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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불건전) 야차 여자

삼일월야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2.31 15:01:09
조회 425 추천 15 댓글 3
														

당신에게는 무엇이 보이시나요. 고개를 돌려봐요. 우리의 곁에 있는 것은 우주. 그리고 지금 당신의 고개를 지탱하는 별은 언젠가 이 우주에 구원의 안식이 찾아올 56억 7천만년까지 검은 바다에서 유유히 표류할 뿐이에요. 그 별은 하늘을, 대지를, 바다를 품고 있죠.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분명 그 사이에 품은 하늘이, 대지가, 바다가, 그리고 살아 숨쉬는 생명들을 느낄 수 있을 거에요. 열반에 들지 못한 중생들은 별의 품 속에서 그 생을 이어나가고 있답니다.

슬프게도 중생은 그들에게 약속된 구원을 인식하지 못한 채로, 나무아미타불.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늙고 병에 고통받으며 죽어 다시 태어나죠. 번뇌에 목이 메인 채 구원의 날까지 별의 안에서 헤맬 거에요.


그들의 일생이 궁금하신가요? 지금 이 순간에조차 번뇌의 속박을 벗어던지지 못하는 중생이 있답니다. 별을 가리는 구름 장막의 너머로 무엇이 보이나요? 지금 저희의 눈에는 한 아이와 그 옆에 있는 어머니가 보이는군요. 아이는 고요한 밤에 잠들어 있고 어머니 또한 아이와 같이 잠에 들려해요. 하지만 어미의 마음 속에서 움직이는 것은 종잡을 수 없는 욕정. 그 육신은 정념으로 인해 타오르기 시작하죠. 무구한 아이의 얼굴을 보며 마음을 달래보려 하지만 여인은 아직 부처가 될 수 없답니다. 그렇게 중생의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한 번 불붙기 시작한 육욕은 주체할 수 없이 퍼져나가, 어미는 아이의 곁을 떠나 미혹의 숲으로 향합니다.


여인이 발을 뻗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숲으로 눈을 돌리면 무엇이 보이나요? 숲 속에는 여자의 모습을 한 야차가 있답니다. 그녀는 연꽃의 가면을 쓴 채로, 보살의 곁에서 현을 튕기는 변재천과 같이 움직인답니다. 하지만 그런 가면의 안에 있는 것은 중생을 유혹해 잡아먹는 흉악한 본성. 모든 것을 밝히는 태양의 아래에서 야차의 본성은 명명백백히 드러나지만 별의 태양은 저물어 별에는 어둠이 짙게 깔려있죠. 야차는 그 사이에 몸을 숨긴 채로 조용히 사냥감을 노리고 있답니다.


욕정에 흔들리는 여인의 앞에 야차가 선다는 것은 정해진 고행일까요. 야차는 흔들리는 발걸음으로 처연한 달빛 사이를 오가는 여인을 바라본답니다. 그런 야차의 입가에 서리는 것은 비릿한 조소. 달빛은 그 추악한 모습을 비추지 못하고 그렇게 야차는 서서히 여인에게 다가가고...


야차는 자신의 신통력으로 여인을 꾀어낸답니다. 무릇 중생은 그 힘을 떨쳐내기 힘드니, 여인 역시도 서서히 야차에게 이끌려 갈피를 잡지 못한 채로 숲의 한가운데로 향한답니다. 가여운 여인이여, 그대는 정녕 야차의 꾐에 넘어가는가. 그렇게 쉬이 몸을 내어주는가. 나무아미타불, 저렇게 번뇌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영혼에게도 언젠가 구원이 있기를. ...그리고 만약 이 또한 운명이라면 적어도 행복하기를. 분명 그렇게 웃는 여인의 얼굴은 제 바람대로, 야차의 품 안에서 녹아내리는 그 육신은 분명 들끓는 정욕이 가져다주는 행복에 취해있어요. 그렇게 밤은 지나가고 별에는 태양이 떠오른답니다.


