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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카논치사] 연애의 이해(5)

ㅇㅇ(121.159) 2020.09.18 14:4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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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월 둘째 주,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

 

  지난 학기 말 팀플 지옥에 빠져 하루하루 발표 연습과 시험 준비로 고생했던 카논은 다가오는 새 학기엔 최대한 조별과제를 피해 보겠다며 수강신청에 신중에 신중을 가했다. 애초에 연애의 이해를 신청한 것도 한 번쯤은 풋풋한 캠퍼스 라이프를 즐겨봐야 하지 않겠냐 하던 친한 동기들의 꾐에 넘어간 탓이었으니.

 

  보육원이나 소아병동으로 봉사활동을 갔던 일이 인상 깊게 남아 아이들과 가까이 할 수 있는 직업을 선망해 가정교육학과에 진학했지만, 사범대 과목이 영 적성에 맞지 않는지 교직 전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으레 낙관적인 천성으로 이를 극복해가고 있었음에도 전과라도 하는 게 어떨까 고민했던 밤이 숱했던 것 또한 사실이었다.

 

  덕분에 이번 학기는 조별과제랄 건 딱히 없었지만 전공 및 교양에서 고루 필기시험이 있는 관계로, 중간고사가 시작도 전에 강의 별로 개인 레포트가 최소 하나씩은 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내가 이번 학기에 이 강의만 듣는 것도 아니고…….’

 

  교수님들은 아무래도 학생들이 이번 학기에 자신의 강의만 수강한다고 믿고 계시는지 사 월 초부터 과제 더미에 직면한 처지에 어이가 없어 카논은 헛웃음이 났다.

 

  동기들은 아직 학점 관리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자취를 십분 허락해준 부모님을 실망케 할 순 없는 노릇이라 카논은 자료조사 겸 레포트 작성으로 도서관과 사범대 자습실을 제집 드나들 듯 다니고 있었다. 자취가 편하긴 편한 것이 학교에서 제 방까지 십여 분만 걸으면 이동이 가능하니 카논은 긍정적인 마인드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건 저뿐이었는지 중간고사 기간과 맞물려 점점 얼굴 보기가 힘들어진 카논에게 치사토는 알게 모르게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다.

 

  자취를 시작한 후, 카논은 매일 밤 일기예보를 확인하던 버릇이 더는 필요 없게 되었으나, 자신이 통학했던 경험을 떠올려 치사토가 등교하기 전날 밤마다 그다음 날 아침 날씨를 메시지로 보내주곤 했었다.

 

시라사기 씨^^ 내일은 오후부터 비가 온대요. 우산 꼭 챙기세요!

오늘 실기 수고 많았어요ㅜㅜ 내일도 파이팅하고 좋은 꿈 꾸세요;)

 

  치사토는 이제까지 사적으로 따로 연락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이런 메시지가 처음에는 마냥 부담스러웠지만, 어느새 카논의 메시지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시작하는 게 당연한 일과가 되어버렸다. 분하지만 마치 제가 어린 시절 레온을 교육했던 것과 같이 카논에게 조련이라도 당하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주 강의 시간에 경영관에서 만난 것을 마지막으로 카논은 그리 넓지 않은 학교 안에서도 한 번을 마주치는 일이 없었고, 과제로 바쁘다는 소식만 전해올 뿐 전보다 부쩍 연락이 오는 횟수가 줄었던 것이다. 아무리 예대와 사범대가 정문과 후문 극과 극이라도 해도 그렇지 이건 드라마보다 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번 주 월요일이 내 생일이었는데 말이지…….’

 

  생일 선물을 미리 받기라도 한 것처럼 맘이 풍족할 때는 언제고 치사토는 자신의 생일도 몰라주고 모습조차 보이질 않는 카논에게 괜한 심술이 났다. 때마침 오늘은 자신도 오후 강의가 다 끝난 상태였고, 카논도 시간표상으로는 더는 남은 강의가 없었으니 이건 더 기다릴 것도 없는 문제였다.

