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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설티대] 이중생활 스트리머 -上-모바일에서 작성

장래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5.27 19:54:06
조회 609 추천 8 댓글 9
														
-노화장실 오줌참기 배그 랜덤스쿼드 1등 켠왕
-리나님tv  •831명 시청중

<<리나팬티도둑 님! 100 코인 후원!>>
<<참은지 얼마나 됫어?? ㅇㅅㅇ>>

“리나팬티도둑 니임! 코인 백만 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아! 아, 타이머를 안 띄워뒀구나. 잠시만요오… 됐다. 이제 막 5시간 째네요.”

“아 잠만 나 삼뚝, 삼뚝 뺏겼는데? 삼뚝 좀 주라. 기브 미 헬멧. 헬멧, 아니 에드 말고 헬메엣! 아니 내가 길리도 줬는데!”

<아 ㅋㅋ>
<절대 안주지 ㄹㅇㅋㅋ>
<ㅋㅋㅋㅋㅋㅋㅋ>
<됐>
<얘 아직도 치킨 못먹음? ㅋㅋ>
<ㅋㅋㅋㅋㅋㅋ>
<5시간ㄷㄷ 리나냥 괜찬아??>

“걱정해 주는 거야? 살짝 감동. 괜찮아요 괜찮아. 앉아있어서 아직은 버틸 만해요. …잠깐만, 총 소리. 애들 싸운다.”

<<리_나가너무좋아해병님 님! 10코인 후원!>>
<<화장실 안가면 똥도 참음?>>

“똥은 안 참을 거야 새끼야아… 아, 야, 야 온다! NW!  NW 방향! 핑 봐 핑! 피잉! 아 쫌!”

<양각 잡히겠는데>
<?>
<?>
<에임 실화냐 ㅋㅋㅋㅋㅋㅋ>
<?>
<엄>
<시즌 382973번째 다운ㅋㅋㅋ>
<황금고블린 아니고 걍 고블린ㅋㅋ>
<못참고 지리면 어캄>

“이번 판도 갔네… 쩝. 다음 판 갈게요. 못 참고 지리면 어떡하냐구요? 그거야… 짠! 헤헤, 저번 실패에서 배워서 준비를 해놨죠.”

(의자를 뒤로 뺀다. 1.5리터들이 헛개수 페트병. 주둥이엔 깔대기가 꽂혀 있다. 그것을 카메라 앞에 들이민 다음, 털 한 오라기 없이 매끈한 가랑이 사이에 대어 보인다.)

<ㅁㅊㅋㅋㅋㅋㅋㅋ>
<다흘릴각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대참사각인뎈ㅋㅋㅋ>

<<리나가준비한식사 님! 10 코인 후원!>>
<<100코인당 물 한 병 미션>>

“100코인당? 진짜? 오케이, 콜!”

<<리나가준비한식사 님! 1,000 코인 후원!>>
<<자 드가자>>

“아.”


-구독자 100k 기념 QnA+인터넷검색목록/하드 까기
-리나님tv  •914명 시청중

“어때요 여러분, 저의 파일 정리 실력. 받기만 한 거랑, 한 번 쓴 거, 여러 번 쓴 거. 초보들은 막 막 제목별로, 배우별로 정리를 하지만? 저같은 전문가들은 이제 이렇게. 이게 더 오히려 깔끔하다고. 전문용어로 휴지끈이 길다고 하죠?”

<딸만대장정ㄷㄷ>
<어제도 봣나보네 ㅋㅋㅋ>
<저거 진짜 옛날건데 추억이당>
<야애니 머고 ㅋㅋㅋㅋㅋ>
<저건 또 머임>
<궎귏귔궥귕 함 까보셈>
<?>
<?>
<방금 ㄴ머임?>

“앗, 아유, 아이고. 아이고 잠깐만… 그런 거 아닙니다, 그런 방송 아닙니다. …말이랑 하는 영상을 어디서 찾았냐구요? 아니 나도 몰라. 진짜 몰라. 이거 뭐지 진짜? 어디서 껴들어왔나 본데…”

<<강동구매콤주먹리나 님! 10 코인 후원!>>
<<그래서 저번 켠왕 실패 벌칙은 언제 함>>

“아, 그거요? 금방 해요. 아 안 까먹었어요. 걱정 마세요. 아 진짜라니까?”

