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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야심한 시각에 올리는 일레이나x암네시아 팬픽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20 21:46:31
조회 1267 추천 2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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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에 와서 묘한 소문을 들었다. 소문에 따르면 잿빛 머리카락이 눈에 띄는, 감색 스웨터에 하얀 플레어 스커트 차림의 소녀가 데이트를 해주고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금액은 지정한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그런 묘한 소문에 짚이는 바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사실을 확인하고자 예의 그 데이트 서비스를 신청하고 마을 광장의 분수대에서 소문의 소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데이트 서비스는 그 소녀가 머물고 있다는 여관에서 임시로 신청을 받고 있었다. 금화 두 닢이라는 가격에 하루 종일 데이트. 터무니없는 가격이었지만 오히려 이런 가격이 내 짐작을 확신으로 바꿔주었다.

지금 내 차림은 흰 블라우스에 검은 치마라는 단정한 복장으로, 평상시에 입고 있던 로브와 기사 차림의 복장은 벗어두고 왔다. 팔짱을 끼고 잠시 기다리고 있으려니 누군가 어깨를 톡톡하고 건드는 느낌이 들어서 돌아보았다.


“안녕하세요. 많이 기다리셨나요? 데이트 대행 서비스 일레이나입니……”


나와 눈을 마주치고 만 일레이나 씨는 마치 돌로 변하는 저주에 걸린 듯, 말을 잇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하아아아아……”


오랜만에 만난 일레이나 씨는 분수대 한 쪽에 걸터앉아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세상이 멸망할 것처럼 푹 한숨을 쉬었다. 나는 뭐라고 해주면 좋을지 몰라서 일단 인사를 했다.


“음…… 저기, 일레이나 씨, 오랜만이야?”


“……왜 의문형인가요. 아무튼 오랜만이에요, 암네시아 씨.”


“최악의 타이밍이지만요……”라며 우울한 목소리로 일레이나 씨가 덧붙였다.


“일레이나 씨, 그, 어째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거야? 아, 말하기 싫다면 괜찮아.”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닌데요. 언제인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이게 벌이가 꽤 좋았던 기억이 애매하게 남아 있어서 한 번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하필 이럴 때 아는 사람하고 맞닥뜨리다니…….”


“아하하, 그것 참 재난이었네.”


“당신 얘기라고요.”


“그런데, 일레이나 씨.”


나는 그녀를 향해 히죽 웃어보였다.


“나, 손님. 돈, 지불.”


“아.”


일레이나 씨는 그제야 자신의 입장을 깨닫고, 당혹스러움과 서비스 정신 사이에서 표류하다가 되다 만 어색한 영업용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암네시아 씨? 지인은 조금 NG 아닐까 싶은데…….”


“금화 두 닢 냈는데?”


“자, 당장 데이트를 하러 가죠.”


나는 두 눈을 금화처럼 반짝이고 있는 돈의 망자를 보면서 오랜만에 만났어도 역시 일레이나 씨는 일레이나 씨라고 생각하면서 그녀와의 ‘하루 종일 데이트 코스’를 즐기기로 했다.



시원스럽게 쭉 뻗어 있는 잿빛 머리카락, 그 아래로 얇은 잠옷 외에 따로 걸친 것은 없는 탓에 새하얀 피부가 드러난 채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있는 소녀. 창을 통해 들어온 달빛을 받아 그녀의 섬세한 피부가 더욱 돋보입니다. 이런 모습을 누군가가 훔쳐본다면 그게 누구라도 탄식을 흘리고 말 겁니다. 대체 이 아름다운 소녀는 누구인가?

그렇습니다. 바로 저입니다.

물론 농담입니다. 이런 농담을 하지 않고서는 제가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 왜냐고요?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저는 이 나라에서 여느 때와 같이 성실히 돈 벌이에 힘쓰고자 했는데, 우연히도 오늘의 손님이 한때 생사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인, 암네시아 씨였습니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 지인을 만나게 돼서 당황스러웠지만 저는 프로입니다. 금방 정신을 차리고 제 맡은 바 일을 충실히 해냈습니다. 그리고 암네시아 씨와 저녁을 함께하고 나서 헤어지려고 하던 차였습니다만, 암네시아 씨는 굉장히 의문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기울였습니다.


“나 분명 ‘하루 종일’ 코스를 골랐는데?”


“그래서 저녁도 함께 먹지 않았나요? 이 이상 더 뭘……”


“내 숙소로 와. 같이 자자.”


“……네?”


평소 같으면 ‘저는 그런 서비스는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다만?’이라며 매몰차게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을 테지만, 버림 받은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지으며 “나, 일레이나 씨랑 하루 종일 함께 있으려고 지갑 탈탈 털어서 돈 마련했는데…… 오늘 동생도 옆 나라에 볼 일이 있다면서, 일레이나 씨도 가면 나 오늘 혼자 자야 되는데…….”라면서 저를 올려다보는 바람에 단칼에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암네시아 씨는 영악하게도 그 틈을 노려 제 손을 낚아채고 그녀가 묵고 있는 숙소로 단숨에 끌고 와버린 것입니다. 끌려오는 사이에 조금 저항했지만, 확실히 에스트의 기사로서 활약한 과거 때문인지 그녀와 저는 상당히 힘의 차이가 났습니다. 잠깐 발버둥친 것이 무의미해지자, 저는 그저 그녀가 끌고 가는 대로 몸을 맡겼습니다.