내리쬐는 태양빛을 맞으며 여인은 일어나지만 당신은 볼 수 있어요. 그 곁에 이미 야차는 없죠. 홀로 남은 여인은 다시 자신의 아이가 있는 요람으로 돌아간답니다. 때묻지 않은 생명은 이제와 그랬듯 순진한 표정을 짓고, 여인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그 마음의 형태가 어떤 것인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여인은 간밤에 벌인 정념의 연회를 숨긴 채 아이를 안아주고 있어요. 그 안에는 여전히 야차의 흔적이 깃들어 있는 채로.


괴로운 표정을 짓고 계시는군요. 욕정에 빠진 야차나 그 괴물에게 저당잡힌 여인을 동정하시나요? 저로써도 당장에라도 저들에게 구원의 손을 내어주고 싶지만 진정 윤회를 끊어내는 것은 스스로의 깨달음, 그도 아니라면 56억 7천만년 후의 구원. 저렇게 번뇌의 사슬에 묶여 욕정을 탐하는 것 또한 열반에 닿기 까지의 과정이라고, 우리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바라볼 수 밖에 없어요.


...그래도 저들을 동정하신다면, 한 번의 기회를 드릴게요. 무엇인가가 바뀐다면, 그 또한 운명일테니. 눈을 감고, 귀를 열어요.

*

눈을 떠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주황 천막의 포장마차. 원색과 함께 코로 들어오는 자극은 독한 알코올을 동반하고 있었다. 이 고통은 다 무엇일까, 나는 왜 이곳에 있을까. 아니, 애초에 나는 누구지? 머리 속을 헤매는 정보는 가득했지만, 그것들을 전혀 정리할 수 없었다. 도저히 수습이 되지 않는 기억들 사이에서 들리는 소리가 있었다.


“야, 아진아...갑자기 마시다 말고 뭘 멍한 표정이야.”


아진, 그래 확실히 나는 그런 이름이었다. 그리고 눈 앞에 있는 사람의 이름은 하리, 분명 그런 이름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하리와 이야기를 이어나가야만 한다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


“오랫만에 마시니까 조금 올라오네.”


에둘러 변명을 댔다.


“얘는, 당장 그제도 달렸으면서.”


하지만 그것은 그저 구차한 변명으로 변해, 그래도 이게 최선이었다. 여전히 머리 속은 정리가 되지 않았고 사실 지금 어째서 이 장소에 있는 지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컵에 담긴 물을 마셔도 등에 오한이 들 뿐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당장 곁에 있던 우주의 베일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왜 지금 저 머나먼 은하가 생각난거지?


“나오기 싫었으면 이야기 하지.”


하리는 불만이 담긴 목소리로 말한다.


“계속 그렇게 있으면 술맛도 떨어지고, 얘기가 안 이어지잖아. 그리고…”


그렇게 하리는 말을 쏟아내지만 내게 닿지 않는다. 내 머릿속을 헤매는 것은 별, 우주, 그리고 그 안에서 보았던 야차와 여인의 행방. 무구한 아이를 기르던 어미.


그런 공상 속에서 가까스로 떠올릴 수 있었다. 나와 이 사람의 관계를, 아진이와 하리의 관계를. 그리고 하리는 어떤 여자인 지.


“아냐, 분명 듣고 있었어. 새로 만난 친구 이야기를 하고 있었잖아, 전에 만나던 아줌마는 버려버리고.”


이 여자는 분명 주체할 수 없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옆에 누가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다른 이를 탐하는 사람. 나 또한 이 여자가 거쳐간 수많은 인연 중 하나. 그리고 지금은 애 엄마는 차버리고 어떤 여대생을 꾀어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버렸다니 그건 말이 너무 심하잖아.”


“나랑 헤어졌을 때랑, 다를 게 있나.”


“그거야...그래도.”


“됐어, 너는 그런 사람이니까.”


그 날, 하리는 내 앞에 다른 여자의 팔짱을 끼고 나타났다. 터져나오는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그대로 부딪혔지만 결과적으로 나만 상처 입었다. 이미 마음이 떠난 상대방을 붙잡을 수는 없었으니. 그래도 나는 하리를 잊을 수 없어서 얄팍한 인연만이라도 어떻게든 이어나갔다. 그것은 가끔가다 어느 한 밤의 상대가 되어, 어떤 날에는 술 상대가 되어. 분명 지난 기억 속의 나는 그런 상황을 때론 즐기고 때론 격렬히 거부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상하게도 마음이 평온했다. 공상 속의 우주가 마음을 다스리고 있었다.


