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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마녀의 여행 팬픽] 야심한 밤 암네시아x빗자루

따비따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18 20:20:46
조회 1399 추천 21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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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여행 원작 4권 내용 스포가 있습니다. 스포 주의)






“일레이나 씨, 부탁이 있어.”



자못 비장한 표정을 하고서 잿빛 머리카락의 마녀 앞에 선 그녀는 윤기가 흐르는 흰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기르고, 검은색 카추샤를 하고 있다. 그녀는 마법사는 아니지만 흰색을 바탕으로 한 로브를 걸치고, 어떤 나라의 정통기사단 소속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허리춤에 찬 사벨은 그녀가 검사로서 정통기사단에서 활약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었다.


봄이 시작되자마자 땅을 뚫고 나온 여린 잎새와 같은 비취색의 눈동자는 잠깐 바닥으로 내려갔다가 이내 마녀의 얼굴을 향했다. 그리고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 한 마디.



“오늘 하루만 나에게 빗자루 씨를 빌려주지 않을래?”


“……네?”



자, 그럼. 재의 마녀 일레이나 씨에게 당황스러운 부탁을 한 그녀는 대체 누구인가? 그렇다. 바로 나, 암네시아다.



“……상당히 갑작스러운 부탁이네요.”



일레이나 씨는 내 부탁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고 이어서 말했다.



“빗자루 씨에게 꼭 해야 될 말이 있어. 그, 단 둘이서.”


“으음……”



그녀는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대고 한참을 고민하며 끙끙대다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제 자신도 빗자루 씨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것에 저항감이 있지만, 빗자루 씨도 저 없이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에 저항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평상시라면 단호하게 ‘No!’라고 한 마디로 거절하겠지만……”



일레이나 씨는 거기까지 말을 하고, 잠시 내 모습을 살폈다. 나는 지금 일레이나 씨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 평상시라면 그녀가 나를 이렇게 빤히 바라보면 부끄러워서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하고 말았겠지만, 오늘은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나도 그녀를 마주보았다.


분명 잠깐 동안의 침묵이었겠지만, 그 침묵은 나의 시간감각을 마비시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그녀가 어떻게 대답할지 몰라 긴장한 탓에, 나는 그만 침을 꼴깍하고 삼키고 말았다. 일레이나 씨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뭐, 한참을 같이 빗자루에 타고 여행한 암네시아 씨라면 괜찮겠죠.”


“고마워, 일레이나 씨! 사랑해!”


“사랑은 됐으니까…… 그런데 그녀를 빌려달라는 건 물론 그녀를 이 상태로 빌려달라는 뜻은 아니겠죠?”



그녀는 숙소의 벽에 세워뒀던 빗자루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뻔뻔한 부탁이지만, 빗자루 씨를 사람의 모습으로 바꿔줬으면 좋겠어.”



그래. 딱 한 번뿐이지만, 나는 빗자루 씨를 만난 적이 있다. 비록 그게 최악의 타이밍이기는 했지만…… 아니, 분명 그 타이밍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녀에게 구원을 받은 것이겠지. 아마 그녀가 없었다면 일레이나 씨도, 나도 지금쯤은 차디찬 얼음 속에 갇혀 영원히 고향 땅을 밟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사정은 쭉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저는 약간 가시가 돋친 말투로 이해할 수 없다며 그녀를 바라보았습니다.



“이건, 무슨 속셈인가요, 암네시아 님?”


“응~? 뭐가?”



식탁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서 양손으로 턱을 받치고, 싱글벙글 웃고 있는 그녀는 암네시아 님. 그리고 식탁 위에는 그야말로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음식이 가득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음식 모두 암네시아 님이 손수 만들어주셨다는 것입니다만……



“암네시아 님.”


“왜~?”


“저는 물건이라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습니다만.”


“엑?”



암네시아 님은 그제야 제가 원래는 물건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인지, “아하하, 마음만 너무 앞섰네. 미안.”이라며 멋쩍게 웃었습니다.


암네시아 님은 제가 사람의 모습을 갖춘 뒤로 쭉 이런 상태입니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다고 해야 할까, 폭주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조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제가 막 사람의 형태를 갖추고 암네시아 님에게 인사를 하려고 하던 참이었습니다.



“오랜만입니다. 암네시아─ 으앗!”



제 인사는 어울리지도 않는 민망한 비명소리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원인은 다짜고짜 제게 달려 든 암네시아 님. 저는 그녀를 곧바로 다그쳐 떼어내려고 했지만, 그녀가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에 그만 멈칫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그녀를 억지로 밀어내는 대신에 “크흠.”하고 헛기침을 했습니다.



“앗, 미안.”



