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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 단편문학] 참교육

ㅇㅇ(49.174) 2023.06.12 23:39:04
조회 1618 추천 56 댓글 13
														


"야 이 개같은 좆게이 시발새끼야!"



그 단말마의 욕설을 마지막으로 황룡은 입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그렇다, 오늘도 어김없이 한 점 수육이 된 것이었다.



이윽고 늘 그래왔듯 잠시 후 화장실의 3사로에서 눈을 뜬 황룡은 욕지거리를 뇌까리며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리고 다시 씩씩대며 찾아간 곳은 방금 몇번째인지도 모를 생을 마감했던 바로 그 내무반이었다.


몇번이고 죽고 살아나도 그 마지막 순간에 느꼈던 감정은 고스란히 새 육신에 이전되었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황근출, 이 좆게이 새끼. 방금 니가 지껄인 말에 대해 사과해."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한바탕 싸움이라도 할 기세로 자신을 노려보며 서있는 황룡을 보며 황근출은 코웃음을 쳤다.



"하, 기열새끼가 아주 미쳐가지고.... 싫다면 어쩔거지?"



"......!"



"내 사과를 받아내고 싶으면 날 한번 이겨보라고. 주먹으로 날 때려눕히든, 말로 나를 설복시키든지 말이야."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하는 황룡을 보며 황근출은 비웃음을 터뜨렸다.



"왜, 자신이 없나? 새끼... 주둥이만 살아가지고 말이지. 주둥이만 나불대는 새끼치고 뭘 제대로 하는 경우를 못봤지. 얼른 인정하라고. 네놈은 자격지심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못난 놈이라고 말이야. 그깟 대학교 간판이 뭐길래 패배자인 것 마냥 살아가고 있는거지? 대학교 간판이 앞으로 수십년이나 남은 네 인생을 좌지우지 하기라도 하는거냐? 앞으로 네 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네 인생은 달라질 수 있는데도 패배감에 젖어 있는 네놈은 참으로 못났지 않느냐 이 말이야."



"야 이 개새끼야! 니가 뭘 알아!!!!"



이내 더는 못참겠다는 듯 최후의 악다구니를 내지르며 황룡이 달려들자 황근출은 예상했다라는 듯 보기좋게 황룡의 가슴팍에 발길질을 날렸고 그 길로 황룡은 나가떨어져 벽에 박혀 튀어나와 있는 못에 머리를 쳐박고 그대로 절명해버렸다.




"자, 여기까지 입니다."



황룡은 리모컨의 버튼을 눌러 지직거리는 모니터의 화면을 껐다.


방금 전까지 연거푸 수육이 되던 빨간 활동복 차림의 젊은 황룡과는 다른 머리도 희끗희끗하고 얼굴에 주름살도 패여있는데다 흰 가운을 입은 중년의 황룡이 꺼진 모니터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음... 아직까진 가시적인 성과는 보이진 않는군요. 생각보다 아드님께서 많이 속상해 하고 계신 듯 합니다. 좀 더 치료를 진행해볼까요?"



황룡이 넌지시 묻자 그의 앞에 나란히 앉아 있는 어느 중년 부부가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 못난 놈의 새끼 같으니..."



중년의 남자는 괜스레 코를 훌쩍이며 중얼거렸고 그 옆에 앉아 있는 중년의 여자는 말없이 연신 휴지로 눈가를 훔치기에 바빴다.



"그깟 대학교가 뭐라고 저렇게 힘들어 하는지 원..."



"음... 그 나이대에는 충분히 가져볼 수 있는 고민이자 실망입니다. 아닌 말로 저도 그랬고 우리 A군의 아버님, 어머님께서도 그러셨을테죠. 결국 정도의 차이입니다."



황룡이 A군, 아니 환자의 부모를 다독이듯 말하자 그럴 수록 가슴이 후벼패이는 듯한 아픔에 중년의 부부는 이 상황이 그저 한탄스럽다는 듯 말없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충격요법이 좀처럼 효과가 없는 듯 하니 이번에는 좀 다른 요법으로 해볼까 합니다. 다만, 아무래도 뇌에 영향을 주어 하는 치료다 보니 자주 하면 마냥 좋지만은 않습니다. 일단 좀 쉬다가 하도록 하지요. A군은 잠시 치료실에서 휴게실로 옮겨 두겠습니다."



중년 부부는 고개를 끄덕였고 황룡은 가볍게 한숨 지으며 유리창 너머로 병원 침상에 누워있는 A군을 바라보았다.



그의 머리에는 온갖 기이한 장치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장치들의 전선은 어느 기계로 집중되어 있었다.




의대 졸업 후,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천편일률적인 심리상담과 치료에 넌저리가 나있던 황룡에게 어느 날 불현듯 떠오른 것은 해병대에서의 기이하고도 끔찍했던 경험이었다.


영화 <인셉션>에서 꿈을 조작하여 대상으로 하여금 어떠한 생각이나 인식을 자연스레 심어주게 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황룡은 과거 군 시절에 접했던 인물들과 자기 자신을 그대로 가져와 심리치료 용도의 의료기기를 발명해내었고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특이하기 짝이 없는 컨셉이었음에도 제법 효과가 있었다. 해병대라고 하는 특이한 설정이 가져다 주는 생소함과 신선함이 가져다 주는 인기 덕분이었을까, 이 특이한 치료법을 찾는 환자들의 수요는 제법 있었다.


기기의 AI에 환자의 현재 심리상태 및 주위 환경 조건 따위를 입력하면 AI는 사전에 황룡이 세팅해둔 해병대 설정에 맞추어 일종의 상황극을 시뮬레이션 하게 되고 환자는 황룡 자신이 되어 자신을 치료해줄 해병들과 접하며 점진적으로 호전되어 가는 방식이었다.


"새끼들... 이게 니네가 늘 입버릇 처럼 달고 살던 기합찬 모습 아니겠냐. 드디어 뭔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구만."



부모와 A군을 잠시 쉬게 하고 병원의 베란다에 나와 담배를 피우던 황룡은 홀로 웃음지었다.




그리고 AI 기기가 위치해 있는 치료실.



기기가 돌연 자동으로 부팅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기의 안내멘트를 제외하고는 평소에는 들을 수 없던 기기의 건조한 프로그램 음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황룡, 새끼.... 기열!"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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