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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2035 번역) CHAPTER 9 - Theater (1)

ArtyomDar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2.19 23: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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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티옴은 방독면 렌즈에 침을 뱉고 김이 서리지 않도록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그리고 통신기의 스위치를 켜고 맞는 주파수로 돌렸다.


"여보세요."


"한 시간 후에 연락하세요. 모든 것이 다 되어있어야 합니다."


"여긴 지상입니다. 한 시간이라고 장담할 수가 없어요."


"한 시간 안에 연락이 닿지 않으면, 당신은 죽거나 달아난 겁니다. 어느 쪽이든 당신 할아버지는 죽은 목숨이 되겠죠."


"당신 부하들이랑은 사흘 동안이나 연락이 닿지 않았잖습니까. 하지만 저는..."


"행운을 빕니다."


무전이 끊기고 잡음이 들려왔다.


그는 거기에 몇 분 동안 앉아서 그걸 듣다가 손잡이를 돌렸다. 무얼 듣지 않기 위해서 그랬을까? 그는 배낭을 잡고 조심스럽게 끈을 잡아당기며 일어서 마치 그게 다친 아이라도 되는 마냥 섬세하게 집어들었다. 안에는 10킬로그램짜리 폭발물이 들어 있었다.


그는 심하게 긁혀 있는 투명한 문을 밀어서 열고 보행자 통로로 기어올라갔다.


끝이 보이지 않는 가판대들이 늘어서 있었고, 진열창은 산산조각이 났고, 사방이 더럽혀져 있고, 모든 것이 그래피티로 뒤덮여 있었다. 그는 회중전등을 켜지 않았다. 불빛은 멀리서도 눈에 띌 수 있었다.


그는 네 명의 스토커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궁금했다. 네 명이나 되고, 모두 무장한 데다 통신기도 있었다. 그들 중 누구도 통신기에 대고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는 가판대를 지나쳐 벽을 따라 앞으로 걸어갔다. 여기서 무얼 사고팔았는지 누가 알 수 있을까. 책도 있고, 아마 스마트폰도 있었을 것이다. 메트로에는 스마트폰이 아주 많았다... 모든 벼룩시장이 그것들로 넘쳐났다. 스마트폰은 거의 킬로그램 단위로 팔렸고, 대부분은 전원이 나간 지 오래였다. 사람들은 그걸 샀었다. 가장 가깝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화하기 위해서. 작고 평평한 상자를 귀에 가져다 대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아르티옴이 아직 어렸을 때 수호이는 프로스펙트 미라 역의 시장에서 그걸 하나 사준 적이 있었다. 그는 배터리가 다 떨어질 때까지 6개월 동안이나 그것을 가지고 놀면서 밤에 담요 속에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리고 고장난 이후로도 3년이나 더 전화를 걸어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제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이 속임수 상자를 끌고 다니면 됐다. 저승으로 갈 수 있다면... 이게 저승으로 전화를 걸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계단을 올라갔다. 석양이 지고 있었다.


안녕, 모스크바.


세상은 십자가 모양으로 펼쳐져 있었다. 협곡 같은 10여층 짜리 건물들이 불에 타고 검게 그을려 있는 거대한 광장이 있었고, 트베르스카야 거리엔 서로 추돌한 채 교통 체증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진 녹슨 차들이 빽빽하게 차 있었다. 차는 마치 잠자리의 날개가 펄럭이듯 네 개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의자는 찢어지고 트렁크는 부서져 열려 있는 등 모든 것이 다 망가져 있었다. 그리고 대로의 순환도로가 검은 덤불숲이 된 트베르스카야 거리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벌거벗고 뭉친 뿌리가 양쪽에서 서로를 향해 땅을 따라 뻗어 폐차들을 조급하게 밀어내며 원을 만들려고 애쓰고 있었다.

빌딩에 걸린 거대한 광고판들이 보였다. 나이든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뭘 팔려고 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손목시계? 청량음료? 옷가지? 사람 키만한 그 삐뚤어진 라틴 문자들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만약 오르도의 선배들이 그에게 설명해주지 않았다면 아르티옴은 그게 광고라는 것조차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쓰레기들. 뒤죽박죽인 기억들. 이제 이 쓰레기들을 살 수 있는 것은 벌거벗은 뿌리와 검은 가지, 떠돌이 개들, 회전초(역자 주 - 가을이 되면 줄기 밑동에서 떨어져 공 모양으로 바람에 날리는 잡초)와 약탈자들이 남기고 간 뼈들이었다.


