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xlv 그저 반복일 뿐

”’사무스! 종말이자 죽음이로다. 내가 너무도 많이 보아 온 또 다른 종막일지니.‘“

어둠 속에서 마우어가 계속 읽어내린다. 잠시 멈춘 마우어가 목청을 가다듬는다. 마우어의 얼굴은 극히 창백하다. 신더만은 그녀가 한 마디씩 뱉을 때마다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알아본다.

”’얼마나 많더냐, 말하고 싶은 생각조차 없노라. 시간은 내게 의미가 없노니, 생물학적 일탈을 기억할 뜻도 없으며, 대지의 이름을 외울 인내조차 없도다. 대지는 그저 대지일 뿐, 나는 사무스다-‘“

”그만두게.“

신더만이 말한다.

”’사무스가 너를 뼈까지 갉아 먹으리로다-‘“

”마우어, 멈추게.“

신더만이 손을 뻗으며 말한다. 마우어는 지금 마치 무아지경에 빠진 사람 같다.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군, 마우어. 이 말들은 의미가 없-“

”’볼지어다, 서로를 살육하는 모습을! 그저 반복일 뿐일지니.‘“

마우어가 더듬거린다.

”’새벽과 밤의 흐름이로다-‘“

”멈추게, 마우어! 우리가 틀렸어. 이것은 주문이 아닐세. 우리가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시 일어날 것이며,‘“

마우어가 헐떡이며 비틀린 발음을 뱉어낸다.

”모든 곳에서 일어날 사소한 흐름. 왕조의 불화라 해도, 내가 알아채지도 못한 채-’“

”자네에게 고통을 줄 뿐일세, 마우어! 그만하게! 우리가 틀렸네.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내 여정 속에 짓밟을 벌레 둥지간의 싸움일 뿐-’“

신더만은 그녀의 손에서 책을 낚아채 바닥에 던진다. 책에 손이 닿자마자 물집이 잡힌다. 찌르는 듯한 통증에도 불구하고, 신더만은 흔들리는 마우어의 육신을 붙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