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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의료 금자탑 무너지는데 고작 한달 반

푸도(122.44) 2024.04.01 00:12:35
조회 181 추천 30 댓글 0

 

대한민국 의료붕괴 현장 비망록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前 회장 "대한민국 의료 금자탑 무너지는데 고작 한달 반" 

2024.03.31 18:42 특별기고

 

 

정부가 지난 2월 6일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한 지 꼬박 50일이 흘렀다. 길고도 짧은 이 기간동안 정부와 의료계는 각각 '2000명 증원'과 '증원 백지화'란 평행선 위를 달리며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휴학했으며, 급기야 대학병원 교수들까지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의료공백이 커져, 진료가 지연되고 일선 병원에서는 도산 우려까지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양측은 한발의 물러섬이 없다. 이런 가운데 데일리메디는 의대 증원을 사이에 둔 상반된 입장을 의료 전문가들을 통해 정리했다. 의대 증원을 지지하는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와 반대 입장인 노환규 전(前) 대한의사협회 회장의 글을 연속 게재한다. 

 

고작 한 달 반이었다. 100여 년이라는 오랜시간 쌓아 올린 대한민국 의료 금자탑이 근본부터 무너지는 데는 고작 한 달 반이라는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시간이 지난 후부터는 회복이 어려운 바닥의 붕괴를 확인하는 시간에 불과했다.

 

매일 새벽에 눈을 뜰 때마다, 좀처럼 믿기 힘든 비현실적인 일이 현실이 됐음을 깨닫고 하루를 시작한다. 전쟁 중에 있다면 이런 심정일 것이다. 

 

지난 2월 6일, 정부는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라는 허울 좋은 이름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여기에는 기존 신입생의 약 65%에 해당하는 2000명 의대 증원을 비롯해 필수의료를 지원하는 정책, 비필수의료를 억압하는 정책, 그리고 의대 증원에 따르는 의료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지불제도 개편에 관한 정책들이 포함됐다.

 

 

정부 일방 발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오히려 젊은 의사들 '대량 사직 사태' 초래

 

정부가 구상하는 의료정책을 분석한 젊은 의사들은 이내 이것이 의료재앙을 가져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더 이상 수련을 받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량 사직 사태는 그렇게 시작됐다. 

 

의과대학생들의 휴학 사태도 같은 배경에서 이뤄졌다. 현재 97%의 전공의들이 사직한 상태이고, 90%가 넘는 의대생들이 휴학계를 제출하고 등교하지 않는 상태다.

 

정부도 젊은 의사들의 반발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들은 2월 6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발표하는 그날,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기 위해 1만5000명 전공의들의 핸드폰 번호를 확보하고 있었고, 전국의 50개 수련병원에 행정요원들을 파견했으며, 일부 대형병원에는 경찰까지 파견하는 등 강력한 대응을 하고 있었다. 

 

정부의 주장대로 그 정책이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었더라면 왜 정부는 의사들의 반발을 예상하고 첫날부터 강경책을 썼을까.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이다.

 

 

의협 전‧현직 관계자 고발은 보여주기식…政 "전공의 처벌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는 2월 말 전공의들의 대규모 사직사태가 벌어진 직후, 대한의사협회 비대위원들 중 4명과 10년 전 의사협회를 떠난 필자를 포함해 총 5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죄명은 업무방해죄와 의료법위반 방조 혐의였다.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하면 수련병원에서 입게 될 경영 손실을 예상할 수 있는데 비대위원들과 필자가 전공의들을 부추겨 그들이 집단으로 사직하게 함으로써 병원에 경영 손실을 입혔다는 주장이었다. 

 

병원의 업무를 방해한 주체는 정부인데 그 책임을 비대위와 전직 의협 회장에게 뒤집어 씌운 것이다.

 

3월 초, 정부는 이 5명에 대한 압수수색과 출국금지, 그리고 경찰조사를 진행했다. 

 

정부는 5명을 연일 경찰의 포토라인에 세웠는데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전공의를 처벌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의 강경기조를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정부는 사태 초기부터 전공의들을 즉각 처벌할 것이며 선처와 구제는 없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표했다. 