암네시아 님도 자신의 행동을 깨달았는지 머뭇거리며 제게서 떨어졌습니다.



“그, 오랜만이야, 빗자루 씨.”



그녀는 발그스레하게 홍조를 띄우고 쭈뼛쭈뼛하며 말했습니다. 확실히 갑작스러운 행동이기는 했습니다만, 이렇게 열렬히 환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녀에게 다시 제대로 인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오랜만입니다, 암네시아 님.”



그제야 그녀는 저를 마주보고 환하게 웃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온화한 시간은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그녀는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제 손목을 잡아채더니 목적지도, 앞으로 무엇을 할지도 한 마디 언질도 주지 않은 채, 쏜살같이 저를 끌고 일레이나 님이 머물고 있던 여관 밖으로 튀어나갔습니다. 숙소에서 나오기 전에 일레이나 님께서 손을 흔들며 “잘 다녀오세요.”라고 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나중에 일레이나 님에게 조금 불평을 늘어놓아야겠습니다.


아무튼 그 이후에 암네시아 님은 “일단 빗자루 씨에게 이것저것 대접하고, 그 다음에는 마을에 같이 나가서, 응. 아, 하지만 그거 말고도……”같은 말을 중얼거리며 저를 그녀가 머물고 있는 숙소로 데려갔습니다.


물론 저는 그녀가 폭주하기 전에 말을 걸어 보았습니다만, 전혀 통하지 않았습니다.



“암네시아 님? 저는 물건이기에 음식 같은 건 필요 없습니다만.”


“아, 하지만 그래. 옷 같은 건 어떨까. 같이 옷 가게에서 쇼핑하고 그리고……”


“……암네시아 님. 어차피 저는 물건이라 갈아입을 옷은 필요 없습니다만.”


“으음, 연극 같은 걸 보는 게 좋을까?”


“…………”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그녀를 말리는 것을 포기하고 잠시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 바로 이 상황.


암네시아 님은 시무룩해져서 말했습니다.



“미안해. 나, 그 빗자루 씨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밀어붙인 것 같네. 원래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미안해……”



이 사람은 하루에 몇 번이나 사과를 하는 걸까요. 저는 한숨을 내쉬고 그녀를 바라보았습니다.



“암네시아 님. 당신이 잘못한 건 아닙니다. 조금 당황스러웠기는 했지만, 자신에게 이렇게 환대를 해주는 상대를 싫어할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그러자 암네시아 님은 알 듯 말 듯한 복잡한 표정을 띄웠습니다. 그 표정은 당장이라도 울 것만 같은 표정처럼 보이기도 했고, 기쁜 것처럼 보이기도, 혹은 자신을 탓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런 암네시아 님에게 조용히 달래듯 말을 건넸습니다.



“오늘 저를 보자고 하신 이유는 뭔가요?”


“음…… 자연스럽게 하고 싶었는데, 잘 안 됐네.”



암네시아 님은 어딘가 체념한 투로 말을 이어갔습니다.



“사실 오늘 빗자루 씨를 만나고자 했던 건, 그때, 나를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 뿐만이 아니라 좀 더 형태를 갖춰서 전하고 싶었어. 응…… 그런데 잘 안 된 것 같아.”



낙담한 듯 과장되게 어깨를 떨구고 최대한 장난스럽게 암네시아 님. 그때, 라고 한 게 정확히 언제를 말하는 것인지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갑니다. 애초에 그녀와 제가 이런 모습으로 만난 것은 그때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기시감이 드는 것은 서로의 모습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녀가 무리해서 웃어 보이고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제가 사라지기 직전, 저에게 무리해서 감사의 말을 전하려고 하던 그 순간과 닮아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이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암네시아 님. 정말로 저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만나자고 했나요?”


“……빗자루 씨, 무슨 말을……”


“암네시아 님.”



저는 그녀의 말을 자르고, 똑바로 바라보았습니다.



“혹시, 요즘도 그 때 일을 생각하고 계신가요?”



제 질문에 그녀의 어깨가 움찔했습니다. 정곡이었나 봅니다.



“……아니, 나는…… 아니야. 오늘은 그, 빗자루 씨에게……”



저는 의자에서 일어나 제대로 말을 완성시키지 못하고 고장 난 축음기처럼 말을 반복하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저는 여분의 의자를 끌어당겨 암네시아 님 옆에 앉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습니다.



“말씀해주세요.”


“……뭘?”


“암네시아 씨의 아픔을.”





처음부터 자기만족이었는지도 모른다. 빗자루 씨에게 감사를 전한다는 말은 다 겉치레고, 실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 안심하고 싶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그럴 거다. 그러니까 이렇게 쉽게 빗자루 씨에게 들켜버리고 만 것이다. 내 본심을.


