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OUND 9. CHEER VS KIMSERENA ***

(POV: KIMSERENA)

끼이이이이익----!

“으아아, 저리 가! 저리 가!”

펑 – 퍼엉!!

발끝에 불 붙을 기세로 마구마구 도망치는 내 뒤의 땅이 정말로 불붙고 있었다; 물론 진짜 내 발 때문에 그런 건 아니고, 뒤쪽에서 쫓아오는 불새가 마구 날려대는 불덩어리들 때문이다.

어흐흑, 내 팔자야 진짜. 그놈이 첫인상 때문에 초기 랭킹 낮게 나온 것도 서러워 죽겠는데, 그것 때문에 치어 녀석한테 일방적으로 지목당하는 처지가 되다니. 그것도 하필 그 치어가 최상위 소환수인 피닉스의 테이머 클래스였다니!

“후후, 어때 김세레나? 치킨은 뿌링클이지만 역시 불닭도 나쁘지 않지?”

그 와중에 저런 영문 모를 말이나 해대고 있고, 짜증나!!

콰아아아아아앙!!

“우와앗?!”

아오씨, 위험했다. 재수없게 불새의 공격이 내 바로 뒤에서 터지는 바람에 벙거지모자 위에 살짝 불붙은 거 같애!

“아하하! 언제까지 도망다닐 셈이야?”

“우씨, 여유만만해가지고…!”

정말 최악의 상성이다. 내 클래스는 파이터, 즉 근접 계열인데, 치어 같은 테이머 클래스와 붙게 되면 먼저 그 소환수를 쓰러트리는 플레이가 반강제된다. 근데 그 소환수가 하늘을 날아다니네요? 나더러 어쩌라고!!

… 어쩌긴 뭘 어째, 틈을 노려서 치어 본체를 직접 쓰러트려야지.

물론 말이 쉽지, 저 미친 피닉스의 공세를 뚫고 테이머를 공격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계속 도망다니면서 기회를 보는 거야… 결정적인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펑 – 퍼엉!!

그리고 얼마나 도망쳤을까… 또다시 날아온 불덩이가 일으킨 연기가 절묘하게 치어와 나, 그리고 하늘에 떠있는 불새 사이의 시야를 가렸다.

지금이다!!!

“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1초 남짓한 짧은 시간에 3가지 행동을 동시에 했다:

1. 메고 있던 배낭에서 망치와 도끼를 꺼낸다.

2. 도끼를 냅다 치어 쪽으로 투척한다.

3. 망치를 든 채로 내 몸도 같이 날린다!!

카각 –

“아앗…!”

히히, 방심했지 이 자식아? 시야가 가려진 틈을 타 먼저 날린 도끼가 기습적으로 치어의 다리를 베고 지나갔고, 예상치 못한 습격에 당황한 치어가 비틀거리는 순간 –

뻐억-!

“컥…!”

이래뵈도 파이터 클래스는 근접전에선 최강이다. 바로 달려든 내 망치 풀스윙 한 방에 저 멀리 나가떨어지는 치어! 이 정도면 충분히 치명상이다.

키이익…!

그리고 주인이 쓰러진 마당에 통제력을 잃은 불새 역시 허공에서 우왕좌왕하며 어쩔 줄을 모르고 있다. 히히, 쌤통이다.

“어휴 못살아, 첨엔 진짜 어떻게 되는 줄 알았네~”

궁시렁대면서 도끼와 망치 이도류를 다시 갖추고 쓰러진 치어에게 다가간다. 빡센 싸움이었지만, 이제 슬슬 –

“마무리짓자 – 라고 생각했지?”

“어…?”

내가 생각해도 참 얼빠진 소리가 입에서 나온 순간 –

화르륵-!

분명 쓰러졌던 치어의 몸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다 – 평범한 붉은색이 아닌 진한 보랏빛 불꽃.

아, 제발. 저게 재생의 불꽃이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맞아, 재생의 불꽃이야 ^^”

… 이런 C.

천천히 일어나는 치어의 몸을 두른 보라색 불꽃이, 마치 시간을 되감듯이 그녀의 몸에 난 상처를 지워버리더니 – 이내 그녀에게서 분리되며 찬란한 날개를 펼쳤다.

“생각이 조금 짧았네~ 무슨 근거로 내가 불새를 ‘한 마리만’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한 거지?”

멀쩡히 다시 일어선 치어, 그리고 그녀 주변을 호위하듯 떠있는 두 마리의 불새들을 망연히 바라봤다.

하… 조졌네 이거.

*** ROUND 10. CATHERINE VS KIKI ***

(POV: KIKI)

콰앙-!

“으아악?!”

캐서린의 강력한 날아차기에 그대로 내 몸이 수십 미터쯤 뒤로 날아갔다. 으아아, 하마터면 그대로 플랫폼 밖으로 튕겨져 용암에 빠질 뻔했어…!

“후우… 하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겨우겨우 몸을 일으키자… 시야에 들어오는 건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손마디를 뚝뚝 꺾는 캐서린.