<내눈내눈내눈내눈누내눈>
<말돌리는거 뭐임>
<ㅋㅋ아무도 걱정안하는데>
<말꼬1추돌리기>
<아시. 발 뇌리에서 안 사라져>
<아랫배 불룩 솟았다 가라앉는거 진심 가관이네>
<ㅁㅊ수간충>


-청자수÷10=딜도 스쿼트 횟수~ 10분뒤 마감 얼른 와~~♥
-리나님tv  •20,635

“야, 누가 프로그램 돌린 거 아냐? 오후 4시에 어떻게 이만 명이나 와!”

“이천 번을 어떻게 해! 하면 하지? 니들이나 해 니들이나!”

<아 공약 안지키나요>
<아>
<ㄴㄹ>
<나락>
<ㄴㄹ>
<ㄴㄹ>
<ㄴㄹㄴㄹㄴㄹㄴㄹㄴㄹㄴㄹㄴㄹㄴㄹㄴㄹㄴㄹㄴㄹㄴㄹㄴㄹ>

“아니 누가 안 한대? 할게! 하긴 할 건데… 이천 번을 어떻게 해 인간적으로!”

<매일 조금씩 ㄱ>
<평생컨텐츠 캬>
<합법 우려먹기 ㅆㄱㄴ>

“스읍, 후… 아니, 야, 그래. 이백 번 어때, 이백 번? 솔직히 이천 번은 너무했잖아. 그치, 님들도 인정하지.”

<ㅇㅈ>
<ㅇㅈ>
<ㅇㅋ이백번 ㅇㅈㅋㅋ>

“아이, 근데 이백 번도 좀, 너무 많은 것 같기는 한데….”

<천천히 나눠서 하자^^>
<천천히 해도 아무도 머라 안함>

“이백 개 딱 채우고 바로 방송 끌 거야? 그래도 해?”

<ㅇㅇ>
<ㅇㅇ>
<혓바닥이길군.>
<ㅇㅇㅇㅇㅇ>
<ㄱ>
<ㅇㅇ>

<<쫄 님! 10 코인 후원!>>
<<그럼 다른 벌칙 하등가>>

“그래? 그럴까? 그게 낫겠지?”

<ㅈㄹㄴ>
<ㅈㄹ>
<넌나가라>
<ㅡㅡ>
<ㄴㄹ>
<ㄴㄹ>
<딕맨일발장전>

“아 알겠어! 한다? 진짜 한다?”

(무릎 높이의 목재 스툴에 혈관의 형태가 디테일하게 구현된 살색 딜도가 달려있다. 그 앞에 서서 심호흡. 무릎을 벌리고 자세를 잡는다.)

“하나아… 두우울… 스, 흐으, 셋! …네에엣.”

“읏, 흑… 크으읏… 자, 잠깐 타임… 흐, 후읏…!”

“일흔 여서어… 엇, 으응, 흣, 응하아아아앗…!”

(철퍼덕.)

“오곡—”

<와>
<ㄹㅈㄷ>
<퍄퍄퍄퍞퍄퍄ㅑ>
<허벅지근육ㅈ대네>
<와 안힘드나>
<<리나팬6974 님! 10코인 후원!>>
<앉은자리에서세발빾다>
<걍 오늘 ㄹㅈㄷ>
<<리카스 님! 10코인 후원!>>
<홍수 터졋ㄴㅎ>
<<하느님부처님리나님 님! 100코인 후원!>>
<땀봐ㅁㅊ>
<<;0) 님! 100코인 후원!>>
<<리보나지 님! 100코인 후원!>>

* * *

“그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야한 꿈 꿔… 안녕…!”

손을 흔들며 ‘봐줘서 고맙다’ 그리고 ‘야한 꿈 꿔’라고 말한다. 벗방 스트리머 ‘리나님’의 고정 방종 멘트다.

나는 방송용 캠과 컴퓨터가 꺼진 것을 두 번 세 번 확인하고서 마스크를 벗었다.

반나절 동안 헐벗은 채로 운동 아닌 운동을 하고 흘린 땀이 식자 금세 몸이 차가워졌다. 나는 바닥에 생긴 체액의 웅덩이를 향해 화장실에 걸려있던 수건을 대충 던졌다.

그러나 수건은 스툴에 붙은 딜도에 걸려버렸다. 덜렁 흔들리는 딜도를 보며 방금 꼭 고리던지기 같았다고 생각하고, 청소는 씻은 다음 하자고 생각하며 욕실로 들어갔다.

