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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영화를 다시 보면 시간 낭비가 되는 시대

레뷔키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24 11:09:48
조회 96 추천 0 댓글 10
														

한 영화를 다시 본다는 걸 시간 낭비로 단언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영화란 단순한 시간 때우기-킬링 타임의 용도로 쓰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를 보기 위한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남아서 영화를 본다. 그 시간을 죽이기 위한 목적으로 영화를 본다.


이 세상에 영화를 안 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영화가 '그냥' 눈에 띄니 보는 사람과 일부러 찾아서 보는 사람의 차이는 분명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의 차이를 나누는 기준이 같은 영화를 다시 보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가볍게 시간 때우기로 본 영화는 대충 시놉시스만 기억에 남으면 영화에 대해 감상했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영화 다이어리에 당당히 1편을 추가한다. 그렇게 이야기의 단순한 요약만 가능하면 영화를 봤다고 생각하는 안이한 기준이 있기에 1.2배속, 1.5배속, 2배속 식으로 배속으로 돌려보며 빨리 보기도 하고, 지루함을 느끼면 스킵 버튼을 써서 앞으로 넘기고 뒤로 넘겼다 하면서 영화의 시간을 맘대로 뒤섞는다. 2시간의 영화를 1시간도 안 되는 시간으로 소비하고 대충 하이라이트 장면 몇 개 기억하고 줄거리 요약이 가능하면 영화 한 편 클리어했다고 자부한다. 이런 영화 소비는 어디 가서 그 영화에 대한 겉치레 얘기를 가능하게 하면 끝이기에 쓰이는 편법이다.


영화를 가볍게 소비하면 끝인 시대에서 같은 영화를 다시 본다는 건 시간 낭비로 치부된다. 처음 볼 때도 극장에서 보는 것이 아니면 어떻게든 그 시간을 압축해 보려는 수작들이 판을 치는 마당에 영화를 재감상한다는 건 매우 미련한 짓으로 보일 수 있다. 영화를 보는 시간은 그냥 때우는 시간이고 그 시간과 함께 사유할 정신은 실종되었다.


인터넷 시대에 정보가 넘쳐나고 생성과 소비의 순환이 빨라지면서 '한 가지 일에 15분도 몰두하지 못한다'는 뜻의 '쿼터리즘(Quarterism)' 현상이 전문화를 휩쓸고 있다. 그런 현상 아래에 영화 빨리 보기나 유튜브의 영화 요약 영상들의 소비가 영화 경험치로 허용되면서 영화의 가치는 점점 깍여나가고 있다. 다시 영화의 본령을 찾으려면 이에 저항해야 한다. 자극에는 즉각 반응하지만 금세 관심이 바뀌는 감각적 찰나주의에 빠진 이 시대에서 영화를 '정속' 감상하고 '반복' 감상하는 것은 장시간에 걸쳐 사고와 인내심이 요구된다.


먼저 영화 감상을 시간 죽이기 아닌 유용한 시간이라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영화를 통해 사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영화 다시 보기를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정보가 끓어넘치는 이 세상에서 인간이라는 굴레를 뒤집어 쓰고 있는 한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 시간은 유한하고 정보는 무한하다. 이때에 필요한 것이 선택과 집중이다.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온 영화를 선택하고, 그 영화를 다시 보면서 집중한다.


나에게 영화를 처음 본다는 건 다시 찾아볼 영화를 탐색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찾으면 재감상의 시간이 기다려진다. 그 시간은 낭비가 아니다. 영화를 보았던 지난 시간과 지금 시간이 겹치고 압축되어 짙어진 후 확장되는 시간이 된다. 흘러가는 영화의 시간에 나를 맡기는 게 아니라 나에게 영화의 시간을 끌어와 함께 걷는 것이다. 앞으로도 영화와 함께 걸으며 나의 시간을 확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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