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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짤방 창작글) 채점 조교입니다. 빈 답안지에 스포끼워적어놓으신분 자수하세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21.140) 2019.04.28 01:44:49
조회 2092 추천 48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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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가 넘은 시각.
교수님이 시키신 시험 답안지를 채점하며 늦은 점심을 샌드위치로 때웠다.채점해도 채점해도 줄지않는 시험 답안지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다 채점하고 나면 대충 퇴근시간이 될것같다.
그러면 수업 끝날때쯤에 데리러 가야겠다.
드디어 '그 영화'를 볼수있다는 기대감에 나도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채점용 색연필을 잠시 내려놓고 아이언맨 피규어형 열쇠고리를 만지작 하는데 깥톡- 하는 소리와 함께 동생에게서 메세지가 왔다.

{언ㄴ)
{언니ㅣ)
{미안한데 나 오늘 같이 못감)

엥? 당일 취소라니 무슨 일이지? 자기도 보고싶다면서 떼를 쓰길래 연석을 예매하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왜}

왜- 라는 딱 한글자를 보낸 후, 너무 정 없는 것 같아 '무슨 일인데'라고 보내려는 순간, 바로 답장이 날라온다.

{ 한나가 오늘 데이트하쟤ㅠㅠㅠㅠㅠㅠㅠ)
{ (이모티콘))
{ (이모티콘))

(아..그러셔}
(알았어 재밌게 놀다와}

동생이 보낸 이모티콘들이 춤추고 꽹과리치고 난리가 났다.
저번에 동생이랑 손깍지 끼고 걸어가더니만 결국 사귀는건가?
고등학생때부터 3년간 짝사랑해온 동생의 모습을 봐서 그런지
당일에 약속을 취소하는 몰상식한 행위에도 조금은 이해가 갔다.

분명 나랑 영화 보러가자는 약속을 했음에도 한나가 오늘 시간 있냐고 물어본 순간 나랑 한 약속 따위는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렸겠지.
가족보다 사랑이라니.
이 언니는 널 그렇게 키우지 않았는데.

{ 감사감사 (이모티콘))
{ 감사와 사죄의 뜻으로.. 아이스크림이라도 드시지요)
{ 영화는 언니 친구랑 보러가)

당일 약속에, 심지어 몇시간 남지않았는데 같이 갈 사람이라니.
내 친구들은 다 직장인인데 6시 영화를 대체 누구랑 가라는건데.
막내라고 부모님이 오냐오냐해서 그런지 얘는 좀 자기만 아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동생과의 카톡방을 나가지않고 '고마워!' 라고 외치는 귀여운 고양이 이모티콘을 잠시 가만히 지켜보니 또다른 메세지가 뜬다.

{ [31가지맛가게 기프트콘] )
{ 여깄어 )

알았어- 하고 대충 대답한뒤
이왕 이렇게 된거 조금 있다가 한자리는 예매 취소를 해야겠다-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면서 핸드폰을 덮어두고 다시 답안 채점에 들어갔다.
뭐가됐든 할일을 다 끝내야 편한 마음으로 퇴근할수 있겠지.

그렇게 한참을 답안지 채점을 하는데 빈 답안지에 정갈한 글씨로 써진 이상한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이번에 토니 스타크 ................
그리고 ....................................]

응? 이...이것은?
인피니티 워의 내용은 아니니 분명 이번에 나온 신작의 스포렷다?

하, 이것 봐라?
빈 답안지에 감히 영화 스포를?
영화인으로서 스포가 얼마나 중죄인지 모르는 것인가-
심지어 이름도 안 써있는걸 보니 답안지를 하나 더 받아서 쓴것 같다.
서체 대조해서 이 괘씸한 자를 찾아내리라.

동생에게 약속을 바람 맞은 것 보다 너무나도 기대하던 영화를 스포 당한 일에 더 화가 나서 덮어두었던 핸드폰을 켜서 우리 대학교 에타에 들어갔다.

[채점 조교입니다.]
[빈 답안지에 어밴져스 스포 끼워적어놓으신분 자수하세요... 지금 서체 대조중입니다]

이렇게 했다고해서 어밴져스를 스포한 범인을 찾을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적어두면 혹시나 찾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찾아낸다면 ggv기프티콘이라도 뜯어내리라.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채점 답안지에 눈을 돌렸다.

째깍째깍-


한참을 채점하고나니 몸이 찌뿌둥해 기지개를 펴며 시계를 보니 어느덧 시간은 4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흠, 어디 보자. 에타에 댓글이 좀 달렸나? 누가 스포했는지 까발리는 댓글 달리면 더 좋고.
자연스럽게 덮어두었던 핸드폰을 켜고 에브리타임 앱에 들어가 내가 쓴 글을 눌렀다.


[채점 조교입니다.]
[빈 답안지에 어밴져스 스포 끼워적어놓으신분 자수하세요... 지금 서체 대조중입니다]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누구냨ㅋㅋㅋㅋㅋㅋ
ㄴ 스포는 중범죄인데 ㅉㅉ
ㄴ채점 조교ㅋㅋㅋㅋ 반드시 찾아낼 기세ㅋㅋㅋ
ㄴ찾아내면 점수 깎는거 아님?ㅋㅋㅋㅋㅋ
ㄴ나같아도 그러겠다ㅋㅋㅋ
ㄴ헉...