콘택트렌즈를 빼고 화장을 지우고 간단히 샤워를 마쳤다. 헤어드라이어로 온몸을 말린 뒤 팬티만 입고 애착잠옷을 입었다. 극세사의 촘촘한 감촉이 살갗과 젖꼭지를 기분 좋게 스쳤다.

로션을 발라야 했지만 오늘따라 유독 많이 가버린 터라 피곤했다. 아침에 마주할 개기름이 걱정됐지만, 침대에 잠깐 눕자마자 들고 일어난 피곤함과 아늑함과 귀찮음의 삼중 연합이 그런 걱정을 테이크 다운 시켰다.

나는 포근한 이불에 파묻혀 까무룩 잠에 들었다.

대형마트 5층 주차장에 딸린 카센터의 휴게실에서, 커튼 틈새로 들어오는 햇빛에 나는 눈을 뜬다.

이곳은 꿈 속, 내 기억 속의 세상이다. 나는 그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곳은 나의 침소다. 비좁고 먼지가 날리지만, 멸망한 세계에서 구할 수 있는 잠자리치고는 호화로운 편인 곳이다.

나는 싸구려 소파에서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누더기 같은 담요에서 먼지가 날린다. 먼지가 이만큼 날리면 자고 일어나서 목과 코가 막힐 만도 하지만, 그렇진 않았다.

꿈이니까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휴게실 문을 열면 검게 때가 탄 에폭시 바닥이 눈에 들어온다. 차 두 대가 들어오면 꽉 찰 정도 너비의 카센터는 차도 공구도 없이 텅 비었다.

나는 찌그러진 셔터를 1미터 정도 열고 몸을 숙여 밖으로 나간다.
주차장 난간 너머로 바깥이 길쭉한 파노라마 사진처럼 보인다. 나는 난간 가까이 다가간다. 미세먼지 0퍼센트의 하늘과, 건물 외벽의 갈라진 틈새를 비집고 자라난 넝쿨식물들이 만나는 공제선이 푸르다.

도시에는 사람이 없다. 따라서 사람이 만들어낸 어떠한 소음도 없다. 인공적인 모든 시스템이 멸망의 순간에서 멈춰버렸다.

고요하다. 섬뜩하리만치 조용한 건물엔 내 발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몽롱한 잠기운이 돌고 너무 조용해서 꿈속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실제로 꿈 속이긴 하지만.

이쯤에서 슬슬 꿈의 장르가 결정된다. 종류는 두 가지. 좋은 꿈이거나, 혹은 좋지 않은 꿈이거나다.

세상에 ‘그녀’와 단둘이 남아 아담과 하와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불편한 일 투성이 속에 소소하게 행복했던 일들을 회상하고, 거기에 약간의 로맨스와 에로스를 곁들인, 좋은 꿈.

그러나 이번 꿈의 시작 지점은 카센터다. 그렇다면 시기상 아직 ‘그녀’를 만나기 전이므로, 좋은 꿈은 아닐 것이다.

나는 어느샌가 옥상에 와 있다. 옥상 주차장 한 구석 물탱크가 있는 곳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자리를 잡고 앉는다.

새벽 동안 차갑게 식은 물탱크에 기대어 철제 난간 틈새로 어제와 달라진 것이 없는 경치를 살핀다.

고층건물은 유리와 외벽이 부서져 내부를 드러낸 것들이 태반이었고, 그보다 조금 더 부서진 건물들은 붉게 녹슨 골조를 위태롭게 드러내고 있었다.

신호등과 가로등과 표지판들은 바람을 맞은 갈대처럼 일제히 한 방향으로 쓰러져 다시는 똑바로 서지 못했다.

자동차들은 잘못 밟은 알루미늄 캔처럼 찌그러져 있었고, 도로에는 형태를 반만 유지한 채 이계 식물의 모판이 된 몬스터와 사람들의 시체가 즐비하다.

아득해야 할 원경이 또렷하고 가까이 있는 물체의 해상도는 낮게 느껴진다. 인포커스로 찍은 사진처럼 기묘한 원근감이 이곳은 꿈 속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밥맛이 사라지는 풍경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나는 브랜드 마크가 다 지워지도록 낡은 가방의 지퍼를 열고 식사 준비를 한다.

비위도 상하지 않고 잘도 밥 먹을 생각을 하네, 라고 생각한다. 메뉴는 스팸 한 캔과 오렌지 주스 한 병이다. 가방을 언제 챙긴지는 모르겠다.