 

  치사토는 스마트폰을 들어 맨 위에 올라와 있는 카논의 이름을 꾸욱 눌러 전화를 걸었다. 차분한 클래식 연주곡이 얼마간 흘러나왔을까 수화기 너머로 듣고 싶던 목소리가 나타났다.

 

여보세요?

마츠바라 씨. 지금 어디예요?”

, 저요? 저 지금 단과대 자습실이에요. 레포트 쓰던 게 아직 남아서요. 무슨 일이에요?

꼭 무슨 일이 있어야만 전화하나요?”

 

  어딘가 날이 선 목소리에 카논은 찔리는 바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의중을 알 수 없었기에 일단 저자세로 나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라사기 씨는 지금 돌아가는 길이구요?

저도 아직 학교에요. 인문대 앞인데.”

인문대 앞이요? 오늘 수업은 거기 아니지 않아요?

 

  이쯤 되면 슬슬 눈치채 줄 법도 한데. 평소에는 눈치 백 단이더니 오늘만 그러지 못한 카논에게 슬슬 인내심의 한계를 느낄 즈음 치사토가 마침내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마츠바라 씨. 저 며칠 전에 생일이었는데.”

「ㄴ, ?!

생일 축하 못 받았으니까. 오늘 잠깐 만날까요?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잠깐 나올 수 있죠?”

……. 늦었지만 생일 진심으로 축하해요, 시라사기 씨…….

 

  헉하는 숨소리까지 들리는 걸 보아하니 어지간히 당황하긴 했나 보다. 아무튼 만나면 제대로 골려줘야지 다짐하며 치사토는 사범대로 향하는 내리막길로 짐짓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

 

  어렴풋이 재생되는 드라마의 한 장면. 시라사기 치사토가 유명 아역배우 출신임을 모르는 사람은 적어도 이 학교 안엔 없을 거다. 연예인에 도통 관심이 없는 저도 저와 그녀가 동갑이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대체 왜 생일을 찾아볼 생각까진 못했던 건지…….

 

  카논이 뜻밖의 해프닝에 혼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와중에도 시계 초침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이미 지나버리긴 했어도 역시 생일을 챙기지 못한 게 내심 마음에 걸려, 카논은 급한 대로 사범대 일 층 편의점에라도 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무난한 편의점 삼 구 마카롱에 왜 여기서 이걸 팔고 있는지 정체 모를 생일 초,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커피까지. 싫어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로비 맞은편 벤치에 앉아 치사토를 기다리던 카논에게 타이밍 좋게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어디예요?

로비 바로 맞은편에 앉아있어요. 저 보이세요?”

 

  여느 때처럼 긴 팔을 쭉 뻗어 손을 흔드는 카논 덕에 밤눈이 어두운 치사토가 단번에 제 짝을 찾아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어느덧 개강 육 주차에 접어들어 눈에 띄게 포근해진 저녁 공기만이 인적이 드문 캠퍼스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장난이라도 칠 심산으로 불러냈지만 막상 얼굴을 보니 꿍했던 마음이 풀리는 것 같아 치사토는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드물게 세워진 가로등 불빛만이 제 역할을 다 하는 가운데 카논이 등 뒤로 숨겨놨던 간식거리를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별 건 아니지만. 생일 축하해요, 시라사기 씨! 다음에 꼭 정식으로 챙겨드릴게요.”

…….”

 

  예상치도 못한 깜짝 선물에 치사토가 멍하니 있는 사이 머쓱해진 카논이 공연히 웃어 보였다.

 

, 생일 축하 노래라도 불러 드릴까요?”

그렇게 해서 시라사기 씨의 마음이 풀리신다면…….”

 

  커다란 자색의 눈망울이 약간은 글썽거리는 게 퍽 애처로워 치사토는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됐다.

 

후훗. 불러 달라고 하면 불러줄 거예요?”

우우…….”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지 카논이 곤란한 표정을 짓자 치사토는 이러다 울리겠다 싶어 자못 짓궂게 구는 걸 관두기로 했다.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던가 사범대 앞 가로수들도 저마다 연분홍빛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오직 찰나의 순간만이 아름다울 뿐인 모순. 특히 치사토가 지나온 인문대 앞은 알아주는 벚꽃 명소로, 오는 길에도 친구들과 모여 사이좋게 사진을 찍는 학생들이 제법 많았다.

