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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혼자만의 반려(伴侶)

블루워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1.26 10:08:12
조회 22213 추천 335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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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기 그지없던 나의 삶에 찾아온 1가지 사건으로

인해, 내 인생의 장르는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아직도 80년이 지났지만 마치 어제 일마냥 생생하다.

이제는 에너지를 다해 꺼져가는 촛불과도 같은 내 목숨이지만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온 일대기가 눈 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이 순간만큼은 그 어느때보다 정신이 맑았다.


.

.

.


그 날은 기말고사를 마치고 중학교 친구들과 오락실을

갔다가 조금 늦게 집에 돌아왔다.

마침 아직까지 주무시지 않던 어머니께서는 늦게 들어온

나를 향해 핀잔을 주고 있던 그 순간 ....


"어 ?? 저기 창문에 저게 뭐지?"


"얘가 .. 지금 혼나다 말고 무슨소리야 정신 덜 차렸ㅈ..."


8층이던 우리 집 아파트 창가에서 눈이 부시도록 밝은

회색 빛무리가 쏟아져나왔고, 온 몸이 회색 빛에 감싸지는

느낌과 함께 우리 모자는 정신을 잃고 만다.


정신을 차린 우리를 반기는 것은 낯선 공간과....


살아 생전 처음 보는 괴상한 것들 ... 그래.. 달리 표현할

단어조차 없는 그것들을 굳이 단어로 표현하자면 '괴물'이었다.


녀석들의 생김새는 정말이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머리가 있어야 할 부분에는 소라껍질과 짐승의 갈기가 달려있고

그 사이에 듬성듬성 길다란 촉수가 5가닥 늘어져 있었다.


크기는 대략 3~4m 쯤 되는 거구에 우리로 따지자면 손가락

발가락에 해당되는 것을 12개씩 가진 채 4족 보행을 했다.


놈들은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대화를 하더니

엄마와 나를 기괴한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았고, 이내

이동된 곳에서 주입되어진 이상한 가스에 정신을 잃었다.


그것이 내가 마지막으로 본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유일하게 함께 있던 가족과의 생이별 후 정신을 차린 내가 있는

곳은 나와 같은 인간들이 저마다 1마리씩 갇혀서 있는 공간.


그 가게에 있는 사람들은 인종도, 성별도 다양했고 비교적

어린 10~20대가 많아보였다. . . 내가 맞닥뜨렸던 괴물들이

주기적으로 관리라도 하는 듯이 와서는 우리가 갇혀있는

우리 안에 사료로 추정되는 노란색 A4용지 모양의 물체를 넣어주고

변기에  쌓인 분뇨를 수거해갔다.


괴물들은 우리에게 딱히 적의는 없는 듯 하고 기계적인 행동으로

매일 같은 시각 같은 행동을 반복할 뿐이었다.


종종 안에 나를 비롯한 사람들의 모습을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 뿐.... 이 정육면체의 투명한 우리

안에서 시간개념도 없이 무료한 나날을 보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헤어진 가족과 친구들을 생각하며 그리움을 느끼고

어머니가 어떻게 되었을지 걱정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 뿐...


놈들이 주는 식사는 매번 노란색 A4 용지였고, 맛은 식빵 같은 느낌이 났다.

이제는 지겨워 죽을 지경이지만 살기 위해서 먹는 행위를 멈출 순 없었다.

난 반드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

.

그렇게 대략 2달 정도가 흘렀을까? 물론 날짜 감각이 없어졌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대략적으로 체감한 추론에 입각한 거라 확실하진 않다.


다른 괴물보다는 다소 작아보이는 개체가 나를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음을

느꼈고,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가 들이닥쳤다..


'이대로 저 괴물한테 잡아먹히고 마는 것일까?'


잠시 후 나는 우리에서 꺼내져 그 괴물의 손에 들려 어디론가 끌려갔다.


괴물의 우악스러운 손아귀에 온 몸이 저릿거리며 아팠지만 녀석은

그런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나를 어딘가로 밀어넣었다.