그는 덤불숲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누군가 그 안에 있을까?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좋았다. 도시는 죽은 것처럼 보였지만, 이곳의 무언가가 네 명의 무장한 병사들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테아트랄나야 역까지는 멀지 않았다. 걸어서 15분 거리였다. 죽은 병사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여기 대로변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면, 분명 저 앞 어딘가에서 일어났을 것이다.


건물 외벽을 따라 걸어야 할까, 도로 가운데를 따라 걸어야 할까? 도로를 따라 차들 사이로 직진하면 너무 눈에 띌 것이다. 보도 위를 걷는다면, 항상 귀를 기울이고 주위를 살펴야 했다. 건물들은 텅 빈 것처럼 보였다. 아마 베데엔하의 모든 사람들은 아르티옴이 누군지 알고 있겠지만, 이곳은...


그는 자동소총의 모양새를 가다듬고, 방아쇠를 움켜쥐고, 인도를 따라 2층 높이의 거대한 상점 창문을 지나 걸어갔다. 도로에는 온통 미세한 파편들과 깨진 유리 조각들, 다양한 마네킹 따위만이 널려 있었다. 어느 것은 인간처럼, 광 나는 검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어느 것은 검은 존재처럼 보이는 마네킹들은 표정이 없었고, 코와 입도 없었다. 다들 거기 누워 있었다. 아무도 도망가지 않았다.


엉망이 된 금은방, 엉망이 된 옷가게, 엉망이 되고 불타버린 이름 모를 가게들. 그리고 같은 것이 도로 반대편에도 늘어서 있었다. 트베르스카야, 좋은 거리였다. 잘 골랐군. 이 지역에 있는 역에 사는 사람들은 운이 좋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음식점은 하나도 없었다.


건물들은 단단한 벽에 빽빽이 들어차 있었고, 저녁 하늘은 내려앉는 중이었고, 건물 배를 덮은 누비 재킷이 놓여 트베르스카야 거리를 마치 거대한 터널처럼 보이게 했다(역자 주 - 건물의 그림자를 비유한 듯). 도로 위 얼어붙은 금속의 급류가 아르티옴에게는 선로처럼 보였다.


이 터널의 맨 끄트머리에는 국립중앙현대사박물관의 탑이 송곳니처럼 자라나 있었다. 크렘린 궁의 송곳니를 옆에 두고. 탑 위의 별은 사라지고, 사람을 세뇌시키던 모든 마법의 힘도 사라져 흐릿한 검은 실루엣만을 더러운 구름 아래 드리우고 있었다. 그것들은 음울한 광경을 연출했다. 어쨌든, 걸어다니는 시체는 평범한 것보다야 더 활기찼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조용했다.


아주아주 고요했다. 메트로에서는 불가능할 정도로.


"어떻게 생각해, 세냐? 예전에는 아마 도시가 시끄러웠을 거야. 분명 그랬을 거라고. 이 모든 차들이 으르렁거리고 빵빵댔겠지! 그리고 사람들은 함께 떠들어대는데, 왜냐면 다들 다른 사람들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더 많이 하려고 했거든. 그리고 그 말이 마치 절벽에서처럼 빌딩 사이로 메아리쳤겠지... 하지만 이제 다들 입을 다물었어. 아무도 중요하지 않았다는 게 밝혀졌어. 모두가 작별 인사를 할 시간이 없었던 게 아쉬울 뿐야. 그리고 이제 나머지 것들을 말하느라 신경쓸 필요가 없어졌지."


바로 그때 아르티옴은 무언가를 보았다.


보도블럭 위였다.


마네킹 따위가 아니었다. 마네킹은 그런 식으로 누워있을 수 없었다. 그것들은 항상 파상풍처럼 경련에 뒤틀려 있었다. 팔은 구부러지지 않았고, 다리는 튀어나와 있었고, 등은 단단한 막대 같았다. 하지만 이것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꽉 옹송그리고 있었다. 죽은 채로.


아르티옴은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검은 제복의 보호복. 자동소총을 움켜쥔 손. 헬멧이 벗겨져 옆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는 아스팔트에 말라붙은 피를 응시하고 있었다. 뒤통수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배 역시도 피를 많이 흘려 땅바닥에 리본마냥 핏자국이 이어져 있었다. 그러니까 누군가 그에게 부상을 입히고, 걸어와서 기어가는 그를 끝장낸 것이다. 그리고 그는 확실히 상태가 좋지 않았고, 조금이라도 더 기어가는 데 완전히 몰두해서 목숨을 건지기 위해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그는 그를 쏜 자의 얼굴도 보지 못했다. 쏜 자들도 그의 얼굴에 관심이 없었다.


첫 번째 시체였다.


아무도 그것을 먹어치우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총도 가져가지 않고 버려두었다. 이상했다.