“뭐야, 벌써 쓰러지는 거야? 안돼안돼~ 오랜만에 이렇게 재밌는 상대를 만났는데 그렇게 쉽게 지면 안돼지.”

“……”

나, 이래뵈도 세상에 웃음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인데… 정작 지금은 내가 웃을 수가 없다. 캐서린, 너무 강해…!

“이야아아아아압!”

“좋아, 더 덤벼!”

파앙-!

우리 둘의 발차기가 허공에서 만나며 엄청난 충격파를 일으킨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 둘 다 한따까리 하는 댄서들이라 이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 솔직히 격차가 느껴진다. 대충 봐도 캐서린이 나보다 레벨도 더 높지만, 그것보다도… 움직임이 달라.

“캐서린, 너… 어떻게 그렇게 움직여…?”

까먹기 쉬운 사실이지만 여기는 VR 속 세상이다. 현실에서 우리 몸이 움직이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 VR 체험을 하는 사람은 조작하는 것 자체를 엄청나게 어려워하며 심하면 멀미까지 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캐서린은 저렇게… ‘마치 여기가 현실인 것처럼’ 움직일 수 있는 거지?

“아아~ 이거?”

이해한 듯이 여유롭게 기지개를 켠 캐서린이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대답했다:

“당연히 연구했지, 바보야. 조작을 어떻게 하면 현실의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는지.”

“?!”

너무 쉽게 말해서 순간 오히려 이해를 못 했다. 아니… 그게 말이 돼? 심지어 지금 우리는 본체와 연결돼 있지도 않은데…?

“… 나 엄청 고민했거든. 내가 ‘현실’ 속 존재가 아니란 걸 깨닫고.”

어째선지 오히려 싸울 때보다 심각한 표정이 된 캐서린이 중얼거렸다… 아니, 말하면서 위를 슬쩍 올려다보는 걸 보니 위에서 지켜보고 있는 유령에게도 들으라고 하는 걸지도…?

“왠지 이런 날이 올 거 같았거든. 그 때를 대비해서 현실의 움직임을 VR에 접목시키느라 엄청 고생했다? 이런 쩌는 싸움에서 이겨야 하니까. 나는…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

캐서린이 원래 저런 말도 할 줄 알았나…? 분명 첫인상은 금쪽이에 여기저기 시비 걸고 장난치는 거나 좋아하는 애였는데…

“으으… 그치만 나도…!”

괜히 기에 눌린다는 생각에 고개를 저으며 볼을 손바닥으로 팡팡 쳤다. 마음의 강함이라면 나도 지지 않아… 나한텐 나만의 사명이 있으니까!

“오오… 좋아, 다시 좀 싸울 만한 표정이 됐는데?”

씨익 웃으며 다시 자세를 취하는 캐서린. 레벨도 기량도 모두 저쪽이 압도적으로 위다… 솔직히 말해 지금의 내가 이길 수 있는 길은 아직 안 보인다.

그럼 보일 때까지 발버둥치는 수밖에 없지.

“그럼… 간다아!”

“받아낼 수 있으면 받아봐!!”

다시 한번 서로만 바라보고 내달리는 우리의 주먹과 발이 허공에서 맞부딪혀 –

콰아아아아아아아앙-------!!

*** ROUND 11. KEUANG VS YENYCALL ***

(POV: KEUANG)

“끄윽… 으으…”

“헉… 헉… 너, 괜찮은 거 맞냐?”

대결 중인 상대를 걱정하는 것도 좀 웃기긴 한데, 지금 내가 봐도 예니콜의 꼬락서니는 꽤나 심각했다; 나한테 두들겨맞은 건 둘째치고(사실 나도 예니콜한테 그만큼 두들겨맞았으니 쌤쌤이다), 지 취권 때문에 받은 데미지가 더 커보이는데…?

“으으… 시끄러… 취권은 원래 이런 거라구우…”

아니, 그거 절대 원래 그런 거 아닐걸. 내가 취권 사용자들을 별로 안 만나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제 몸 가누지도 못할 정도로 심하게 비틀거리진 않을걸.

“… 식빵, 내가 할 말은 아니네.”

눈가로 흘러내리는 피를 닦으며 짜증스레 중얼거렸다. 비록 꼬라지는 저래뵈도 예니콜의 취권은 확실히 위협적이었다; 나도 어디 가서 난투로는 안 꿀리는 편인데, 저 망할 권법은 도대체가 어디서 손발이 날아올지 예측이 안되니까 정말 신나게 얻어맞았다. 대신 그만큼 패주기도 했지만.

“안돼애… 안된다고오… *딸꾹* 4번째 실패는… 싫다고오…”

“……”

이젠 나한테 하는 말인지 혼잣말인지도 모를 주정을 부리며 비틀거리는 예니콜이지만, 내게는 지금까지의 센 모습보다 오히려 방금의 한마디가 더 와닿았다. 쟤도 그만큼 절박한 거겠지.

그치만 나도 간절한 건 마찬가지라고. 여기서 나가서 내 ‘본체’와 재회하기 위해서… 그리고 숲속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레서판다 부하들을 위해서!