꿈이니까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그래도 멸망한 세계에서 가지는 식사 시간인가.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꿈이다.

나는 기도를 올린다. 비록 기도를 받아주실 신께선 세상이 작살나도록 방관했고, 나는 열아홉 살 이후로 교회에 간 적이 없지만, 기도를 올리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사치스러운 식단이다.

나는 오렌지 주스의 뚜껑을 열었다.

뽕—

하는 청량한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고작 그런 것에 일일이 신경을 썼다간 살아남을 수 없다.

입 안을 적신다는 느낌으로 아껴서 주스를 마신다. 맛은 느껴지지는 않지만 분명 상큼하리라. 그 다음엔 스팸으로 손을 옮긴다.

돌돌 말린 뚜껑을 잘 펼쳤다가 접어서 숟가락 대용으로 쓴다. 햄은 짜고 기름질 테다. 염분과 지방이 몸에 스며드는 것을 느낄 것이다.

180ml들이의 오렌지 주스와 300g의 스팸을 아주 천천히 음미했다. 햄을 먹고 주스를 마시고, 다시 햄을 먹고 주스를 마신다.

그것을 반복하면 결국 캔도 병도 바닥을 드러낸다. 입맛을 다시며 음료수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입으로 탈탈 털어넣는다.

그러다가 눈치챈다. 입이 닿는 부분에 쌀알보다도 작고 하얀 무언가가 기어다니고 있다.

그것은 반드르르한 윤기를 내고, 지나간 길목에 미세한 흔적을 남긴다.

그것의 정체를 알고 나자 나는 비로소 꿈의 장르를 깨닫는다.

그랬지. ‘그녀’가 없으면 역시 나쁜 꿈을 꿀 수밖에 없는 거야.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을 때만 해도 멀쩡했을 터인 햄 캔 안에도 하얀 애벌레가 바글바글했다. 애벌레는 어느새 병, 캔을 넘어 내 입가에서 꿈틀대고 있다. 그 감촉이 느껴진다.

꿈이니까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구토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지극히 생리적인 반응이었다.

뭉글거리는 구역감의 입자가 단숨에 뭉쳐서 나는 입을 틀어막고 몸을 앞으로 쏟는다.

* * *

커튼 틈새로 들어오는 햇빛에 나는 눈을 뜬다. 시간은 오전 6시. 언제나처럼 알람보다 30분 일찍 일어났다.

“상태창.”

[김섬김(♀) Lv.40]
[체력: 1,066/1,066 마나: 2,534,518/2,534,518]
[근력: 46 민첩: 53 지혜: 38 건강: 42]
[딸감으로 사용된 횟수: 3,889(일일)/2,534,518(종합)]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켜듯 습관적으로 상태창을 본다. 마나 증가량은 어제랑 비슷한 페이스다. 상태창을 끈다.

잠을 조금 설쳐서 비몽사몽했고, 침자국이 유독 기분 나쁘게 꺼끌거렸지만, 악몽의 후폭풍에서 빠져나오는 데에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오늘은 모처럼의 휴일이기 때문이다.

게이트에 불려나갈 일도 없고 방송도 켜지 않을 것이다. 완전한 오프. 그것만으로도 따뜻한 봄볕에 눈이 녹는 것처럼 사르르 긴장이 녹는다.

다시 말하지만 모처럼의 휴일이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것도 좋지만, 그러기엔 다시 찾은 젊음이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무엇을 하면 좋을까 나는 고민한다.

그러고 보니 요즘 영화관에 통 가질 않은 것 같다. 푹신한 극장 의자에 앉아서 커다란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고 싶다. 팝콘 세트까지 추가하면 금상첨화다.

아. 팝콘을 안 먹은 지도 꽤 되었다. 달콤한 카라멜 팝콘이 먹고 싶었다. 카라멜 팝콘은 어떻게 그렇게 맛있을까. 고작해야 옥수수랑 설탕 정도로 그런 맛을 만들어내다니. 그 외에도 팝콘, 나쵸, 또띠아 타코 브리또… 옥수수로 만든 것들은 어지간해선 맛없는 것을 찾기 힘든 것 같다.

그저께엔 콘 위스키를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을 봤었다. 광고를 받아서겠지만 칭찬일색이었는데, 다음번 쇼핑 때 속는 셈 치고 한 번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 슬슬 죠니 블랙의 사각 보틀이 바닥을 드러내려고 하고 있다. 다음 병, 에어링 해둬야 하는데.

