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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선샤인) 머리카락앱에서 작성

ㅇㅇ(211.204) 2020.04.11 14:01:52
조회 944 추천 16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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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창 물뽕 맞았을 때 썼던 팬픽
선샤인 갤에 재업하는 김에 여기에도 올려봄
몇 년 전에 썼던 걸 수정도 안 하고 올리는 거라 지금 설정이랑 차이가 있을 수 있음

루비가 대략 초등학생 때 머리가 길었고, 다이아처럼 예절수업?을 들었다는 g's 설정 기반임

루비가 존댓말인건 제 취향임

5센루 지지해





---------------


짜악-

메마른 마찰음이 어두운 방 안에 울려퍼졌다. 방 안의 모두가 놀라는 가운데, 소리의 원인인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이 홍옥색 머리의 아이를 다그쳤다.

"다시 말해보렴."
"읏......."

홍옥색 머리의 아이ㅡ쿠로사와 루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개가 돌려진 채 바로 앞의 남자를 조금 노려보다, 뭐라 말하려 뻐끔거리던 입을 다시 닫는다.

"여보!"
"당신은 나서지 마."

남자 뒤의 여성이 놀라 앞으로 다가서려 했지만 남자의 제지에 더 나서지 못하고 움찔 몸을 멈췄다.

"한 번 더 묻겠다. 뭐라 말했지?"

그 목소리는 중후한 느낌이 더해져 위압감을 한층 더 형성시켰다. 공기가 순식간에 무거워져서 온몸을 짓누르는 느낌. 다리도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쿠로사와 루비는,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전부, 그만둔다고 했어요. 와곤도, 피아노도, 다도도."
"어째서지."
"......."

지겨워요. 힘들어요. 저는 재능이 없어요. 제 또래 아이들과 놀고 싶어요.

갖가지 대답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하지만 어깨를 내리누르는 중압감 때문일까. 루비는 그 대답 중에서 무엇도 내놓지 못했다.

입을 열 수가 없다.

남자는 루비의 침묵을 무엇으로 판단했을까. 수 초간의 침묵 뒤에 남자는 나직히 말하였다.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말거라."

남자는 등을 돌렸다. 루비는 남자에게 뭐라 더 말하려 했지만, 들어줄 것 같지 않아 곧 입을 다물었다.

줄곧 가만히 지켜보던 여성은 남편과 아이를 번갈아보다가 남편에게 다가섰다. 남자는 그것을 확인하고는 여자와 함께 방을 빠져나갔다.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주위의 사람들이 루비에게로 달려들었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아무리 아버님이라도 이 고운 얼굴을... 아가씨 얼굴 빨갛게 부으셨어요!"

집의 사용인 몇 명이 루비를 붙잡고 저마다 걱정이 담긴 말을 내뱉었다. 누군가 다급히 응급상자를 기지고 오려고 하자, 루비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것을 제지했다.

"괜찮아요, 치료 안 해도."
"하지만!"
"정말 괜찮아요. ......실례하겠습니다."

걱정해주는 사용인을 뒤로하고, 루비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방문을 닫았다. 쿠로사와 루비는 문에 잠시 기대다가, 미끄러지듯 쭈그려 앉아 무릎을 감싸안았다.

하아, 한숨을 쉬며 손거울을 꺼내 얼굴을 보았다.

아줌마들이 걱정한 정도로 그렇게 많이 붓지는 않았다. 분명 아버님께서 어린 자신을 배려해 힘조절을 하신거겠지.

손거울을 내려놓고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이미 반항한 이상 자신에게 남은 길은 두 가지다. 계속 반항하거나 다시 수업을 듣거나.

후자를 선택하면 오늘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후자를 선택하기는 싫었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심장이 납을 단 듯이 무거워진다. 이 무게는 부모의 뜻을 거슬렀다는 배덕감일까, 아니면 내일도 같을 일을 당한다는 예상에서 나온 걱정일까. 혹은ㅡ.

"루비."

똑똑. 문 너머에서 약한 진동이 느껴짐과 동시에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청량한 목소리가 들렸다.

