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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창작) 최고의 씨발년 - 18

ㅇㅇ(221.149) 2021.01.14 22:06:18
조회 622 추천 20 댓글 11
														

“...”

 

“...”

 

욕실의 뿌연 시야를 뚫어내는 아이보리색 굴곡

그 속에 어딘가의 추상화처럼 칠해져있는 검은색과 선홍색 공간

 

“..너무 넋 놓고 쳐다보는 거 아니니?”

 

아니

왜 들어오는데

 

내 집이잖아

 

수영장이든 목욕탕이든

살면서 동성의 벗은 몸을 수없이 보게 되는 건

어찌 보면 인간의 숙명이다

 

그건 맞는데

내가 먼저 들어왔잖아

 

너가 먼저 들어와서 똬리 틀고 있어도

내 집은 내 집이야

 

숙명임과 동시에 익숙한 일이기에

벗은 몸을 보이는 사람도

벗은 몸을 보는 사람도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대체로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

 

“...”

 

그 좀...그만해줄래?”

그렇게 뚫어지게 보는 거?”

 

“...”

?”

 

?”

, 왜는 무슨 왜야?”

 

그런데 누군가가

보이는 사람과 보는 사람 중 누군가가

서로 벗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낀다면

부끄러움에 가까운 무언가를 느낀다면

 

내가 당황하는 모습 보고 싶어서

속으로 키득대면서 홀딱 벗고 들어왔는데

당황은커녕 오히려 눈으로 핥고 훑으니까

갑자기 부끄러워졌어?”

 

“...”

 

둘 중에 이상한 사람은 누구일까

 

“...”

 

“...”

 

왜 가만히 있어

말해봐 반지우

너 말하는 거 좋아하잖아

 

“...”

 

욕실의 온도가 너무 뜨거웠던 걸까

지우의 쇄골 부근에서 도움닫기를 끊은 붉은 기운이

정수리 쪽을 향해 느리고 우직한 등반을 시작했다

수담은 안면근육을 짓이기고 튀어나오려는 쾌감을 꾹꾹

뒤통수 쪽으로 애써 눌러냈다

 

“...”

몰라

나 나갈 거야

 

나간다고?”

 

 

큰 맘 먹고 들어와 놓구선

다시 나가서

벗어놓은 옷 다시 입고 앉아서 기다리다가

나 나오면 다시 들어온다고?”

   

화장실에서 씻으면 돼

 

그래?”

그러시던지 그럼

 

-

 

수담은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몸을 던지듯 욕조 깊숙이 등을 파묻고는

 

-융신

 

혀끝에 비웃음을 가득 모아 찐득하게 뱉어냈다

 

“...”

 

한 걸음

욕탕 밖에 있던 지우의 작은 발이 차가운 타일 위를 즈려밟고

두 걸음 세 걸음

점점 욕조와, 수담과 가까워지더니

 

, 뭐하는

 

-

 

으앗!”

 

비켜 나 들어가게

 

아니 나 있는데 왜 굳이

 

뭔 상관이니?”

너 들어가 있어도 욕조는 내 거야


잠깐, 으긱

아 얼굴에 엉덩이 들이밀지 마 미친년아!”

 

싫으면 나가시던지

 

진짜 쳐돌았나 이게

안 나가?”

 

-!”

천박한 짓 좀 그만 해줄래?”

양호실에서 그렇게 만지고도 아직 충족이 덜 됐니?”

 

...”

 

지우를 욕조에서 쫓아낼 수 없음을 깨달은 수담

그렇다고 지금 지우에 밀려 욕조를 벗어났을 때

자신을 찾아올 괜한 패배감을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결국 수담은 몸을 돌려 지우와 등을 맞대고 앉았다

 

“...”

 

“...”

 

둘의 날갯죽지나 옆구리가

이따금씩 물 찰랑이는 소리를 내며 서로 스쳤다

 

있잖아

 

 

좁은데 굳이 이래야 돼?”

 

좁니?”

좁으면 나가줘

 

...”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도발하래?”

 

“...”

 

다른 건 뭐..”

그렇다 쳐도

퓌흐의융쉬인~은 선 넘었어

 

-”

 

다분히 과장된 지우의 성대모사에 수담은 하마터면 크게 웃을 뻔했다

웃음을 참으려 힘을 주느라 경직됐던 몸 주변으로 욕조 물이 일렁였다


넌 애초에 욕을 너무 많이 해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 안 하니?”

 

“...글쎄

 

가난한 생각이 혓바닥에도 옮은 거야

 

그러고 보니

너는 욕을 한 마디도 안 하네


그런 육두문자를 어떻게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는지 몰라

나는 내가 욕하는 상상만 해도 죄 짓는 느낌인데


그렇게 욕 한 마디 안 하면서 싸가지 없이 말 하느니

차라리 욕을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뭐래니?”

아까 너가 전화한 거 택배 기사님인 줄 알고 받았을 때

그 때 나 말하는 거 다 들었잖아


“...”


확실히 그 때는 아예 다른 사람인 것처럼 공손했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건

강수담 너 하나야

 

“...”

“...”

 

수담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뜨신 물에 오래 있어서 그래라는 말을

혼자서 마음속으로 계속 되뇌었다

 

?”


글쎄

적당히 받아주고

가끔 울그락 불그락 반응하는 게 재밌어서?”

 

“...뭐래

 

고개를 살짝 숙이며 미소 짓는 수담

이번에도 지우는 그녀의 입꼬리를 보지 못했다


“...”

