류소에서 곧바로 소매상에게 위스키를 판매할 수 없다. 그리고 도매에서 시작되는 싯가는 하입될수록 높은 경향을 보인다. 왜냐하면 리쿼샵이 하입된 버번을 받기 위해서는 도매에서 안팔리는 제품의 재고를 몇 박스나 받아야만 한다. 그래서 소매는 이 인질들의 가격을 하입 버번에 씌워서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재고와 인질의 차이가 가격의 차이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도 똑같긴 하다.)

증류소별 배럴 프루프로 출시한 6~12년 숙성 버번들은 가격이 제각각 달라도 증류소에서는 정가(msrp) $60~75 급으로 출시하고 있다. (최근 정가도 오르고 있긴 하다.) 그러므로 비슷한 라인업의 버번들은 급 차이가 아니라 취향 차이다. 비싼 가격주고 샀다고 더 프리미엄 버번이라고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가격만 프리미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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