여동생인 아빌리아 앞에서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언제나 밝은 모습을 가장하고 있지만, 요즘도 가끔 그때 꿈을 꾼다. 국민을 위해 나라 전체를 얼려버린 루데라 씨. 나는 그런 그녀 앞으로 한발, 한발, 다가가서. 허리춤에 찬 사벨을 뽑아 들고. 그대로. “미안해요.”


하지만 내 죄책감은 거기서 꿈을 끝맺어주지 않았다. 루데라 씨의 몸을 관통한 사벨의 날을 타고 흐른 피는 무수히 많은 검은 손이 되어 내 손목을 타고, 내 팔을 타고 기어 올라와 이윽고 내 목을 졸랐다. 실은 그녀는, 루데라 씨는 죽고 싶지 않았던 거 아닐까? 이런 결말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결말을, 내가 시간을 들여 더 생각해내야 하지 않았을까? 다음 날이 돼서 기억을 잊어버리는 저주를 받은 내가, 일레이나 씨를 잊고 싶지 않다는 이기심으로 루데라 씨를 내친 것이 아닐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겨울도 아닌데 온몸이 떨렸다. 손등에 물방울이 똑, 하고 한 방울 떨어졌다. 다른 누구에게서도 아니라 나에게서 떨어진 눈물이었다. 어째서? 왜 우는 거야? 뭘 잘했다고.


그리고 지금도. 나는 뭘 잘했다고, 빗자루 씨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려고 하는 자리에서 울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내가 요즘도 가끔 악몽을 꾼다고, 루데라 씨를 내 손으로 죽인 일을 떠올린다고, 죄다 빗자루 씨에게 말하고 말았다.


아아, 정말.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빗자루 씨도 이런 나에게 분명 질렸을 거야. 살인자인데다가, 자신만 편해지고 싶어서, 이기적인 나 같은 건─


다음 순간 내 시야는 부드러운 복숭앗빛 물결로 꽉 채워졌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했다. 상냥한 머리카락의 색깔과 어울리는 좋은 향기가, 빗자루 씨가 나를 끌어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잠깐, 빗자루 씨, 왜……”


“죄송해요.”


“아니야, 아니. 나, 내가. 내가 잘못한 일─”


“암네시아 님.”



그녀가 힘을 주어 내 이름을 부른 탓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나를 감싸 안고 있는 그녀의 팔에 더욱 힘이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내 등을 통해 전달됐다.



“일레이나 님과 저는 당신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어주고 말았어요.”


“아니야.”


“저희의 사정을 당신에게 너무 밀어붙이고 말았어요.”


“아니야……”


“당신을 좀 더 잘 봤어야 했어요.”


“…………”


“그러니까, 죄송해요.”


“……빗자루 씨.”


“네.”



분명, 내가 다음에 꺼낼 말은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때의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꼭 나에게 들려줬으면 하는 말을 원하고 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를 마주보고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마는 것이다.



“……내가 한 짓은, 용서받을 수 있을까?”



그러자, 빗자루 씨는, 그녀는 내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으며 나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물론입니다.”


용서받고 싶었다.


“지금까지 홀로 견뎌왔다니 대단해요.”


안심하고 싶었다.


“당신이 괴로워하고 있을 때, 아무말도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누군가 내 손을 잡아줬으면 했다.


“그러니까, 이제, 더 이상 그 일로 슬퍼하지 말아요.”



─나는 지쳐 쓰러질 때까지 그녀 품에 안겨 울었다.





“빗자루 씨, 이제 저녁이에요. 돌아……”



저는 그렇게 말하며 암네시아 씨 숙소 방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제 시야에 들어온 것은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보내는 빗자루 씨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리고 말을 삼켰습니다.


대체 무슨 일일까 싶어서 잘 살펴보니, 빗자루 씨의 무릎 위에 눈물로 얼굴이 엉망이 된 암네시아 씨가 곤히 잠들어 있었습니다.


확실히. 이건 흐뭇한 광경입니다.


그것도 그럴 게 암네시아 씨는 보는 사람마저 무심코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행복한 표정을 지은 채 잠들어 있으니까요.



***



돌아온 마녀의 여행 팬픽임니다


누군가 암네시아x빗자루가 보고 싶다고해서 급하게 썼읍니다..


소재 자체는 예전에 어떤 유동 분이 말해주신 것을 참고 했습니다.


소재 제공해준 유동 분 감사함니다..



17


이전에 쓴 팬픽 링크


일레x사야


일레x사야2


일레x암네시아


일레x빗자루


일레x빗자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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