재차 일어서 문에서 약간 떨어졌다. 똑똑, 노크 소리가 한 번 더 울렸다.

"루비 거기 있죠? 문 좀 열어주시겠어요?"

루비는 대답대신 조용히 문을 열었다. 끼익거리는 소리가 어두운 복도에 울려퍼졌다.

문 앞에 서 있던 사람은 아니나 다를까 쿠로사와 루비의 언니, 쿠로사와 다이아였다.

"실례할게요."

다이아는 그렇게 말하며 방 안에 들어왔다.

"어머님께 들었어요. 뺨은 괜찮으신가요."

다이아는 한껏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루비의 뺨을 어루만졌다. 뺨에 닿은 온기가 느껴지자 온갖 생각이 든다.

중학교 2학년인 언니. 한창 사춘기를 겪을 시기임에도 불평 한 마디 말하지 않고 의연히 할 일을 해내는 그녀. 언니의 눈에는 아버님께 반항을 한 동생이 어떻게 비춰질까.

실망했을까. 철이 없다고 생각했을까. 한심하다고 생각되면 어쩌지.

그렇게 생각하니 기껏 막아두었던 무언가가 터지는 느낌이 들었다. 시야가 물에 젖어들어가면서,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혹여 뺨을 타고 흘러내릴까 서둘러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언니, 미안, 해요."

쥐어짠듯한 목소리는 물기에 한껏 젖어있었다. 한 글자 말할 때마다 목이 턱 막히는 느낌을 참으며, 간신히 내뱉은 것은 사과의 말.

그 사과의 의미를 쿠로사와 다이아는 이해하지 못한듯 싶다.

"어째서 사과하시는 건가요?"
"그치만. 언니도 해내고 있는데..., 나는 그게 어려워서, 단지 놀고 싶어서. 언니도 놀고 싶을텐데 나만...... 흑...."

말의 두서가 없는 것을 자각했다. 이것저것 엉망이구나 생각하면서도 루비는 말을 멈추지 않는다.

"한심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하지만... 하지만...."
"루비."

위에서 들리는 단호한 목소리에 루비의 말이 뚝 끊겼다.

"한심하다던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치만...!"
"저는 솔직히 힘들지 않았어요. 어느 정도는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니까요. 게다가 저에게는, 마리 씨랑 카난 씨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다이아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같이 놀며 자란 소꿉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동생은 그렇지 않다. 분명 학교 친구들의 권유를 거절할 때마다 같이 놀고 싶었을 마음이 커졌겠지.

만약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이 없었다면 다이아도 루비처럼 반항했을지도 모른다. 그 심정을,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루비는 저와 다르니까요."
"언니......."
"루비. 지금까지 집에서 배우는 것 전부, 그만두고 싶죠?"
"......네."
"알겠어요. 저도 아버님을 설득해볼게요. 그러니 걱정 마세요."

다이아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루비를 꼭 끌어안았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꽤나 진정한듯 루비의 표정은 제법 온화해졌다.

"이제 진정이 되시나요?"
"네."

언니의 앞에서 울었던 것이 부끄러웠는지 루비는 연한 홍조를 띄웠다. 이참에 줄곧 하고 싶었던 것을 부탁해도 되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쿠로사와 루비는 나지막히 말하였다.

"언니. 부탁이 있어요."
"뭔가요?"
"저 머리카락 자르고 싶어요."

긴 머리카락을 들어보이며 미소지었다. 다이아는 약간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떴다.

누가 봐도 관리가 잘 되어 있는 그 머리를 자른다는 건 조금 아깝겠지. 하지만 루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쿠로사와 루비에게 있어 머리카락을 정돈한다는 것은, 반항의 표시이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것이니까.

"하지만 혼자서는 엉망일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면서 책상 위의 가위를 집어들고, 다이아에게 내밀었다. 

"머리카락, 다듬는 거 도와주시겠어요?"

쿠로사와 다이아는 살풋 미소를 지어보이며 가위를 건네받았다.

"네,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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