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xxxviii 스스로를 위한 복수

“상대가 호루스이기에, 자네가 죽이고 싶은 것이 맞는지 알 수 없겠지.”

페러스 매너스가 입을 연다.

“호루스, 우리 모두가 사랑했던 이 아니던가. 하지만 알아두게, 자네가 놈을 죽이는 것이 곧 그를 구하는 걸세. 있는 그대로의 그를 구하라는 말이지. 우리가 경애했던 그를 구하게. 분열도, 비난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여기서 우리와 함께 거하게 해 주게.”

“자네 곁에 말인가?”

생귀니우스가 묻는다.

“그리고 자네의 곁이기도 하겠지.”

페러스가 말한다. 페러스가 제 형제의 눈을 응시한다. 은빛 눈에서 분노가 피어난다.

“유감이지만, 사실일세.”

그가 말한다.

“자네도 알테지. 시간은 다했고, 이제 자네도 우리처럼 죽은 신세일세. 하지만 자네가 모르는 것이 하나 있지. 자네가 지금 느끼고 있는 고통 말이네만?”

“그런데?”

“자네가 짐처럼 짊어지고 있는 그 끔찍한 고통은… 죽음이 자네를 당기고 있는 것이 아닐세, 형제여. 자네 옆구리의 상처 때문에 느끼는 고통이 아니라고. 그것은 호루스를 잃었다는 슬픔 때문에 치미는 고통이지. 우리 모두가 같은 고통을 느끼고 있네. 지금까지도 그 슬픔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자네를 더 명예롭게 하지만, 그 고통을 잊어야 하네. 네 번째 교훈. 우리가 사랑했던 호루스 루퍼칼은 오래전 이미 떠났네. 슬픔에 사로잡히지 말게. 애도할 시간 따위는 없어. 오직 복수가 있을 뿐이지. 우리의 복수를 하게. 자네의 복수를 하게. 호루스의 복수를 하라고.”

생귀니우스가 한 걸음 물러선다. 비명 소리가 사라진다. 어둠은 차가운 침묵 속에 빠진다.

“그것이 날 괴롭히는 것인가?”

생귀니우스가 묻는다. 페러스는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한 일이겠군.”

생귀니우스가 말한다. 생귀니우스는 목청을 가다듬으며 침을 꿀꺽 삼킨다.

“하지만 그걸 알지 못했네. 자네 덕분에, 이제 확실히 알게 되었군. 난 그가 너무 그립네. 너무도 그리워.”

“그럼 그의 기억을 기리도록 하게.”

페러스가 답한다.

“그리고, 그 역시 자네를 위해 똑같이 행했을 것도 기억하고.”

생귀니우스는 잠시 선 채 그의 잃어버린 형제를 응시한다.

“자네가 워프의 속임수라면, 정말 좋은 속임수였네.”

“우리 모두는 워프에 속해 있지.”

페러스가 대꾸한다.

“하지만 우리는 속임수가 아닐세. 워프가 곧 만물이야. 하지만 호루스는 자신이 집중력을 되찾았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직 깨닫지 못했네. 그가 깨닫기 전에 그를 멈춰야 해.”

“그러겠어.”

생귀니우스가 답한다. 그의 목소리에 확신이 가득 차 있다.

“그럼 이제 자넨 그를 맞을 준비가 됐네.”

페러스가 답한다. 그가 고개를 돌려 앞의 어둠을 향해 끄덕여 보인다.

“이 길로 가면 그를 향해 바로 갈 수 있어.”

페러스가 말한다.

“어느 길이건 그에게 이어질 걸세. 자네가 어떤 길을 가건 말이지. 오싹함을 느꼈나? 거짓 신들은 자네 의지가 확고함을 알고 있네. 자넬 막으려 들겠지. 어쩌면 자넬 죽이려 들지도 모르고. 하지만 자네 길은 정해져 있고, 놈들도 그걸 알고 있네.”

생귀니우스가 앞으로 나선다.

“앞장서겠나?”

페러스는 고개를 젓는다.

“아니.”

그가 대꾸한다.

“이제 길을 열어야 할 것은 자네야. 자네는 길을 아네. 여기서부터는 안내조차 필요치 않을 거야. 하지만 갈 수 있는 한, 자네와 함께 가지.”

페러스는 합금으로 된 한 손을 들어 길을 안내한다. 검을 든 생귀니우스가 그를 지나쳐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어둠 속에서, 페러스 매너스가 그를 뒤따르는 것이 느껴진다.

생귀니우스는 뒤돌아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