그런 사정으로 암네시아 씨의 숙소에 머물게 된 저입니다만, 제3자의 입장에서 돈에 홀려 남의 숙소까지 쉽게 따라가는 여자로 보일 것만 같아서 조금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뭐, 어린아이와도 같은 그녀이기 때문에 애초에 같이 자자는 것이 정말 단어 그대로의 의미일 거고, 별 일은 없을 테지만 이제 이런 일로 돈을 버는 짓은 그만둬야겠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목욕을 마친 암네시아 씨가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화장대 앞에서 머리를 말리고 있는 암네시아 씨를 바라보고 있자니, 따뜻한 열기와 함께 묘하게 좋은 냄새가 밀려왔습니다. 어쩐지 자신의 냄새가 신경 쓰여서 킁킁하고 맡아보니 저에게서는 그런 좋은 냄새는 나지 않았습니다. 분명 같은 비누를 사용했는데 이 차이는 뭘까요.


“자, 이제 자볼까?”


암네시아 씨는 적당히 머리를 말리고 화장대에서 일어서서 이쪽으로 걸어왔습니다. 목욕을 마치고 난 뒤라서 그런지 아직도 묘한 열기가 그녀의 몸을 감돌고 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요. 그럼 저는 이쪽 침대에서 잘 테니까 암네시아 씨는 저쪽─”


“무슨 소리야, 일레이나 씨. 나는 처음부터 ‘같이’ 자자고 말했는데?”


“잠깐, 진심으로 하는─ 으왓”


제가 말을 하고 있는 도중에 암네시아 씨가 제 양 어깨를 잡고 침대로 밀어 쓰러뜨렸습니다.


“저기, 암네시아 씨? 이건 무슨……”


“계속 이렇게 될 날이 오기를 기다렸어. 후후후.”


저는 “일레이나 씨와 자게 될 날을 말이야.”라고 덧붙인 암네시아 씨의 흐리멍텅한 눈을 바라보며, 아까 전 제 힘으로 저항이 무의미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저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아이로 보이기만 했던 그녀에게 이런 일을 당하다니요? 그치만, 그치만. 어쩌지? 제가 매몰차게 밀쳐낼 수 있을까요? 애초에 힘으로는 그녀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오늘은 데이트 서비스만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지팡이도 두고 왔습니다. 그야말로첫경험절체절명!

정리되지 않은 생각이 빙글빙글 머릿속을 돌고 있는 와중에 준비됐다는 듯이 암네시아 씨의 몸이 제 위로 포개졌습니다. 아까 맡았던 묘하게 좋은 향기와 열기 때문에 사고가 멎을 것만 같습니다. 에에잇. 될 대로 되라. 저는 자포자기 상태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이윽고─ 암네시아 씨의 편안한 숨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헤?”


얼빠진 소리를 낸 저는 눈을 뜨고 확인해보았습니다만, 암네시아 씨는 오늘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논 것에 지쳤는지 벌써 잠들었습니다.

하아. 저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녀를 베개에 똑바로 뉘고, 그녀의 옆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프로니까요. 받은 만큼은 합니다. 암네시아 씨의 옆에 나란히 누운 뒤 그녀를 바라보니 행복한 표정으로 자고 있습니다. 사람 속도 모르고 태평하게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조금 화가 났지만, 아이를 상대로 화를 내서 무엇 하겠느냐는 생각에 천장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그녀의 규칙적인 편안한 숨소리에 맞춰 눈꺼풀이 감겼습니다. 저도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죠. 그럼 안녕히 주무시길.




일레이나 씨의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변한 것을 확인한 뒤, 눈을 떴다. 이건 무척이나 비겁한 짓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은 언제가 될지 모른다. 우리는 둘 다 여행자이기 때문에 이렇게 우연의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마주칠 일이 없다. 사야 씨의 경우는 마법 총괄 협회 일로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꾸밀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그러니까 적어도 내 자신에게 그녀를 향한 마음을 되새기고 싶었다.

─그러니까.



잊고 있었습니다. 암네시아 씨의 기묘한 잠버릇을. 덕분에 저는 도중에 한 번 깨서 그녀를 침대에 다시 한 번 똑바로 누이고, 옆 침대로 가서 잠을 청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동이 터서 약간 피곤한 눈을 비비고 일어났습니다.


“일레이나 씨는 잠꾸러기네. 이제 일어난 거야?”


따지고 보면 당신의 잠버릇 덕분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피곤하기도 했고, 저는 순순히 아침 인사를 건넸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아침 인사 하자마자 미안한데 급한 볼일이 생겼거든. 난 먼저 나가볼게!”


”네? 저기 아침 식사라도 같이─“


”응. 다음에! 잘 지내!“


기분 탓이었을까요. 저를 피하듯 밖으로 나간 그녀의 귀가 새빨갰던 것 같은데, 어디 아프기라도 한 걸까요. 그녀가 달려 나간 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생각해도 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다다르자 잠에서 깨기 위해 고개를 좌우로 붕붕 저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어쩐지 이질감이 느껴지는 입술을 매만지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


마녀의 여행 커플에서 암네시아가 밀린다는 글을 보고 문득 떠올라서 써봄


생각해보면 둘 다 여행자라서 만나기 힘들 것 가테


두서 없고 짧은 글이지만 급하게 쓴 거라 양해빔..


글고 암튼 사야가 정실임


02


+시점 전환할 때 검은색 동그라미 썼는데 안 써지네 흰 색으로 추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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