의식이라는 공이 머릿속 필드에서 맹렬하게 불규칙 바운드한다. 핑글핑글 회전한다. 아무튼 나라는 인간은 ‘이것을 해야 한다’라고 정해두지 않으면 금세 길을 잃고 헤매는 편이다.

잘 모르겠다. 잘 모르겠으면 나가서 걸을까.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휴일을 알차게 보낼 방법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그러기 전에 우선 식사부터 해결해야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냉장고를 열었다. 안에는 반찬통과 팩 요구르트와 계란과 딸기잼과 1인분만 먹고 남긴 밀키트,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브랜드도 사이즈도 다른 맥주들이 무질서하게 끼어있었다.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책상 위의 식빵이 점점 딱딱해지던 걸 떠올렸다.

오이팩을 하겠답시고 썰어둔 오이가 담긴 락앤락 용기를 꺼내고, 병맥주 밑에 깔린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슬라이스 치즈도 꺼냈다.

이것만으론 재료가 부족했고, 또 슬라이스햄도 찾아보면 분명히 있었을 테지만, 햄을 먹고 싶은 기분은 아니었다.

나는 계란 한 장을 부치고 지나치게 소박한 샌드위치를 요구르트와 함께 위장으로 밀어넣었다.

식사를 마친 다음 나는 잠옷을 벗었다. 악몽 탓인지 밤동안 흘린 땀이 꽤 되었기에 하루만 입었어도 빨아야 할 것 같았다.

일단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갔다. 머리를 감고 샤워를 마치고 나와 머리와 몸을 말리자 42분이 지나있었다.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이 정도 시간이 걸린다.

옷을 꺼내러 방으로 돌아오니 나올 때만도 눈치채지 못했던, 무어라 표현하기 힘든 복합적으로 퀴퀴한 냄새가 났다.

냄새의 근원은 스툴과 그 아래 바닥, 그리고 수건과 그 밑에 조용히 숨어있던 딜도였다. 아차, 치우는 걸 깜빡했다.

밤새 마른 웅덩이는 반투명한 막처럼 굳어서 하얀 테두리를 만들었다. 시발. 속으로 욕지거리를 삼키며 수건에 더운 물을 묻혀와 문질렀다.

바닥 닦기에 5분 정도를 소요한 뒤 이번에야말로 나갈 채비를 했다.

우선 흰 폴로셔츠를 꺼냈다. 셔츠는 산 지 얼마 되지 않아 청결하다 못해 결벽적인 느낌마저 들 정도로 하얗고 보송보송했다. 구더기의 윤기가 나고 누리끼리한 흰 색과는 달랐다. 바로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 다음엔 셔츠 위로 얇은 연분홍색 가디건 한 장을 걸쳐 입었다. 아직은 오전 날씨가 쌀쌀하기 때문이다.

이제 하의만 남았다. 늘 입던 데님부터 치마까지, 화장대 거울 앞에 서서 이것저것 대보았다.

결국 고른 건 카키색 카고바지였다. 가을 옷이었지만 가을이랑 봄은 비슷하니까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통이 넓고 기장이 짧아서 낙엽과 기타와 포크&컨트리송이 잘 어울릴 것 같은 녀석이었다.

그런데 나는 포크송에 대해선 제법 알지만 컨트리송이라곤 컨트리 로드밖에 아는 노래가 없다. 그것도 일본어로 개사된 버전의.

왜 그렇게 됐는지에 대해선 나의 전 여자친구, 수인이의 영향이라고밖엔 설명할 길이 없다.

カントリー・ロード、この道、ずっと、ゆけば…
(컨트리 로드, 이 길로, 계속, 간다면…)

나는 뭉갠 발음으로 흥얼거리며 샌들에 발을 끼웠다. 언젠가 선물받은 크록스에는 귀여운 토토로 지비츠가 달려 있다.

마지막으로 모자를 깊게 눌러 쓴다. 흰색 모자에는 셔츠와 깔맞춤으로 말을 탄 사람이 그려져있다.

현관문 앞 전신거울에 슬쩍 포즈를 잡아본 다음, 오늘은 나름 꾸며 입었다고 생각했다. 그대로 나가려다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가스불을 잠궜는지 확인하고 밖으로 나섰다.

오랜만의 목적지도 동행인도 없는 외출이었다.

- - - - - - - -

쓰다보니 길어져서 상하편으로 나누어요..
많이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몽$글이 금지어네요.. 계란이.. 몽₩글몽&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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