어느새 댓글이 꽤 많이 달려있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에타나 하고 있다니 다들 참 한가한가보다.
댓글을 찬찬히 읽어보다 유난히 짧은 '헉...' 이라는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헉' 이라는 단어 외에 다른 말은 달리 안써져있었다.

뭐지? 이 댓글은...
범인이 윗 댓글보고 겁을 집어먹고 쓴듯한...
보아하니 20분 전에 써진 댓글이었다.
범인으로 의심되는 댓글을 보니 나도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똑똑-

이 시간에 누구지. 교수님은 학과장님 뵈러갔다가 바로 퇴근하신다고 했는데. 무엇보다 교수님은 이렇게 정중히 노크를 하고 들어오시지 않는다. 시험도 다 끝난 마당에 학생이 찾아올리가-

찾아온 손님을 계속 문밖에 세워둘 순 없어서 네-! 하고 조금 큰 목소리로 대답을 하니 머리를 밝은 갈색으로 물들였음에도 학생 같아보이는 예쁘장한 여자가 문을 열고 쭈볏쭈볏 들어온다.

"저어-"
"네. 무슨 일이죠?"
눈 앞에 있는 여자가 꽤나 내 취향이어서 조금이라도 친절하게 보이게끔 평소의 목소리보다 밝은 톤으로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갔다

"그...에..."
"???"
무슨 일이길래 내 눈조차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서 말을 제대로 꺼내지 못하는 것일까.
너같은 외모면 남자든 여자든 무슨 부탁을 하던 다 들어줄텐데.
눈동자를 굴리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눈을 내리까는 모습이 상당히 귀엽다. 아- 얘 얼굴이 점점 더 붉어지는 것 같은데.

그 귀여운 모습에 슬쩍 미소가 지어진다.
말을 재촉하는건 예의가 아니니 아이가 말을 하기를 잠시 기다리고 있자니 다시 아이의 입술이 열린다.

"혹시....에....에타에 , 글 올린 조교님이신가요?"
"!!"
예쁘장한 얼굴을 감상하며 속눈썹도 엄청기네- 하는 생각을 하다 '에타' 라는 단어에
빈 답안지에 적힌 그 괘씸한 스포일러와
내가 에타에 쓴 글과 '헉...' 이라고만 적힌 댓글에 대한 기억이 좌르륵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네. 맞아요. 학생이 범인?"
"....네. 제가 범인 인거..같아요."
그 괘씸한 스포일러의 범인이 이 아이였다니. 글씨체가 정갈하여늦게 들어와서 조금 나이가 있는 학생이거나 뒤늦게 수강하는 복학생이 쓴 것인줄 알았다.
근데 범인이면 범인이지. 범인 인것 같아요-는 뭐람.

"아니... 원래는 어밴져스 아직 안 본 친구 놀려주려고 쓴건데요. 답안지 걷다가 같이 섞여 들어간것 같아요."
"굳이 시험 중에?"
"....네. 그거에 대해선 할 말이 없네요."
점점 수그러드는 목소리에 내가 마치 이 아이를 겁박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실 반쯤은 범인을 찾을수 없을 거라 여기고 '얘들아ㅠㅠ 나 생각지도 못하게 스포당했다ㅠㅠ나 좀 위로해줘' 하는 마음으로 올린건데 순진하게도 겨우 이런 일에 이렇게 여기까지 찾아오는 아이를 보니 어이가 없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살짝 웃음이 섞인 한숨이 나왔다.

그 한숨에 아이는 몸을 움찔하더니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면서 붉어진 얼굴로 연신 허리를 굽히며 사과를 해댄다.
그 귀여운 모습과 영화 스포를 당하고 아직 풀리지 않은 꽁한 마음이 합쳐져서 이 아이를 매우 골리고 싶어졌다.

"크흠, 영화 스포일러는 대-단히 큰 중범죄라구요. 사과만으로 죄가 없어진다면 법률은 있을 필요가 없죠."
한손으로 허리를 짚고선 무표정을 가장하고 짐짓 엄한 말투로 말도안되는 궤변을 내뱉어본다.

"...네? 그럼... 어떻게 하면..."
"흠, 그러네요. 혹시 조금있다가 오늘 저녁에 시간 있나요?"
아이는 내 눈을 피하며 한쪽으로 맨 자신의 가방끈을 손으로 살짝 잡다가 나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고개를 끄덕여댔다.

"네! 네! 있어요! 시간 엄청 많아요! 오늘 강의도 다 끝나서 시간이 아주 넘쳐나요."
"그럼 저 조금있다가 퇴근하는데 밖에 있는 의자에서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네!!"
저러다 어지러워질텐데- 하는 걱정이 될 정도로 연신 머리를 끄덕이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귀엽다. 내가 어딜 끌고 갈줄 알고 바로 대답을 하는걸까.
다시 내 자리에 앉아 아이가 나간 문을 잠시 바라보다가 채점 답안지 위에 놔둔 아이언맨 열쇠고리를 손으로 굴렸다.

아무튼 영화 예매를 취소하지 않아서 다행인 것 같다.
기대하세요. 무려 '본 영화 다시 보기'형벌을 집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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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타 짤로 회로 돌려 써봄
폰으로 쓰니까 3시간이나 걸리넹..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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