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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귀틀막 시추에이션 연성해옴(모녀백합?)

ㅇㅇ(122.19) 2020.04.27 22:00:59
조회 254 추천 12 댓글 2
														


 “좋아해. 그리고 미안해”

 

 

엄마의 귀를 막고는 그렇게 말했다. 불쾌해 할 게 뻔해서 차라리 듣지 말아줬으면 했고, 한편으로는 꾹 눌러 담던 마음을 이렇게라도 토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이런 미친 감정을 지니게 된 걸까. 따로 신경을 써준 것도 아닌데 잡초마냥 자라났던 것 같다. 밟아도 소용없고, 깎아내도 고개를 돌려보면 또 이만큼이나 커져가지곤 이내 마음을 좀먹었다. 이 이름도 모를 풀때기는 무성하게 덩치를 키운 탓에 이젠 본래의 모양이 어떠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어차피 예쁜 모양새는 아니었겠지만.

 

눈꺼풀이 두어 번 깜빡였다. 동그란 눈동자는 흔들림도 없이 저를 바라보고 있어 숨이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딸, 지금 뭐하는 거야? 그렇게 묻는 듯 싶어 무심코 두 손을 놓아버릴 뻔했다. 말 잘 듣는 착한아이로 지내고 싶었으니까 부탁이라도 한다면 그리 했겠지. 하지만 지금만큼은 안 된다. 마지노선을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상황이라 더 이상 발을 내딛으면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린다.

 

한 십초 정도를 가만히 있자 짓궂게도 당신은 이마를 콩 맞대었다.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상냥함과는 별개로, 심박이 강하게 울리는 것을 느꼈다. 얼핏 시야에 잡히는 입꼬리는 그 끝이 옅게 말아 올려져 있었다. 

 

웃고 있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무슨 말을 했는지까지는 듣지 못한 것 같다. 주위가 하도 고요한 탓에 혹시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릴까 불안했지만, 은은하게 전해지는 온기가 이불마냥 폭신해서 금방 마음이 놓였다. 이 정도로 만족해야겠지. 

 

추악하게 입을 벌린 욕심은 더 한 것을 바라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채울 수 있는 종류의 허기가 아니었다. 때문에 덧없는 욕심에 휘둘리진 않았다. 어차피 공허하게 외쳐봐야 간절함을 전해줄 매질조차 없었다.

 

노을이 어여쁘게 머리카락을 훑었다. 단아하게 정돈된 곱슬머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것을 휘감아 아름답게 빛났다. 내 머리칼도 당신을 닮아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을까. 침묵 속에서 그 모습을 상상하니 곧 그렇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일부러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해 보아도 거울을 통해 볼 수 있는 건 내 모습일 뿐이니 당연한 소리다.

 

돌연 체향이 진하게 풍겨왔다. 당신의 두 손이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넘실넘실 체향이 묻어나왔다. 후각을 홀리는 그 향기에 당황해 미처 아무런 대응을 못하자 청각이 제 기능을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그렇듯, 당신도 내 귀를 막고는 무어라 입술을 움직였다.

 

아, 오, 오 ,아 ,애. 시각만으로 받아들인 문장은 자음의 행방을 알 수가 없어 그 뜻을 유추하기가 힘들었다. 손으로 귀를 막는 건 은근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구나. 멍청히 실감하자 심장의 고동이 지독히도 선명하게 들렸다. 두근두근, 그런 귀여운 수준이 아니라 아예 쿵쾅 거리며 날뛰고 있었다. 이정도면 진짜로 심장소리가 엄마한테 들렸을 수도 있겠는데. 살짝 불안해졌다.

 

잠깐 동안 감싸진 두 귀가 점점 뜨거워졌다. 귀라는 신체는 은근 민감해서 고작 이정도만 만지고 있어도 금방 달아오르곤 하는 법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한참은 쥐고 있었던 엄마가 걱정이 됐다. 지금쯤 엄청 뜨거워져서 덥다고 느끼지 않을까 싶어 황급히 두 손을 때어놓았다. 예상했던 대로 새빨갛게 익어 있었다. 더우면 덥다고 말을 하지 그걸 또 왜 꾹 참고 있는 거야.