아르티옴은 쭈그리고 앉아 그걸 가져가려고 했다. 하지만 죽은 남자의 손은 뻣뻣했고, 그는 시체의 손가락을 부러뜨려야 했다. 좋아, 계속 가지고 있으라고.


그는 포기하고 여분의 탄창을 빼내 챙겼다. 그건 심지어 그의 기운을 약간 북돋워주기까지 했다. 마치 이것이 디트마르가 그에게 작전에 대해 지불한 선금이라도 되는 것처럼. 스토커들은 이것을 약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죽은 사람의 장비를 가져가는 것은 기도하며 그에 대해 기억하는 것과 같다고 믿었다. 장비를 들고 죽어 있는 것은 무의미하고 울적한 일이었다. 그게 좋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리란 걸 알면 죽은 자도 기분이 한결 나아질 것이다.


아르티옴은 빨리 떠나고 싶어졌다.


이 순교자는 어디서 날아온 총알에 맞았을까? 왜 그의 세 동료가 멈춰서서 부상당한 남자를 들어올려 엄호하지 않았을까?


그들이 대신 끝장내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럼 왜 무기를 챙기는 것을 포기했을까? 서둘렀기 때문에? 그들을 찾으면 그걸 물어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


두 번째는 300미터 정도 더 떨어져 있었다. 등 뒤에 총알이 별처럼 박혀 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하늘을 보려고 했지만, 아마 아무것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방독면 렌즈 한쪽은 관통되어 있었고 다른 렌즈의 안에는 갈색 액체가 차올라 있었다. 그리고 등 밑에는 웅덩이가 있었다. 똑같았다. 처음엔 그를 쓰러뜨리고, 최후의 일격을 위해 걸어 올라갔을 것이다.


그의 동료들은 여기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아르티옴은 멀리서 무언가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한바탕 바람이 불자 모터처럼 낮게 웅웅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확신할 수가 없었다. 바람이 필터 안에서 너무 크게 윙윙거렸고, 방독면 고무가 귀를 덮고 있었다.


아르티옴은 재빨리 망자의 탄창을 챙기고 벽 가까이 딱 붙여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이제 아호트니 럇까지 500미터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이제 그는 아무 데서나 찾아올 수 있는 죽음을 피해야만 했다.


그는 제한적인 시야 때문에 세 번째 시체를 곧바로 발견하지 못했다. 이번 것은 영리했다. 그는 거리를 벗어나서 식당 안으로 숨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사방이 유리창인데 어떻게 숨을 수 있었겠는가? 그들은 그를 찾아내서 벌집으로, 형체 모를 다진 고기로 만들어 버렸다. 아마 그를 테이블 아래서 끌어내 끝장냈을 것이다.


이제 확실히 소리가 들려왔다.


웅웅거리는 모터였다.


아르티옴은 숨을 참았다. 아니, 그건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는 방독면을 벗었다. 그게 미래에 무슨 영향이 갈지 누가 알겠는가? 그는 한쪽 귀를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돌려서 듣는 것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했다.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목이 쉰 듯한 웅웅거림이었다. 누군가 건물 뒤쪽 저 멀리 어디선가 속력을 높이고 있었다.


군용 차량이었다. 누구일까?


아르티옴은 지옥에서 벗어나는 박쥐처럼 달아났다.


그게 정답이었다.


그게 그들이 도망쳤던 이유였고, 끝내 도망가지 못한 이유였다.


그들은 따라잡혀서 한 명씩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한 사람마다 2, 300미터씩 앞서 있었지만, 그들이 결국 다음 차례를 잡고 말았다. 하지만 왜 반격하지 않았을까? 왜 가게 창문 안에서 자세를 잡고 맞서 싸우려 들지 않았을까?


여전히 테아트랄나야에 도착하길 바랐던 걸까?


처음에 그는 배낭을 흔들고 싶지 않았지만, 소리가 갑자기 등 뒤에서 꽤나 뚜렷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아르티옴은 뒤를 돌아보거나 멈추지 않고 뛰기 시작했다... 움직여, 움직여! 만약 그 충격이 폭발을 일으킨다 해도, 저자들이 그를 끝장내러 오는 것보다는 덜 무서웠다. 그러니 그냥 터지라지.


그리고 소리가 둘로 나뉘었다. 모터는 하나가 아니라 두 개였다. 하나는 거리 반대쪽에 있었고 다른 하나는 이편에 있었다. 그를 몰아넣고 있는 걸까?


누구일까? 도대체?


숨어야 할까? 건물 안으로 피신할까? 달려가서 아파트를 피난처로 삼아야 하나? 아니다... 이쪽 거리에는 주택 입구가 하나도 없었다. 출구 없는, 다 타서 텅 빈 가게 앞의 어항뿐이었다.


