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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괴담] 동틀녘 수도원의 금기들

nimkoe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5.06 17:16:11
조회 4047 추천 6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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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감시인 사제  브레투스가 남긴 구술기록에서 발췌."



1.


종탑의 종은 해가 떠오르기 전 세 번이 울릴 것이나, 간혹 네 번 울릴 때가 있다.


그 땐 누구든 문을 열어서는 안 된다. 문 밖에 있는 자는, 오늘 아침 예배에 참여하지 않았던 자다.


그가 누구이든, 아니 무엇이든, 이미 수도원에 있어야 할 자가 아닌 것이다.


절대 수도원 문을 열지마라.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문을 아예 열지 못하게 막아두는 것이다.


나처럼.




2.


저녁 기도는 해가 완전히 진 뒤 여섯 번째 종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가끔 종이 울리기도 전에 형제들이 기도실로 향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 형제들은 항상 맨 앞줄에 앉고,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다물고 있지.


절대로 따라 들어가지 마라. 종이 울리기 전까지 문턱조차 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들은 우리와 닮았지만, 우리와 함께 태어난 존재는 아니다.




3.


지하 식량 저장고에 내려갈 땐 꼭 혼자 가지 말고, 둘이서 횃불 두 개를 들고 가라.


첫 번째는 가는 길을 밝히기 위함이요, 두 번째는 돌아오는 길을 찾기 위한 것이다.


가끔 하나만 들고 내려갔다가, 올라오지 못한 형제들이 있었다.


그 형제들을 대신해 곡식을 지고 올라온 자들이 있었으되, 그건 우리가 보냈던 이들이 아니었다.




4.


우리 수도원에는 창문이 없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아니다.


한 때 있었으나 모두 돌로 막았다. 창 밖을 바라본 자들이 미쳐갔기 때문이다.


밤마다 자네의 귓가에도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벽을 헐어 바람을 들여라", "달빛은 죄를 씻는다." 따위의 말들을 하며 자네를 꾀어낼 것이다.


한 마디도 믿지 마라. 그 소리는 바깥에서 나는 것이 아니다.




5.


사제관 서편 끝방, 오랫동안 잠겨있는 회색 문을 네 번 두드리는 소리가 들릴 수도 있다.


그것은 문을 열라는 뜻이 아니다. 누군가 문 너머에 살아 있다는 뜻도 아니다.


그것은 그저 거기 있었던 것이 깨어났다는 신호일 뿐이다.


그날은 기도 대신 침묵하라. 그리고 절대, 그날은 잠들지 마라.





6.


동쪽 벽면에 있는, 성인을 안고 있는 성모의 벽화를 보았느냐.


그 성인이 자네를 쳐다보거든, 다음 날 단식을 시작해야 한다.


눈을 마주쳤다는 것은 자네의 내면이 결백하지 않다는 뜻이다.


무려 돌로 새겨진 눈이 움직인다는 것보다,


그 돌조차 정죄할 만큼 자네의 영혼이 어두웠다는 사실에 회개하라.





7.


복도 모퉁이에서 종종 기도문을 웅얼대는 수녀를 발견할 수도 있다.


우리는 수도사들이 모인 형제단이요, 수도원은 금녀 구역이다.


그녀의 기도는 항상 끊기지 않고 이어지며, 절대 고개를 들지 않는다.


어떤 말로도 그 기도를 방해하지 마라.


그 수녀가 고개를 들면, 자네는 스스로를 인지하지 못하게 될지니.




8.


밤에 복도를 지날 때, 바닥이 물컹거리거나 너무 조용하다고 느껴진다면


그것은 길이 자네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조용히 무릎은 꿇고, 자네의 이름을 세 번 반복하며 기도문을 읊거라.


그러면 어느 순간 길이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며, 그것은 기도문을 읊는 동안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길이 기어코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자네는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질 것이다.




9.


불침번을 설 때에는 꼭 성호경을 오른손으로 세 번 그어라.


밤은 신의 시간이 아니요, 신이 물러난 뒤의 시간이다.


그래서 가장 기이한 것들이, 그 공백을 노리고 들어온다.


자네는 깨어 있는 자이되, 깨어 있다는 것을 들키지 않아야 한다.


그러니 부디 숨소리를 죽이는 연습부터 시작하라.




10.


사순절 마지막 밤에는 종이 울리지 않는다. 이는 의도된 것이다.


그 날만큼은 기도실도 닫힐 것이며, 식사도 금지된다.


형제들이 각자의 방에서 뭔가를 끌어안고 흐느낄 것이다.


그것이 누구든, 무엇이든 간에 그 흐느낌을 위로하지 마라.


그 날은, 우리 모두 각자의 죄를 끌어안고 버티는 밤이다.




11.


이 수도원에는 오래된 규율이 하나 있다.


"모든 형제는 매일 새벽마다 자신의 그림자를 점검해야 한다."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 날은, 누구든 사제에게 바로 알리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가끔씩, 알리고 나면 그 형제는 다음 날부터 그림자처럼 조용해질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누구도 찾지 않을 것이다.




12.


망자의 이름은 함부로 불러서는 안 된다.


설령 아무리 그 망자가 생전 어떤 인연을 가진 자였더라도 절대 그리 해서는 안 된다.


망자를 부르면 그 이름이 혼자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언젠가, 자네의 입을 통해 다른 이름으로 바뀌어 다시 돌아올 것이다.


이미 많은 이들이 자신이 누구였는지 잊은 채 살아가고 있다.


나 역시도, 확신이 들지 않으니까.




13.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 날이다.


종이 울리지 않고, 기도도 없으며, 성가도 멈추는 바로 그 날.


모든 형제들이 흰 두건을 쓰고, 제단 앞에 모인다면 그때가 끝이다.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의식은 시작되지 않는다.


그러니 자네가 마지막이라면, 두려워 말고 제단으로 걸어오게.


우리 모두 그 길을 걸었고, 다음을 맞이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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