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 스토리 자체가 완전히 중구난방이 되어버림

분명 2부 시작~중반 지점, 즉 41권까지만 해도 암흑상제는 절대악이었음. 급조된 놈이라고 하지만 이놈 때문에 옥황계에 108요괴도 생겼고 옥황은 자기 아들이랑 며느리를 잃었고 혼세샤오도 부모를 잃음. 그리고 그 수하 검은마왕 교만지왕 등으로 간접적 피해를 입힌 사람만 해도 수십명은 족히 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42권에서 암흑에게 사연 붙이기, 갱생 시도를 하려는 건 좋았음. 그 대마왕도 초중반에는 손오공 삼장 괴롭히면서 수하들 시켜 천자문 천자패 뺏으러 다니고 세력 넓히려는 1차원적 최종보스에서 탄탄한 스토리 베이스와 성격으로 대한민국 만화 GOAT로 거듭났으니까. 당연히 대마왕에게 사연 붙였다고 악역 미화라는 얘기는 1도 없었음. 그에 비해 왜 암흑상제는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그 이유는 암흑상제에게 사연 붙이기 방식이 상당히 잘못되었기 때문임.

그래도 42권까지는 괜찮았음. 솔직히 이런 전개가 필요도 할 법했던게 히로인이 최종보스에게 먹힌 상황에서, 히로인을 구하려는(결국 이것도 53권에서 물거품이 되었지만) 시도를 할 법도 했음. 더 광폭화하면 괴리감이 엄청날 테고, 이후 전개가 힘들어질 수도 있으니까.

43권에서는 결국 손오공이 때문에 옥황상제와 대립각을 세우게 됨. 여기서부터 악역 미화가 불거지기 시작했지만 여기까지는 그래도 이해가 감. 일단 최종 보스와 임시로 연합이라도 맺은 이상 다른 편과의 분열 또한 각오해야겠지. 암흑상제와 일단 연합한 상황에서 옥황상제가 좋게 봐주는 것도 이상하잖아?

문제는 44권부터임. 44~46권은 악역 미화가 절정에 달했다고 볼 수 있는데, 옥황상제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문제였음. 물론 옥황상제가 초기인 3권에서 손오공에게 내린 벌, 20권에서 샤오 봉인이나 미현인에게 한 행동 등 썩 좋지 못한 행보도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는 용인 가능한 문제(명백하게 손오공과 미현인은 잘못을 했고, 샤오에게는 PTSD 예방을 한다는 명분이라도 들 수 있음)였고, 절대악으로 볼 만한 인물은 아니었지만, 특히 44권에서 손오공에게 배신의 낙인을 찍고 이는 암흑상제조차 사탄드립을 칠 정도의 절대악으로 묘사를 해버림. 이러니까 암흑상제에 대한 강제 사연붙이기라는 느낌을 주게 되고, 당연히 악역 미화 얘기가 나올수밖에 없었음. 물론 46권에서는 옥황상제를 제쳐 놓고도 아예 대놓고 암흑상제를 선역마냥 묘사했음.

그런데 47권부터는 의외로 이런 말이 안 나왔는데, 실제로 46권에서 이런 피드백이 상당했는지, 47~48권에 걸쳐 떡밥을 회수하고, 제3세력(오만군단장)을 투입해서 스토리의 변화를 주려고 했음. 물론 암흑상제가 이 시기 이후로 가수면에 들어서 활동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개인적인 생각인데, 47권에서 육체 사기를 칠 게 아니라 진짜 육체를 돌려주는 전개로 했어야 했다고 보는데, 이것땜에 49권 이후에 전개에도 문제가 생김. 소여신도 1회용으로 쓸 게 아니라 정규 캐릭에 편성해서 암흑상제 감시 역할 정도는 하게 했어야 했다 보고.) 어쨌든 암흑상제와 옥황상제 모두 절대 악으로 볼 게 아니고, 서로에 대한 개인적인 복수심으로 세상에 문제를 가져왔다고 스토리를 짜려고 했을거임.

그런데 작가가 바뀌는 바람에 49권에서 오만이 죽게 되고, 50권에서는 아예 암흑을 도로 절대악으로 만듦. 원래 전개대로였다면 아마 복수심에 미친 암흑이 옥황과 싸우다가 한 쪽이 죽게 되고, 다른 한 쪽은 신위를 잃게 되고, 오만이 암흑의 힘을 뺏어 암흑을 살해하거나 암흑계를 뺏으면서 악행을 저지른 암흑에 대한 처벌은 물론 암흑을 왕따시킨 옥황까지 책임을 지게 하는 전개였다면, 스토리가 훨씬 매끄러웠을거고, 기존 이야기의 암흑, 옥황에도 별 문제가 없음. 오만군단장은 그냥 암흑계에서 나온 순수악이라는 설정이고, 성격 또한 남 위에 오르려고 하는 모습이니 별 문제가 없었음.(진짜 절대악) 그런데 갑자기 암흑을 절대악으로 묘사할 거면 42~48권에서 해온 사연 붙이기는 뭐가 되냐 이 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