모퉁이까지 조금만 더 가면 됐다.


그리고 거기엔 아호트니 럇이 있고... 국가두마서 방향을 틀면... 바로 그가 거기 있을 것이다.


네 번째 스토커는 트베르스카야 거리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모퉁이까지 가는 데 성공했을 것이다. 그 말은 아르티옴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반드시 해내야만 했다.


그는 앞에 드리워진 길고 창백한 그림자를 보았다. 그리고 한 줄기 빛.


뒤에서 그들이 헤드라이트를 켜고 있었다. 아니면 서치라이트일까?


누군가 아르티옴의 목을 통해 가시 돋친 철사를 폐 속까지 집어넣는 기분이었다. 철사가 그를 끌어내리고 앞뒤로 홱홱 잡아당겨서 병 닦는 솔처럼 아르티옴의 기관지를 청소했다.


그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뒤돌아보며 달려갔다.


오프로드 차량이었다. 널찍하고 짐승 같은 오프로드 차량이었다. 인도를 따라 계속 달려오고 있었다. 도로는 녹슨 금속으로 막혀서 더이상 지나갈 수가 없었다. 브레이크에서 끼익 하는 소리가 나더니 차가 멈췄다. 무언가 길을 막았을 것이다.


아르티옴은 차가운 공기를 한 모금 들이마시고 모퉁이를 돌았다.


그리고 곧바로 그는 한쪽에서 다른 엔진 소리를 들었다. 목이 쉰 듯한, 모기가 윙윙대는 듯한 소리였다.


오토바이였다.


육중하고 튼튼한 국가두마 건물은 음울한 화강암 바닥과 돌 같은 잿빛의 윗부분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묘비 같이 보였다. 누가 저 아래 묻혀 있을까?


오토바이가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그의 옆으로 돌진해 왔다. 도로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운전자는 왼손을 들어 무작위로 묘비의 벽을 따라 튕겨나가며 번쩍이는 폭발을 일으켰다. 아르티옴은 살아남았다.


그리고 멈추거나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아르티옴도 흔들리는 소총을 내밀어 오토바이 운전자가 있는 방향 어딘가로 총을 쏴 발포음을 일으켰다. 완전히 빗나갔다. 하지만 운전자는 눈먼 도탄의 경로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속력을 올려 방향을 바꾸기 위해 급히 달아났다.


굉음이 그의 뒤에서 다시 따라오고 있었다. 오프로드 차량이 길을 찾아낸 것이다.


하지만 이제 아르티옴은 테아트랄나야 입구와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았다. 100미터 남았다. 신이시여, 입구가 열려있을까요? 주 예수여, 열려있겠습니까?


신이 존재한다면, 열려있어야 합니다! 주여, 존재하십니까?


마지막 네 번째 병사는 바로 문앞에 누워 있었다. 누워 있지도 않았고 잠긴 나무 판때기에 등을 대고 앉아 있었다. 맥없이 앉아서, 총알이 박힌 배와 손, 손가락을 통해 흘러나온 생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르티옴은 문으로 잽싸게 달려가 한 번, 또 한 번, 그리고 한 번 더 잡아당겼다.


히스테리컬한 오토바이가 은행 모퉁이에서 점점 더 시끄럽게 울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네모난 오프로드 차량이 코너를 따라 넓게 돌았다. 장갑판이 붙어 있었다, 맞나? 아르티옴은 그런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메트로의 누구도 그런 걸 가질 수가 없었다. 너덜너덜한 바지를 입는 지하 왕국에 이런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는 문에 등을 대고 자동소총을 들어올려 춤추는 시야 속에서 좁은 앞유리를 조준하려고 했다. 어딜 쏴야 좋을지 알 수도 없었다. 차량의 지붕에서 사격장의 표적이나 깜짝 장난감 상자처럼 작은 무언가의 형체가 나타났다. 저격수였다. 총알이 핑 하고 지나가 유리창에 깔끔한 구멍을 냈다. 그게 다였다. 끝이었다. 그는 이제 끝장이었다. 그는 거칠게 총을 갈겨 댔다.


투광 조명등 전체가 오프로드 차량의 지붕 전체를 비추면서 그의 눈을 후려쳐 멀게 했다. 이제 그는 조준조차 하지 못했다. 공중으로 아무렇게나 쏠 수밖에 없었다.


끝이었다. 곧 있으면 다 끝날 것이다.


아마 저격수가 조준선에 아르티옴을 포착하는 순간 바로. 아르티옴은 눈을 찡그렸다.


하나.


둘.


셋.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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