얘들아, 쫌만 참아라… 내가 꼭 이겨서 너네 집에 밤식빵 공장을 차려줄 거니까!

“후우… 야아아아아아아아!!”

“으으…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상처로부터 오는 쓰라림을 무릅쓰고 힘을 내 투기를 발산함과 동시에, 반대쪽에서 예니콜도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게 달려들었다.

어디 한번 끝을 보자고.

*** ROUND 12. RIEN VS DOHWA ***

(POV: DOHWA)

“그럼 나 먼저 간다! 트윙클 트윙클☆”

내가 생각해도 참 오그라드는 주문과 함께 빛의 힘이 내 전신을 뒤덮는 게 느껴진다. 이해해 줘, 엄청 어릴 때 지은 주문이라고!

“읏, 어쩐지 메이지(라이트)라고 써있더니…!”

눈을 가리며 뒤로 물러나는 리엔을 보며 싱긋 웃었다. 상담 때 령이한테 말했던 대로, 나 이래뵈도 진짜 천사 능력자다? 언니들이랑 같이 활동하던 때는 더 대단했다구?

등 뒤로 펼쳐지는 6개의 순백의 날개. 머리 위에 떠오르는 엔젤링. 그리고 온몸에 넘쳐흐르는 신성한 힘… 내 원본이 누군지는 몰라도, 정말 날 만들 때 자신의 가장 밝은 부분만 모으고 모아 만들었다는 걸 바로 이런 때 실감한다.

그리고 령이의 프로필로 같이 봤던 리엔의 클래스는 메이지(아케인)… 솔직히 단순히 비전 마법사란 뜻이라 구체적인 능력을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애초에 비전 마법도 종류가 한둘이어야지.

그리고 그대로 하늘로 날아오른 내가 리엔을 향해 빛의 화살을 쏘아내기 직전 –

“후우… 그럼 한 방에 끝낸다.”

그 말과 함께 나를 노려보는 리엔의 핑크색 오른쪽 눈이 빛나기 시작 –

“!!!!!!!!!!!”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들어 재빨리 왼쪽으로 돌아 피했다. 뭐지,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는 이 느낌은?!

“하… 역시 눈치 빠르네. 매료의 마안, 피하는 거 쉽지 않은데.”

“역시…”

워낙에 특이한 오드아이라 뭔가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눈 자체가 능력이었을 줄이야. 게다가 매료의 마안이라면 마안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능력이잖아… 이거 사기캐를 만났네, 사기캐를 만났어.

이럼 대결이 엄청 빡세지네… 일단 리엔의 오른쪽 눈을 바라보는 순간 사실상 게임 끝이다. 다행히도 천사 상태에서는 스피드도 상당히 올라가기 때문에, 어떻게든 오른쪽 눈을 피하면서 왼쪽에서 치면 되겠군…!

어떻게든 내게 시야를 맞추려고 애쓰는 리엔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각을 노리고는 – 찾았다!

“이야아압!”

겨우 드러낸 리엔의 왼쪽 측면을 향해 날개를 전부 접고 급강하하던 그 순간 – 리엔의 시리도록 푸른 왼쪽 눈과 마주쳤다.

오른쪽 눈과 마찬가지로 빛을 발하며 반달 모양으로 휜 눈을.

“아, 근데 어쩌냐. 왼눈도 마안인데?”

무슨 –

*** POV: RIEN ***

쿠당탕-!

마치 바위처럼 힘없이 내 앞에 추락한 도화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뭔가 천사를 하늘에서 떨군 꼴이 돼서 되게 안 좋게 보이려나…

뭐, 사실은 ‘바위처럼’이 비유가 아니지만.

“매료의 마안을 피하면 뭐하냐… 반대쪽 눈이 석화의 마안인데.”

리엔 씹사기캐... ㅋㅋ

치어: 치킨덕후 캐릭터를 살려서 불새 테이머로 설정. 재생의 불꽃이 보라색인 이유는 본체 그룹 이름 따서 ㅋㅋ

김세레나: 뭐 설명이 필요함? 배낭에 있는 거 그대로 꺼내 씁니다 ㅋㅋㅋㅋ

캐서린 & 키키: 둘 다 댄서 설정을 살려서 무투파로 디자인. 개서린의 동작 연구도 그대로 고증함.

크앙: 수인 캐릭터들이 다 그렇듯이 피지컬 계열로 설정. 근데 지금 다른 캐릭터들이 밸붕이 많아서 추가 능력 얹어줄지 고민중...

예니콜: 술쟁이 컨셉 살려서 취권 캐릭터로 고안.

리엔: 오드아이 설정을 살려서 마안 사용자, 그것도 양 눈이 서로 다른 마안 사용자로 설정.

도화: 본체 출신 그룹 설정을 살린 천사 캐릭터. 에이스 오브 엔젤이니까 ㅋㅋ

이제 2조만 남았네... 차다공 VS 바림, 무너 VS 서리태가 기다린다 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