 

노래는 괜찮으니까. 같이 사진이라도 찍어요, 우리.”

사범대 앞에도 벚꽃이 꽤 예쁘게 폈네요.”

 

  나긋하게 귓가를 울리는 음성에 카논은 이 주 전 대학로 앞에서 꽃구경이라도 가면 좋겠다던 치사토의 달뜬 얼굴을 기억해냈다.

 

, 어떡하죠학교에서 구경하는 거로 될까요? 벚꽃 다음 주면 다 져버릴 텐데…….”

괜찮아요. 이런 꽃구경도 나쁘지는 않은 거 같아요.”

 

  즐거운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있던 학생들이 부러워서 이런 고집을 부리는 건 절대 아니라고. 치사토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변명 아닌 변명을 뇌까렸다. 어차피 꽃이야 매년 새로 피고 지는 거지만, 지금 제 옆에 있는 이 사람은 올해가 아니면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니까.

 

  카논과 만난 후로 치사토는 언젠가부터 마지막 말을 속으로만 되뇌는 습관이 생겨버린 것만 같았다. 생각은 하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고 싶지는 않달까. 말하지 않아도 눈치 좋은 당신이 알아채 주길 바랐는지도 모르지. 아무렴 어떤가.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진 않았다.

 

그러면 저기 가장 큰 나무 밑에서 찍어드릴게요. 서보시겠어요?”

같이 찍어야죠. 마츠바라 씨도 이리 와요.”

, 저는 과제 때문에 몰골이 말이 아니라…….”

괜찮아요. 빨리 와요.”

 

  저번과 다르게 박시한 파스텔톤 코튼 셔츠에 레깅스 차림이었지만 손사래까지 치지는 않는 걸 보니 카논도 이 상황이 마냥 싫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자세히 보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금은 티격태격하며 카메라 앞에선 두 사람의 머리 위로 꽃잎을 스쳤다 떨어지는 가로등 불빛이 은은하게 비춰왔다.

 

  생일 초에 동봉되어있던 성냥으로 초에 불도 붙이고 썩 생일 분위기를 내보려던 카논이 잠깐 말없이 궁리하다 가히 산뜻한 어투로 입을 열었다.

 

시라사기 씨. 요즘 바쁘다고 자주 연락 못 해서 미안해요.”

과제를 빨리 끝내야 더 자주 볼 것 같아서 그랬어요.”

 

  화난 건 아니죠? 거봐, 역시 눈치 백 단이라니까. 자신의 유치한 속내를 들킨 치사토의 얼굴에도 비로소 숨기지 못할 미소가 피어났다.

 

알긴 알고 있었네요.”

에헤헤, . 생일 선물은 어떤 게 좋아요?”

비싼 건 절대 사양이니까. 마음만 받을게요.”

그런 게 어딨어요~”

여기 있네요.”

 

  반드시 만족할만한 선물을 찾아내겠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는 카논을 바라보던 치사토가, 자신의 메신저 배경을 카논이 건네준 마카롱에 생일 초가 꽂힌 언밸런스한 사진으로 바꾼 것은 이보다 조금 나중의 일. 나날이 따스해지는 날씨와 함께 중간고사가 코앞에 다가옴에 따라 봄 대동제 또한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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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하~ 나른한 점심에 어울리는 카논치사카논으로 찾아왔다... 이거 은근 꾸준글인듯,,?

요새 부쩍 글이 안 써지는데 뭐라도 써야 할 것 같긴 해서 꾸역꾸역 적어봤음

글 잘 쓰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재밌게 읽으면서도 뭔가 기분이 묘하다ㅋㅋㅋ


매번 하는 말이지만 천연 대형견 공 카논 x 까칠 유혹수 치사토 조합의 갓컾 치사카논 많이 사랑해줘~

조금이라도 이 글을 읽고 카치에 관심이 생기는 백붕이가 생기길 바라며,,,

다들 좋은 오후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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