 

그러나 정부는 전공의를 처벌할 수 없다. 


처벌을 진행할 경우 소수가 아닌 1만명에 이르는 전공의를 처벌해야 하고 이에 따르는 행정소송을 모두 정부가 부담해야 하며, 정부의 처벌로 인해 의료공백이 합법적으로 발생해 의료공급을 늘리겠다는 정책의 취지가 무색해지며 의대교수들의 집단 사직사태가 앞당겨져 걷잡을 수 없는 의료대란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정부가 전공의를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비대위원들을 연일 경찰 포토라인에 세움으로써 강력 대응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연출한 것이다. 

 

 

작금의 의료농단 사태 근원은 '정치'

 

3월 중순, 의과대학 교수들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사직서 제출을 예고하면서 정부와의 협의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3월 20일 2000명 의대증원의 대학별 배분계획의 발표를 강행했다. 

 

막상 숫자로 결과를 확인한 의사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충청권에서만 약 970명의 정원이 배정됐다. 기존 49명에서 200명으로 입학정원이 4배 이상으로 증가한 충북의대는 학장단이 전원 보직을 사임했다. 

 

교수들의 사직이 임박하자 여당의 비대위원장이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을 만나 출구방안을 논의하고 대통령이 전공의 면허정지를 당과 협의해 유연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함으로써 다시 한번 뒤로 물러섰다. 

 

그런데 대체 정당과 정부가 주장하는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이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일까. 


대통령의 이런 지시는 대통령실과 정부가 전공의 면허정지를 정치적 차원에서 다뤄지고 있음을, 그리고 지금의 의료농단 사태 근원이 정치에 있음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다. 


 

출구 없는 갈등 지속…"회귀 불가능하다"

 

그러나 출구를 모색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지난 한 달 반 사이, 대한민국 의료는 이미 기초부터 붕괴됐다. 


우선 필수의료 분야부터 지원자가 사라졌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이 1733명의 젊은 의사와 의대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필수의료를 하겠다는 응답자가 의료농단사태를 전후해 96.4%가 감소했다. 

 

이것은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권 보장은 국가의 헌법적 책무"라는 발언과 "집단행동을 하는 의사의 기본권이 국민의 본질적 기본권인 생명권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보건복지부 차관의 발언이 결합해 "필수의료분야의 의사는 기본권의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둘째, 의사들이 사명감을 잃었다. 사명감은 의업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의업을 지탱하게 해주는 힘이다. 

 

그러나 정부는 여론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의사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며 정부-의사 간의 갈등을 국민-의사 간의 갈등으로 국면을 전환시켰고 이것은 의사의 악마화 작업의 시작을 의미했다. 

 

의사들이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환자들의 생명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의사들은 정부와 환자 양측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됐다. 

 

그리고 이것은 사명감의 상실로 이어지게 되었다.

 

셋째, 젊은 의사들이 희망을 잃었다. 90%가 넘는 전공의들이 사직했다. 90%가 넘는 의대생들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신현영 의원실의 조사에 따르면 77%가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응답했다. 

 

사명감과 희망이 체념으로 이어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파업 후 복귀했던 과거의 상황과는 크게 다르다. 정부는 이 부분을 놓치고 있고, 복구가 불가능한 부분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과거로의 회귀는 불가능한 상태다. 상처받은 개개인은 흩어졌고 지도부도 사라져 정부와 협상 테이블에 앉을 대표기구를 구성하는 것도 어렵다. 

 

이에 따라 과거와 같은 의정협상은 어려울 전망이다.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급감하자 다급해진 대통령과 여당이 출구전략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지만 이미 초토화된 의료가 복구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을 그때야 깨닫게 될 것이다. 

 

탑을 무너뜨리기는 쉬워도, 다시 세우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 사이 희생될 생명들이 있다. 그 희생을 염려하고 안타까워하고 있는 의사들이 오히려 비난을 받고 있는 2024년 3월을 지나고 있다.

 

 

https://www.dailymedi.com/news/news_view.php?wr_id=91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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