 

정작 잘못한 건 나였으면서도 두 눈을 게슴츠레 떴다. 내 질책하는 시선에도 그저 싱글벙글 웃을 뿐이라 내 꼴만 우스워졌다. 화가 난 건 아니지만 지레짐작한 엄마가 나를 달래주려 품을 내어주었다. 딱히 추운 날씨는 아니지만 그게 그렇게도 따뜻했다. 평소에도 쉬이 내주던 품이 이렇게도 포근했던가. 체향과 온기에 취해 눈을 감고 있자 당신을 내 등을 살살 쓸어주었다.

 

뒤이어 들린 씁쓸한 한 문장이 아니었다면 평생 그 상태로 있었을 텐데.

 

 

 “응,..괜찮아. 엄마는 다 이해하니까”

 

 

미련한 상냥함. 

 

울컥하고 다가오는 공포감.

 

나는 그 자리를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

 

 “가출이라니. 별일이네”

 

 

타박하는 이모의 말에 무릎을 끌어안은 그 자세에서 고개를 파묻었다. 미련한 짓을 했다는 자각은 있지만, 다른 사람의 입으로 재확인하자 저가 얼마나 놀랐는지 자각할 수 있었다. 살면서 삐뚤어진 일이라고는 맹세코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제 스스로 집을 뛰쳐나온 건 뭐람. 

 

 

 “이유를 묻지는 않겠는데 궁금하기는 하네. 말해줄 생각이 있으면 뭐, 들어둘게”

 

 

귀찮다는 듯이 커피를 홀짝이는 모습이 그렇게 가증스러웠다. 엄마랑 비슷하게 생긴 얼굴로 성격은 뭐가 저리 다른지. 기본적으로 상냥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게 말에도 묻어나오지는 않았다. 방금했던 말도 역하자면 ‘고민이 있으면 말해보렴’일 터.

 

좋게 말하면 덧나냐고.

 

 

 “고백했어. 그리고, 아마 차였지”

 

 “누구한테?”

 

 “...이모 언니 되는 사람”

 

 

이모는 평온한 얼굴을 유지한 채 천천히 내 곁으로 다가왔다. 어쩐지 엄마였다면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는 해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딴 기대는 지옥에나 가서 하라며 마시던 커피를 한 줌 쏟아 내렸다.

 

 

 “뜨거워!”

 

 

어떻게 아직 김이 펄펄 나는 커피를 사람 머리에 부울 수 있냐고 이모를 째려보자 그건 확실히 경멸하는 표정이었다. 못 볼 걸 봤다는 취급이 마음상하기는 했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정신 나간 말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크게 나무라지도 못했다. 

 

머리 벗겨지는 거 아니야 이거. 괜히 시선을 피했다.

 

 

 “야”

 

 “..알아. 미친년인거”

 

 “모녀가 아주 쌍으로-..”

 

 

이모는 말을 하다가 말고 피곤하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핸드폰을 꺼내드는 일련의 동작에는 확실히 귀찮음이 팍팍 묻어있어서, 이 사람의 신경을 거슬면 안되겠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나저나 누구한테 전화를 거는 거래.

 

홧홧하게 달아오른 머리를 어루만지고 있자면 스피커모드로 들려오는 송신음이 꽤나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저장된 번호이니 화면을 슬쩍 훔쳐보면 대상이 누구인지 알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너무도 익숙한 목소리 때문에 단박에 상대를 알 수 있었으니까.

 

 

 “언니 딸 여기있다.”

 

 [“아, 역시 거기로 갔네”]

 

 

원래 알던 목소리였지만 묘하게 기시감이 들었다.

 

내가 아는 엄마가 아닌 것 같은,

 

뭐랄까. 지독하게 차가운 어투였다.

 

 

 

 

 

 

 

 

 

 

 

 

 

 

 “딸인지 클론인지 좀 빨리 데려가. 어차피 잡아먹으려고 키운 거잖아”

 

 “...응?”

 

 

잠시간 이어긴 정적 속에서 이모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그리고, 이해하지 못했다.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직 미성년자잖아. 그런 말은 못써”]

 

 “지랄. 나르시즘 때문에 지 클론 임신했으면서 이제 와서 깨끗한 척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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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반에 올라온 글, 귀 막는다는 게 느낌 좋아서 써봄.

결론은 뭔가 이상하지만 귀찮으니까 여까지만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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