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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시네마] #1 <워킹 걸> 여주인공의 무매력

레뷔키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10.15 22:56:32
조회 117 추천 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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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스쳐보았던 영화의 이미지가 머리에 박히고 그 영화가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처럼 남아버리는 경우가 있다. 나에게도 그런 영화가 몇 개 있는데 그중 한 편의 수수께끼가 풀렸다.


<워킹 걸>은 예전 TV에서 아주 짧은 장면만 잠깐 보았을 뿐이다. 엘리베이터에 세 명이 타고 있고 사장 정도로 높을 것 같은 사람을 주인공 여자(누군지도 모른다)와 해리슨 포드가 설득하는 장면이었다. 여자는 신문 기사를 보여주며 높으신 양반에게 무언가를 피력했고 이어서 엘리베이터를 내리고 다리를 다친 시고니 위버가 나타난다. 여주인공에게 설득당한 사장은 시고니 위버에게 무언가 추궁했고 말문이 막힌 시고니 위버는 절뚝대며 그 자리를 떠난다. 내 머릿속에 박혀버린 장면이었다.


엄청나게 궁금하지도 않고 그저 머리에 남아 있는 이미지의 파편들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제목 보고 아무렇게나 손에 든 영화가 어린 시절의 수수께끼 영화였다는 게 신기하다. 영화가 아주 궁금하지도 않아서 그냥 망각의 저편에 묻혀있던 수수께끼다. 영화의 포스터를 보고서야 내 기억 속의 이미지들이 살아나며 이 영화가 그 이미지의 영화란 걸 떠올렸다. 영화 자체보다는 그런 기억의 되살림이 나를 흥분시켰고 즐거웠다. 그냥 오랜 시간이 지나 우연히 정답을 마주한 것이다.


1988년에 만들어진 영화, 여성이 겪는 직장잔혹사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면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녹여내 순화시킨 작품이다. 멜라니 그리피스가 분한 주인공, 테스 맥길이 직장에서 겪는 천대와 무시, 협잡 속에서 어떻게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고 성공과 사랑을 어떻게 쟁취하는지 유쾌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1988년 작이다 보니 속도감이나 감각 면에서 현대 로코물들보다 낮잡아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여성을 누르는 유리천장 압박의 암울함이 현시대와는 분명 그 무게감이 다른데다 <워킹 걸>은 그런 암울함을 영화에 고스란히 담아내려한 의도가 짙다 보니 중간중간 짜증이 나고 불쾌감이 커지는 순간들이 있다. 이것은 그 시대상을 영화에 잘 반영한 장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걸작이라고도 못 하겠고 재밌다고도 못 하겠다. 그렇다고 로코물 장르의 최대 강점인 캐릭터의 매력이 두드러지는 작품도 아니다. 멜라니 그리피스의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그녀의 작품 중 내가 봤던 작품이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녀의 이름은 다코타 존슨의 모친이라는 정보로 더 또렷하게 기억된다. 한때 그녀도 미국의 유명한 스타였다는데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매력이 뭔지 모르겠다. 어느 순간엔 분명 엄청 귀여워 보이지만 그냥 자기 관리가 안 되는 푼수데기로만 보인다. 이런 로코물의 여주인공은 작품 내에서 전환점을 맞아 변신을 하기 마련인데 멜라니 그리피스는 변신 전이나 변신 후나 그저 그렇다. 게다가 청불 딱지를 붙인 이 영화에서 간간히 등장하는 멜라니 그리피스의 노출씬들을 보면 영화에 남겨질 자기 몸을 관리 안 하고 대충 던져놓은 느낌이다. 실종된 턱선이나 란제리 장면에서 등장하는 무너진 라인의 바디를 보면 누가 칼 들고 협박해서 노출씬을 찍었나 의심이 든다. 5초의 노출씬을 위해 전문 트레이너와 함께 몇 달을 운동하며 준비했다는 어느 여배우의 존경스런 프로 마인드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여배우들 협박해서 노출시켰다는 썰들이 심심찮게 전해지는 그 시대의 영화니 진짜 강요 아래 그런 노출씬을 찍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할 말이 없다.


여성의 사회 진출은 허용되었지만 커리어를 쌓기는 여간내기가 아니었던 시대에 능력은 있지만 약간은 순진하고 푼수끼를 품은 여성이 포기하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남자들만의 게임판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고군분투의 싸움은 보답을 얻고 사랑까지도 얻는 행운이 뒤따른다. 문제는 그런 스토리의 쾌감을 증폭시키지 못하는 멜라니 그리피스다. 차라리 시고니 위버와 해리슨 포드가 생기 넘치는 매력을 보여준다. 그런데 무매력의 멜라니 그리피스의 얼굴을 계속 응시하다 보면 그 이목구비에서 떠오르는 얼굴이 하나 있다. 멕 라이언이다. 갑자기 멕 라이언의 그 시절 로맨틱 코미디들을 보고 싶어졌다. <워킹 걸>을 통해 케케묵은 수수께끼가 하나 풀리고, 보고 싶은 영화들이 생긴 건 나의 작은 소득이다. <위킹 걸>은 보여주지 못한 로코물 여주의 발랄한 매력을 그 시절의 멕 라이언이 대신 채웠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영화의 여주인공을 보면서 다른 영화의 여배우를 보고 싶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안타까운 매력 수준을 설명할 수 있겠다.



---


사족 하나, 젊은 시절이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모습과 거의 차이가 없는 케빈 스페이시가 단역으로 잠깐 등장해 눈도장을 찍는다. 여주인공을 어떻게 해먹으려는 비열하고 역겨운 인간으로 나오는데 현재 알려진 케빈 스페이시의 인간 됨됨이와 맞물려 정말 혐오스럽게 보인다. 역겹고 더러우면서 비열한 인간을 그려내는데는 케빈 스페이시만 한 인재가 없다는 걸 또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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