새로이 옮겨진 곳은 이전에 있던 정육면체의 우리보단 훨씬 괜찮아보였다.


수세식 화장실, 침대, 갈아입을 여분의 옷에 냉장고도 있었다.


냉장고 안에는 내가 살던 곳에서 먹던 기성품들이 있었고, 이를 조리할 조리실도

구비되어 있다. 식자재들을 이용해서 간만에 요리다운 요리를 먹자

그제서야 비로소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기게 된 듯 했다.


내가 현재 주거하는 공간의 천장이 뚫려있고 종종 그 위에서 내가 일상 생활을

하는 모습을 괴물 녀석은 지긋이 바라만 볼 뿐 어떠한 위해도 가하지 않았다.


종종 괴물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중얼거렸고 그 소리는 몹시도 거슬렸다.

그러던 중에 나를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있을 때나, 자신의 모습을

보일 때마다 발음하는 소리가 있었다.



"c̡h͢t̨h҉҇͢u̧s͜a̢n͢g͢c̡h҈̢͞r҉u̧"




아마 제 딴에는 나에게 지어준 이름 같은 건가보다.. 언젠가는 "c̡h͢t̨h҉҇͢u̧s͜a̢n͢g͢c̡h҈̢͞r҉u̧"



라고 얘기하는 괴물을 향해 고개를 돌려서 쳐다보니, 뛸 듯이 기뻐했다.



그리고 ... 그렇게 녀석과의 반려동물로써의 나날이 흘러갔다.



해가 지날 때마다 많은 일이 있었다.


나의 반려로 프랑스인 흑인 여성을 데려온 일이라던가


나를 데리고 외출을 했던 일 ..


설사병에 걸렸을 때 병원 같은 곳에 데려가서 약을 처방한 일 .. 


그렇게 10년이 지나고 15년이 지나고 ... 40년이 지났으며


어느덧 80년이 흘렀다.


나의 아내는 이미 3년전에 세상을 떠났고, 이젠 내 차례다..


"c̡h͢t̨h҉҇͢u̧s͜a̢n͢g͢c̡h҈̢͞r҉u̧.... c̡h͢t̨h҉҇͢u̧s͜a̢n͢g͢c̡h҈̢͞r҉u̧... "





8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괴물은 조금 몸집이 커진 것을 제외하고는

노화가 전혀 없이 쌩쌩한 모습이다... 후... 저 녀석들은 불사의 존재일까?

나를 걱정하는 듯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녀석의 시선이 느껴진다.


하... 마지막 가는 순간에도 어린 시절 떠나온 집, 가족들이 너무나도

그립다... 이제는 그들도 죽어서 이 세상에 없겠지..


이제야 ... 괴물들의 속박에서 벗어나 ... 죽음이라는 수단으로

나는 비로소 자유로워질 것이다..


" ... 어머니.... 보고싶어요...."


마지막 말을 읊조리며 의식이 흐려져간다 ..


" w͢ņr̢w̡l̡a̧k҈̢͞d̡m҈͢͡d͜k̡d̨k̡ḑk̴̨҇d̴̨҇k҈d͜k҉d҈̢͠k̡ḑ"





그리고 시끄러운 괴성이 들린다.. 저 괴물이 포효하는 소리일까?


'마지막 가는 길까지도 그냥 보내주질 않는구나.. 너희 일족을

증오한다... 네 놈들만 아니었어도....'




.

.

.

.

.


그의 수명이 끝난 후 괴물의 방.


그것의 성체가 와서 방 한켠에서 울고 있던 그것을 달래준다.



"얘야 c̡h͢t̨h҉҇͢u̧s͜a̢n͢g͢c̡h҈̢͞r҉u̧ 은 분명 좋은 곳으로 갔을꺼야..




80년이면 인간 치고 오래 산거야.."


"엄마 .. c̡h͢t̨h҉҇͢u̧s͜a̢n͢g͢c̡h҈̢͞r҉u̧ 도 나를 정말 좋아했겠죠?"




"그럼 .. 네가 이렇게나 정성껏 돌봐줬으니 당연히 널 사랑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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