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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시네마] #1 <엠마.> 훌륭한 데뷔작이자 소설 영화화의 모범 사례

레뷔키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4.20 14: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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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 펠트로의 아름다운 리즈 시절 비주얼이 빛나는 1996년 작 <엠마> 이후 세기를 넘겨 21세기에 새로운 엠마가 찾아왔다. 20세기 엠마에 비해 21세기 엠마는 그보다 아름답지 않고 우아하지도 않지만 좀 더 솔직하고 분방한 매력의 안나 테일러조이가 분했다. 까놓고 말해 비주얼은 안나 테일러조이가 기네스 펠트로의 리즈 시절을 이길 수 없다. 필름에 무슨 처리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뽀사시한 필터 처리를 한 듯한 1996년의 기네스 펠트로의 자태는 그 자체로 시네마다. 하지만 캐릭터의 생생함과 영화 자체의 매력은 2020년작이 훨씬 낫다. 다시 보라면 나는 안나 테일러조이의 <엠마.>를 본다.

제인 오스틴의 원작은 여러 번 영상화를 거쳤다고 하는데 한국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은 현대로 무대를 옮겨 하이틴 로맨스로 탈바꿈한 1995년 작 <클루리스>와 기네스 펠트로의 1996년 작 <엠마>일 것이다. <클루리스>는 '엠마'의 그늘에서 벗어난 자유분방한 아메리칸 스타일의 틴에이저물이어서 그 자체로 독자적인 생명력을 가진 작품이 되어버린 터라 원작과는 멀리 떨어진 작품이지만 기네스 펠트로의 <엠마>는 원작의 시대를 그대로 재현한 시대물이고 2020년 작 <엠마.>는 이 영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원작 소설을 안 읽어봐서 소설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2020년 <엠마.>의 영화 구성은 1996년 <엠마>를 그대로 따른다. 원작 소설보다 1996년 영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리메이크일 게 분명하다. 그러나 그대로 복붙한 게 아닌 여러 부분에서 곱씹을 만한 요소를 추가하고 인물에 대한 설정과 관계 묘사가 더 명확해서 이해하기 쉬우며 주인공 엠마의 주체적인 행동과 성찰, 성장이 돋보인다.

판박이 같은 영화지만 2020년의 <엠마.>가 훨씬 뛰어난 영화다. 여주인공의 비주얼 수준은 1996년이 높으나 그 차이 만큼이나 2020년 영화의 때깔과 디테일 수준이 더 높다. 뽀사시한 화면 처리와 몽환적으로까지 보이는 촛볼 조명의 실내 촬영 장면들이 돋보이는 1996년 작에 비해 2020년의 <엠마.>는 또렷하고 깔끔한 비주얼과 원색의 색감을 스크린 곳곳에 심어 화사하게 살아있는 미장센을 선보이며 더욱 아름다운 화면을 구성한다. 어텀 드 와일드 감독은 미국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다 이 <엠마.>로 영화감독 데뷔를 하였다는데 텀을 크게 두지 않고 다음 작품을 빨리 만들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엠마.>를 보면 과시하지 않으면서도 안정되고 아름다운 화면을 만드는 재주가 있는 비주얼리스트로 보인다.

1996년 작과 비교하면 너무 이질감이 드는 게 하인들의 등장 빈도일 것이다. 1996년 작품에선 하인들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 등장 빈도가 적었지만 2020년의 <엠마.>에선 화면의 한 구성 요소로서 매우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사람'이라고 느껴지지 않고 하나의 물건이나 배경처럼 화면의 한 부분으로 배치된 느낌이다. 영화 보는 중간에 저들 하인들 중에 아무나 대사 한 마디가 있었나 되짚어 보기도 했지만 기억나는 장면 하나 없고 끽해야 한숨 쉬는 소리만 있었던 느낌이다. 말도 없고 스스로 생각해 움직이지도 않고 언제나 그들 주인이 필요할 때 움직이기 위해 뒤에 병풍처럼 서서 차렷 자세로 도열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들이 화면의 한쪽에 배치되어 있다. 매우 강하게 묘사하여 돌출된 그들 하인의 수동성과 시중드는 모습은 자신들의 주체적인 삶과 사랑을 추구하는 지배계급의 능동적인 모습과 대비되어 <엠마.>가 속한 시대상의 어떤 처절한 현실을 냉혹하게 고발한다. 계급성을 숨기지 않고 돌출시킨 <엠마.>의 묘사는 시대를 초월한 로맨스의 보편적인 유대감과 함께 18세기 계급사회에서의 특수 상황이 만들어내는 괴리감을 분명히 시사한다. 보편성과 특수성의 대비와 융합을 보여줌으로써 이전 1996년 작에선 아예 생각도 할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감흥에 젖게 만든다. 시대를 풍자하는 날카로운 시각이 살아있다.

미장센도 좋고, 인물들의 관계 설정도 또렷해지고, 사회 풍자적인 요소도 강화된 2020년의 <엠마.>는 훌륭한 데뷔작이자 소설 영화화와 리메이크의 모범 사례로 기억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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