반지우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는 실소를 간신히 참아내며

수담은 지우의 이름을 나지막하니 불렀다



수담은 지우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자신의 얼굴을 뜨겁게 만든 복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뺨에는 뺨


니 그 말투 더러운 거 있잖아


더럽다니 그게 니가 할 ㅁ

 

나 말하잖아

 

“...”

 

니 그 말투

처음엔 진짜 너무 싫었는데

지금은

지금은... 뭐랄까

 

미꾸라지처럼 움직이는 촘촘한 시간들을 비집고

수담이 낚아챈 말은

 

계속 듣고 싶다 왠지?”

 

“...”

 

“...”

 

물소리까지 삼켜버린 정적

그 사이에서 수담은 찰랑대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이며 최대한 천천히 고개를 살짝 돌렸다

 

“...”

 

왼쪽 어깨 앞으로 축축하게 넘겨진 검고 긴 머리칼

그 반대편에는 물에 젖어 반짝이는 어깨와 목덜미

백옥처럼 고운 자태가 자아내는 미려한 선을 따라가면

그 곳에는 지우의 귀가 있었다

그 곳에 붉게 물들어서 있었다

 

“...”

 

수담은 씨익 웃으며 다시 고개를 제자리에 돌렸다

자기 얼굴도 지우와 다를 것 없이 붉었지만

승리감에 취한 나머지 짐작조차 못했다

 

“...”

내 말 들었어?”

 

“...

읏흐음-”

 

“...뭐야?”

 

“...”

너가 말 안 해도 다 아니까

그렇게까지 티 안 내도 돼

 

“...무슨 티를 내

 

강수담 너 나 좋아하잖아

 

“...”

“...”

 

강한 역습에 말문이 막힌다

 

어이가 없어서...”

 

기집애 머리끝까지 새빨개진 거 안 봐도 보인다

니 얼굴에 열 올라서 물도 뜨거워진 거 아니?”

 

지랄은

“...”

 

수담은 은색 수도꼭지에 비친 자기 얼굴색을 확인한다

 

물 확실히 뜨거워진 것 같기도

 

말 했잖아

 

반지우

 

 

니 들어와서 오줌 쌌냐?”

 

“...”

 

“...”

 

푸웁

크끼끅끅끜..”

아하하하!”

 

좁은 욕탕을 울리는 지우의 웃음소리 밑에서

수담은 입술을 입 안에 말아 넣고 어깨를 들썩였다

 

, 아 눈물나

상상도 못했어

진짜 정신 나갔지 강수담


그렇게 둘은 한참을 더 웃어댔다

격한 움직임에 넘실대던 물이 리듬에 맞춰 욕조 밖으로 튕겨넘쳤다

 

후아...”

“...”

웃겼다

 

“...뭐야

기대지 마 무거워

 

무겁다고?”

 

무거우면 나가라고 할라 그랬지

안 나갈 거야

 

“...”

봐봐

나랑 있으면 학습능력도 늘잖아

 

시끄러워

 

맨몸의 무게와 맨살의 촉감이

둘의 시간 위에 자국을 남긴다

 

“...”

 

“...”

 

 

“?”

 

반지우

 

?”

 

둘이 있으니까 갑자기 생각난 건데

너 전에 우리 집 왔을 때

내가 물어보는 거 다 대답해준다고 했지

 

“...”

 

했지

 

“...”

그거 기한 지났어

 

씹년아

 

어흐 진짜..”

욕 좀 그만해

 

하게 만들질 마 너가

 

“...”

왜 이제 와서 그 얘길 꺼내니 넌?”

 

몰라 갑자기 생각났어


라고 했지만 사실 수담은

이 순간을 기다렸다


“...”

 

지우의 몸이 수담에게서 떨어진다

 

정말 뜬금없다

 

다 니 업보인 거 알지

 

“...”

하 진..짜아-”

“...”

알았어

그럼 3개만 해

 

뭐야 왜

 

우리 집에서 밥도 먹고 잠도 잘 거잖아

 

그건 너가 그렇게 하라며

난 집에 간다고 했는데

 

“...”

 

“5개로 하자

 

욕조 쓰게 해줬잖아

 

“...”

그래 3

 

갑자기 확 피곤해졌어

 

“...”

 

뭐하니?”

빨리 말해줄래?”

 

사실 5개든 3개든

수담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

심장과 뇌 사이를 정처 없이 헤엄치던 질문은

진작부터 단 하나 뿐이었다

 

-

-

“...”

 

수담은 하루 종일

이 순간을 기다렸다

 

반지우


"..."

 

질문이 알을 깨고 자라나

움직이기 시작한 건

정확히 6일 전

 

그 때 양호실에서

 

“...”

 

“...”

 

오래된 자동차 엔진마냥

수담의 혀가 입 안에서 헛돌았다

 

“...”

양호실..”

에서 어떤 거

 

“...”

양호.. 실에서

 

엄지와 검지 사이를 잇던 투명한 끈

그 진득한 촉감이 너무도 분명하게 떠올라

수담은 눈을 질끈 감았다

 

“...”


“...”

 

이윽고 천천히 눈을 떴을 때 들어온 것은

수도꼭지 위에 일그러져 비친 자신의 얼굴

그 얼굴을 향해 수담은 말을 이었다

 

양호실에서

내가... 만졌을 때

 

“...”

 

...”

반지우

“...젖었어?”

 

곧바로 욕조 안에 큰 파도가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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