“어째 욕하는 것 처럼 들리는데.”


“그런 의도는 아니야.”


하리, 그녀 또한 번뇌에 묶여 방황하는 중생이라면.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러니까...이제는 그런 짓 그만둬, 사실 너도 그러고 싶지 않잖아.”


“네가 그런 말을 할 거 같지는 않았는데.”


"네 품에 안기길 원하는 내가 말이지?"


하리는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갑자기 왜 그런 말들을 하는 건데."


"네가 가여워서."


"뭐라고?"


하리, 그녀가 끊임없이 정을 탐하고 그렇게 다른 사람을 상처입히는 것은 분명 어릴 적의 트라우마 때문에. 음란하고 정숙하지 못한 어미와 아비 사이에서 아이는 어떤 마음을 품었을까. 다른 사람의 정을 탐하면서도 정작 낳은 자식에게는 사랑을 주지 않는 그런 부모 사이에서 자란 아이는 어떻게 자랐을까.


“보기 안쓰러워. 그 왜,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않고 자란 걸 그렇게 티내고 다니면 누구든…”


내 말은 하리가 내지른 주먹 한 방에 고꾸라졌다. 왼쪽 볼에 느껴지는 격통. 그리고 허리로 전해지는 충격.


“씨발 보자보자 하니까…”


“...”


조금은 모욕적인 말이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하리 역시 그렇게 받아 들였는 지 거칠게 포장마차 바깥으로 향했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적당히 현금을 쥐어주고 나 또한 하리를 따라 나선다. 바깥은 찬 바람이 불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아스팔트의 숲으로 나아가는 하리를 볼 수 있었다. 나는 아무런 말도 내뱉지 못한 채로 그저 그 뒷모습만을 바라보며 찬 바람을 맞았다.


“저 분과 아는 사이신가요?”


등 뒤에서 부터 들려온 목소리. 뒤돌아 확인한 얼굴은 분명 처음 보는 여자의 모습이었다. ..분명 그럴 것임에도 어딘가 익숙한 얼굴.


“...예.”


“죄송해요, 이렇게 갑자기 말을 걸어서...그래도 뭔가 당신에게 이야기해야만 할 것 같아서, 그러지 않고서는 어떻게 해야 할 지 정할 수가 없어서…”


여자는 그 두 손에 무엇인가를 꼭 들고 있었다. 헝겊에 둘러 쌓인 얇고 긴 무엇인가.


“실례를 무릅쓰고 한 가지만 물을게요...저 사람은, 정말 죽어 마땅한 사람일까요?”


불안한 눈길로 손을 떨며 여자는 답을 구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꽉 쥔 손은 이미 답을 정한 듯 했다.


“제가 어떤 대답을 하건 당신이 할 행동은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럴지도 몰라요.”


“그래도 질문에는 답을 하는 게 예의니까...하리도 가여운 사람이에요, 당신만큼이나.”

거칠게 흔들리는 어깨는 내 대답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 했다. 그렇게 고개를 숙인 채 여자의 떨림이 멈추기 까지는 얼마나 긴 시간이 걸렸을까. 여자는 고개를 들어 천천히 하리가 향한 아스팔트의 사이로 향했다.


‘무엇인가가 바뀐다면, 그 또한 운명일테니.’


쌓일대로 쌓여버린 업보가 말 한 마디에 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리나, 저 여자가 품고 있는 번뇌는 내가 풀어버릴 수 없는 것이다. 진정한 구원은 자기 자신을 통해, 그도 아니라면 머나먼 나날이 지난 후에 올테니. 그래도 나는 두 사람이 사라진 차디찬 아스팔트의 거리를 향해 조용히 기도를 올린다. 저 가여운 중생들 또한 마음의 평안을 얻기를 바라며 두 손을 모은다. 나무아미타불.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제 56억 7천만년 후에 미륵이 우주에 구원을 내려준다는 신앙이 있죠

변재천은 연꽃이 피고 백조가 헤엄친다는 강 위에서 음악을 연주한다는 불교의 여신

신통력으로 사람을 꾀어 잡아먹는 건 원래 나찰인데

야차가 더 어감이 좋아서 그렇게 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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